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나홀로 뚜벅이 여행(상) 에서 이어집니다.
한라산을 내려오는 데 걸린 시간은 오르는 시간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문제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짐 찾자마자 성산항 가서 우도행 배를 타야 한다는 것.
때마침 우도에 예약한 게스트하우스 주인분께 연락이 왔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막배 시간이 한시간 단축되었다고...
설상가상, 1시간에 한 대 있는 버스까지 아슬아슬하게 놓쳐 결국 안 타리라 다짐했었던 택시를 타고 말았습니다.
게스트하우스 방값보다 더 비싼 택시비를 지불해 성산항 도착!
막배를 타고 우도에 입도하니 거진 6시.
한라산도 다녀왔겠다, 오늘은 숙소에서 푹 쉬고 내일 한 3시쯤 나가면 되겠지...했더니, 주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일 풍랑주의보라 첫 배만 뜨고 더 이상 배가 뜨지 않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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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뭐 있나요. 달려야죠!!!!!!
짧은 시간 제 발이 되어준 게스트하우스의 따릉이.
한라산 내려온 후 물 빼고 아무것도 안먹은 데다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운데도 페달에 발 올리면 거짓말처럼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더군요.
끝끝내 안장 높이를 조절할 수 없었던 게 아쉽습니다.
우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입니다.
우도 해변가에 있는 맛집들은 가게 앞, 정확히는 바다 근처에 저런 식으로 아기자기한 의자 등을 많이 설치했더군요.
거기서 사진 찍다 겸사겸사 가게로 들어오면 땡큐일 테니까요.
하지만 일찌감치 영업을 종료한 가게들과 그 와중에 폐업한 가게들을 곳곳에서 접하니 맘이 편친 않았습니다.
그리고 길가엔 야생 브로콜리(?)가 곳곳에 보이던데, 저거 설마 진짜 브로콜리는 아니겠죠...
우선 들른 곳은 우도에 찰딱 달라붙은 섬, 비양도.
섬이라지만 다리가 있어 바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한쪽에선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다른 쪽에선 백패킹이 한창이었는데요.
촛불처럼 일렁이는 노을을 보금자리에서 여유 있게 바라보는 저들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마음 속에선 해가 질 때까지 여기 그대로 머물다 가라는 속삭임이 일었지만,
제가 이날 몸을 뉘일 곳은 여기가 아니라 숙소였기에 아쉽게 발길을 옮겼습니다.
다음으로 간 곳은 검멀레 해안.
'깎아지른 듯한'이란 형용사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곳이 있었군요.
해안 아래쪽엔 동굴이 있는데, 정기적으로 동굴 안에서 음악회를 한다고 합니다.
그게 오늘이 아니었다는 게 매우 아쉽더군요.
마지막으로 간 곳은 서빈백사.
은근 길 찾기 어려워 한참 헤매다 일몰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곳의 모래는 고운 가루 형태가 아니라 아직 더 풍화되어야 할 조약돌 같았습니다.
서빈백사 모래는 반출이 금지되어 있으니 여기서 실컷 감상해야겠죠.
(모래 집어드는 걸 영상으로 찍었는데 직접 올리는 법을 모르겠군요;;)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우도에서 나온 후 용눈이오름을 보러 갔습니다.
오름 세 개가 1~2km 정도 거리를 두고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는데 시간과 체력을 보면 딱 하나만 가야겠다 싶어 용눈이오름을 골랐고,
결과적으론 매우 나이스한 선택이었습니다.
탐방로 전체에 걸쳐 100미터마다 말똥이 떨어져 있었다는 것만 빼면 말이죠.
그렇게 용눈이오름까지 정복한 후, 제주 마지막 일정으로 잡은 두맹이골목 순례를 시작합니다.
두맹이골목 일대는 지금은 퇴락해가지만 한때는 제주의 중심이었던 구도심이었다고 하네요.
아기자기한 벽화가 가득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이 사는 곳이니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조용조용히 다니고, 주민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삼가는 게 에티켓이겠죠.
마지막으로, 제주도 나홀로 뚜벅이 여행 떠날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남깁니다.
-제주도에서 나올 땐 부산행 배를 타는 것도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딱 12시간 걸리는데, 자고 일어나면 부산이란 건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우도는 묵는 것보단 아침에 들어가 오후에 나오는 게 효율적입니다.
-우도 땅콩막걸리는 요즘 보니 마트에서도 팔고 있더군요. 현지라고 딱히 싼 건 아니니 여기서 꼭 먹고 가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버스정류장 이름이 겹치는 곳이 많으니, 내가 서 있는 곳이 정말 맞는지 표지판을 보며 확인해야 합니다. 버스 어플에서 정류장 정보를 확인하고, 어플에 나온 노선이 이 정류장 노선도에 모두 나왔는지 살펴보는 습관을 들여주세요.
-한라산을 오르려면 한라산 산자락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 게 좋습니다. 다음날 조식 및 물과 김밥까지 받을 수 있고, 짐을 맡겨놨다가 내려와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라산 등반로 입구로 픽업해주는 것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한라산 진달래 대피소 매점은 폐쇄되었습니다. 물과 간식을 여기서 보급할 수 없으니 꼭 충분히 들고 가셔야 합니다. 전 물을 조금 마시는 편이라 500밀리 생수 한 병+김밥 한 줄+초코바 3개 갖고 등반했는데, 땀을 많이 흘리신다면 생수는 두 병 가져가는 게 안전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라산 등반하는길이 그늘이 많이 져있나요? 여름에 가려고하는데 햇볕때문에 걱정이라서요
어느 코스든 전반적으로 2/3 지점까지는 그늘이 더 많습니다. 마지막 1시간은 햇볕 반 그늘 반 느낌? 아, 영실코스는 능선길이 많다 보니 그늘이 적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구름이 워낙 많이 끼는 장소다 보니, 햇볕 걱정을 너무 하실 필욘 없을 것 같아요.
전 제주 사람인데 저보다 더 잘아시는 것 같네요~~~ 잘 봤습니다!! ^^
제주 사시는군요. 부럽습니다 +.+
아 저도 예~~전에 걸어서 일주한적 있는데 이렇게 곳곳에 들어가보진 않았어요 ㅎㅎ 주로 해변도로만 걸었는데 그래도 좋더라구요 젊음이 부럽습니다
저는 친구 둘과 함께 지난 21일부터 3박4일 다녀왔습니다 ㅎㅎ 노인네 체력이라 한라산 정상에서 친구들이 저를 한시간이상 기다려줬다는..... 다음에는 자전거 투어를 가자기에 체력훈련대비 자전거도 한대 장만했습니다!! 자전거 타는분들 굉장히 많더라구요 여행이란 언제나 그렇듯이 지친 삶의 영양제가 되어주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굿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