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35도 25분, 동경 130도 58분
미해군 태평양함대 테스크 포스0(TF0)
기함 CV-67 존 F. 케네디 소속
미해군 F/A-18 호넷 워커4
"망할, 개자식들!
다 족쳐 버릴 테다!
남아있는 워커 2분대원들은 즉시 보고하라!"
-Worker5, 저와 소령님만 남은 것 같습니다.
워커5가 맥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하자 로버트 펄크스 소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대의 절반이 순식간에 박살난 것이다.
어쩌면 로버트와 워커5가 워커 편대의 유일한 생존자일지도 몰랐다.
로버트 소령은
그래도 동료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공대공 레이더를 작동시켰다.
공대공 레이더엔 약 64마일 앞의 백파이어들과
방위 2-7-0 쪽에서 소·중형항공기 2개가 표시되었다.
로버트는 그것을 보곤
얼른 헬멧에 내장된 마이크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Here is Worker4! 워커 편대 생존자들은 응답바란다!"
-Worker4, Worker1. 왜 임마.
로버트의 부름에 편대장이 목이 쉰소리로 응답하였다.
이때까지 조용히 있기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존슨 소령이 살아있다는 것에
로버트 소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Worker4, Worker1. 지금 막내하고 함께 하푼을 먹여주려던 참이었다.
방금 러시아 놈들이 우리보고 꺼지랜다.
미사일 안날아오는 사이에 너희들도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어서 도망가기나해!
"싫습니다. 저 염병할 러시아 개새끼들 유리창에 암람을 박아주기 전까진 안도망갈겁니다!"
-야, 워커4! 내 말 안들어?
하푼이나 비우고 어서 도망쳐!
이따 귀환한 뒤에 온 몸에 멍들기 싫으면 잔말말고 후퇴해!
존슨 소령의 호통에 로버트 소령은
워커5에게 2분대 무전주파수를 바꾼다고 통보했다.
그는 부하들을 아끼려는 존슨 소령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Worker5, 난 저 백파이어 개새끼들이라도 족치러간다.
너는 어서 귀환해라."
-...안됩니다.
"뭐가?"
-...저도 함께 가야합니다.
워커5의 의외의 대답에 로버트 소령은 피식 웃었다.
그에겐 이 웃음이
자신의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인생의 마지막 웃음이 될 것 같았다.
로버트 소령은 죽는다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Okay worker5.
죽기전에 연료통이나 비워보자고. Burner on! Check speed mach1.5!"
-Wilco.
로버트 소령은 스로틀 레버를 올려 RPM을 105%까지 올리자
F/A-18 호넷의 꽁무니에 달린 두 엔진에서 에프터버너의 불꽃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600노트의 속력으로 달리던 2기의 F/A-18 호넷은 어느새 음속을 넘어있었다.
-이 자식들 반응이 꽤나 둔하네요.
Missile contack bearing 3-5-8 in 59miles! 역시 초속 2km입니다!
"손가락이나 빨고 있으라고해.
백파이어가 5대 남아있으니 2기씩 맡는다. 나머지 1기는 가서 족쳐주자고."
-Roger! 전 왼쪽입니다.
로버트 소령은
러시아 함대 위에서 머물고 있는 백파이어들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맨 오른쪽에 있는 백파이어에 HUD의 사격형을 겹치자
백파이어들이 혼비백산을 하여 산개하기 시작했다.
"Worker4, fox three!!!"
-Worker5, fox three!!!
로버트이 발사구호와 함께 엄지손가락으로 조종간의 빨간 버튼을 누르자
암람은 순식간에 모체인 F/A-18을 떠나 모체가 유도해주는 목표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로버트 소령은 HUD에 표시되어있는 백파이어를 계속 락(Lock)시켰다.
그 순간 헬멧에서 워커5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엇? 가운데에 있던 한놈이 고도를 낮춥니다!
"미사일을 쏘려는거야! 당장 저 새끼부터 족쳐!"
