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하르트와 가필의 아침 연습, 그것을 지켜보는 것은 사실 스바루의 일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저 현장에는 우연히 지나가던 중 결과적으로 말을 걸지 않을 수 없었을 뿐이다.
스바루에 있어서의 진정한 일과는, 이제부터 저택의 서고에서 열린다.
「― ―여, 베아트리스. 방해할게」
저택의 동관에 그 서고는 정연하게 존재하고 있다.
양첩이 달린 무거운 문을 밀어 열자, 가장 먼저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압도적인 종이의 향이다.
희미한 마법등의 빛에 비춰진 실내는 책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모두 두꺼운 책으로 빽빽히 메워져 있다.
그것은 일찍이 존재한 『금서고』에 맞먹는 장서량이라고,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일까.
이 장소가 자신이 지켜야 할 『금서고』가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그런데도 소녀가 여기에 머무는 것은 그곳에 과거의 거처의 편린을 보기 때문이다.
「― ― ― ―」
어둑어둑한 방 속, 서고의 구석에 무릎을 껴앉은 소녀의 모습이 있다.
방에 들어서면 그대로 목재 사다리에 앉아있는 것이 그녀의 정위치였다.
그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기에, 이젠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더 길어졌는데도, 위화감은 언제까지나 가라앉지 않은 멍울이 되어 스바루의 안에 도사리고 있다.
변함없이 드레스 차림 그대로의 베아트리스는 무릎에 이마를 대고 웅크려 있다.
그 자세 그대로, 소녀는 방에 들어온 스바루의 존재에도 목소리에도 꼼짝 하나 반응하지 않는다.
그저, 잠들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작은 몸을 꽉 끌어안은 손가락, 그것이 하얗게 될 만큼 힘이 깃들어 있는 것에 의해 분명했다.
과거에는 심술궂게, 그래도 당당하게 사서를 자칭하며 스바루를 영접한 베아트리스.
그 늠름한 자부와 책임이 뒷받침 된 자세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
그런 소녀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뜨고, 순간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감정을 스바루는 떨쳐내버렸다.
그리고 바보처럼 함박 웃음을 만들어 서고의 커튼을 열어젖힌다.
이곳은 금서고와 달리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다.
당연, 창문이 있다면, 문은 침입을 거부하는 결계가 될 수도 없다.
따라서― ―
「저기, 베아코. 오늘도 좋은 아침이야.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 슬슬, 곰팡이 방에 틀어박히는 건 그만두고 밖에서 건강하게 놀 기분이 되지 않아?」
「― ― ― ―」
「밖에서 놀아 드레스를 진흙 투성이로 만들고 싶지 않은 거라면, 적어도 같이 밥이라도 먹자. 예전처럼 식당에 나와서 말이야. 그 정도는, 힘들지 않잖아?」
「― ― ― ―」
커튼이 열리고, 창문을 통해 햇빛이 서고 속에 뿌려진다.
그 햇빛과 함께 노골적으로 웃어 보이는 스바루의 부름에, 베아트리스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지켰다.
무릎을 안고 있는 솜씨는 소녀를 묶어 둔 채 그대로였으며, 그것이 마치 스바루에게는 자신을 벌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기, 베아코……」
「……적당히, 닥치는거야」
「― ― ― ―」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봉합을 시도한 스바루에게 베아트리스가 돌연 말을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았으며, 거기에 쉬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그런 음성에 스바루는 안도감을 얻어 버린다.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요즘은 좀처럼 없었기 때문이다.
가라앉은 채, 한마디도 말을 나누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면 거부나 부정의 말조차 기쁨으로 이어진다.
그런 스바루의 속내를 개의치 않고, 베아트리스는 얼굴을 올리지 않은 채 말을 잇는다.
「베티는 지쳤어. 이제 포기했을까. 어머님의 말씀에도 어기고……계약도 깨버리고....그런데도, 아직 살아남아서……어째서」
「베아트리스……」
「그때, 네가, 버리고 지나갔다면……어째서, 도와주러 온거야.……누구도, 너 같은 건, 너 같은 건, 『그 사람』도, 아닌 주제에……!」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 원망의 말, 그것은 적을 수 없는 원망, 그것은 용서되지 않는 회개 ― ―.
베아트리스가 400년 동안 줄곧 홀로 끌어안아온 마음과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장렬한 각오, 그것을 짓밟은 것, 짓밟힌 것에 대한 증오다.
금서고 속에서 자신의 사명을 포기로 각오한 정령은 각오와 달리 살아남았다.
소망과 달리 오래 살았기에, 그녀에게 주어진 것은 이유를 잃어버린 삶의 시간이다.
금서고는, 활활 타오르는 저택과 함께 사라지고, 그녀의 거처는 영원히 사라졌다.
그런데도 베아트리스는 사명을 포기하고 내던졌던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것은 강한 책임감을 품고 있던 그녀의 마음 속에 사라지지 않는 상처가 되어 무참하게 남는다.
그야말로, 금서고가 불탄 그날 밤 이후 끝없이 서고 한쪽에 웅크려 계속 울고 지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렇다고 해도 ― ―,
「― ―! 놔! 놓는 것이야! 베티를, 만지지 마……!」
그 작아진 모습을 볼 수기 없어서, 스바루는 웅크린 몸을 감싸듯 껴안았다.
그 포옹에 목소리를 뒤집고, 베아트리스는 혐오와 분노를 드러내며 스바루의 목덜미에 손톱을 세웠다.
가감없이 할퀴며, 상처에 피의 물방울이 떠오른다.
그래도 놓지 않는다.
떨리는 작은 몸을 위로하듯 껴안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는 것으로 정말 위로 받고 싶었던 것은, 스바루일지도 모른다.
「왜, 만나러 오는 것이야……! 너 따위, 너 따위……!」
「네가 그렇게, 나에게 화풀이해주는 동안은 몇번이라도 만나러 올 거야. 지금은 사라지지 않도록 생각하는 후회의 불꽃도, 계속 이야기하면 언젠간 사라질지도 몰라」
「사라질 리, 없는 것이야……! 베티는!」
「나는 네가 살아줘서 기뻐. 그러니까, 또 네가 언젠가, 내 앞에서 시무룩하게 서는 걸 기다리고 있어. ― ― 그 기대도, 살아주었기 때문이야」
「― ―!」
온화하게. 최대한 진지하게 말을 다하자 베아트리스의 저항이 없어졌다.
그대로 베아트리스는 멍한 얼굴이 되어, 마음 여기 있지 못한 모습으로 흐느낀다.
그것은 더 이상 대화를 지속할 수 없게 된 증거였다.
― ― 2주일에 1번, 스바루와 베아트리스의 사이에 오가는 짜증과 방심의 교환.
끌어안은 팔을 풀자, 베아트리스는 다시 무릎을 끌어안으며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댄다.
그리고 고개를 수그리고 자신의 껍질에 숨는 소녀에게, 스바루는 더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스바루의 말은 베아트리스의 굳은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몇번이나 문을 두드리는 걸 계속하면 이윽고 열릴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 ― 그렇게 믿을 가능성, 그것이 희망이라는 것이다.
「……그때, 거짓말이라도 내가 『그 사람』이라고 말하는게 좋았을까?」
베아트리스를 남긴 채 서고를 나와, 문에 등을 맡기며 스바루는 그렇게 토로한다.
저택의 습격과 스바루의 존재에 『그 사람』에 대한 희망을 품고, 부서진 베아트리스.
그녀는 자신의 긴 사명의 끝을 각오했고, 그 여린 기대와 슬픈 체념의 모두 산산이 부서졌다.
400년, 금서고를 내줄 수 있는 『그 사람』의 방문은 기다린 소녀에게 스바루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그 사람』이라고 속여야 했을까.
그랬다면 그녀의 마음을 그 소실된 금서고와 함께 불태우지 않고 지킬 수 있었을까?
『금서고를 잃은 건 돌이킬 수 없는 일이야. 그들의 지식이 계승되지 않고 사라진 건 나로서도 통한스럽지만, 어쩔 수 없어. 너에게는 지식
보다 베아트리스의 목숨을 건진 것이 중요할 터다』
「네가 그걸 말하기엔 말이 안되지. 너만은 그걸 말할 수 없을텐데」
지나간 시간에 미련을 남기는 스바루에게 꿈의 세계에서 머무는 에키드나가 항변한다.
하지만, 그 에키드나야 말로 베아트리스에게 금서고를 맡기고, 400년의 지루한 시간을 보내게 한 장본인이 아닌가.
에키드나가 명령한 역할의 결과, 베아트리스의 마음은 허무하게 산산조각이 났다.
그런데도 ― ―,
「네가, 『그 사람』을 기다리라는 말 같은 걸 저 녀석에게 하지 않았다면……!」
『기다려 줬으면 하는데. 그건 아무리 그래도 논리의 바꿔치기가 아닐까. 나에게는 내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에, 그럴 필요가 있었어. 물론 베아트리스가 그 때문에 긴 고독을 보낸 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건 결코 내가 그 아이에게 불행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데 』
「큭……」
에키드나의 반론을 받아들이고, 스바루는 자기 화풀이를 인식해 우물거린다.
