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35도 25분, 동경 130도 58분
미해군 태평양함대 테스크 포스0(TF0)
기함 CV-67 존 F. 케네디 소속
미해군 F/A-18 호넷 워커4
고도 20,000ft에서 백파이어와 대치 중이던 로버트 펄크스 소령은
갑자기 계기들 사이에서 빨간불이 들어온 것을 보곤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는 뇌가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헬멧에 장착된 헤드폰에서 편대장인 존슨 소령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What the fuck!!!
Missile contact bearing 3-5-1!!!
Missile in 78miles!!!
2분대는 백파이어에게 한방씩 먹여주고 바로 미사일 회피에 주력한다!
1분대는 쓸데없는짓하지 말고 앞가림이나 잘해!
존슨 소령이 거의 랩을 하듯 빠르게 말을 뱉어내자
로버트 펄크스 소령은 깜짝 놀라서 TWS(위협경고시스템)을 바라보았다.
TWS(위협경고시스템)에 표시된 미사일의 방향은 11시쯤이었다.
로버트 소령은 HUD에서 백파이어와 사각형이 겹친 상태에서 반짝거리는 것을 확인하곤
냅다 소리를 질렀다.
-Workers SQ2, We are red and free! Worker4, fox three!!!
(워커 편대 2분대, 표적조준완료. 워커1, 팍스 쓰리!!!)
로버트 소령이 조종간에 있던 빨간 단추를 누르자 암람 한발이 파일런을 빠져나가
희뿌연 연기를 흩날리며 목표를 향해나아갔다.
-Worker5, fox three!!!
-Worker7, fox three!!!
-Worker6, fox three!!!
2분대 소속의 다른 호넷 3기가 거의 연속적으로 'Fox three'를 외치자
암람 세발이 하얀 연기를 날리며 기체에서 빠져나갔다.
-Worker5, 미사일이 방위 3-5-3에서 접근 중! 초당 2km의 속도입니다!
"젠장, SA-N-6인가보군.
48N6일 거야.
암람의 레이더 통제가 끝나는 즉시 개별 회피기동에 들어간다!"
-Roger!
SA-N-6은 러시아의 함대공 미사일로써 초당 2km의 속도로 날아가는 함대방공용 미사일이다.
나토코드 'Grumble'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미사일은
원래 90km의 사거리를 가진 3M41이었으나
1990년 이후 사거리 150km 이상으로 개량된 48N6으로 대체되었다.
로버트 소령은 암람의 전투기의 레이더 유도가 끝나자
바로 조종간을 왼쪽으로 꺾으면서 밀었다.
이에 로버트 소령의 F/A-18은 왼쪽으로 하강선회를 하기 시작했다.
-Worker5! 4 o'clock, one missile in 60miles!!!
"젠장, 쫄지마! 훈련에서 한 대로 회피기동에 들어간다! 재밍이상없나?"
-Worker5, 이상없다!
로버트 소령은 각종 계기반 왼쪽에 'ECM'이라는 램프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였다.
이젠 미사일이 알아서 떨어져나가길 빌면서 열심히 회피기동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회피기동을 제대로하기엔 미사일 속도가 빠른게 문제이긴 하지만...
"Worker4, Launch chaffs!!!(채프 발사!!!)"
-Worker6, Launch chaffs!!!
미사일대응체 패널에서 셋팅된 것처럼
로버트 소령의 F/A-18에서 얇은 금속편들이 세 번 발사되었다.
발사된 채프들은 허공에서 떠돌며 미사일을 기만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Worker7! 6 o'clock, two missiles in 41miles!!! God damn it!!!
워커7의 절규에 로버트 소령은 얼른 고개를 돌려서 워커7을 찾기 시작했다.
편대 오른쪽에 있던 워커7은
빠른속도로 쫒아오는 미사일 2발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이리저리 선회하였으나
미사일은 워커7이 도망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Worker7! 뒤에 미사일 두 개가 붙었다! 당장 채프를 사용하라!"
-Roger!
