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즈음인가? 집 근처를 배회하던 어른 길고양이와 새끼 길고양이 한 쌍이 있었습니다.
몰골이 안 좋았기에 우리집 고양이의 먹이를 조금씩 줬고, 어른 냥이는 여전히 경계했지만 새끼 냥이는 곧 친숙해졌습니다.
그렇게 점점 커가던 새끼 냥이가 어느날 발정한 듯 하더니 잠잠해졌다가 배가 불러오고는 올해 3월 즈음 새끼 여섯 마리를 낳습니다.
(이후 "어미 고양이"로 등극)
눈 뜬 걸 보아 생후 3주 즈음에 찍은 것 같네요.
조그만한 발톱.
기어다니길 시작하자 상자 안에 넣어둡니다.
꼬물꼬물
이제 사물 인식도 어느 정도 될 때네요.
예쁜 사진이 안 찍혀서 주의 끌어봄.
상자 밖에 내놓으면 휘청휘청거리며 빨빨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우람한 우리집 고양이와 비교.
생후 4~5주 즈음.
슬슬 활발해지며 새끼들끼리 사냥 연습하기 시작.
깨물깨물
밈미?
생후 5~6주째.
행동량 감당 안되어 집앞에 작은 울타리를 쳐서 내보냅니다.
꺼내주세냥
아구아구
생후 6주째.
이제 젖도 완전히 뗀 듯하여
여섯 마리 중 네 마리는 LA시의 Animal shelter에 갖다주기로 합니다.
발발발
한 마리는 이웃의 친척에게 입양되고
한 마리는 몸이 약해서 어미와 조금 더 놔두기로 합니다.
(이후 통칭 "새끼 고양이")
원래 생후 8주까진 부모와 있는 게 좋다는데
일찍 떨어지니 새끼들에게 젖 빨리며 괴로워하던 어미 고양이도 틈만 다른 새끼들을 찾는 듯이 보입니다.
남은 한 마리에 애정을 쏟는 듯.
그리고 전혀 상관없는 우리 뚱냥이.
모래 화장실도 잘 씁니다.
무관심하던 우리집 고양이도 새끼 고양이와 잘 지내게 됩니다.
정이 들어 결국 새끼 고양이는 키우게 됩니다.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에게 중성화 및 접종도 시켜줍니다.
새근새근.
이제 좀 친해졌다 싶더니
새끼 고양이(7개월 ♀)가 틈만 나면 우리집 고양이(10살 ♂) 젖을 빨기 시작함.
바보 같은 우리집 고양이는 또 그냥 빨리고 있고.
사람이 오든 말든 벌러덩 누워자던 새끼 고양이...
어미가 길고양이다보니 집밖으로 들락날락함.
이렇게 7개월간 잘 지냈는데...
오늘 저녁 집 앞에 죽어있었다고 하네요.
어디 다친 흔적은 없고 피를 토하고 죽은 걸로 보아 못 먹을 걸 먹은 모양입니다.
사람 무릎에 눞는 것도 좋아하고,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주면 좋다고 그르렁그르렁 거리고,
쥐포 냄새 맡으면 환장하며 새소리 내는 게 웃겼는데
이렇게 가버리니 참 뒤숭숭하고 침울하네요.
이쁘네요
아... 너무 슬프네요...
좋은 주인 때문에, 무지게 다리 잘 건넜을 거예요... 치즈냥이 였던 구름이 생각 나내요... 피 토하고 죽었는데.... 휴....
저는 설령 고양이가 밖에 나다니고 싶어하더라도, 산책냥으로 키울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바깥은 사람한테도 위험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