마녀의 말은 옳다.
결국, 스바루가 여기서 에키드나를 비난하는 것은 자신이 못한 것의 책임 전가를 떠넘기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 사람』이라는 건, 결국 누구였어」
『그건 안타깝게도, 나의 입으로는 밝힐 수 없어. 금서고가 소실된 이상 거기에 대해 논하는 것도 소용이 없고. 만약 그 인물을 찾아냈다고 해도, 그는 그 일을 이제 모를테지』
「그...라는 것은 남자인가」
『 ― ― 이거 입이 미끄러졌나? 하지만, 찾을 방법은 없어. 애초에, 찾았다고 해도 어떻게 하고 싶은거야? 베아트리스에 만나게 해? 아니면 네가 어떤 형태로 제재를 가하고 싶어? 그렇다면 무슨 죄로. 본인은 이미 자각할 기회도 없는데, 존재하지 않는 죄에서 누군가를 단죄할 수는 없지. 거기에 그럴 틈도 너에게는 없어』
실언, 그것을 그렇게 만들지 않는 에키드나의 변술에 스바루는 혀를 찬다.
사실로서, 마녀의 말은 무엇든지 옳다.
보이지 않는다.
재판할 수 없다.
스바루에게 그런 일에 얽매여 있을 시간은 없다.
『베아트리스는 분명히 불쌍한 시간을 보냈지. 하지만, 그건 미래에도 그렇게 된다고 약속될 이유는 되지 않아. 본의 아니게, 네가 말한 대로야』
「― ― ― ―」
『지금은 후회로 좌절하고 있다 해도, 언젠가 저 아이도 해방될 때가 와. 그렇게 되었을 때, 누군가 그 아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안되겠지. 그 누군가를, 네가, 혹은 네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될 거야. 그것이, 살아간다는 것의 가능성이다』
그것은 궤변이었다.
그것은 형편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의심할 것도 없이, 희망이기도 하다.
에키드나의 감언에 떠오른 그것은, 그런데도 스바루가 믿지 않을 수 없는 가능성인 것이다.
그래서 스바루는 계약으로 이어진 마녀가 아무리 말만 늘어놓고 있을 뿐이라고 해도, 그녀의 말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의지하고, 기댄다.
유일한 공범, 스바루의 죄를 항상 의식하고, 잊지 못하게 하는 그녀의 존재에.
「평행선인데」
『그래, 평행선이네』
결국,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스바루와 에키드나가 죄에 대해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미래에 희망을 담아, 가능성에 길이 있음을 믿고, 이상에 닿는 날의 방문을 기다리다.
설령 몇번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스바루는 역시 이 장소에 도착하는 것이다.
불타는 저택에 남으려고 필사적인 베아트리스를 끌어내고, 소녀에 금서고를 잃게 한다고 해도, 울음을 터뜨리는 날이 계속될 것을 안다고 해도, 그녀가 살아주기를 바란다.
시행 착오를 거듭하면서, 수천을 반복한 세계 속에서 아무도 죽지 않고 베아트리스를 빼내올 방법은 스바루로선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희망을 자급자족하며,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계속 걷는다.
구하고, 구함 받는다.
그 말을 미래의 양식으로, 가능성이 싹트기를 빌며, 오늘도.
※※※※※※※※※※※※※
「이-런, 거기에 계신 건 스바루님이 아-니십니까. 베아트리스가 있는 곳에서 돌아오시는 겁니까?」
「― ― ― ―」
문득, 복도를 걷는 등 뒤로 목소리가 들리고, 스바루는 반사적으로 멈춰섰다.
그 목소리와 어조를 통해 상대가 누구인지 금방 짐작이 간다.
그것만으로, 멈춰선 것을 후회되었지만 발을 멈췄기 때문에는 무시할 수 없다.
짜증을 내면서도 돌아서면 상대는 스바루의 바로 뒤에서 아무렇지 않게 서 있었다.
「로즈월, 인가」
「물론, 그렇고 말고요.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아침의 베아트리스는?」
「……오랜만에 한 마디 했어. 뭐, 진전은 향후에 바람 기대야」
「과연.……아무래도, 호되게 당한 것 같네-요」
아연한 스바루의 대꾸에 좌우 다른 색깔의 눈을 가늘게 뜬 것은 로즈월이다.
그 시선은 스바루의 목과 볼에 향하고 있다.
그곳에는 방금 베아트리스에 손톱을 세워 할퀸 상처가 아픈 남아 있었다.
「마침, 상처의 치료에는 서툴러서요. 그 상처를 달랠 수 있을 것 같진 않네요. 치유술을 사용하는 것은……베아트리스와 가필, 그리고 에밀리아님 뿐입니다만」
「전자 두 사람은 좀 어려워. 에밀리아에게 부탁하는 것도……뭐, 생각할께」
「당신이 하면 기꺼이 고쳐 주시겠지요. 아니면, 상처가 아픈 것이 지금의 당신에게는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 ― ― ―」
입이 무거운 스바루 대신 수다스러운 로즈월의 말은 하나하나 날카롭다.
특히 마지막 한마디, 그 내용에 스바루가 눈을 가늘게 뜨자 로즈월은 익살스러운 태도로 어깨를 으쓱했다.
우스운 화장에 기발한 의상, 행동와 태도는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는 로즈월이지만, 그래도 이전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스바루를 대하는 법, 태도, 그들의 뒤에 있는 확실한 경의.
그것은 로즈월이 본의 아니게 나츠키 스바루의 존재를 유용하다고 인정한 증거였다.
「허나, 걱정하실 것 없어요. 시간을 들이면, 당신이라면 반드시 돌파구를 찾아냅니다. 어떤 방법이든지 최선을 움켜쥐게 집념의 당신입니다. 베아트리스의 마음을 구하고 싶다고 바란다면, 반드시 그 방법도 손에 들어올 터.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말고요」
「꽤나 간단히 말해주는데. 그런 편리한 이야기가 아닌데 말이야」
「겸손을. ― ― 거기에, 간단하다고는 저도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단지, 그 사실은 당신의 지금까지의 공적을 흐리는 게 아닙니다, 그것 뿐인 이야기」
공손히 인사하고, 로즈월은 스바루의 공적을 정면으로 찬양한다.
사실로서, 스바루의 남다른 재능을 『사망회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스바루와 계약 관계에 있는 에키드나 뿐이다.
하지만, 그것과 비슷한 『회귀』의 남다른 재능을 파악하고 그 사실과 함께 공적을 평가하는 것은 로즈월이다.
에키드나가 현실적인 힘을 갖지 않는 이상, 올바른 의미에서 스바루를 가장 평가하는 것은 로즈월이인 것이다, 그렇게 단언해도 과언이 아니다.
「왕도, 저의 저택, 다시 왕도. 그리고 『성역』, 프리스테라. ― ― 당신은 지금까지 무엇 하나 잃어버리지 않고 오늘까지 계속 존재해왔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성과이며, 당신이 이룩한 쾌거임에 틀림없죠. 머지않아, 당신은 반드시 나의 비원도 이룹니다. 나는 그를 위한 협력을 아끼지 않아요. 마음껏 이용해주시길」
「낙관적이군.……내가 너의 손바닥에서 춤추고 있다는 확신은 없을텐데」
「그렇지만, 당신은 용의 피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소녀 ― ― 렘은 깨어나지 못하기에. 그 결론이 있는 이상, 당신은 에밀리아님을 왕으로 만듭니다. 그렇죠?」
낮게 살피는 듯한 로즈월의 눈빛에, 스바루 또한 냉혹한 눈초리로 노려본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의 급소를 맞잡은 동지, 위태로운 발판 위에서 성립하는 협력 관계다.
로즈월은 스바루의 『사망회귀』를 이용해 성취하고 싶은 목적이 있고, 그것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스바루를 유도할 것이다.
그리고 스바루는 그 속을 알고 있으면서,아직도 자고 있는 렘을 구해내기 위해 그의 의도대로 일을 추진해야 한다.
「무얼, 나쁜 거래로는 절대로 되지 않아요. 당신은 당신의, 나는 나의, 어떻게든 이루고 싶은 소망을 이룬다. 그 때문에 서로를 이용한다. 그것 뿐인 일입니다」
「― ― ― ―」
「저의 힘은 유용할 겁니다. 이 때만을 위해, 400년의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저에게 당신의 힘이 그러하듯이, 말이죠」
그 로즈월의 확신에 스바루는 반박할 수 없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성역』에서 로즈월의 배신을 알았을 때부터 나온 대답이다.
왕선에 있어서도, 그 걸음을 막으려는 장애에 대항하는데 있어서도, 로즈월의 존재를 빼는 것은 스바루 진영에게 어렵다.
설령 그가 스바루를 이용해 자신의 소원을 이루고자 기도하고 있다 하더라도.
