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멈출 수가 없다. 멈추면 죽기 때문이다.
뒤에는 소문으로 전해지던 굉룡 (轟龍) 티가렉스가 쫓아오고 있었다.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따돌릴 수가 없다. 오히려 소녀는 점점 길이 없는 설산의 꼭대기로 몰아져 가고 있다.
이미 거리는 꽤나 좁혀졌고, 소녀는 죽게 될지도 모른다. 소녀의 체력은 이미 한계였다.
굉룡은 이미 그것을 눈치챘고, 장난감인냥 소녀를 가지고 놀고 있었을 뿐이었다.
소녀는 살기 위해 힘을 다해서 도망쳤다. 하지만, 달려서 도착한 하얀 눈 밭 그 앞에 있는 것은 절벽뿐이었다.
소녀는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 수밖에 없었다.
굉룡은 날아올라서 소녀쪽으로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퍽.. '
타격음과 함께 소녀는 절벽으로 떨어졌다. 굉룡은 먹이를 잡지 못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고 울부짖었다.
소녀는 정신을 잃고 밑도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떨어졌다.
절벽에서 떨어지고, 이 곳 저 곳에 부딪혀서 온몸이 상처 투성이가 된 소녀, 다행히 중간에 새하얀 눈으로 뒤덮힌 나무위에
떨어졌다. 목숨은 건졌다.
소녀는 그런 상황에서 정신을 잃고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에서 아버지가 굉룡을 토벌하러 설산으로 가시는 마지막 모습을 소녀는 보았다.
아버지는 소녀에게 웃으면서, 반드시 마을의 걱정거리인 굉룡을 토벌하고 소녀를 데리고 설산을 구경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소녀는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러워 하면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며칠 후 토벌대가 돌아왔을 때,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단 2명...
그 마저 토벌을 실패했다고 한다. 생존자의 말에 의하면 굉룡이 갑자기 2마리가 등장해서, 양쪽에서 공격을 당하는 바람에
몰살당했다고 했다. 목숨만 건져서 도망치는 것도 힘들었다고...
소녀의 어머니는 이 소식을 듣고 그대로 쓰러지셔서 의식불명...
소녀는 아버지가 혹시라도 살아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집에 있는 약초를 챙겨서 몰래 설산으로 향했다.
'으으'
소녀는 정신을 차렸다.
살았다고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이 온도에서는 얼마 못가서 얼어 죽을 것이 뻔했다.
소녀는 다시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고, 이제 자신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소녀를 엄습했다.
'끄오오 끄오오'
'!?'
소녀는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빙룡(氷龍) 기아노스 3마리가 소녀를 보고있었다. 기아노스는 굉룡에 비해서는 크기도 작고 힘도 약하지만,
무리행동을 하고 종종 우두머리인 도스기아노스가 기아노스들을 지휘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었다.
여기에 있는 것은 단순히 빙룡 3마리 뿐이었지만, 소녀에게는 자신의 몸을 지킬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슉'
빙룡 한마리가 쓰러졌다.
'슉'
다른 빙룡 한마리가 또 쓰러졌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 2발에 남은 빙룡 1마리는 동료들이 죽자, 도망쳤다.
소녀는 그렇게 또 살아남았다.
누군가 도와준 것이겠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으나, 소녀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