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끝에 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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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3월 31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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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으로 사라지는 다이아씨의 뒤로, 양갈래 머리의 소녀가 들어옵니다.
다이아씨와의 시간 속에서 상당히 침착해져있던 마루는, 다시 허둥대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루비쨩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루비쨩에게로 달려갔습니다.
「..하나마루쨩.」
막 들어온 루비쨩이 약간 불안한 얼굴로 돌아봅니다.
미안함과 초조함 속에 기백이 뒤섞인 에메랄드 색의 눈동자가 마루와 부딪혔습니다.
처음부터 사과하기로 결심하고 있었지만, 표정을 보니 더욱 사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음이 강해져 재빨리 입을 열었습니다.
「루비쨩,.!」「루비는 있잖아.」
순간, 겹쳐지는 목소리.
「아...하나마루쨩부터.」
「아니어유, 루비쨩부터..
아니, 아니 마루부터 할게유.」
마루는 무심코 루비쨩에게 양보하려다 순서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떨어진 말을 급하게 주워담았습니다.
나약한 자신이 싫어져, 친구의 진심어린 조언마저 무시한 채 홧김에 했던 실언. 그 실언에 대한 용서를 비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미안해유, 루비쨩. 아까 했던 말은 모두 실수였어유. 진심이 아니었어유.」
「흐..」
「..?」
그러나 사과가 충분치 않았다고 판단했는지, 루비쨩은 짧은 외마디 소리를 낸 뒤 마루로부터 등을 돌립니다.
마루는 루비쨩의 태도에 놀란 가슴을 애써 숨기며, 이후에 루비쨩에게 어떤 책망을 받게 될까, 사과하는 것으로 자신의 잘못은 끝나지 않는 걸까하는 생각들로 머리가 바빠졌습니다.
「지를 용서해줄래유?」
제멋대로 확대되어가는 생각을 멈추려, 우선 직접적으로 입을 움직여 용서를 구해봅니다.
하지만 루비쨩은 마루의 부탁에도 묵묵히 뒤로 돌아서 있을 뿐.
계속 돌아선 상태로 이따금씩 가녀린 몸을 움찔거리기만 할 뿐이었지만,
어쨌든 그렇다고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마루는 이대로 소중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루비쨩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또한 여전히 마루 안에 남아있었습니다.
자세를 고쳐가며 마음을 가다듬고 루비쨩을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어깨를 들썩이던 루비쨩이 몸을 이쪽으로 돌리는 것과 거의 동시였습니다.
「에..?」
「흐..하나마루쨩, 우리들 바뀌어버렸네.」
돌아본 루비쨩은 웃고 있었습니다.
아니, 웃음을 참고 있다는게 더 정확했습니다.
작은 두 손으로 입을 열심히 가린 채.
「용서라니. 그런 건 정말로 죄 지은 사람이 하는 거야. 우리는 친구잖아, 하나마루쨩.」
어디선가 귀에 익었다 싶은 문장.
자신의 입에서 나왔던 적이 있는 듯한 말에, 마루는 긴장이 풀려버렸습니다.
「노,놀랐잖아유.
부들거리길래 엄청 화난 줄 알았어유.」
「아까 루비가 사과했던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무의식 중에 웃어버렸어.
근데 하나마루쨩이 진지하게 사과하는데에 실례잖아. 그래서.」
처음부터 하나도 화나지 않았어, 오히려 웃어서 미안해 하고 루비쨩이 전해옵니다.
「...휴우..다행이어유.」
「루비는 도리어 너무 참견을 해서 하나마루쨩에게 미움받나 싶었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유.」
「그래? 하나마루쨩은 정말 착하네.」
루비쨩은 마루를 순수히 칭찬한 후 또 다시 히 하고 미소지어보입니다.
그동안 루비쨩과 사귀어온 인연 덕에 그 웃음이 마루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배려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허둥대던 마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게 고작이었습니다.
생각해주는 것이 기쁜 한편, 무리시키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은 자신을 약하게도, 또 솔직하게도 만들어서, 마루는 미쳐 마무리 짓지 못한 대화의 계속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아...저기..루비쨩. 마루에 대해서 말인데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다음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이아씨와의 대화 속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어느 정도 정리했으니,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야 하는데. 어째서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걸까요.
할 말과 갈 곳을 모두 잃은 마루의 혀가 애꿎게 입술만 축여댔습니다.
「아..그게...」
계속되는 무의미한 단어들과 그 사이를 간간히 메우는 침묵.
