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엊그제 뜬금없이 유년기 시절에 살았던 집들은 지금 무슨 모습일까 궁금해져서, 쉬는날 순천역까지 열차로 점프했습니다.
코스는 순천역 - 순천만 - 와온해변 - 섬달천 - 덕양 - 여수 옛철길 자전거길 - 엑스포장 정문 - 구 동산동 이렇게 갔다왔습니다.
순천역에서 내린 후, 앞에 있는 죽이 메인인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여러종류의 김밥과 라면도 팔고. 죽보다는 라면이 좋아서 단촐하게 이렇게 먹었네요.ㅎㅎ
그런데 여기 죽이 메인인지라 죽은 완전 강추합니다. ㅋㅋ 순천역 앞 우여사 라는 곳이지요.
라면을 먹은 식당에서 바로 옆으로 가면 제가 1살 때부터 좀 대가리 클 때(?)까지 자란 여인숙이 있습니다.
여인숙 뒤편에 마당도 있어서 놀던 기억이 조금이나마 나네요.
1층에는 버거집이 생겼는데, 나중에 형에게 들어보니 할머니가 여인숙을 친구분께 처분하시고 여수로 내려오고, 그분이 여관도 하시면서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릴때 쯤에 버거집을 시작하셨습니다. 알았다면 밥을 저기서 먹을걸 그랬네요.ㅎ
뒤편에는 순천 역전 시장이 있지요. 근처 완구점인지 문방구인지 고무로 돌리는 작은 보트를 사서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시장을 벗어나 좀 내려가면 순천 자전거길이 나옵니다. 정비도 상당히 잘 되어있는데, 아직도 계속 공사 중이니 앞으로가 기대되네요.
지금 순천만 근처는 갈대가 만개하였습니다. 더 늦기 전에 보러 갔다오시길..ㅎㅎ
화장실이 급해서 들른 문학관역..모노레일로 갈 수 있지요. 여기서 더 내려가면 순천만입니다.
원래 가던 루트를 크게 벗어나서 다시 되돌아가던 중 갈대밭 사이로 난 산책로가 자전거 타기 아주 좋더군요.ㅎ
그곳을 벗어나서 가다가 보면 철새 관찰지가 나옵니다. 넓은 개펄을 구경할 수 있는 청정구역이죠. ㅎ
햇살이 따사로워서 잠시 흔들 의자에 앉아 순천역 던킨 도넛에서 산 것들을 먹어치웠습니다.ㅋ
자갈길과 진흙길을 지나..
와온 해변의 카페에 들러 한잔 했습니다.
와온 쪽에는 카페가 좀 있는데, 대부분 관광지 특수를 노린지라 맛없습니다. 정말로요. 그러나 여긴 예외지요.
그렇게 내려오다 덕양에 들러 어렸을 때 잠깐 살았던 시골집을 찾아봤지만, 최근 도로도 많이 바뀌고 집도 바뀌어서 못 찾겠더군요. 그냥 구경 하다가 자전거길에 있는 붕어빵 집에서 간식을 먹었네요.
위의 삼색 고양이는 붕어빵집에 눌러붙은 녀석. 제가 보니 임신한 것 같다고 하니 사장님께서 어쩐지 2주전부터 식탐이 많아졌다고 걱정하시드란....겨울을 잘 나야할텐데..
자전거길을 통해 가다보면 나오는 엑스포장 정문 근처에는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 곳이 있습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가족 4명이서 단칸방 살이를 1년 정도 했었네요. 저 집에 단칸방에 두개 정도 더 있었는데 한 방에 사는 신혼인 부부 중 누나가 그림을 잘 그리길래 보여달라고 졸랐었네요. ㅋㅋ
또 변기도 공용으로 쓰던 푸세식(재래식)인데 휴지가 없고 집주인 분께서 신문지를 잘라 쌓아놓고 쓴...ㄷㄷㄷ
어렸을 땐 저 골목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 그냥 좁디 좁은 골목이니 참 미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중학교 시절을 잠깐 보낸 곳. 할머니 소유의 2층 주택이었는데 지금은 철거하고 조립식 건물을 지어 누군가가 살고있더군요.
저 옆에 공용 화장실도 굉장히 오래 됐는데 꾸준히 리모델링 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죠. 제가 살았던 당시 저 동네의 주택 중 화장실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생긴 곳이지요.
그렇게 간단히 유년기를 회상하며 한바퀴 돈후, 이순신 광장에서 간식을 먹다가 복귀했습니다.
여담으로 저 광장부터 해양공원까지는 과거엔 쫑포라고 부르던 슬럼가였죠. 밤에는 건달들 싸우고 무서운 고딩 형누나들이 오토바이 타거나 술담배 하던....
그런 곳이 지금은 타지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곳이 된지라 신기하네요.ㅋㅋ
마지막으로 과거의 기억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있지만 잊지 않고 곱씹으면서 한살 한살 먹어가는 것 같습니다.
허접한 산책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추운데 자전거에 대한 열정이 멋지십니다 자기의 어린시절 모습 회상하며 라이딩하는 기분 새로울거같네요
네 한번 해보시길..ㅎ
참 볼거리도 많고 다채로운 코스를 돌고 오셨군요 추천입니다
감사합니다 ㅎ
30년전 기억의 조각 따라 간적 있는데 그때 느낌과 많이 다르더라구요. 그시절 그렀게 크고 엄청나던게 실제로 가보니 엄청 소소했던..ㅠ_ㅠ
네 정말 크기 체감이 차이가 심하더군요 ㅎ
라면 맛나 보이고 갈대 정말 이쁘네요. 자전거는 CX인가요?
그래블 이라고 cx랑 비슷하면서 다른 장르입니다. cx가 레이싱 지오메트리라면 그래블은 엔듀런스 지오메트리 라고 볼 수 있죠 .ㅎㅎ
ㅎㅎ 안그래도 사진 다시 보면서 그래블인가..? 이러고 있었는데 고맙습니다.
순천 자뽕 가득이네요.... 순천 여수로 저런 곳이 있다는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현재 내년 자전거도시탐방 1순위는 밀양인데... 순천, 여수가 그 다음 순위가 될 것 같습니다.. 항상 멋진 자전거여행기 올려서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천역에서 내린 후 순천만 방향으로 간 후에 와온 해변을 따라 섬달천까지 차량도 적고 해안선을 따라 가는 길이 있습니다. ㅎㅎ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