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34도 37분, 동경 130도 15분
미해군 태평양함대 테스크 포스0(TF0)
기함 CV-67 존 F. 케네디 소속
미해군 S-3B 바이킹 실러4
"맙소사! 오른쪽을 봐!!! 오른쪽!!!"
"네? 오른쪽?"
코너 소령이 소리를 질러대자
헤드폰을 꾹 끼고 부이에 탐지된 접촉을 계속 추적하던 데이튼 중위는
그의 말대로 오른쪽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데이튼 중위는 코너 소령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자신의 모함인 존 F. 케네디에서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미사일 두발이 더 날아와선
존 F. 케네디의 몸뚱이와 함교를 그대로 뚫어버렸다.
"하느님 맙소사...저...저거 어떻게된 겁니까?"
"러시아 놈들이 우리한테 공격을 감행한거야! 이 미친 개새끼들!"
코너 소령은 헬멧을 집어던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바닥에 부딪친 헬멧은 동체의 기울어짐을 따라 계속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데이튼 중위는 항모와 교신을 하기위해 무전 주파수 채널을 바꾸었다.
"Birds nest, Sealer4!
응답하라!
Birds nest, Sealer4! Birds nest, Sealer4!
응답하라!
제기랄!"
데이튼 중위도 코너 소령처럼 헬멧을 집어던지며 욕을 퍼부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그의 헬멧은
이미 떨어져있던 헬멧과 함께 기내 여기저기를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코너 소령의 마음은 참담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바닥에서 굴러다니던 헬멧을 집어들곤 푹 눌러썼다.
-지휘체계가 붕괴된 것 같습니다.
우린 이제 어떻게하죠?
"젠장,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코너 소령은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면서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거대한 불기둥과 화염을 뿜어내는 존 F. 케네디 앞에서
바이킹들은 어쩔줄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가까운 비행장에 착륙할까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새 둥지가 박살이 났으니...어, 잠시만 기다려봐."
파일럿과 이야기하던 코너 소령은
헤드폰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손을 들어올리면서
파일럿에게 잠깐만 기다리라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여기는 실러4. 다시 말하라."
-Sealer4, Big bird.
새 둥지가 제 역할을 못하게되었다.
즉시 시즈오카 공항에 비상착륙하라.
"시즈오카?"
일본상공에 있는 E-3의 명령에
파일럿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코너 소령도 영 내키지 않았으나
할 수 없었다.
장착된 하푼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사거리에 다다르기전에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다.
"파일럿, 연료는 충분하지?"
-예.
코너 소령의 물음에 파일럿은 작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코너 소령은 파일럿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아니
성과가 아닌 크나큰 손실만을 입고 돌아가야한다는 사실에
풀이 죽은 것 같았다.
"젠장...저 러시아 개새끼들한테...에휴...우리가 뭐 어쩌겠어...돌아가자고."
-...Roger.
코너 소령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감흥은 별로 없었다.
그의 머릿속엔 존 F. 케네디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바이킹의 기수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서
창문을 통해 존 F. 케네디가 살짝 보였다.
존 F. 케네디에서 생긴 화재는 아직도 멈춰지지 않은채
깜깜한 이즈 반도 앞바다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오션 터틀 안의
언더월드 주 통제실 화면으로 생생하게 감상하던 키리토는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띄우면서
"이런 극적인 분위기에는 또다른 음악이 필요한데....."
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또다른 클래식 음악이 웅장하게 오션 터틀과
언더월드 주 통제실에 울려퍼지고
그 음악을 들은 히가는
완전히 기가 차다는 얼굴로
"안토닌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제4악장이네요.
진짜 미국 항공모함 전단의 최후에 걸맞는 곡이군요......"
그 말에 키쿠오카 일등육좌는
뭔가 생각이 났다는 얼굴로
"나도 그 은하영웅전설 애니 13화인가 14화에서
자유행성동맹군 우주함대가 은하제국 함대에게 개박살나는 신에서
그 4악장이 배경음악으로 나오잖아.
솔직히 말해서
진짜 그 부분은 정말로 멋있던데....."
그렇게 히가의 그 말에
공감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키쿠오카를
아키 삼등육위와 린코 박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더니
다시 화면에 나오는 미국 항공모함 전단의 괴멸을 바라보는
키리토의 싸늘한 미소어린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온몸이 알 수 없는 공포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고,
그런 그들의 공포는
신세계 교향곡 선율에 맞춰서 울리는 듯한
키리토의 목소리로
더욱 공포감이 더해졌으니....
"나를 죽이려고 한 거에 비하면 이정도는 약과지만
적어도 항공모함 1척에
이지스 구축함 2척
그리고 시울프 핵잠수함 1척 정도는 나에게 공물로 바쳐야지
그래야 수지타산이 조금이라도 맞지요,
그리고 가브리엘 밀러가 가 있는 지옥에 더 추가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보내서
다 많은 욕설과 저주를 가브리엘 밀러에게 맛보게 해야지,
내 분이 풀릴 것 같으니까요.
내 행동에 대해서 너무 그렇게 섭섭해하거나 억울해하지 마시기를,
그러니까
왜 조용히 있는 사람은 건들어서
저런 억울한 개죽음을 당하게 하는지,
쯧쯧쯧......."
하는 말과 함께
조용히 스크린 뒤로 뒤돌아서고
그런 키리토의 모습을 배경으로
주 통제실 모니터에는
용골이 완전히 부러진 존 F. 케네디호가
완전히 두 동강이 난 채로
거대한 화염과 함께
이즈 반도 앞바다에 침몰하고 있었고
그에 뒤이어서
정훈과 체피도 항공모함 뒤를 따르듯이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맞추듯이
신세계 교향곡 4번 마지막 악장이
웅장하게 울려퍼지자.
키쿠오카를 포함한 네 사람은
저 키리토라는 소년은 의외로 꽁한 타입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뒷끝도 상당히 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진짜
그 꽁한 성격으로 뒷끝을 부리게 된다면
어떤 재난이 닥치게 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온 몸이 학질환자처럼 벌벌 떨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해야 했고
동시에
린코 박사는
키리토가
200년동안 언더월드를 지키기 위해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 단편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제서야
그 두 사람이 짊어진 원죄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고,
저들이 원한다면
기꺼이 그들의 죄를 같이 짊어질 각오를 하고 있었고
다른 세 명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키리토와 아스나는
200년의 세월을
언더월드와 그곳에 있는 모든 존재들을 위해서 싸웠을 거라는..
그리고
그 싸움은
리얼월드가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겪어왔던
1,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의 전쟁에 버금가는 처절한 전쟁 그 자체일 거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