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4의 흐름을 상상하게 된 계기는 엔딩 테마곡입니다. 처음 엔딩을 봤을 때는 '아, 이거 완전 린 얘기구나.'싶었던 것이, 자꾸 반복해서 들을 수록 묘한 의문이 들더군요.
이 가사가 린을 향한 것이라면 과연 말하는 이는 누구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가장 가능성 있는 인물로 크로우와 길리어스 오즈본이 딱 떠올랐지만, 크로우라면 린에게 포기를 강요하는 듯한 말을 할 리가 없을 테고, 그렇다고 오즈본이라 보기에는 묘하게 인간적인 가사와 간주 부분에서 눈을 번뜩이던 이슈메르가의 모습이 석연찮더라고요.
그래서 도대체 누굴까, 누가 부르는 것일까를 고민하다가 다다른 결론은 '길리어스가 자신을 향해 부르는 노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길리어스 오즈본이라는 캐릭터를 성우 버프로 꽤 좋아하는 면도 있고, 처음부터 악역이었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점도 많다고 느낀 점도 있고 해서 생각을 거듭한 끝에 4의 대략적인 흐름까지도 상상해 보게 되었네요.
이어지는 추측들은 길리어스에 대한 편애의 산물이기에 과연 얼마나 들어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볍게 재미삼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4의 핵심이 되는 사건은 ‘하멜의 비극’과 ‘위대한 황혼-환염계획’이며, 제국 인물뿐만 아니라 리벨 왕국, 크로스벨 자치주, 아르테리아 법국 인물들도 위대한 황혼(혹은 환염계획)의 저지를 위해 합류하게 될 것. 또한 ‘하멜의 비극’의 진실이 세상에 밝혀지고 어떠한 형태로든 결착이 나게 될 것.
사실 법국 측은 교회가 개입하고 있으니 이미 합류한 셈이고, 리벨의 에스텔 일행, 크로스벨의 로이드 일행이 주요 전력으로 합류하게 되겠네요. 그리고 추측이지만 이들을 하나의 목표로 이끄는 근본적인 사건은 ‘하멜의 비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멜의 비극은 리벨 왕국과 에레보니아 제국 모두에 있어 숨기고 싶은 치부이며, 실제로도 이에 대한 정보들은 고위 관계자들에 의해 은폐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제국을 둘러싼 정세가 혼란스러운 지금, 주인공 일행이 제국 내외의 혼란을 수습하고 안녕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가 주도의 기만과 적폐가 반드시 타파되어야 할 겁니다.
4는 그런 중대한 사건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해결을 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아닐까요. 리벨-에레보니아-크로스벨-아르테리아 들을 망라한 아군 세력이 정보를 합쳐 하멜의 비극의 진상과 그 뿌리가 되는 위대한 하나의 저주까지 다다르고, 그 결과 저주를 파훼하고 모든 진상을 국제 사회에 밝힘으로써 적폐를 청산하고 에레보니아와 리벨 양측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반이 4에서 비로소 갖춰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크로스벨 측이 진상을 밝히는 데 크게 공헌해 자치주의 독립을 보장받을 것 같네요.
2. 올리발트 황자는 생존. 금빛 기신의 기동자는 애쉬.
하멜의 비극이 제대로 수습되려면 그 책임을 지려는 제국과 왕국 양국 고위층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또 재상이 일으킨 사태를 종식하고 제국의 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중역에 있는 인물이 필수적입니다. 이 역할에 가장 제격인 제국 인물이 바로 올리발트 황자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나라의 인물들이 얽힌 가운데 이들의 화합을 주도할 수 있는, 또 황제가 부재중인 상황에서 정국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사회적 지위와 정당성을 가진 인물은 현재로선 올리발트가 유일합니다. 세드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신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알핀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엔 아직 너무 여리다고 봅니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올리발트는 생존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기신의 기동자가 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올리발트 황자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무력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망이나 지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기에, 기동자 후보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편, 마지막 기신의 기동자는 애쉬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기신의 힘은 아마 결사의 계획에 필수요소로 보이며, 또한 린의 구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겠지요.
애쉬는 린이 동질감을 느끼는 불운한 과거를 갖고 있고, 또한 위대한 하나의 저주의 직접적인 피해자로서 결사와 지정의 계획에 개입할 권리가 있습니다. 린 역시 저주를 퍼트린 장본인이면서 동시에 계획에 이용당한 피해자임을 고려하면, 애쉬와 서로 많은 면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고요. 그러므로 동료의 죽음과 죄책감으로 무너진 린을 격려해 다시 일어서게 돕는 역할은 아마 애쉬가 맡지 않을까 싶네요.
