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라고 해도 벌써 두 달이나 지났군요. 심각한 공급부족으로 공식 스토어에서 정가에 구입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상태의 괴이한 렌즈인 소니 SEL24105G(이하 24-105G)를 정가에 구입했습니다. 약 4개월 간 소니스토어 홈페이지에 즐겨찾기 걸어두고 수시로 잠복한 결과물이죠. 이 렌즈가 도대체 뭐라고...
이 24-105G를 구입하려고 용을 쓴 이유는 이 렌즈 하나로 어지간한 촬영은 다 해먹을 수 있는 올라운더 표준줌, 거기에 동급 최고의 화질이면서도 동급 최저 중량이라는 위엄 넘치는 스펙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올라운더의 조건 중에는 강력한 접사 성능이 포함됩니다. 접사배율 0.31배이니 접사에 특화된 매크로 렌즈를 제외하면 최상급이죠.
이제 10년 가까이 울궈먹은 발전 없는 접사 세팅에 A7III를 물려보기로 합니다.
접사 테스트로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평범한 버스 모형을 찍어봤습니다. 한국 시내버스 시장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현대 에어로시티와 먼 친척 관계인 미쯔비시 후소 에어로스타의 초저상(논스텝) 사양입니다. 버스에 둘러진 데칼 테마는 틈새시장 공략으로 반다이 독점의 캐릭터 프라모델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킨 코토부키야의 역작, 프레임암즈 걸입니다.
저런 데칼 인쇄를 한 모형이 나온다는 건 일본 현지에서 저런 버스가 굴러다닌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는 버스 자체가 캐릭터화된 타요 버스 말고는 캐릭터 시내버스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말이죠.
조리개가 F16인데도 심도가 확보되지 않아 버스 전체에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데에서 짐작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이 버스의 크기는 상상 이상으로 작습니다. 실제 버스의 사이즈를 1/150로 축소한 Z 게이지 모델로 100원짜리 동전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작은 사이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저 크기에 저 디테일, 거기에 한정판이라 그런지 가격 또한 크기에 비해 상당히 비쌉니다. 저는 한국 돈으로 17000원 정도에 구입했습니다.
위의 에어로스타와 동일한 Z 게이지 규격의 레인저 2세대/4세대 펌프소방차 모형입니다. 이 중 4세대 레인저는 한국에서 2세대 라이노의 원본 모델이 되기도 했죠. 대형트럭이 주류인 한국 소방차와는 달리 일본 소방차는 듀트로나 레인저같은 소형~중형트럭을 베이스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구조공작차나 펌프차같은 사양은 메가트럭 베이스의 중형 소방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24-105G의 접사 성능은 매우 훌륭한 수준입니다만 기존에 사용하던 미놀타 A200보다는 떨어지는 수준이라 살짝 실망한 것도 사실입니다. 위의 덤프트럭 사진 두 장은 마찬가지로 Z 게이지인 레인저 덤프트럭들입니다. 풀프레임 바디에서 이 정도 접사를 기대하려면 역시 매크로 렌즈가 정답이겠죠.
24-105G를 구입하고 나서 13년 간 열심히 일해온 A200은 이제 쉬게 해주려고 했는데 Z 게이지 모형을 촬영할 일이 생기면 아마 다시 호출될 것 같습니다.
그림은 전혀 그리지 못하면서도 여러 권의 만화 작법서를 구입했습니다. 그 이유는 액션 피규어들의 포즈를 참고하기 위해서죠. 여기서부터는 제 블로그의 공무원 중 하나인 리볼텍 시리즈 아리스 씨와 함께 포즈 연습 겸 24-105G를 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색감이 들쭉날쭉한 것은 A7III의 화이트밸런스 검출 성능을 시험 해보겠답시고 화이트밸런스를 백색 우선 자동으로 두었다가 발생한 사태입니다. 다시는 인공광 조건에서 자동 화이트밸런스로 깝치지 않겠습니다...
조리개를 F5.6까지 개방하니 부담스러울 정도로 심도가 얕아지는군요. 그동안 컴팩트 카메라와 크롭센서 카메라만 사용하다가 풀프레임의 심도를 새삼스럽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AF 포인트를 놓쳐 초점이 얼굴이 아닌 가슴에 맞은 건 덤입니다.
만화 작법서 중 총기류 액션을 전문으로 다루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실전 전투에서의 총기 사용 뿐만 아니라 실용성은 버리고 간지만 챙기는 액션 예시도 다수 등장하는데 권총 액션은 이 실전성 제로의 액션을 다수 참고했습니다. 어차피 총검 달린 쌍권총이라는 것부터 실전성은 개나 줘버렸죠.
사실 이 포즈에서의 사진은 A컷이 따로 있습니다. 문제는 옷과 상체가 따로 움직이는 피규어 특성상 가슴이 드러나서 전체이용가 사진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죠. 결국 포즈와 구도를 약간 수정해서 유두 노출을 막긴 했는데 애석하게도 A컷에서의 역동적인 느낌은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하도 개그컷만 찍어서 새삼스러운 사실이지만 아리스 이 친구, 이래뵈도 원피스는 물론 속옷까지 탈의가 가능한 성인용 피규어입니다.
제 블로그의 사진만 보자면 아리스 씨와 해골 씨는 둘도 없는 베프인 것 같지만 원작대로라면 이런 모습일 겁니다. 아리스의 직업이 고대문명 유적을 뒤져 보물을 캐내는 모험가이니 유적 속에서 튀어나오는 살아있는 해골 몇 구의 기습공격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겠죠.
...사실 이 해골은 살아있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생기가 철철 넘쳐서 문제지만요.
가챠는 파산 등 각종 멘탈붕괴의 원인이 됩니다. 그래도 돌리시겠습니까?
...사실 우리 집 아리스 씨와 해골 씨는 위와 같은 진지한 연출보다는 이런 연출이 더 어울립니다.
24-105G를 두 달 정도 사용해본 소감은 정가로 구입했을 때 한정이긴 하지만 가격이 절대 아깝지 않은 렌즈입니다. 접사 성능도 이 정도면 합격, 앞으로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상, 접사 테스트를 빙자한 인형놀이는 여기까지입니다.
역시 해골 피규어..
여러가지 의미에서 명품입니다.
전 이거 탈착이 된다는 사실은 알았지 사고 나서 벗겨보니 옷 입혔을땐 안보이는 곳이 꽤 표현되있는거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읭..? 의문의 성인용 피규어 입문..?
액션 피규어이면서도 노출 때문에 액션 포즈에 제한이 생기는 기묘한 피규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