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주문 자체가 모호한 점은 사과드립니다.
사실 명확한 개념을 잡지 못한채 내놓은 주문이라 그렇습니다.
우선 '어쩌면 야구만화를 그려야겠다'라고 생각한 계기부터 말씀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야구는 2010년 시즌부터 보다가 아마 2012년부터 잠시 끊었습니다.
그러다가 전역 후 , 2016년에 잠실야구장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뭔가 야구에 관련된 걸 그리고 싶었습니다.
무슨 뭐 열정과 패기 같은 일본의 정신력 야구에 얽매이지 않는 영역에서 출발하고 싶었기에
뭔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을까를 고민해봤지만,
그 1년 사이에선 별로 떠오른 게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5월 20일 잠실에서 엘지와 롯데와의 경기를 직관하며
6년만에 야구장에 야구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썩 괜찮아 보이는 야구만화의 형태들을 여러 개 떠올렸지만, 그려야겠다라는 동기까지는 되지 못했기에
그냥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딱 뭔가 걸리는 느낌만 있었으면..' 하는 마음가짐으로 갔습니다.
그날 선발은 임찬규였는데, 솔직히 그렇게 피칭을 잘하는건 아니었지만 6.2이닝 1실점으로 나름 호투를 했더라구요.
롯데 타선들은 한창 부진의 시즌이라 팀타율이 경기 통산 3개인가 4개정도였고요.
경기를 보고서 느낀게 어떤 야구의 참 맛을 느꼈다기보다는
그 야구 안의 선택이 결국 살고 죽는 것의 문제라는 게 느꼈습니다.
살고 죽는다..
그게 키워드로서 자리잡게 된 것은
그저 야구를 인생에 대입해 봤을 때 알수 있는 사실들이 아니라
결국 어떤 동기에 의한 선택들이 자신의 일생의 과와 실을 만든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키워드를 가지고 어떤 스토리를 구상했는지 말해보려고 합니다.
주인공 [ 강휘도 ] 는 2008년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됩니다.
그는 죽은 뒤에 연옥이라는 곳으로 가게되고,
그곳에선 악마와 천사들이 1년에 한번 7전 4승제로 야구를 펼치는 "천옥시리즈" 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기는 쪽이 연옥의 영혼들을 자기 쪽으로 더 많이 데리고 갈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에
대리 전쟁과 버금가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휘도는 아주 잠깐 야구의 세계에 발을 붙혔던 사람입니다.
야구를 했던 사람이 아니라 야구잡지 기자를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1년도 안 되서 94년 잡지가 폐간되어 직장도 잃고 중소기업에 취직하여 힘겹게 살아가게 됩니다.
98년도에는 ■■기도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그에겐 야구는 아주 찰나의 어떤 불손한 의도때문에 (중요부분이라 얘기못합니다) 접하게 된 것입니다.
그 야구를 죽어서 다시 보게되고 이윽고
'허깨비'라는 존재가 나타나 자신과 함께 환생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는 것이 이 이야기의 개요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한 얘기입니다.
만화에서 벌어지는 경기는
천국이나 지옥이나 각 진영을 대표하는 야구선수들이 모인 경기이기에
이 만화에 선수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설정 자체에 대한 모독이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의 독백이나 개인적인 장면들은 별로 넣고 싶은 생각들이 없습니다.
선수들의 개성을 살려주기 위해
선수들의 대화 비중을 점점 키우다 보며 캐릭터가 선수들 쪽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강휘도하고는 같이 어우러질 수가 없습니다.
강휘도는 야구의 본격적인 세계하고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저는 멀어질수록 본질에 더 가까이 될 수 있는 전개를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대화를 플레이로 치환하려고 합니다.
※예외: 전개 상 선수와 강휘도가 마찰이 있는 경우는 제외.
선수들은 플레이로 대화하고
작화도 그쪽으로 힘을 쓸 생각입니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인데,
경기의 점수판을 따로 미리 만들어놓은 다음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를 저 마다 세부적으로 설정하고
각 경기마다 활약을 하는 특정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빛났던
실제 경기들을 참고해 경기 자체를 모티브 삼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 야구 외적의 요소들은
야구 잡지 dugout 과 엠스플닷컴를 통해 외양적 묘사를 하고
세이버매트릭스(야구 통계학) 와 구식 야구관이 혼전되어 있는 해설자 혹은 팬들간의 대화와 언급을
선수를 설명하는 장치로서 활용하려 합니다.
저는 이런 야구만화를 그릴려고 하는데,
전달력이 딸려서 개요를 봤을 때 확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야기지만
피드백을 정중하게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어떤 느낌이 들며, 이런 느낌으로 야구에 대해 접근했으면 한다 싶은 이야기들
혹은 앞서 말한 고안했던 그 방법들에 대한 피드백을 말씀드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잘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만지소이니 그림은 더 올리고 가겠습니다.
강휘도 캐릭터 모티브는 [ 다다미 넉장 반 시계일주 ]의 주인공 [나]를 참고함.
콘티가 나오기 전에는 작가 본인도 어떻게 될 지 모르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이게 어떻게 될 지 모르고 세상 그 어떤 편집자가 와도 피드백이 어렵습니다. 심지어 콘티가 나와도 독자나 편집자들 사이에서 계속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으면 다들 그냥 지나갈 겁니다. 여기에서 최선책은 많은 사람이 읽고 싶어지는 콘티를 완성하는 거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차선책이 있습니다. 본인이 읽고 싶어하는 콘티를 한 편에서 세 편 정도 완성해 봅시다. 작가 본인의 취향에 맞을 때 까지 최소 세 번 정도는 뜯어 고친다고 생각하구요. *설정을 봐서는 이래가지고서야 읽기 괜찮을까? 싶은 작품이 콘티 단계에서 마음을 돌리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