「네가 더 솔직하게, 속내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말한다면, 나도 이런 완강하게 되지 않고 협력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야」
「유감이지만, 그것은 아마 되지 않겠죠. 당신은, 그것을 고르지 않아」
조금도 긴장감을 상쇄하기 위해서 봉합을 시도한 스바루를 로즈월이 잘라낸다.
그 내용에 스바루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 로즈월은 기이하게 웃고
「자각이 없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최우선 해야 할 사정을 반드시 전력으로 추진해요. 그래서 장애, 혹은 다리를 오므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무슨 사정이 있던 소망 같은 건 쉽게 잘라내버립니다. 그것이 됩니다, 되고 맙니다. 그렇게 이미 규정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나의 지렛대가 되었으니까요」
「― ― ― ―」
「좋지 않습니까. 저는 저의, 당신은 당신의 마음대로 소원을 이룹니다. 그걸로 닿지 않는다면, 그것을 이루지 못한 쪽의 마음이 부족할 뿐」
「……아아, 그러셔」
정신나간 집착심이 로즈월을 지탱하고 있음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근원적인 것이 어디에서 태어난 것인지를 그가 밝힐 생각이 없는 것도.
그것만을 이해하고, 스바루는 로즈월과 대화를 끊고 빠르게 걸었다.
그 마음의 단절을 나타내는 자세로, 로즈월은 걸음을 멈춘 채,
「아아, 그래. 지금 렘의 방에는 람이 있습니다. 일단, 전해두지요.」
「― ― ― ―」
그에 대한 아무런 대답 없이, 스바루는 모퉁이를 돌아 그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
「불초 여동생 때문에 일부러 걸음을 옮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츠키·스바루님」
『성역』에서의 계약 이후, 혹은 나츠키·스바루의 존재 방식이 정해진 이후, 라고 말하는 편이 어울릴 지 모른다.
저택에서도 외부에서도 무수한 변화는 피할 수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그녀의 변화는 가장 큰 것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방에 들어온 스바루에게 깊이 허리를 굽히는 것은 분홍 머리의 메이드.
앞선 발언은 틀림없이 그 람이 한 것이다.
오만불손을 그림으로 그린 성격이었던 그녀였지만, 『성역』에서의 일을 거치고, 그 이후의 다양한 일을 극복한 지금 스바루에 대한 태도는 급변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너의 그 태도에는 익숙해지지가 않는데」
「……거듭, 이전의 무례는 죄송합니다. 람의 무지와 정신으로 나츠키 스바루님에게 큰 폐를 끼쳤습니다. 그렇지만, 로즈월님과 에밀리아님보다도, 나츠키 스바루님에게 최대한의 경의를 보이라고 이르셨기에, 향후에 그럴 일은 결코 없습니다. 안심해주시길」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완벽한 시녀의 태도로 람은 스바루에게 답한다.
그 태도에는 이전까지 스스럼없음이나 친밀감이라고 해도 좋을 가까운 거리감은 조금도 남지 않았다.
그것은 벽 ― ― 아니, 벽이면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극복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그것은, 벽이 아닌 세계의 차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로즈월에 심취해, 그 존재 방식을 존중하는 램.
스바루에 대한 로즈월의 접근법이 달라진 것처럼, 람의 내부에서도 스바루의 존재 가치는 크게 변화했다.
그 결과가, 스바루를 섬길 대상으로 간주한 그녀의 태도다.
그런 람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스바루는 방의 중앙 ― ― 이 방에 들어선 이유, 침대에 누운 푸른 머리의 소녀를 바라본다.
드러 누운지 이미 2년 이상이 지나고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있는 그녀 ― ― 렘이다.
깨우겠다고 다짐하고, 그 다짐의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시간만 무정하게 그녀를 버리고 간다.
「렘에 변화는?」
「없습니다. 여전히, 계속 잠들어 있는 채로.... 고민하실 문제가 많이 있으신 가운데, 람의 우매로 마음을 졸이게 해드려 면목 없습니다」
「그런 말투 하지 마. 렘은……렘을 생각하는 게, 쓸모 없을 리가 절대로 없어. 두번 다시, 하지 마」
「― ― 네」
힘들게, 그리 명령한 스바루의 말에 람은 짧게 응했다.
그것엔 불만도 불복도 안도도 감사도 없다.
여동생, 이라고 부르는 렘에 대해 람은 실감도 없고 이해도 없다.
그녀는 형식상, 렘을 동생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아마 그 속마음에는 이미 렘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로즈월에 대한 충성심만을 근거로 삼아 버리고 있다.
그것은 로즈월의 의도에 말려든 람이 품은 소원을 잘라버리기로 선택한 스바루의 행위의 영향이 크다.
렘이 눈을 뜬다 하더라도, 그녀의 마음에 동생이 설 자리가 돌아올까.
그토록 경애했던 언니로, 그토록 끔찍히 아꼈던 여동생으로, 자매는 돌아갈 수 있을까.
「― ―. 람, 미안하지만 렘과 둘만 있게 해 줘」
「…… 알겠습니다. 용건이 있으실 때 꼭 말을 걸어주세요」
소름끼치는 상상에 이를 악물며, 스바루는 람과 한방에 있는 것이 겁이 났다.
그 떨림이 기적적으로 목소리로 나오기 전에 그녀의 존재를 이 곳에서 내쫓는다.
다행히 람은 스바루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우아하게 스커트를 올리며 방을 나갔다.
그것으로, 방에 남는 것은 스바루와 렘 단 둘이다.
「……렘」
「― ― ― ―」
침대에 누워 숨소리도 없이 호흡을 반복하는 소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희미하게 그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과, 만지면 따뜻한 피가 몸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이 장소를 찾아와 그 손을 꽉 잡고 가냘픈 맥박을 확인하는 것만이 스바루가 렘에게 할 수 있는 전부다, 스바루가 자신에게 허용한 위로의 시간의 전부다.
「……에키드나」
『 ― ― 네쪽에서 부르는 건 드문데』
침대 옆에 앉아 렘의 손을 잡은 스바루의 부름에 에키드나가 반응한다.
불리지 않는 것과, 부르지 않아도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에 자각이 있던 듯한 마녀는 감정의 온수에 잠긴 스바루의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이윽고 침묵이 십초 가량, 혹은 몇 분 이어졌을까.
「렘을 깨우는 방법은 전에 말한대로겠지?」
『물론. 그녀가 잠든 원인이 된 『폭식』의 대죄 주교에게 캐물을 것. 다만, 이건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밖에 없어. 놈들을 찾아내는 것도 어렵고, 붙잡았다고 해도 입을 열게 만드는 방법이……접촉만 할 수 있면 입을 열게 할 방법 같은 건, 너의 힘이 있다면 찾기 쉬울지도 모르겠는데』
「아아, 그래. 그렇고 말고. 그놈들을 찾아서, 붙잡아서, 입을 열어 렘을 일으킬 수 있다면 몇 만번이건, 도전할 수 있어. 그런데...」
찾을 수 없다.
『폭식』의 대죄 주교는, 증오스러운 모독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수문 도시 프리스테라에 『분노』, 『색욕』, 『탐욕』의 대죄 주교가 모였을 때조차 정작 『폭식』의 대죄 주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왜, 왜, 왜, 왜, 왜 ― ―.
「『폭식』이 안된다면 현자의 탑은? 뭐든지 아는, 『현자』 샤우라라면……」
『마녀로서 단언하지. 플레이아데스 감시탑으로 향한다 해도 너는 헛걸음을 하게 될 뿐이야. 『현자』는 너의 기대에 미치지 않아. 그러긴 커녕 『현자』는 너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마저 있어. 개죽음에 돌아가는 길은, 너도 바라지 않겠지』
부정된다.
부정된다.
나츠키 스바루의 소원은 『탐욕의 마녀』에게 정중하게.
『폭식』의 대죄 주교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현자』의 존재는 도움이 되지 않고, 벽에 부딪힌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 ―.
『 ― ― 그렇기에, 너는 용의 피를 구할 수 밖에 없는 거야』
「용의 피가 있으면, 렘을 깨어나게 할 수 있어」
『그것도 신룡이다. 그 피에 깃든 만능의 힘을 준다면, 잠에 사로잡힌 소녀의 영혼을 해방할 정도의 것은 되겠지』
에키드나의 말은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은 확신 같은 추측이었다.
확언은 피하는 자세로 있지만, 마녀의 말에는 상당히 강력한 울림이 있다.
그렇기에, 스바루는 그것이 렘을 구할 방법이라고 믿을 수 있다.
용의 피, 그것은 루그니카 왕국의 『신룡』 볼카니카가 내렸다는 비보 중 하나.
대지에 풍요를 가져다주고, 모든 병리를 멀리하고, 기적을 가져올 가능성.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왕국에서 가장 귀한 지위에 있는 존재만.