로버트는 기수의 방향을 바꿔 고도를 서서히 낮추고 있는 백파이어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노란색 사각형이 백파이어에 겹치려는 순간 레이더에서 새로운 접촉 2개가 표시되었다.
로버트 소령은 백파이어 쪽에서 갑자기 나타난 접촉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로버트 중령은 TWS에서 미사일이 점점 다가온다는 경보를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북위 34도 24분, 동경 130도 - 04분
이즈 제도 북동쪽 약 49km
미해군 태평양함대 테스크 포스0(TF0)
기함 CV-67 존 F. 케네디
-Oh, my god! Missile loose, missile loose!!!(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러시아의 예상 외의 행동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밀러 소장은
CIC에서 갑작스러운 보고를 하자 화들짝 놀랐다.
CIC 요원들도 당황했는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
"뭐야? 무슨 미사일이야? 어디야?"
-본함기준으로 방위 0-8-8에서 접근 중입니다!
미사일 개수는 둘...아니 넷...여섯...계...계속 늘고 있습니다!!!
-백파이어입니다!
러시아 함대에서도 이쪽을 조준 중입니다!
밀러 소장이 있던 존 F. 케네디의 함교는
순식간에 비상을 알리는 경보음과 함께 CIC 요원들의 고함소리로 가득찼다.
시끄러운 경보음 속에서 밀러 소장은 해리 중령에게 고함을 질러대었다.
"정훈을 중심으로 대공방어태세를 취한다!
최대한 막아야해!
그리고 어서 상부에 긴급통신문으로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전달해!"
"알겠습니다!"
밀러 소장의 지시에 해리 중령은 곧바로 통신실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미사일 경보에 당황한 것은
존 F. 케네디의 함장인 데니 피츠패트릭 대령도 마찬가지였다.
"우현 15도로! 90도 변침!"
피츠패츠릭 대령의 명령에
존 F. 케네디는 오른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지면서 급선회를 하기 시작했다.
존 F. 케네디를 호위하던 정훈과 챠피도
존 F. 케네디를 따라 급선회하면서 대공방어를 하기 시작했다.
-워커편대가 전멸한 것 같습니다.
생존자 유무의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정훈이 대공방어를 실시합니다!
챠피에서도 개별대공방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젠장, 방위 0-0-2에서 레이더 컨택!!!
본함 기준으론 방위 1-8-1(6시 방향)입니다!
러시아 함대에서 발사한 초음속 미사일 같습니다! 거리 198km!
CIC에서 보고가 난무하자 밀러 소장은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
지금은 그렇게 미해군이 두려워하던 세가지 세력 중
두가지에게 공격받고 있는 셈인 것이다.
남은 한가지 세력인 순항미사일 잠수함도 언제 나타날지 몰랐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그가 내릴 수 있는 명령은 고작 이것뿐이었다.
"가용가능한 모든 항공기를 투입해!
러시아 놈들에게 하푼을 퍼부으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밀러 소장은 이리저리 명령을 내린뒤
망원경으로 러시아 함대 쪽을 이리저리 살폈다.
방금 발사된 미사일이 눈으로 보일 턱이 없었다.
그는 초점을 변침하는 정훈과 챠피로 돌렸다.
-정훈과 챠피가 본함 후방으로 접근 중입니다!
SM-2로 함대대공방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접근하는 미사일은?"
-백파이어에서 발사한 7개의 AS-4가 거리 156km,
방위 0-0-2에서 접근 중이고 러시아 함대에서 SS-N-19가 발사되었습니다!
AS-4와 SS-N-19 도합 19발입니다!
현재 함대함 초음속 미사일의 갯수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현재 존 F. 케네디를 포함한 항모전단을 향해 돌진해오는 초음속 미사일은 19발...
그것도 함대함 초음속 미사일은 계속 늘고 있다.
19발 막는 것도 벅찬데 그마저도 계속 늘고 있다니...
밀러 소장의 기분은 점점 더 참담해져갔다.
"...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