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그만두고 나온 A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해외 건설현장에 있었는데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큰 회사죠.
그리고 국내생활 2년 하다가 다시 작년에 또 해외 건설현장을 왔습니다.
이번엔 B라는 회사에서 수주한 건설현장에 왔는데 이 회사는 브랜드파워로는 A회사를 능가하는 더 큰 회사죠.
이번에 전 이 B라는 회사의 협력사로 왔습니다.
A라는 회사는 B라는 회사보다 사내 규율도 잘 잡혀 있었고, 해외현장이라고 맨날 술퍼먹고 노는 현장도 아니었으며,
체계도 잘 잡혀있었고, 시큐리티를 통한 보안 및 방범도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B라는 회사는 국내인지도는 A라는 회사보다 월등히 높은 기업이지만, 와서 보니 제 눈에는 일은 TCN들에게 다 넘기고
오늘 저녁엔 무슨 핑계로 술 한잔 하지? 하는 궁리만 하는 것 같고, 팀장들은 팀원들 불러다 휴일이고 뭐고 없이 맨날 술자리 만들고,
심지어 수주 원청회사에서 술 마시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현장 부소장이 직원들에게 금주령 메일을 보낸 후 그날 바로 본인이 팀장들 불러 술마시고,
오늘 회의가 있었는데, 끝나고 한 잔 하며 더 이야기 하기로 했다며 또 술마시고;;; (뭐 이런데가 다 있지?)
부서간 협조도 없고, 협조 요청도 몇일 몇시까지 보내달라 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막 10분전에 와서 요청하는 것도 부지기수고...
캠프 시설도 엉망인..
암튼 회사 이름값에 비해, 사내문화 및, 체계가 아주 엉망인(협력사인 제 3자 입장에서) 현장입니다.
그래도 미운정도 정이라고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이 전에 일했던 A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시 올 수 없냐고..
엄청 고민했습니다.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A라는 회사도 막상 분위기가 달라져 있을 수 있지만
제가 기억하기에
A - B현장에 비해 한국가는 시간이 짧다.
B현장에 비해 체계도 좋고, 근무자들의 태도도 성실한 편이고, 지휘계통에 있는 근무자들의 생각도 바른편.
현재 근무하는 B현장의 협력사인 지금보다 연봉이 좀 더 높고, 지금 있는 회사는 급여가 밀리는 경우가 많으나, A현장은 대기업 현채직이기 때문에 급여도 밀리지 않는다.
내가 그 현장 초반부에 일 했기 때문에, 업무 프로세스 구축에 좀 관여를 했고, 아직도 그 때 같이 일하던 TCN들이 남아있다.
캠프 시설이 양호한 편이다.
정수처리시설을 해 놓아서 물도 괜찮은 편이고, 급수도 잘 되는 편. 전기도 양호하고, 인터넷도 한국 버스나 지하철 수준에 거의 따라온다.
한국에서 보안,방범팀을 꾸려 현지 경찰 및 사설업체와 연계하에 캠프관리시 실제 총기를 들고 경계 및 보안근무를 한다.
TCN이 한국인 캠프를 들어오기 위해선 보안요원들이 지키고 있는 곳을 통과해야하고, 담벼락은 넘기 어려울 만큼 높고, 라이트가 비추고 있다.
B - 맨날 술퍼마시고, 사람 귀찮게 한다.
한국가는데도 더럽게 오래걸린다. 자동차-비행기-비행기 해서 이틀을 꼬박 가야함
연봉이 좀 더 적고, 협력사로 왔기 때문에 회사 사정상 급여도 밀릴때가 많다.
업무 협력등의 체계가 개판이다(제 3자 입장에서)
단 이곳에서 일한지 1년이 되어가는 입장에서 이곳과도 정이 좀 들었다.
다른 해외현장에서 오신 분들이 처음에 하는 말이 다 캠프가 왜 이러냐 한다.
유럽이나 북미권에서 온. 아니 심지어 인도에서 온 스텝들도, 다른방 없냐고 할 정도에 자긴 나가서 자겠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을 정도.
물은 맨날 석회질 가득 지하수에, 심지어 저수지 물을 탱크에 담아 놓기도 하고, 정수기도 없고, 그냥 1.5리터 생수더미로 모든 걸 해결하며,
전기는 맨날 딸려서 끊기고, 인터넷은 이 사람 저 사람 쓰다보면... 마지막 잎새 달린 것처럼 그냥 인터넷 연결만 해 놓은 수준의 속도.
(페이스톡도 아닌 보이스톡인데도 네트워크 경고문이 위에 뜨며 내가 말하고 상대는 5초뒤에 듣는다;)
왓치맨이라고 현지인 고용해서 아파트 경비아저씨처럼 조그만 초소에 몽둥이 하나 없이 시간나면 어디론가 사라지기 일쑤고,
TCN과 한국인들의 캠프 이동시 전혀~ 제재 하는 사람도 없고, 낮은 벽돌담 하나만이 캠프를 구분해 놨을 뿐 맘만 먹으면 언제고 한국인 캠프를 들락 거릴 수 있다.
이 글을 보신 다른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는 지금 답정너 상태라 사실 다시 A라는 회사로 돌아가려고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기업체에 취직한 적이 없어서 조심스레 말씀드리겠습니다. 공기관 일하면서 여러가지 업무를 해봤는데 무슨 일이든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더군요. 그런데 사람은 그게 아니더라구요. 결론은 일이 힘든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더라구요. SPOOLIT님도 그런 이유로 고민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라면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건 피하고 싶습니다.
일은 어떤걸 하시던 비슷할꺼 같고, 회사를 고를 때 중요한건 3가지 이지요. 사람, 돈, 비전 잘 생각하시고 판단 하셔서 좋은 직장 구하시길 바랍니다.
이미 답정너이니 조금 보태드리겠습니다. 하고 싶은건 해야죠. 지나고 나서 후회없는 선택은 없습니다. 부디 뒤 돌아서서 후회하지 않도록 선택하셨다면 직진하십시요. 이직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럽습니다.
규모가 크던 작던 사람이 가장 문제죠 당연히 A로 가는게 좋아보이고 이미 답정너 상태라고 본인도 말씀하시니 머.. 누가 봐도 답은 A 아니겠습니까?
은는..한참 전 글이었네요..ㅎㅎ;;
새롭게 회사생활 잘 하고 있습니다. 돈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람역시 중요합니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느냐.. 매일매일 짜증의 연속이냐죠. 은근 오래된 글인데도 답글 달아주시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