즉, 그 존재는 ― ―,
「왕위를, 손에 넣으면 닿는다」
『그렇고 말고. 그러니까 너는 그녀를 ― ― 에밀리아를, 왕으로 하지 않으면 안돼』
「― ― ― ―」
『에밀리아를 지원하고, 그녀를 지탱하고, 구하고 싶은 사람을 구하며, 그녀를 왕으로 한다. 그리고 용의 피를 손에 넣음으로서, 처음으로, 너는 렘을 구할 수 있어』
에키드나의 말이 독처럼 스바루의 뇌에 스며든다.
렘을 구하기 위해, 에밀리아가 왕이 될 필요가 있다.
에밀리아를 왕으로 하는 것은, 에밀리아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스바루가 스스로를 바쳐 반드시 이룰 목적 중 하나다.
만만세다. 에밀리아를 뒷받침하는 것이 렘을 구하는 일로 이어진다.
에밀리아를 왕으로 하는 것은 렘을 구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렘이 구하는 것은, 에밀리아를 왕으로 하고 싶다고 바랐던 스바루의 뜻의 덕분.
그러니 ― ―,
『그러니…. 』
「그만해, 바보 자식.…… 그렇게 매사에 내 결심을 흔들리게 하지 마. 왜 너는 그렇게 에밀리아를 내 안에서 낮추려고 하는 거야」
『그럴 속셈은, 없다만?』
「설득력이 없어. 몇번이고, 수십번이고 수백번이고 이 교환을 반복했어」
그야말로, 스바루의 마음을 세뇌하듯 마녀는 종종 독을 붓는다.
스바루의 목적을 바꾸어, 에밀리아의 가치를 소홀히하게 하려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스바루에게 양보할 수 없는 일선이다.
그곳을 잘못하면, 나츠키·스바루는 그동안 희생했던 자신의 시체를 짓밟을 자격을 잃는다.
「사심은 끼게하지 않을거야. 네가 에밀리아에게 어떤 원한을 품고 있다 해도」
『오해야. 뭐, 아무리 말해도 너는 안 믿으니까, 이것도 평행선이지만』
「평행선이 될 정도로 반복한 교환인데, 잘도 말하는 걸」
에키드나와 협력 관계는 이렇게 맥이 빠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마녀는 스바루의 공범자를 칭하며 실질적으로 지혜를 빌려주는 형식으로 스바루에게 기여하는 한편, 스바루의 『사망회귀』뿐만 아니라 스바루의 존재 방식도 이용하려 획책한다.
결국, 끝이 무른 부분이 있는 덕에 그 독 이빨에도 물리지 않고 지내고 있지만.
「용의 피는 손에 넣어. 에밀리아를 왕이 되게 해서. ― ―하지만, 그건 렘을 돕는 김에 할 일이 아냐. 에밀리아를 왕으로 하는 것이 렘을 구하는 것으로 연결되고, 나의 초지 관철이 바뀌지 않아. 그 점은, 틀리지 않아」
『이런 이런. 가끔 내 편의대로 춤춰줘도 불만은 없는데. 조금은 틈을 보이지 않으면, 마녀의 면목이 안 선다만』
「마무리가 허술하다……고 하기 보다 너는 아마 근본이 무른거야. 악당 역할에는 맞지 않은 거겠지. 그래서 도움을 받고 있지만 말이야」
『과연. 명심하도록 하지』
패인을 기술하자, 에키드나는 자포자기로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것을 교훈으로 다음에 활용하더라도, 아마 그녀는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성질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츠키 스바루가 어디까지나 나츠키 스바루인 것처럼.
『탐욕의 마녀』 에키드나도, 『탐욕의 마녀』 에키드나로 밖에 있을 수 없다.
어떻게 하든 바꿀 수 없는 것을 무기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인생은 배부된 카드로 승부할 수 밖에 없으니까.
「― ― 렘, 기다리고 있어. 반드시, 깨워줄께. 그걸 위해서」
― ―몇번, 죽는다고 해도.
그것은 과장 없는 각오였으며, 내놓기에는 너무 싼 도박금이다.
아무리 버려도, 다하지 않는 목숨을 낸다.
그것이 곧 각성으로 이어진다면 아무런 후회도 없다.
그것만으로, 그것으로, 그것만으로도, 좋으니까.
※※※※※※※※※※※※※
― ― 베아트리스 서고, 렘의 침실을 돌아, 거기서 일과의 마지막에 이른다.
닫혀진 방문을 스바루는 홀가분하게 노크했다.
그러자, 곧 답례로 안쪽에서 노크한다.
대답이 아닌 노크.
그에 응하듯, 스바루는 거듭 노크한다.
그러자 상대도 바로 노크.
이쪽도 질세라 노크.
상대방도 질세라 노크. 노크, 노크, 노크 ― ―.
「― ― 정말, 언제까지 할 거야! 엄청나게, 안달복달했잖아」
라고, 먼저 인내력이 소진된 것은 방의 주인 쪽이었다.
문이 안쪽에서 열리고, 얼굴을 보인 것은 은발에 남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미소녀 ― ― 그것은 절세, 모든 것을 매료시키지 않을 수 없는 최고의 미모의 구현이다.
그런 에밀리아가 붉어진 뺨을 부풀린 얼굴을 보이면, 아름다움보다도 가련함이 두드러지게 느껴져 스바루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 왜 웃는거야? 정말, 스바루는 뒤틈바리」
「뒤틈바리라니 요즘 듣기도 어려운 말이네. 게다가, 먼저 노크하기 시작한 건 에밀리아 땅인 걸. 난, 거기에 올라탔을 뿐이고」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구나. 흐응, 딱히 상관없지만. 그렇다면 스바루를, 방에 못들어오게 할 뿐이니까」
실실 웃는 스바루의 말에 에밀리아는 삐친 얼굴로 문을 닫으려 했다.
그 모습에 스바루는 황급히 문 틈새로 손을 넣고 ― ―,
「아얏-!」
「아! 스바루, 괜찮아!?」
손가락이 끼여 요란하게 비명을 지르는 스바루의 목소리에 에밀리아가 튀어나온다.
황급히 방에서 뛰어나온 그녀는 날카로운 통증을 호소하는 스바루의 오른손을 급히 잡고
「함」
「잠깐, 에밀리아 땅!? 너무 대담한 거 아냐!?」
「아에우니까, 자시 조요히 이서줘」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묻지만, 남보라빛 눈동자를 날카롭게 뜬 에밀리아의 서슬에 기가 죽는다.
그 에밀리아의 얇은 입술은 붉어진 스바루의 오른쪽 손가락을 물고 있다.
부드러운 입술 안쪽에서는 에밀리아의 열을 가진 분홍색의 혀가 스바루의 오른쪽 손가락의 저린 통증을 부드럽게 삭히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감촉에 움찔하며, 스바루의 등줄기에 색정적인 소름이 달린다.
「응…… 괜찮을, 까나. 스바루, 아프지 않아……는, 왜 얼굴이 홍당무야?」
「남자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이유라고 할까, 뜻밖의 전개에 큰 혼란이라고 할까……아니, 괜찮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이걸로 나도, 살아갈 수 있어」
「― ―? 잘은 모르겠지만, 치유 마법을 걸어둘테니까?」
빨아준 손가락을 내세우며 머리를 낮추는 스바루에 에밀리아는 당황 얼굴이었지만, 그녀는 이내 의식을 바꾸어 스바루의 그 손가락을 연한 파랑의 파동으로 치유했다.
에밀리아의 혀로 잦아들고 있던 통증이 그 치유 마법에 의해서 완전히 낫는다.
남은 것은 그녀의 침에 젖은 손가락을, 스바루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그것 뿐이다.
「옷으로 닦는 건……아니, 그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다고 해서, 이걸 당당하게 핥는 건 역시 상급자 뿐인가……!?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아, 미안. 침으로 더러워졌네. 꾹꾹하고, 자, 깨끗하게」
「이런 ― ―!? 시간 제한의 선택이었어 ― ―!?」
깜짝 놀라는 스바루를 신경쓰지 않고 손수건으로 손가락을 닦은 에밀리아는 대만족한다.
그리고 그녀는 문득, 스바루의 목덜미를 바라보고, 눈을 깜박인다.
그곳에는 치료를 하지 않은, 베아트리스가 할퀸 상처가 남아 있다.
그것을 재빨리 알아차린 에밀리아는 흰 손가락으로 살짝 그 상처를 건드리고,
「스바루, 아파보여. 이 상처, 어떻게 된 거야?」
「아, 아아, 이거? 이건 잠깐, 도중에 넘어져서……」
「거짓말」
순간적으로 포장하는 스바루의 말을 가로막으며, 에밀리아는 짧게 그렇게 말한다.
그녀는 크고 둥글게 눈을 뜬 채 스바루의 상처를 몇번이고 손가락으로 쓰다듬고, 이윽고 불쑥 중얼거린다.
「― ― 베아트리스잖아」
그렇게 말한 순간, 에밀리아의 목소리는 무감정하게 떨고 있었다.
직후, 에밀리아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것은 엄청난 양의 새하얀 힘이다.
그것은 단번에 저택의 복도를 장악하고, 스바루의 피부는 타들어가는 듯한 냉기에 어루만져진다.
