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 타이틀은 여섯 개나 있지만, 이쪽은 단 하나뿐. 라이벌들은 하나같이 강력해서 신참자인 나에게는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다. 여왕전보다도 훨씬 어려운 싸움이다.
그렇지만! 포기할 생각 따윈 조금도 없으니까.
심술궂은 아줌마한테도, 질투심 많은 언니한테도 절대로 지지 않아.
재투성이가 되든 진흙투성이가 되든, 끈덕기게 달라붙어서 찬스를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승리하는 건 바로 나.
용왕의 마음을 손에 넣는 사람은.
"왜냐하면......나는 신데렐라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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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이 끝나고 약 반 년 만에 나온 <용왕이 하는 일!> 신간입니다.
지난권 감상전에서 예고된대로 드디어 긴코와 야샤진 아이가 맞붙는 여왕전이 시작됩니다.
여왕전의 곁다리로 6,7권에서 잠깐씩 언급되었던 오이시 미츠루 옥장의 타이틀 방어전 이야기도 슬쩍 나오고요.
사실 시기적으로 보면 여왕전과 3단 리그가 동시에 진행되야 하지만, 작중에서는 초반에 나온 모종의 이유 때문에 3단 리그가 시작하기도 전에 여왕전은 끝나게 됩니다.
11살에 여류 타이틀 보유자가 된 이래 여류기전에서 한번도 패배한 적 없는 무적의 여왕 소라 긴코.
그에 맞서는 사상 최연소 여류기사이자 사상 최연소 타이틀 도전자인 야샤진 아이.
그리고 그 둘의 대국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게 된 히나츠루 아이.
저마다의 마음이 복잡하게 얽히며 고민과 갈등 속에 빠지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대국의 끝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다들 장기 기사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조금 더 성숙해집니다.
물론 전혀 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야이치의 연애 눈치는 빼고요.
덤으로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귀엽고, 야샤진 아이는 더더욱 귀엽고, 로리콘 용왕은 이제는 심지어 서너 살밖에 안 된 여자애한테마저 플래그를 꽂습니다.
그야말로 언제나의 <용왕이 하는 일!>이라는 느낌이네요.
<용왕이 하는 일!>에는 매권마다 다양한 장기계의 에피소드들과 함께 항상 그 권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가 있었습니다.
이번 권의 주제는 굳이 말하자면 나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왕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게 된 야샤진 아이.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몰이비차를 포기한 오이시 옥장.
그리고 긴코를 이기기 위해 긴코처럼 되려고 했던 또 한 명의 여류기사.
입장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같은 고민을 품었던 세 기사들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결말로 겹쳐지게 됩니다.
남을 흉내내는 게 아닌 진실된 자신과 마주보는 것의 가치와 소중함.
진부하다면 진부하지만 청춘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죠.
이런 청춘 분위기 덕분에 장기뿐만이 아니라 잠시 정체되어 있던 연애전선 쪽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두 명의 아이의 관계는 라이벌이라기에는 뭔가 부족했죠.
장기 쪽은 여류기사로서 똑같이 출발했는데도 어느새 야샤진 아이 쪽이 부쩍 앞서게 되었고
반대로 연애 쪽은 야샤진 아이가 제대로 링에 오르지도 않은 사이에 히나츠루 아이가 차곡차곡 기정사실을 쌓아둔 상태.
두사람 모두 야이치의 제자지만 야샤진 아이는 장기에만 몰두했고 히나츠루 아이는 장기보다 잿밥(...)쪽에 관심이 있었던 결과겠죠.
서로 맞물릴듯 맞물리지 않던 두 명의 아이는 그러나 이번 권의 사건을 통해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됩니다.
장기로 지고 싶지 않다는 승부사의 마음.
너무 가까이 있는 바람에 오히려 깨닫지 못했던 연애감정.
결국 마지막에 두 명의 아이는 연애와 장기 양쪽 모두에서 서로를 라이벌로서 받아들이게 됩니다.
장기도 연애도 가경에 접어들고 있는 <용왕이 하는 일!> 9권.
이야기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지금은 더더욱 눈을 뗄 수 없습니다.
과연 마지막에 용왕을 손에 넣는 건 누구일지,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따라가보고 싶네요.
* 이 아래 내용에는 9권의 중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본편을 읽지 않은 분들은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권의 중심에 놓여있는 건 그 누구도 아닌 긴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편에서 긴코 시점의 서술은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야샤진 아이의 갈등과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죠.
대신 긴코는 5권의 명인처럼 야샤진 아이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절대적인 벽으로 묘사됩니다.
6권과 7권에서 혼자 고민하고 애태우던 나약한(?) 긴코는 온데간데 없고, 대신 남은 건 강철심장은커녕 아예 심장이 없는 장기의 괴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권의 긴코가 아무런 갈등도 겪지 않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작중 누구보다도 가혹한 상황에 놓여있죠.
9권에는 그런 긴코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들이 군데군데 나옵니다.
이를테면 케이카가 '긴코의 패배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추한 감정'을 깨닫고 충격을 받는 장면이 나오죠.