슬슬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쯤, 루비쨩이 돌연 정적을 깹니다.
「있잖아, 하나마루쨩. 곧 방학이야.」
「...?」
「졸업식이 끝나고 나면, 2학년이 되는 4월까지 1주간 봄방학.」
말 없이 눈만 내리깔고 있는 마루를 지켜보기 지루했던 것인지, 루비쨩은 대화의 주제를 얼마 남지 않은 방학식으로 바꿉니다.
「학교에 나가지 않는 1주일이라는 건 꽤 길지. 그래서 루비는 어딘가에 놀러가볼까하고.
놀러갔다와서는 하나마루쨩처럼 책도 읽고, 루비가 평소 좋아하는 뜨개질도 실컷 하려구.」
루비쨩이 이런 것도 좋지 않아?하고 물으며, 손가락으로 하나씩 하고 싶은 일들을 세었습니다.
마루는 영문도 모른 채, 그동안 쿠로사와가의 수업을 받느니라 하지 못했던 것들을 모두 해보려는 듯이 욕심을 내는 루비쨩의 이야기에 어울렸습니다.
「도쿄의 유명한 옷가게들은 특정한 날에만 문을 열기도 한대.
일주일에는 월,화,수,목,금,토,일이 전부 들어있으니까 방학 때 그런 유명한 곳에도 가볼 수 있을거야.」
「..그렇겠네유.」
「그러고도 또 시간이 남으면 2학년 때 배울 과목 예습도 하고. 음, 근데 거기까지는 안할 가능성이 더 크지만, 히히.
그래도 일주일은 긴 시간이니까 마음만 먹으면 전부 다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언니랑 시내에도 나가보고. 마루쨩이랑은..음..새로운 취미를 찾아볼 수도 있을지도?」
들떠서 미리 세워보는 대략의 계획표.
이건 이른바 방학을 맞이하는 학생의 자세라는 것이겠죠.
루비쨩만의 지론을 잠자코 듣던 마루도 잠시 패닉을 벗어나 스스로 무엇을 해볼까 하고, 등교하는 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떠올려봅니다.
루비쨩이 취미라고 하니까 마루는 자신의 취미인 책읽기나 최근에는 잘 하지 않았던 책장정리가 우선적으로 생각났지만,
봄은 항상 무언가가 태어나는 시기니까 딱히 그런 평범한 일이 아니라 새롭고 자극적인 일을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예를 들면 루비쨩처럼 불쑥 도쿄에 가본다거나 하는 그런.
그 외에는 하루종일 고구마를 먹으며 뒹굴거리거나 약점인 컴퓨터를 배워보면 어떨까...
어느 쪽도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는거나 마찬가지지만, 마루는 상상만으로도 이미 방학이 된 것 마냥 가슴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나름 꽤 긴 시간이네유.」
「그렇지?
그러니까...하나마루쨩도 무리하게 지금 답을 내놓지 않아도 돼.
2학년이 될 때까지, 1주일간 또 생각해보면 돼.」
「..생각?」
「루비도 거의 10년 가까이 해보고나서야 집에서 받는 수업들을 그만둔다고 정했는걸.」
아아. 그런 거였구나.
그제서야 마루는 루비쨩이 뭘 의도했는지 알아차렸습니다.
갑자기 꺼낸 방학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히 마루의 의식을 환기하고자 했던 의도만이 아니라,
자신의 일로 주저하고 있는 마루에게 루비쨩이 또 다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하나마루쨩이 안고 있는 사정도 그래. 루비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건 루비처럼 오래 고민해야 결론 내릴 수 있는 걸지도 몰라.
그러니까 당장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나마루쨩이 바란다면..지금 이대로..당분간은 그냥 그대로 남아있어도.」
친구인 마루 역시 좋아하는 것에 솔직해졌으면 하는 생각은 아마도 변함이 없겠지만,
마루가 말다툼까지 해가면서 고집스럽게 부정했던 탓에 어딘가 소극적이 되어버린 루비쨩의 말투.
그 말투를 듣는 순간, 마루는 루비쨩에게 언제까지나 이렇게 마음쓰게만 할 건지 자신이 부끄러워지면서도, 루비쨩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었습니다.
「..루비쨩.」
「응?」
「미안해유..