공기가 얼어붙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느끼고, 스바루는 매우 당황하며,
「에밀리아! 에밀리아, 침착해! 괜찮아, 괜찮으니까!」
「― ― ― ―」
「에밀리아! 나를 봐, 여기야!」
「― ― 아」
무리하게 팔을 벌려 난폭하게 그녀의 갸날픈 몸을 얼싸안고 말을 건넨다.
귓가로 몇번이나 에밀리아의 이름을 부르며, 스바루는 입김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그 남보라빛 눈동자 속의 자신을 보면서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 에밀리아의 희미한 눈동자의 초점이 돌아오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찰나, 저택 상층을 뒤덮을 듯 퍼졌던 냉기가 사라지고 온몸을 둘러싼 압도적인 압박감도 사라져 원래대로 돌아간다.
「아, 위험했어.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면, 라인하르트가 달려왔을거야……」
「지, 지금, 나, 어……?」
「괜찮아, 괜찮답니다. 에밀리아 땅은 좋은 아이, 좋은 아이, 아무렇지도 않아요」
몹시 당황하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에밀리아에 맞춰 스바루도 주저앉는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은 머리를 끌어안고, 스바루는 침착하게 그 등을 몇 차례 두드린다.
점차 에밀리아의 호흡이 안정되고, 그녀는 쭈뼛쭈뼛 스바루의 얼굴을 보며
「미, 미안해? 나, 또 이상하게……」
「괜찮으니까. 에밀리아 땅에게 받는 민폐는 민폐가 아니니까. 이건 내가 바래서 맡는 역할이야. 안심해 줘」
「……응, 응」
말을 거는 스바루의 말에 에밀리아는 마땅치 않은 눈썹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마음이 진정한 안녕을 얻을 때까지, 스바루는 그 몸을 놓지 않는다.
― ― 에밀리아의 정서 불안정은, 『성역』에서의 『시련』을 넘지 못한 사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1의 『시련』, 자신의 과거를 엿보는 시련에서 그녀가 무엇을 보았는지는 결국 모른다.
단지, 그 가혹한 추억은 에밀리아의 마음을 깨부수고, 일어설 기력을 꺾어 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지 못한 채, 『시련』은 스바루의 손에 의해서 끝난다.
그렇기에 에밀리아 행보는 지금도 그 묘소 안에 사로잡힌 채인지도 모른다.
허나 그녀가 얼마나 거부하고 한탄하고 있다고 해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그리고 그녀가 멈춰서는 것을, 세계도. 주변도. 그 누나가 불허한다.
그렇기에. 걷는 것을 먿춘 에밀리아의 손을, 스바루가 이을 것이다.
「미안, 스바루. 나, 또 스바루에게 민폐를 끼쳐선……」
「괜찮아, 문제없음, 아무 문제없어. 오히려, 대환영이란 느낌이야」
「...후훗, 스바루도 참. 응, 고마워. 괜찮아, 가라앉았답니다」
잠깐 동안의 포옹이 있어, 에밀리아가 스바루의 가슴 속에서 얼굴을 올린다.
직후 일어서며 그녀의 온기가 떠나고, 스바루는 서운한 듯 입술을 곤두세웠다.
「유감. 조금 더, 에밀리아 땅의 부드러움을 누리고 싶었는데」
「어, 그러는 쪽이 좋아? 스바루가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나는 그렇게 하지만」
「아니, 아니, 아니, 괜찮아. 이런 건 말이야, 좀 부족한 정도로 참는 게 오래가는 법이야. 배가 부를 때까지 먹이를 준다면, 그건 단순한 가축. 나는 키우는 대로의 돼지가 되기보다 스스로 먹이를 쫓는 늑대가 되려 하거든」
「그럴지도. 나도, 스바루는 돼지보다 개에 가깝다고 생각해」
「돼지와 개가 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얼간이 같은 대화를 나누며, 스바루는 웃음을 되찾은 에밀리아에 안도한다.
다행히, 방금 전에 있던 상처의 동요는 잊어준 것 가아 안심이다.
『볼품 없군』
「닥쳐」
「― ― 에?」
「아, 에밀리아 땅에게 말한 게 아냐. 미안, 혼잣말」
갑자기 들어온 사념파에 반사적으로 답해, 에밀리아를 놀라게 만든다.
결정석 너머의 사념파는 당연히 스바루 밖에 닿지 않는다.
눈 앞에 있는 에밀리아의 상태에 혐오감도 쏟아내는 에키드나의 그 모멸과 조롱도, 스바루에게 밖에 닿지 않는다.
「조, 조용히 있는 편이 좋아? 스바루가 그게 좋다면, 열심히 조용할테니까……」
「아니라니깐! 아무렇지 않으니까, 많이 이야기하자? 이야기해줘서 좋은 걸」
「……정말로?」
불안한 듯, 에밀리아의 남보랏빛 눈동자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것에 스바루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밀리아는 무척 안도한 얼굴로 스바루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
「그럼, 가르쳐 줘, 스바루. ― ― 나, 오늘은 뭘하면 좋아?」
「― ― ― ―」
「어제는, 잘 일러뒀던 대로 계속 방에서 공부했습니다. 스바루의 말이라면 틀리지 않는 걸. 그러니까, 뭘하면 좋을지, 가르쳐 줘?」
― ― 스바루의 말대로 해, 스바루라면 틀리지 않아, 스바루를 믿어.
그 에밀리아의 말에, 스바루는 웃음의 가면이 벗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심했다.
거울 앞에서 연습한 웃음, 그 집대성이 여기에서 발휘된다.
덕분에 에밀리아는 불신을 품지 않고, 기대로 눈을 빛내며 스바루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묘소의 『시련』를 통과하는 것에 좌절한 에밀리아는, 그 마음을 스바루에게 완전히 의존하는 것으로 지키려 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사망회귀』의 힘을 이용함으로써, 스바루는 에밀리아의 앞을 막아서다 장애를 모두 완벽하게 배제했다.
에밀리아가 스바루의 말에 거역하지 않는 것을 신뢰를 얻은 것이라고 착각한 채, 지금까지 계속 해왔다.
에밀리아의 마음이 스바루의 존재를 고집하며 심히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 이미 몇번이고 『사망회귀』한다 해도 『성역』에 돌아갈 수 없게 되고 나서다.
그런데도, 스바루는 이 상황을 최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에밀리아에게 부탁할 게. 오늘 하루는 어제랑 마찬가지로 공부의 계속! 또 뭔가 큰일을 할 때는, 제대로 미리 알려줄 테니까」
「프리스테라 같은 때처럼?」
「그래, 프리스테라처럼. 그동안은 영기를 기를 것. 유사 시에 자신을 높이는 것이야 말로, 지금의 에밀리아 땅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므므, 네, 알겠습니다, 스바루 선생님! 제대로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 ―」
어딘가 농담 같은 연극을 넣는 스바루에 에밀리아도 리듬을 타며 동조한다.
경례 같은 태도로 명령을 수령한 에밀리아는, 마지막으로 조금만 말을 주저하며,
「― ―그러니까, 제대로 잘하면, 머리, 쓰다듬어 줄래?」
「― ― ― ―」
여린 눈동자로 스바루를 살피며, 불안한 듯 수줍게 말하는 에밀리아.
그 모습에 스바루는 숨을 삼키고, 한순간 정체가 태어났다.
그 순간이 앞으로 조금 더 이어지면, 에밀리아의 눈동자에 절망이 깃드게 될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다행히도, 스바루는 그러기 전에 미소를 만들어,
「당연하잖아? 오히려, 나야말로 부탁해서 에밀리아 땅의 머리를 합법적으로 만지고 싶을 정도야?」
「― ―? 스바루가 만지고 싶다면, 언제라도 만지게 해줄텐데……」
「그-러-니-까! 그것도 포상이라 안돼. 좋은 일이 있었을 때, 그것이 약속. 에밀리아 땅의 쓰담쓰담처럼. OK?」
「응, 오오- 케이」
엄지 손가락을 세워 이를 빛내는 스바루의 확인에 에밀리아도 더듬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는 서운한 듯, 스바루의 손과 자신의 손을 겹치고 있었지만 ― ―,
「그럼, 방으로 돌아갈게」
「그래, 밥은 페트라에게 전달할테니, 함께 먹자」
「응, 기다릴게. 그럼, 나중에 다시 보자, 네」
손을 흔들며 에밀리아가 방 안으로 돌아간다.
― ― 짧아진 은발이 쓸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스바루는 끝까지 어떻게든 한숨을 토하는 걸 참았다.
이윽고 소리를 내며 문이 닫히고, 스바루와 에밀리아의 연결이 물리적으로 끊어진다.
『정말이지, 추악한 것도 한도가 있어』
「― ― ― ―」
에밀리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순간, 악담을 하기 시작한 에키드나.
그녀의 혐오로 물든 말에 스바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그것이 에키드나와 어울리며 배운, 에밀리아에게 신랄한 그녀에 대한 대처법이다.
말하지 않는다,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완고한 자세를 관철하는 스바루에 마녀도 헛됨을 깨닫고 입을 열지 못한다.