로버트 소령은 자신을 쫒아오는 미사일을 계속 견제하면서
연신 워커7 뒤에서 시뻘건 연기를 내뿜으며 추격하는 미사일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채프를 발사하지 않은건지 미사일 기만에 실패한 건지 모르겠으나
미사일 2발은 여전히 워커7의 F/A-18의 꼬리를 물고 있었다.
-Worker4! 분대장님 뒤에도 미사일 한발입니다!
"젠장, 나도 알고 있어!"
로버트 소령은 자기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다시 하강선회를 하면서 채프를 뿌려보기로 했다.
"Worker4! Lauch chaffs!"
로버트 소령의 기체 꼬리부분에서 채프가 빠져나가자마자 로버트 소령은 조종간을 세게 밀었다.
미사일의 추적을 피해 채프를 등지고 급강하하던 F/A-18은
로버트의 조종간 움직임에 따라 이번엔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어뢰나 미사일에 대응할땐 디코이나 채프, 플레어 같은 대응체를 사용한 뒤
그곳에서 재빨리 빠져나가야한다.
그래야 미사일이 제대로 혼동할 수 있다.
그 순간 헬멧의 헤드폰에서 귀가 먹을 정도로 들려오던 경고음이 사라졌다.
미사일이 채프에 속은 것이었다.
-Worker4, Worker6! 그쪽 후방에서 폭발입니다! 미사일이 기만된 겁니까?
"Worker6, Worker4! 미사일이 기만된 것 같다."
급상승과 급하강을 반복하던 로버트 소령이
기체의 평행을 되찾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에
헤드폰에서 워커7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Worker7! 7 o'clock, two missiles in 10miles!!!
-Worker7, Worker6! 채프는 뒀다 팔아먹으려고 안쓴거야? 빨리 탈출해!!!
-Roger!!! Worker7! Eject! Eject!(탈출! 탈출!)
워커7이 탈출한다는 말에 로버트 소령은
다시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 워커7의 F/A-18을 바라보았다.
워커7과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웠던지 탈출을 위해 캐노피가 튕겨져나오는 것까지 보였다.
그런데...
-Worker7! 타...탈출이 안됩니다!!!
-Worker7, Worker5! 멍청아! 다시 당겨봐!
-탈출이 안된다구요!!! Fuck!!! Jesus chr...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워커7의 F/A-18은 먼저 날아온 미사일에 후미가 날아갔고
뒤이어 날아온 미사일이 후미가 폭발하면서 생긴 화염을 뚫고
칵핏(Cockpit, 조종석)에 부딪쳤다.
그리고 남은 것은 밤하늘을 수놓는 새빨갛고도 밝은 별빛 뿐이었다.
북위 35도 25분, 동경 130도 56분
미해군 태평양함대 테스크 포스0(TF0)
기함 CV-67 존 F. 케네디 소속
미해군 F/A-18 호넷 워커1
-Worker7 is down!! Worker7 is down!!
-망할, 이 개새끼 죽어도 안떨어져!!!
-Worker3!!! Worker3!!! Acknowledge!!!(응답하라!!!) Worker3!!!
아까 전까지만해도 긴장감에 사로잡혀있던 무전 채널은
순식간에 고함소리로 가득차게되었다.
존슨 소령은 좌우를 둘러보면서 편대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Workers, Worker1! 1분대 모두 괜찮은가?"
-Worker1, Worker2! 워커3가 당한 것 같습니다.
"Worker8, Worker1! 기체상태는 양호한가?"
-Worker1, Worker8! 양호합니다.
존슨 소령은 F/A-18 8대 중 3대가 격추됐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사실 3대 격추 정도만해도 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지만...
"1SQ, Worker1! 워커8은 적함대의 좌측에서 접근한다!
워커2는 내 뒤를 바짝 쫒아와!"
-Roger!
-Roger!
존슨 소령의 F/A-18이 우측으로 선회하자 워커2가 그 뒤를 쫒아가고
편대의 가장 막내인 워커8의 헤럴드 에이드 대위는 좌측으로 날아갔다.
-비익, 비익, 비익!
"젠장, Missile contact bearing 3-5-7 in 70miles!