그리고 고마워유.」
「아니야....어라?」
얼굴이 서서히 달아오름을 느끼며 연신 감사를 전하자, 루비쨩은 쑥스러웠는지 마찬가지로 얼굴이 붉어져서 데자뷰가 어쩌고 하는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마루는 서로에게 사과나 고마움을 전하는 기시감이 계속된 오늘의 일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아, 계속 신기한 기분으로 루비쨩을 쳐다봤습니다.
둘도 없는 친구를 오래도록 바라봤습니다.
단짝친구인 루비쨩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도서실에서였습니다.
루비쨩은 구석에서 스쿨아이돌의 잡지를 읽고 있던 같은 반의 아이로, 만났을 때만 해도 마루는 루비쨩과 이런 관계가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손에 쥔 책의 관심사부터 서로 달랐고, 마루와 마찬가지로 루비쨩도 주변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말수가 적은 두 사람에게 그 예상이 별로 이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마루의 예상과 달리, 루비쨩과의 거리감은 만날 때마다 줄어들었습니다.
도서실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친 것을 계기로 인사를 하게 되었고,
학기마다 한 번씩 이루어지는 교실 내의 자리 바꾸기에서는 어쩌다보니 근처에 앉게 되었고, 그러면서 점심시간에 같이 식사도 하고.
그렇게 어느새 단순한 반 친구에서 평범한 친구로, 평범한 친구에서 자주 붙어다니는 친구로 자연스럽게 간격이 좁혀졌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루비쨩과는 이제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을 만큼 친해져서.
수업시간은 물론 등하교길과 주말에 놀러갈 때도, 그야말로 모든 순간에 함께할만큼 충분히 친한 친구 관계라고 여겨왔습니다.
반에 있는 다른 친구들은 물론, 담임선생님보다도 루비쨩을 더 잘 안다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루비쨩은 성격이 소극적인데가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누구보다도 배려심 깊은 아이라는 사실을 오직 자신만 알고 있다는 것이 엄청난 비밀이라도 된 듯 괜시리 뿌듯했습니다.
루비쨩의 이름처럼 루비라는 보석을 홀로 발굴해낸 광부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졸업실을 앞둔 며칠 전부터 루비쨩은 마루에게 어떤 귀띔도 연락도 없이 결석하기 시작했고,
그 일을 계기로 다이아씨의 초대에 응한 마루는, 오늘에서야 루비쨩이 지니고 있던 쿠로사와 가의 짐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사탕을 좋아하고 개를 무서워하는 등의 자잘한 기호부터 스쿨아이돌을 동경하고 있다는 남몰래 품은 꿈에 이르기까지, 루비쨩에 대한 것들은 전부 알고 있다고 자부해왔지만.
루비쨩이 왜 그런 기호를 갖게 되었는지,
어떤 환경이 루비쨩을 스쿨아이돌을 좇도록 만들었는지,
무슨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는지,
그런 정작 더 중요한 일들을 마루는 몰랐습니다.
알고보니 루비쨩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았던 것입니다.
결국 마루는 루비쨩과의 거리감을 잘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인가요. 마루에게 다가오려는 루비쨩을 밀어내기까지 했습니다.
때문에 루비쨩도 소극적인 말투를 쓰게 된 거겠죠.
루비쨩과 마루는 어떤 관계일까요. 또 사람간의 관계라는 건 어떻게 발전시키는 것일까요. 아직 중학생인 마루는 깜깜하기만 합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제보다 루비쨩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것.
그렇기에 어쩌면 여기서부터 루비쨩과의 관계가 진화하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것.
다이아씨가 말한 대로, 루비쨩과 비로소 같은 길을 걸어나가기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루비쨩.」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고민하던 마루는 우선 마루가 느끼는 기분들을 전부 루비쨩에게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관계 속에 생겨난 편안함. 옆에는 즐거움. 그리고 고마움. 그 위에 미안함.
마음에 차곡히 쌓이는 감정들을 형태로 만들기 위해 양손을 가슴에 모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하는 것은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포장되어있는 선물을 주듯이 다시 손을 내밀었습니다.
「마루는 루비쨩에게 고마워하고 있어유.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용기를 줘서, 동시에 시작하기를 망설이는 마루에게 공감해줘서.
그런 식으로 항상 배려해주고 마음 써 준 걸 감사히 여기고 있어유.」
루비쨩이 어색한 표정으로 양갈래 머리를 슬쩍 더듬습니다.
살짝 튀어오르는 머리카락은 칭찬을 기뻐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마루는, 루비쨩이 마루를 지나치게 배려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유.
마루에 관한 일은 주저말고 전부 얘기해주었으면 좋겠어유.