에밀리아에 관해서만은 에키드나는 절대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에밀리아와 스바루의 관계는 예전과 다르지 않는 것 같지만, 그런데도 역시 다른 것이 되어 있었으며, 그것을 수정할 시간이 지금은 없다.
『말하는 대로의 인형이 되어있는 편이, 너의 목적을 위해서는 좋고 말이지』
「― ―읏」
그 지독한 지적에 목이 막히고, 스바루는 반응한 것을 후회했다.
그것은 긍정되어서는 안되는 한마디,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한마디.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 미래를 지키고, 희망을 지키고, 가능성을 지킨다.
그것을 위해, 에밀리아의 마음의 『지금』을 희생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에밀리아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바루는 자각하고 있으니까.
※※※※※※※※※※※※※
식당에서의 진영끼리 모인 아침 식사에 참여하는 것을 사퇴하자, 식사 담당을 맡은 페트라는 아쉬운 얼굴을 했지만 스바루와 에밀리아를 위한 식사를 방까지 옮겨다 주었다.
식사 중, 몇 차례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에밀리아를 지원하고, 아침 식사가 끝나면 에밀리아는 스바루에 지시된 대로 진지하게 자신의 집무 책상으로 향하는 자세다.
「제대로 스바루가 말하는 대로 해서, 훌륭한 왕이 되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렇게 기합을 넣는 에밀리아를 응원하고, 스바루는 그녀의 방을 나가다.
로즈월의 영주 업무 중 일부를 대행하며 왕선에 들어간 에밀리아의 지식은 만난 당초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노력의 성과는 갈수록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 ―,
『무엇을 한다고 해도, 마지막에는 반드시 너의 재가를 요구하지. 굉장히 재미있는 왕으로 자라나는 걸』
「닥쳐」
『이에 대한 불안은 너도 갖고 있어. 이대로, 저것을 왕좌에 앉혀도 될 것인지, 항상 흔들리고 있는 건 알아. 하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지』
에밀리아의 방을 떠나 저택의 복도를 걷는 스바루에게 에키드나가 독을 흘린다.
에밀리아의 정신이 불안정하게 되고, 왕선 당초의 뜻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반드시 루그니카 왕국의 왕좌에 오른다.
다른 무엇도 아닌, 나츠키·스바루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사망회귀』를 반복하면 온갖 위험을 그녀 앞에서 배제하고, 어떤 장애가 가로막는 다해도 물리쳐, 에밀리아의 대망은 반드시 이루어 진다
.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은 에밀리아 뿐만 아니라 렘을 구하게 된다.
에밀리아를 지지하며, 렘을 구하고, 가까운 사람들을 고통으로부터 떨어뜨린다. ― ― 그야말로, 나츠키·스바루가 마녀와 계약하며 원했던 미래 그 자체가 아닌가.
― ― 아쉽지만, 나츠키 씨. 여기서 작별입니다.
「― ― ― ―」
돌연, 고막이 아닌 기억을 떠는 소리가 나고, 스바루의 발길이 멈춰진다.
뒤를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혹시 마녀의 악취미인가 하니 그것은 그녀의 사념팔도 있을 수 없는, 좀 더 다른 기억의 요청이다.
목소리는 계속된다.
― ― 저는 말이죠, 나츠키 씨. 그래도 당신을 은인이라고 생각했어요. 큰 은혜가 있는 사람이고, 가능한 그에 보답하겠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목소리는 계속된다.
― ― 하지만, 당신의 결단을 보고 알았어요. 당신은 누구의 도움도 요구하지 않고, 그걸 넘어서 당신은 무엇이든 혼자서 어떻게든 하려고 하고, 그렇게 하고 맙니다.
목소리는 계속된다.
― ― 그래서, 이것이 제가 은혜를 갚는 방법이에요. 아마 당신은 근처에 있는 사람, 모두를 전부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될 테니, 저는 떠나기로 합니다.
목소리는 계속된다.
― ―그럼, 안녕히, 나츠키 씨. 몸 조심하시길.
목소리는 계속된다.
― ― 나는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목소리는 계속한다.
― ― 당신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 ―!」
마지막 말이 뇌리에 울리는 순간, 스바루는 힘껏 주먹을 벽으로 내질렀다.
딱딱한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지고, 스바루의 주먹이 애처롭게 갈라진다.
주먹이 피를 흘리고, 스바루는 씩씩거리며 반대 손으로 머리를 잡았다.
지금의 것은 잊을 수 없는 오토 스엔이 남긴 말이다.
『성역』을 거쳐, 마수 『대토』를 물리치고, 베아트리스를 활활 타오르는 저택에서 데려오기까지, 그 모든 것을 자신의 경험만으로 돌파한 스바루에게 오토는 그렇게 말하고 저택을 떠났다.
떠날 때의 그의 등은, 그로부터 1년 이상이나 지났지만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구하기로 선택한 스바루를 비난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를 막는 것도 할 수 없었지. 실제로, 반드시 지켜야 할 사람이 줄어드는 건 너에게 있어 다행이었을 터다』
「달라. 그런 타산적인 이유로 멈추지 않은 게 아냐. 그냥 녀석의 뜻을 존중했을 뿐이야. 애초에, 그 녀석은 여기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녀석이니까」
짐의 매입과 마녀교에서 구출된 보은.
하지만, 보은에 대해서는 용차를 날리고, 차원 장치로 날아갈 뻔한 에밀리아를 구했던 도움을 준 시점에서 거래가 아니게 되었다.
짐의 매입도 상응하는 금액을 건넨 시점에서 역시 피장파장이다.
오토 스웬이 에밀리아 진영에 협력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다.
그가 그런 이유도 없이 여기에 남는다면, 그 자신에게 있어, 보부상을 계속해나가는 것 이상의 이유가 이곳에 없다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가려 했던 그를 말리지 않았다.
거기에 오토의 『언령의 가호』는 유용하지만, 왕선을 이기는데 필수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에밀리아 진영에 관여하는 것은 『왕선』과 『마녀교』의 두가지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곳을 떠나는 것이 오토에게는 좋다.
그 후의 소문은 듣지 않았지만, 그저 2주 정도의 인연이다. 대단한 인연도 아니다.
나츠키·스바루가 목숨을 내놓고 지켜야 할 사람들과는 다르다.
「― ― ― ―」
흐른 피를 발로 밟고, 스바루는 머리를 흔들면서 걸었다.
요즘은 이런 식으로, 어떻게도 되지 않는 것에 사고를 ㅁㅁ당하는 일이 많다.
초조. 분노.
무엇보다 에키드나는 그것을 즐기는 점이 있다.
생각해야할 것이 무수히 많은 것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구애할 여유 같은 건 없다.
최적을, 최선을, 최선을, 최고를, 최대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도 ― ―,
「― ― ― ―」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쳐 스바루는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의 자신의 얼굴을 무심코 누군가 보게 해서는 안되었다.
나츠키·스바루는 침착하고, 이성적이고, 낙관적이고, 평소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존재하도록, 저택의 모든 이들에게 믿음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키고 싶은 것도 지킬 수 없다― ―.
「― ― 어라, 꽤나 다급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은데」
방으로 들어와 뒤로 문을 잠근 순간, 방 안에서 나는 소리에 스바루는 얼굴을 올린다.
스바루의 그런 과잉 반응을 힐끗 보고, 침대에 앉아 있던 『검은 여자』이 생긋 웃으며 길게 땋은 검은 머리를 살짝 손으로 쓸어올리고 있었다.
「시간대로 돌아왔을텐데, 그렇게 노려보면 곤란해지는 걸」
「― ― 엘자인가」
「네, 그대로. 『내장 사냥꾼』 엘자 그란힐데, 주인의 명령대로 이렇게 급히 찾아뵙니다. ― ― 귀찮아졌을까?」
그렇게 말하며 요염한 태도로 고개를 기울이는 것은 여성적인 몸을 아낌없이 띈 검은 의상을 입은 미녀 ― ― 요염하지만, 독사 같은 미모를 가진 암살자, 엘자다.
소리도 기색 없이 침실로 들어온 여자를, 스바루는 처음의 놀라움을 넘어선 이후엔 순순히 받아들였다.
당연하다.
그녀는 적이 아니다.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아군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군인 것이다.
무엇보다 ― ―,
「일부러 불타는 저택에서 꺼내서까지 도와준거야. 그만큼 일해줘야겠어」
「알아. 딱히 지금의 고용주인 당신에게 불만은 없는 걸. 나는 나의 취미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의뢰를 받지만……지금까지 불평은 없어」
허리에 묶여진 나이프를 뽑아, 둔한 빛을 들어 보이며 엘자는 웃는다.
그녀는 현재, 진영의 아군으로서 협력을 요청했다.
진영의 톱이며, 더럽혀져서는 안되는 상징인 에밀리아.
『검성』으로서, 공공연하게 확고한 평가를 얻고 있는 라인하르트.
그리고, 수많은 난국을 피해 제로로 만들며 살아온 나츠키·스바루.