그리고 에필로그를 읽고 나면 첫머리에 나온 독백의 주인공이 사실 야샤진 아이가 아닌 긴코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이번 권의 소제목들은 대부분 동화의 제목들을 따온 것들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도 있고 살짝 마이너한 동화도 있지만, 그 중에서 긴코가 독백하는 첫장의 제목은 그녀의 별명인 '백설공주'가 아닌 '인어공주'였습니다.
에필로그에서 긴코가 스스로 설명한 것처럼, 그 의미는 분명합니다.
오로지 장기로 야이치와 대등해지기 위해서 다른 모든 걸 포기했지만, 그 때문에 솔직해질 수 있는 기회마저 스스로 포기하고 만 긴코 자신이죠.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9권을 다시 읽어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새로운 신데렐라 야샤진 아이를 응원해주는 장기 팬들은 긴코 입장에서는 여왕이 추락하는 순간을 기대하는 잔혹한 구경꾼들일 뿐입니다.
다른 여류기사들 역시 자신들이 한 번도 뛰어넘지 못한 긴코를 야샤진 아이가 대신 쓰러뜨려 주기를 응원하고 있죠.
자신 이외에는 전부 쓰러뜨려야할 적인 장려회 회원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츠키미츠 회장이나 키요타키 스승같은 장기계의 대표들은 물론 공정한 대국을 위해 중립적이지만, 오가 사사리의 대사나 간접적인 정황 묘사는 장기계의 흥행을 위해서 슬슬 긴코가 패배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비춰집니다.
그나마 온전히 긴코의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케이카 뿐이지만 그녀에게는 긴코를 직접 지지해줄 힘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야이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운을 내게 해줄 뿐.
그 야이치마저 막상 여왕전이 시작되자 한마디 격려도 없이 긴코를 딱 잘라버리고 제자의 편을 들죠.
전통을 중시하는 장기 기사로서는 스승의 책임을 다하는 바람직한 자세일지 몰라도, 이 세상에서 오직 자기만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남자로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행동이지 않을까 싶네요.
야샤진 아이의 입장에서 9권은 하나의 끝맺음과 새로운 희망어린 출발의 이야기지만
긴코의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끝나지 않고 시작되지도 않는 평범한 일상, 날마다 계속되는 지옥에서 보낸 흔한 일주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이런 지경인데 만약 본격적으로 3단리그 이야기가 시작되면 대체 어느정도로 마음고생을 할지
이 상황에서 긴코가 행복해지는 결말은 그야말로 인어공주의 결말을 억지로 해피엔딩으로 만들 정도의 편의주의적인 기적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상상도 가지 않네요.
부디 다음 권에는 이런 찝찝함을 깨끗이 날려주는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사실 긴코는 쇼기에 대한 집착과 야이치와의 승부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야이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겁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시작부터 어긋난(?) 만남이었던고로 어쩔 수 없는거 같네요.
긴코에게 있어서 쇼기가 야이치하고 긴 인연의 연결점이 되기도 하지만 연애적인면에서 최대의 장애물 같음
영원히 고통받는 긴코... 3단 리그도 그렇고 야이치 마음도 그렇고 전도다난하군요.
사실 긴코는 쇼기에 대한 집착과 야이치와의 승부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야이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겁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시작부터 어긋난(?) 만남이었던고로 어쩔 수 없는거 같네요.
긴코에게 있어서 쇼기가 야이치하고 긴 인연의 연결점이 되기도 하지만 연애적인면에서 최대의 장애물 같음
특히 이렇게 누설보면 현재 야이치-긴코의 연애전선은 가깝고도 먼관계;;; 그나마 야이치가 긴코를 이성으로많이 의식하고는 있지만.... 거기서 더 안벗어 나는거 같음요
옥장전의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나왔나요?
마지막에 야샤진이랑 히나츠루의 대화에서 살짝 나옵니다.
비중 좀 있게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삭 됐네요....
영원히 고통받는 긴코... 3단 리그도 그렇고 야이치 마음도 그렇고 전도다난하군요.
아 고민된다... 지금 이 글과 댓글을 안 읽고 댓글을 쓰고 있는데... 볼 것인가 말 것인가. 기다렸다 본편을 봐야 하나.
루리웹-9665419396
여왕 타이틀전 결과만 알고 싶으시다면 쪽지로 보내드렸습니다. 저도 일본에서 9권 전자책 산 친구한테 듣고 안겁니다.
백설공주가 아니라 인어공주?!! 그럼 긴코말고 또 누군가가 나오는건가?...
백설공주(긴코)와 신데렐라(텐짱)입니다. 작가 후기에서도 그렇고, 이번 권 콘셉트가 이거임.
제가 알기로도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구도였는데 이 글 제목보시면 어디선가 인어공주가 튀어나와 있죠...혹시 인어공주처럼 거품이 되어 사라진다거나...
이번 권 도입부에,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면서 인어공주 이야기가 언급되긴 하지요. 근데 제가 읽어본 바로는 뒤로 갈수록 인어공주 얘기는 거의 언급이 없더군요.
원작이 멀티엔딩이 되어줬으면 좋겠네요. 전파남도 그렇게 마지막 2개권을 잘 뽑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