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의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영감은 여전히 그곳에서 우주를 바라보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지구의 수명이 끝나고 천국 또한 자취를 감췄음에도
본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 모든 것이 고통이었지만
영겁의 시간 속에 그 고통조차 익숙하게 되었다.
존재라는 근원적인 고통은 여전히 있었지만,
영감은 주어진 환경을 넘어 새로운 것을 선택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의 의식은 여전히 움직였고 세상의 지식을 유입할 수 있었기에
그는 우주를 철저히 인식하고 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보이는 범위 내에서만 우주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관찰을 수도 없이 반복하다 보니
영감이 인식하는 세상의 범위는
가시광선을 넘어 자외선과 적외선, 우주선과 배경복사에 이르는
세밀한 부분까지 확장 되었다.
지옥의 인식은 육신이 아닌 관념의 것이었기에
의지라는 것을 통해 인식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인식의 확장 과정 속에서 영감은,
이 지옥에서도 의지를 이용하면 충분히 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육신과 비교하자면 그것은 한 없이 길고 지루한 과정이었고,
오랜 기간 집중과 몰입을 해야지만 발현될 수 있었다.
길고 긴 명상과 집중 끝에, 영감은 본인의 존재를 1cm 옮기는 데 성공했고
그러는데 약 백 만년의 시간이 걸렸다.
느리긴 했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운동 능력의 증가는 가속도가 있는 것이어서
처음 백 만년 동안 1cm 이동했던 것이 다음 백 만년에는 2cm로 늘고,
그 다음에는 4cm로 늘면서 꾸준히 운동의 효율성을 높여 나갔다.
그렇게 수 억년을 집중한 끝에 드디어 영감은 인간이 걷는 속도로
본인의 존재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뚜벅뚜벅 발소리는 나지는 않았지만 영감은 우주를 거닐었다.
고통에 겨웠던 지난 지옥의 삶과 비교하면 엄청난 도약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영감에게 충분하지 않았다.
영감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우주를 거닐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