그런 밝은 평가 아래,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스바루 일행을 대신해 엘자는 더러운 일에 손을 댈 기회가 많다.
물론, 더러운 일이라고 해도 그 내용은 결코 비열한 것은 아니지만 ― ―.
「그래서 결과는 어땠어?」
「아쉽지만, 습격한 거점에 『폭식』의 모습은 없었어. 있던 건 어중이 떠중이 마녀 교도뿐……하나도 남기지 않고, 자유롭게 해주었지만」
「아아. 그건 네 마음대로 해도 좋아.…… 하지만, 빗나간 건가」
주홍빛으로 젖은 입술을 핥는 엘자의 보고에 스바루는 얼굴을 찡그리며 한숨을 토했다.
빗나가, 또 닿지 않는다.
『폭식』의 대죄 주교를 잡기 위한 수를 몇번이나 치고 있는데, 아무리 몸부림쳐도 녀석에게 닿지 않는다.
「결국, 『탐욕』을 죽였을 뿐인가」
「거기에 『분노』는 잡혀 있지.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에게는 아닐 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보고는 알겠어. 일단, 또 적당히 대기하고 있어줘. 부탁할 일이 있을 때는 또 내가 연락할테니」
「그래. ― ― 그럼, 기다리고 있도록 할 」
엘자의 말에 상대하지 않고, 스바루는 이내 그것만 시켰다.
그것을 받아들인 그녀는 특별히 신경쓰지도 않는 듯 일어서, 창가로 향한다.
스바루의 방은 저택 3층에 있는데, 창문에서 들어온 것일까.
딱히 그 정도의 일, 그닥 놀라움도 없지만 ― ―.
「아, 기다리고 엘자. 물어볼 말이 있어」
「― ―? 뭘까, 어려운 건 모르는데」
「그렇게 큰 일은 아니야. 너, 밖에서 이쪽으로 온 거라면……숲 너머의 날씨는 어땠어? 비라던가 괜찮아?」
「날씨? 그렇네, 딱히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 조금 구름이 두꺼웠긴 해도, 흐려질 걱정은 아마 없겠지. 그게 왜?」
「아니……」
고개를 돌려, 스바루는 자기 방의 마각 결정을 바라보았다.
시각은 이미 불의 조각. ― ― 양일 7시를 돌아 이미 정오를 지났을 무렵이다.
그것만을 확인하고, 스바루는 창틀에 발을 건 엘자의 곁으로 다가가,
「부탁하고 싶은 게 생겼어. ― ― 그 나이프로, 내 목을 베어줘」
「― ― 머리, 이상하게 된 건 아니겠지」
「말해두지만 제정신으로 말하고 있다고? 필요한 거니까 부탁하는 것 뿐이야」
스바루의 발언에 드물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엘자는 사나운 기색을 분출한다.
하지만, 그것을 받고도 스바루의 자세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그 당당한 모습에, 엘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목을 베인 인간은 대개 죽는데」
「나도, 거기에 해당하는 쪽이라고 생각해. 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도 목을 베이면 죽을 거야.……정말로 괜찮아?」
「맨 처음, 너를 도왔을 때 말했을텐데. ― ― 의뢰와는 무관하게 한개만, 내 말을 듣을 것. 지금이 그때야」
거듭 청하는 스바루의 태도에 엘자는 후련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장기인 쿠쿠리 나이프를 손에 들어, 그 예리한 칼을 손바닥 안에서 돌리고,
「남길 말은?」
「아프지 않게」
「― ― ― ―」
「아, 그리고, 죽은 뒤에 내 내장은 마음대로 해도 좋으니까 저택 사람들에게는 손대지 마. 뭐, 그 때문에 라인하르트를 두고 ― ―」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엘자의 팔이 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한순간, 스바루의 시야가 깨끗하게 뒤집힌다.
그대로 빙글빙글 방안을 둘러보며, 낯익은 자기 방에 피가 튀는 것을 보고,
― ― 아아, 방 청소, 페트라에 나쁜 짓을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스바루의 목숨은 툭하고 사라졌다.
※※※※※※※※※※※※※
― ― 텅 빈 꿈에서 깨어날 때, 스바루는 언제나 답답한 감각을 맛본다.
하지만, 그곳으로부터의 해방이 이번에는 빠르다.
아마 잠의 각성과 다른 형태로 나츠키 스바루가 재구성되었기 때문이다.
「― ― ― ―」
상체를 난폭하게 튕기듯 일어나, 스바루는 땀이 밴 이마에 손을 댄다.
차가운 그것은 식은 땀이라기보다는 죽은 충격이 끌고 온 진땀에 가깝다.
어찌되었건, 스바루의 몸은 자기 방 소파 위에 있었으며, 태양빛이 창문으로 비추어졌다.
「아침, 인가」
베여졌을터인 목을 만지며, 스바루는 천천히 일어선다.
목을 돌려 혹여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을까 확인하면서 문 위의 마각 결정의 시간을 확인했다.
연한 녹색으로 빛나는 결정은 시간이 새벽임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의 아침일까, 지만 ― ―.
「― ― ― ―」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스바루는 자신의 팬던트를 만졌다.
검은 결정석이 체인으로 연결된 그것은 스바루의 현실과 꿈의 성을 잇는 통행표 같은 것이다.
손바닥에 꽉 쥔 결정석에서 뜨거운 감각과 맥박이 유입된다.
그리고 스바루의 고동이 일치하면, 보이는 것은 하얀 빛과 세계가 바뀌는 증명.
「― ― ― ―」
눈을 뜨면, 스바루는 다시 그 광대한 초원 한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뒤를 돌아보면 언덕이 있고, 화원 바로 옆에 있는 파라솔의 밑에 하얀 테이블을 앞둔 검은 옷의 마녀가 우아하게 컵을 기울이고 있었다.
언덕을 올라 마녀에게로 향한다.
「어이, 오늘은……」
「― ― ― ―」
테이블을 짚고, 우아하게 티 타임을 계속하는 마녀에게 추궁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조용히 정면의 자리를 가리킨다.
그곳에 있는 것은 빈 자리와 손님을 위해 따라진 티 컵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스바루에게 제시한, 티 타임에 참여하는 최소한의 조건 ― ―.
「제길, 마시면 되잖아, 마시면!」
혀를 차며, 컵을 잡아 스바루는 단번에 그 내용을 목에 흘려넣는다.
순간, 흘려넣어진 차의 뜨거움에 눈을 부릅뜨고,
「푸훗 ― ―!?」
「와아-!? 잠깐 잠깐! 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나?」
「시끄러워! 네가 까다로운 마녀 같은 걸 연기해서, 귀찮은 절차를 밟으려 하니까 이렇게 되는……콜록, 콜록, 커흑!」
차를 역류해 분출한 스바루에, 그토록의 에키드나도 매우 당황하며 자리를 뜬다.
그리고 그녀는 스바루의 등에 손을 대어 기침이 잠잠해질 때까지 등을 토닥거렸다.
그렇게 잠시 스바루가 콜록 콜록거리고,
「아, 차는?」
「하아, 이번은 됐어. 다시, 모처럼 마신 차를 내뿜어도 곤란하고. 거기에 테이블도 더럽힌 채 내버려두는 건 측은하니까」
입가를 닦으며, 다시 구분을 짓는 스바루에 에키드나는 고개를 가로 흔든다.
마녀는 스바루의 내뿜은 차로 더러워진 테이블을 바라보고 가볍게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테이블은 눈녹듯 풀려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이거 참, 의자에도 좀 묻어 있군. 나를 서서 이야기하게 한 인간, 좀처럼 없었을텐데……너도 냉혹한 사나이야」
「숨이 막혀 뿜었을 뿐이야. ― ― 그것보다도, 중요한 이야기다」
조롱하는 에키드나의 말을 무시하고 스바루는 손가락을 세우다.
확인해야 하는 일, 그것은 단 하나다.
「오늘은, 언제야? 키스담의 달 14일……인 걸로, 틀림없지?」
「― ― ― ―」
「에키드나?」
「조금 초조하게 보였을 뿐이야. 서두르면, 일은 달아나고 말아」
「― ― 에키드나」
마녀의 유희에 어울릴 틈은 없다.
스바루의 말에 에키드나는 어깨를 움츠리고,
「맞으니까 안심해도 좋아. 너의 『죽음』은, 너를 당일 아침으로 되돌렸어. 이번의 기점은 이날 아침으로 고정된 것 같군. 확신이 있었나?」
스바루의 질문에 답하며 에키드나는 반대로 그렇게 맞받았다.
한편, 스바루는 『사망회귀』한 것이 같은 날 아침이라고 확인해 일단 안심했다.
그리고 그 안심 그대로 에키드나의 질문에 고개를 젓는다.
「아니, 딱히 확신 같은 건 없었어. 최악, 이전의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갈까 했는데」
「전, 이라면 2달 전의 일이야. 꽤나 멋대로의 일을 했군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매번, 엘자도 놀라게 되니 이상한 기분이 되지만」
라고는 말해도, 고용주가 갑자기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하면 그 쾌락 살인자인 엘자도 정신을 의심해야 마땅하다.