지금처럼 뜻을 굽히지 말고, 원래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줬으면 해유.」
처음 만나 인사하는 사람처럼 정중히 루비쨩의 눈동자를 마주봅니다.
마루가 마루답게.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를 루비쨩이 바랬던 것처럼, 마루도 앞으로 함께 걸어나갈 루비쨩이 루비쨩답게 있어주기를.
'쿠니키다 하나마루'에 맞추어서 '쿠로사와 루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쿠로사와 루비'로서 마루에게 부딪혀 와주기를 바랐습니다.
「마루는 앞으로도 망설이고 고집부리고 또 실수할거여유...
몇 번이나 현실에서 도망쳐 책 속으로 숨어들지도 몰라유. 마루는 본래 그런 사람이니까유.
그래두...그래두 루비쨩이 그렇게 있어주면 안심이 될 거 같아유.
언젠가는 마루도 솔직해져서 마루만의 답을 내릴 수 있을 거 같아유.」
마루의 말에 루비쨩은 눈꺼풀을 두어번 깜빡거린 후, 내밀어진 마루의 손을 쳐다봅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도 똑같이 올려 가볍게 손가락끼리 잡는가 싶더니,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루비는 소심하고 겁쟁이야.
처음 만난 사람, 상황들은 전부 무서워.」
어느 정도 뜸을 들이고 나서, 루비쨩이 입을 열었습니다.
「루비만의 의견을 내는 건 언제나 어려워.
냈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이 신경쓰여.」
숨겨왔던 자신의 어두운 면을 더욱 드러내듯, 나직이 말을 이어나갑니다.
「막상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 되면, 하나마루쨩처럼 어깨를 밀어주는 사람이 없이는 잘 나아가지 못해.」
「하지만 그건 마루도...」
「..으응, 루비가 더 심해.」
자신없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는 루비쨩.
그러나 그 얼굴은 금새 할 말이 가득 찬 얼굴로 바뀌어 갑니다.
마루는 서툰 위로를 관두고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그렇지만 루비도 하나마루쨩이 곁에 있다면 괜찮을거야.
도서실에서 하나마루쨩이 먼저 말을 걸어줬던 것처럼, 루비가 두려워할 때마다 하나마루쨩이 루비를 발견해주면,
혼자라고 느껴질 때마다 옆에서 같이 걸어주면,
그러면 루비는 분명 괜찮을거야.」
루비쨩의 눈이 색다른 빛을 띕니다. 마치 반짝 하고 소리가 날 듯이 진한 빛을.
다시 환해진 루비쨩은 더 이상 배려에 찬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습니다.
어느 것도 투영되지 않은 맑은 웃음이 얼굴에 떠올라 있었습니다.
「..손 줄래?」
「후후, 루비쨩도 참. 이미 내밀어져 있는 걸유.」
인생. 그 안에서 사람은 혼자.
어디를 가더라도 누구하고 있더라도 결국은 따로 떨어진 섬.
그러나 루비쨩을 마주 보고, 루비쨩에 비치는 마루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
여러 종류의 책 속에서 몇 번이나 통감했던 그 무서운 사실을 조금 무시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어린 마루에게 사람간의 유대는 여전히 어렵기만하지만,
언젠가는 남들과도 루비쨩과의 사이처럼 굳이 일일이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하나마루쨩!」
「마루야말로 잘 부탁해유!」
루비쨩과 손을 잡습니다.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루비쨩의 손이 피부에 닿았습니다.
시작의 향기가 무척 기분 좋았습니다.
방을 벗어나 밖으로 나갑니다.
함께 앞을 향해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해가 지고 있는 복도는 사뭇 어슴푸레했습니다.
빛을 찾아 건물 밖 정원까지 걸어나옵니다.
밖은 막 붉은 빛의 보석이 바닷가 너머로 사라져가는 중이었습니다.
쏟아지는 노을빛이 눈부셔서 옆으로 고개를 돌린 곳에는,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듯이 깨져버렸던 거울이 어느새 하나의 조각으로서 루비쨩과 마루를 사이좋게 비쳐내고 있었습니다.
꽃이 살며시 움트는 계절,
언제까지나 걸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루비와 마루의 우정에 대해 세세하게 묘사되어서 좋습니다 ㅠ
꽤 긴 글이 되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니설정에 따라 중학교때부터 친해졌다고 가정하고, 친해지는 과정을 써봤는데 역시 마루비는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챙겨주는 부분이 좋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