토요일 오전이었다. 그날 나는 전공의 2년차로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섰다. 유난히 하늘은 맑았다.
응급실 정문을 통해 들어오는 산홋빛 푸른 봄바람이 내 몸의 피곤을 풀어주었다.
갑자기 전쟁 같은 하루를 알리는 구급차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어린 여자 아이 세 명이 들어왔다.
여섯 살, 세 살, 육 개월. 세 자매였다. 입술 주위가 파랗게 변했고, 입 안은 모두 헐어 있었다.
아이들은 고통에 울부짖었다. 아이들 입을 통해 나오는 역한 냄새가 매우 낯익었다.
얼마 후 서른여덟 살의 젊은 남자가 구급차에 실려 왔다. 역시 같은 냄새였다.
그라목손이라는 농약 음독이었다. 가정 불화로 부인이 가출한 뒤,
이를 비관한 아버지가 세 딸에게 그라목손을 먹이고 자신도 뒤따라 마신 뒤,
119대원에게 실려 온 거다. 삶이 녹록지 않았나 보다.
그날 난 의사로서의 의무감, 책임감과 그 아버지를 향한 모멸감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다.
그라목손 음독은 워낙 치사율이 높으며, 마신 양과 소변 검사를 통해 보았을 때
아이들과 아버지 모두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상했다.
그러나 난 의사였기 때문에 어린 자식들까지 끝없는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그 아버지를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써야 했다.
얼마 가지 않아 아이들 모두 생을 마감했고, 아버지는 며칠 후 힘든 삶을 끝냈다.
지금 생각해도 내 의사 생활 중 몇 안 되는 고통스런 순간이다.
농번기가 시작되면 그라목손 음독으로 많은 환자가 병원에 온다. 거의 모두 ■■목적으로 마신 것이다.
그라목손이라 불리는 파라쿼트는 제초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으로, 농가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파라쿼트는 산화 과정을 통해서 인체 내에 독성을 나타낸다.
음독 후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구강 내 타는 듯한 느낌이 나타나며,
48시간 내에 입술, 혀, 인두에 궤양이 나타난다.
또한, 식도 궤양이 발생하며 이는 식도 천공까지로 진행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가역적인 폐 섬유화를 일으키는 데,
이는 산화 과정을 통해 독성을 나타내는 파라쿼트가 체내에서
산소 이용도가 가장 높은 폐에 밀집되기 때문이다.
또한, 파라쿼트는 주로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음독 후 24시간 이내에
신 세뇨관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파라쿼트는 음독 후 짧은 시간 내에 다장기 부전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제초제이다.
그라목손이 정말 무서운 건 이렇게 몸이 죽어가는 와중에, 마지막까지 정신은 거의 멀쩡하다는 거다.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보통은 문진과 검사를 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현재의 상태 및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그러나 그라목손 음독의 경우에는 언제나 결론부터 설명한다.
“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소생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참 괴로운 순간이다. 고통에 울부짖는 환자, 그 옆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보호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오래 알고 지내던 할아버지 한 분이 부인과 크게 다투고 그라목손을 마신 후 유명을 달리하셨다.
칠십 평생, 굴곡진 삶을 참 잘 견뎌 오시다가 그렇게 생을 마감하셨다는 게 안타까워
스산한 마음이 잘 접어지지 않아 몇 자 적어본다
그래서 원액을 희석시켜서 팔다가 지금은 완전히 판매 금지된 농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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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젠 안파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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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원액을 희석시켜서 팔다가 지금은 완전히 판매 금지된 농약입니다.
고기만두
아 이젠 안파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