그래도 비교적 매번, 바로 주저를 버리고 따르는 것으로 보아, 『사망회귀』 장치로서 그녀는 매우 우수하다.
「다만, 이번 『사망회귀』가 오늘 아침이라는 건, 그거구만」
「그렇네. 그렇게 되면……또 근시일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는듯 하군」
얼굴을 찡그린 스바루의 발언에 눈을 감은 에키드나가 동의한다.
『사망회귀』의 시작, 세이브 포인트의 이행, 그은 나츠키 스바루에게 『사망회귀』가 없으면 넘을 수 없는 고난이 닥쳐온다는 전조이다.
그리고, 그것은 즉 ― ―,
「다시 너의 힘을 빌리게 되겠는데」
「무얼, 그것이 계약이니까 말이지. 게다가, 나의 힘을 빌리는 일은 지금까지 대로 그다지 없어. ― ― 겨우, 이곳에서 너에게 참견하는 게 고작이다」
「바로 그 겨우에, 구원받는 것도 꽤 있으니까 말이지」
「……그다지, 마녀를 손바닥으로 굴리려 하지 마. 그렇게 쉽게 너의 마음대로 된다고 여겨져서는 다른 마녀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않으니까」
시선을 돌린 에키드나는 자신의 긴 머리에 손가락을 걸며, 어딘가 겸연쩍은 듯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에 스바루는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싸움을 앞두고 흐뭇한 것을 본 듯한 마음은 되었다.
「아무튼, 의지하겠어, 『탐욕의 마녀』」
「좋고 말고. 이쪽이야 말로, 너의 분투에 크게 기대하지. 가능하면, 좀 더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협력적으로 되어주면 다행이지만……」
「그것은 거절하겠어. 너의 무한한 호기심에 어울렸다간, 나의 인간성이 메마를 건 시간 문제니까. 누가 그런 무한한 선택지를 시험하는듯 한 짓거리를 할 수 있겠냐고」
「그건 유감」
그렇게 익살맞은 태도로 에키드나가 말하면, 새로운 싸움을 앞 둔 티 타임을 종료다.
생각하지 않은 형태로 『사망회귀』의 지점이 바뀌었지만, 어느 의미로 이건 선제 공격의 기회를 얻었다 해도 좋다.
「선제 공격당하기만 했던 『사망회귀』가, 설마 선제 공격에 도움이 될 줄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바루는 언덕을 내려가, 현실로 되돌아가기 위한 문으로 향한다.
그 등에 에키드나가 희미하게 목소리를 높여,
「그러고 보면」
「응?」
「『사망회귀』 지점의 변경을 이해한 것이 아니었다면, 너는 무엇을 위해 일부러 『사망회귀』를 한 거지?」
「아아. 그건 ― ―」
그것은 ― ―,
※※※※※※※※※※※※※
꿈의 세계의 문을 지나, 나츠키·스바루의 의식이 현실로 회귀한다.
「― ― ― ―」
문 위를 올려다 보면 마각 결정의 표시 시간은 아까부터 변화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현실 시간과 실제 시간의 차이에 익숙하지 않은 채, 스바루는 세면소로 향했다.
얼굴을 씻고, 이를 닦고, 미소의 형성에 고생해, 그리고 재빨리 옷을 갈아 입는다.
그리고 그것이 막 끝난 때에,
「― ― 스바루님, 일어나고 계신가요?」
방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스바루는 시간 맞았다며 소파에서 허리를 일으킨다.
그리고 방문에 손을 걸어 이쪽에서 열어 젖혔다.
「와」
「여, 안녕, 페트라. 오늘도 귀여운데」
갑자기 문이 열려 그 앞에 섰던 페트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내 그것이 스바루의 장난이라고 깨닫고 수줍게 웃었다.
「정말, 놀라게 하지 말아주세요」
「미안 미안. 그래서, 페트라. 인사는 하지 않는 거야?」
「진짜로 반성해주세요? 정말이지……네, 안녕하세요, 스바루님. 오늘도 기분 좋은 아침이에요」
경박한 스바루의 태도를 언급하지 않고, 페트라는 사랑스러운 미소를 띤 채 말을 잇는다.
그 말은 그야말로, 『사망회귀』하기 전의 아침과 똑같은 흐름이다.
그렇게 되면 그녀의 다음 발언도 같아진다.
「기분 좋은 아침, 동감이야. 오늘도 페트라가 귀여워서, 뭐라 할 말이 없어」
「또, 스바루님도 그런 말을……그래도 숲 너머 하늘에 구름이 걸려서 오후부터 날씨가 나빠질 지도 몰라요. 오늘은 마을에 쇼핑에 갈 계획이 있는데, 맑은 그대로 있어주지 않으려나」
그런 소원을 말하는 소녀, 그 말꼬리에 나이에 어울리는 얼굴이 엿보이는 것을 보고, 스바루는 무심코 웃음이 터질 뻔했다.
그것을 보고, 페트라가 뺨을 부풀리지만, 스바루는 「미안 미안」이라고 전제하며,
「그래도, 안심해, 페트라! 오늘도, 하루 종일 제대로 풀린 그대로야. 구름은 겉보기와 달리 문제 없음. 내가 단언해줄게」
「네? 정말요? 그건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알아요?」
「그거야, 물론……」
스바루의 단언에 눈을 동그랗게 뜬 페트라가 고개를 기울인다.
그런 소녀의 의문에 스바루는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다.
「― ― 그걸 위해, 결사적으로 돌아갔을 정도니까」
※※※※※※※※※※※※※
푸른 초원, 화원의 향기 나는 언덕, 흰 파라솔과 하얀 테이블이 존재하는 정위치에서, 상복 같은 검은 의상을 입은, 어디까지나 하얀 소녀가 우아하게 컵을 기울인다.
따뜻한 녹차의 맛을 혀로 즐기면서, 마녀는 도취된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목숨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지키기 위해서,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해서 내민다. 그것은 무척이나 고결하고, 고상하고, 누구에게나 칭찬 받아 마땅한 위업이야. 그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고행에 도전하다니, 점점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마녀는 자신과 계약한 소년의 모습을 떠올린다.
필사적으로 이상을 추구하며, 현실에 부딪치면서도 거스르는 것을 그만두지 않고, 『사망회귀』라는 최악의 이능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결
사적으로 계속 싸워나가는, 사랑스러운 인간을.
「― ―하지만, 『사망회귀』로 스스로의 목숨을 바쳐 주위를 지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자신의 생명을 경시한 나머지, 그대는 자신 이외의 생명의 가치를 너무 고집했어. 자신의 목숨에 가치를 찾지 않게 되었기에,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서……이번에는, 소중한 사람들의 목숨 『이외』에는 눈이 가지 않아. 그건,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단 하나에 매달린 자세는 너무나도 아둔해서.
그렇게 어리석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것은.
「― ― 너는 정말로, 나에게 있어 바람직한 사람이야」
마치 사랑하는 소녀처럼 뺨을 물들이며, 마녀는 이 자리에 없는 소년을 생각한다.
결정석 너머로, 그의 게이트를 통해서, 세계가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그리고 닥쳐오는 고통은 그를 깨부수고, 그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그는 마녀에게 의존한다.
그 정신을 강하게 유지해, 마녀의 유혹에 견딜 셈으로, 꼭두각시로 변한다 해도.
고작 날씨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사망회귀』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정신성이 된다 하더라도,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도, 안심해주길 바래. 너의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은, 나도 모든 것을 걸고 지킬 수 있도록 지혜를 내주지. 그러니, 그것을 위해 너도 ― ―」
― ― 마녀의 끊이지 않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공범자로 계속 있어주길 바란다.
고난의 때가, 불합리한 운명이 앞으로도 몇번이고 소년에게 닥쳐온다.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높은 벽이라 해도, 그럼에도 소년과 마녀는 손을 맞잡고 서로 힘과 지혜를 합쳐 극복해나갈 것이다.
그것이 『탐욕의 마녀』가 내민, 타오르는 듯한 사랑인 것이다.
「아아, 그렇다고 해도――」
소년의 게이트를 통해, 소년은 지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소년에게 지켜진 결과, 그 마음에 수많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느끼면서,
마녀는 탄식한다.
그것은 영원히 풀리지 않은 명제. 죽어서도 그녀를 놓지 않는 수수께끼.
「――사랑은 왜, 줄어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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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츠키 스바루가 나츠키 스바루를 경시하면, 그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쉽게 다루게 되고,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변명이 되어,
타인의 생명 이외를 업신여기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또, 이 루트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4장 이후를 읽는 분은 아시다시피 한 등장인물【힌트:마녀!】이 대량으로 거짓말을 치고 있습니다.
마녀라는 것들은 정말 빌어먹었어! 라는 감상이 나오면 다행.
그런데 공식에서 고양이 카페 같은 걸 하는 뒤에서 원작자가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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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읽어보고 싶었는데,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