목표재보정은 생략하겠다!
모두 하푼 셋팅 확인하라."
락온 경보가 울리자 존슨 소령은
다시 한번 하푼의 비행경로와 레이더 작동시기 등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죽을땐 죽더라도 미사일은 날리고 죽을 작정이었다.
"워커8은 키로프 급 좌측의 우달로이 급을 맡아라!
워커2는 우측 슬라바 급을 맡는다!"
-Wilco!
존슨 소령이 워커2와 워커8에게 표적분배를 해주고
마지막으로 하푼에 대한 목표설정을 하려는 찰나에
헤드폰에서 터져나오는 워커2의 비명소리가 존슨 소령의 귀를 찔렀다.
-Worker2!!!
3시 방향에 있던 미사일이 절 조준한 것 같습니다!
거리 11마일!
"산개해! 개별 회피기동에 들어간다!"
미사일이라는 말에
존슨 소령은 조종간을 대각선 방향으로 밀면서 미사일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거리가 11마일밖에 안되는 것으로보아 이미 발사된 미사일이 목표를 바꾼 것 같았다.
그는 존슨 소령의 F/A-18을 바짝 뒤쫒아오는 워커2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워커2도 미사일의 위치를 파악했는지
존슨 소령의 F/A-18의 아랫쪽으로 스쳐지나가듯 하강비행을 하며
채프를 뿌리기 시작했다.
"Worker2! Worker1!
그렇게 계속 채프를 이용해! 미사일이 네 바로 뒤에 있다!"
-Roger!
존슨 소령은 혹시 다른 미사일이 자신을 향해 방향을 바꾸는 건 아닌가 싶어서
얼른 TWS를 살폈다.
그러나 존슨 소령을 향해 접근하는 미사일은 66마일 밖,
11시 방향에서 접근하는 미사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God damn it!!! 3 o'clock one missile in 6miles!!!(3시 방향, 거리 6마일에 미사일 한발!!!)
3시 방향에서 미사일이 나타났다는 보고에 존슨 소령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순간
순식간에 무언가가 날아와 호넷의 동체에 꽂혔다.
그것은 호넷의 동체를 눈깜짝할 사이에 찢어놓곤 강한 화염을 만들어냈다.
-Worker1, Worker8! 괜찮으십니까?
"..."
존슨 소령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동료인 워커2가
자신의 바로 앞에서 무언가가 마치 화살과 같이 동체에 꽂인후
화염에 휩싸이는 광경을 목격한
그는
거의 정신이 나가있었다.
그는 화염에 휩싸여 이즈 제도 앞바다로 떨어지는 워커2를 보면서
투명바이저를 올리곤
땀범벅이된 얼굴을 닦아내었다.
-Worker1!!! Worker1!!!
"...Worker2 is down...Shit!!!
헤럴드! 아까 내가 지시한 대로 공격한다.
몽땅 퍼붓고 퇴각한다!
알겠나?
쓸데 없이 목숨을 버릴 필요는 없어. 여의치 않으면 탈출한다. 알겠나?"
-Roger.
존슨 소령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엔 오직 레이더에 잡히는 수상 목표물과
적 함선들이 내뿜는 레이더 시그널을 종합하여 알아낸
키로프 급에게 하푼을 꽂아 버릴 생각만 가득했다.
-Worker8, Worker1. 목표는 방위 0-0-1에 위치한 슬라바 급. 목표와의 거리 66마일.
"Copy, Worker8, Worker1. 목표는 방위 정면에 위치한 키로프 급. 목표와의 거리 67마일."
존슨 소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아니 망각이라기보단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는 침착하게 생략하겠다던 목표재보정까지 마친 뒤
조종간의 빨간 버튼에 엄지손가락을 살포시 얹어놓았다.
"헤럴드 준비되었나?"
-준비됐습니다.
계기반의 레이더 디스플레이 옆의 무장 디스플레이엔
하푼의 모든 발사과정이 끝났다는 표시가 떠있었다.
존슨 소령은 레이더에 표시된 키로프 급을 바라보며 천천히 빨간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