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글씨는 사설입니다.
스킵하셔도 내용이해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강원도 시골이라서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만 무려 7년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바야흐로 40도가 넘었다는 뉴스가 빈번한 2018년.
시골도 폭염을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참다 참다, 이사를 한 달 앞두고 이동식 에어컨을 구매하게 됐습니다.
재택업무 직종에 종사하는데, 도무지 그 한 달을 못 버티겠더군요.
구매전 검색 신공을 펼쳤습니다.
이동식 에어컨을 사느니
차라리 창문형 에어컨을 사라는 권고의 글들이 많더군요.
고민에 들어갔습니다.
제 눈에 들어오는 제품은 이동식 에어컨인데
사람들은 절대 사지 말라고 합니다.
결정장애가 강림하셨습니다.
사실 어떤 것을 골라도, 나머지 다른 것에 대한 미련이 남기 마련입니다.
오늘 살고 내일 죽는 몸이 아니잖아요.
미련이 남는 하나는 그저 즐거운 내일을 위해 킵 해두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짬짜면은 획기적이긴 하나, 한 편으론 정말 비극적인 음식입니다.
어찌 보면 그건 오늘 모든 걸 다 해결해야만 하는
내일이 없는 사람들의 음식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중국집 가면 둘 다 시키긴 합니다.
그래서 전 내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가전제품은 다릅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집안에 새로운 장식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
운동기구는 옷걸이로도 쓸 수 있지만
이동식 에어컨은 그냥 짐이 될 것 같거든요.
하지만 ! 내면에 숨겨든 유니크함을 쫓고자 하는 마음은
우리를 명품에 이끌리게 하고
희소가치가 높은 물건에 끌리게 합니다.
모두가 Yes를 외칠 때 No를 외치는 자들의
작지만 굳은 결심을 저는 마음에 들어 합니다.
후후, 이것이 허세 가득한 자의 기본 소양입니다.
우리는 호기심에 시도한 위험한 도전이
상당히 좋지 못한 결말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 순간 지루한 일상에 지쳐
자극적인 것을 찾아 나서는 우리는 그런 것 따위는 개의치 않곤 합니다.
그중 가장 안전하면서도 적절한 충격을 안겨주는 것이
남들이 쓰지 않는 제품을 굳이 사서 뜯어 고쳐보는 일입니다.
음... 제품 사용기를 쓰는데 무슨 개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개똥철학은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동식 에어컨을 사느니
창문형 에어컨을 사라는 인생 형님들의 말은 진리였던 듯싶습니다.
똑같은 에어컨임에도 이동식 에어컨은 설계적 한계로 인해
그 기능을 다 못하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이 글은 그 원인을 분석하고 실험적으로나마 대처한 사용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전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상황 상황에 맞춰 사는 ‘야매 아재’일 뿐입니다.

이동식 에어컨 A3500T02-W (대우루컴즈) 사용기
구매 가격 : 쿠폰질해서 약 42만 원
제가 이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 냉방능력 : 12,000BTU (3,500W)
- 소비전력 : 1150W
- 소음 : 54dB
창문형 에어컨(보급형)보다 다소 소비전력이 높긴 했지만
그만큼 냉방능력 또한 높았습니다.
동급의 다른 이동식 에어컨보다도 좋았죠.
어쨌든, 구매해서 설치했습니다.
개봉기 따위는 생략하죠.
이동식 에어컨 설치 전에
약 8평형의 작업실을 단도리부터 했습니다.
문틈과 창문 틈, 그 밖에도 틈이란 틈은 문풍지로 다 막았습니다.
한겨울에도 안 하던 짓을 한여름에 했죠.
냉기 유실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이동식 에어컨은 창문 쪽을 통해 배기관(덕트)을 빼야 합니다.
실외기가 본체에 합쳐진 제품이니 당연하겠죠.
▲ 참고 동영상
다만 제품에 구성된 설치용 슬라이드 부자재는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플라스틱 재질이라서 유격(틈)이 생기고
함께 동봉 된 얇은 문풍지는 한번 붙이면 떼기도 어렵습니다.
검은색 접착제 성분이 창호에 덕지덕지 남게 되고요.
한번 붙여 봤다가... 욕 나왔습니다.
이런 단순한 것에서부터 허접스러운 제품이라니.
게다가 배기관과 슬라이드 체결 부분은 공간이 좁아져서
원활한 열기 토출이 안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슬라이드 자제로 창문 막는 것을 포기하고
자작으로 창문을 막았습니다.
열기를 많이 내뿜는 배기관도 최대한 짧게하고요.

창문 옆은 10mm 폼보드(우드락)를 이용해서 막았는데
접착제나 테이프류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한 달 후 이사 갈 거라서요.
그런 걸 사용하지 않고도 공기 샐 틈 없이 잘 고정할 수 있었습니다.

설치 후 대망의 가동식을 했습니다.
처음엔 다소 큰 소음에 당황했지만, 그 부분은 금방 적응됐습니다.
비교 대상이라고 한다면, 가스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정도입니다.
전 오히려 집중이 잘되어 작업능률이 올라갈 정도였죠.
광고대로 백색소음 효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시간 정도 틀어 놓으니
바깥 온도 대비 약 10도 정도 떨어지더군요.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더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정도만 되어도 없는 것보다 낫기는 합니다.
이 더위에 감지덕지할 일이죠.
하지만 전 불만족스러웠습니다.
18도로 맞춰놓았는데
아무리 오래 틀어놔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원인은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반쯤 쳐 놓은 창문 커튼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죠.
창문 틈에 휴지를 갔다 대 보았습니다.
그렇게 꼼꼼히 막았는데도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찬 공기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밖의 뜨거운 공기가 들어와 내부 공기를 희석하고 있었죠.
그렇게 막았는데도 바깥 공기가 들어오는 이유는
배기관을 통해 밖으로 토출되는 어마어마한 공기량 때문입니다.
공기를 그렇게나 많이 빼는데, 당연히 방 안은 진공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식 에어컨의 몹시 나쁜 설계적 '단점'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제품 옆면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실외의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지 않게 하고...”
아마 이 말이 실현되도록 제대로 밀실을 만든다면
안에 있는 사람은 공기 부족으로 죽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설명, 미국이었으면 소송감입니다.
문제점 개선을 위해 작업 들어갔습니다.
제품 본체를 살펴보니 바람 들어가는 곳이 두 곳이었습니다.
휴지를 대보니 빨려들어 가려고 척 달라붙었죠.


더 유심히 살펴보니 위쪽은 필터가 있고
아래쪽은 필터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필터 있는 쪽이 찬 공기를 만들기 위해 흡입하는 곳이겠죠.
그럼 나머지 흡입구는 배기관으로 토출되는 공기를 빨아들이는 곳입니다.
저는 배관 하나를 더 만들어서 이곳과 연결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공기는 방 안이 아닌, 밖에서 흡입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남은 폼보드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과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한 달 후면 이사 가야 하고
대충 기능만 유지하면 됩니다.




투명 실리콘으로 틈도 없앴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서 에어컨 본체에 (방수 테잎을 이용) 부착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창문 옆을 막아 놓은 폼보드에 맞춤 구멍 뚫어서
딱 맞게 꽂았습니다.



다시 에어컨을 가동했습니다.
예상대로 창문 틈으로 밖의 공기가 들어오지 않더군요.
한 시간 후입니다.

와이프 : “추워!! 춥다고!!”
......대성공입니다.

ps. http://www.etoland.co.kr/bbs/board.php?bo_table=hit&wr_id=1303456
요즘 도저히 안되겠어서 알아보는데
이렇게 DIY 하는분이 있어서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