3. 지보를 둘러싼 세력 구도가 결사-지정-아군의 삼각구도로 확실하게 정리될 것.
1~3편을 통틀어 느낀 것은 계획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결사나 지정, 철혈의 아이들, 신구7반으로 대강 추려지는 각 진영이 서로 완전한 적대 혹은 협력관계라 보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추측컨대 결사와 지정은 서로의 계획을 이용하며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을 뿐입니다. 아마 서로의 공통된 목표가 달성되면 잠시뿐인 연합도 곧바로 와해되겠죠.
저는 결사의 환염계획과 지정의 위대한 황혼, 이 두 계획의 공통된 목표가 ‘일곱 기신으로 나눠진 지보의 힘을 하나로 모아 다시 한 번 완전한 지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는 두 세력, 혹은 철혈재상을 따르는 아이언 브리드까지도 하나가 되어 움직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보를 불러낸 이후 이들은 서로의 원래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일 겁니다. 이 시점에서 기신도 역할을 다해 무대에서 퇴장하고, 지보를 둘러싼 인간들의 무력충돌이 이어지겠지요.
아마 결사와 지정은 ‘저주의 소멸과는 상관없이 지보만을 손에 넣는다’는 목표를, 신구7반을 비롯한 주인공 측은 ‘저주를 소멸하고 지보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서로 대립하지 않을까요.
또한 이 과정에서 아군에 적대적이었던 아이언 브리드가 아군 세력으로 완전히 전향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언 브리드는 결사도 지정도 아닌 철혈재상 본인을 따르는 집단이지만, 문제는 도대체 재상이 무엇을 노리고 이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들을 한 데 모았냐는 점입니다. 이것은 뒤에서 언급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4. 철혈재상의 정체는 ‘불꽃의 성수’, 허나 지정을 이끌어 계획을 주도해 온 것은 그가 아닌 다른 존재.
먼저 인외의 존재라는 길리어스 오즈본의 정체는 불꽃의 지보를 지키는 성수일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헥센브리드가 불꽃의 지보를 다루던 일족이라는 점, 불꽃의 힘이라고도 불리는 린의 귀신의 힘을 엠마가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가능하다는 점, 그 힘이 린 자신의 것이 아니라 길리어스에게서 후천적으로 이어받은 힘으로 추정되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지의 성수가 자신을 희생할 때 불꽃의 성수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냐는 점, 이것들을 그 근거로 보고 있습니다.
그가 불꽃의 성수라면 쉽게 죽지 않는 것도, 린 스스로는 완벽히 다룰 수 없었던 불꽃의 힘을 폭주한 린을 막는 과정에서 간단히 억누른 것도 납득이 갑니다. 애초에 그 힘은 자신만이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특별한 힘이니, 길리어스처럼 본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인 린이 이 힘을 원하는 대로 제어하지 못해 두려워하는 게 당연한 거죠.
그리고 저는 현재 철혈재상의 몸에는 두 개의 인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원래 주인인 길리어스 오즈본 본인의 인격이고, 다른 하나는 ‘위대한 하나의 저주’ 그 자체가 가진 인격입니다.
추측이지만, 검은 기신은 위대한 하나가 흩뿌리던 저주의 근원, 혹은 저주 그 자체가 의지를 갖고 깃든 그릇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지의 성수가 몸을 바쳐 봉인했다고 생각했던 저주는 사실 단순히 ‘남겨진 잔해’에 불과했던 것이고, 정작 근원이 되는 저주 자체는 지보의 힘이 쪼개질 때 검은 기신에 깃들어 오래 전부터 ‘위대한 주인’으로서 지정들을 뒤에서 이끌어 왔던 것이죠. 일곱 기신이 위대한 하나를 나눠 담은 그릇이고, 그런 기신들 중 몇몇이 자아를 갖고 있음이 확실하다는 사실은 원본인 위대한 하나에도 그러한 자아가 있었으리라 추정할 수 있는 근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검은 기신이 언제부터 재상의 것이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하멜의 비극 이후 사람이 변한 것 같다고 느낀 점을 고려하면, 아마 길리어스는 이 시기에 기신의 기동자가 되지 않았을까요. 린에게 자신의 심장을, 힘을 나눠주고 약해진 틈을 타 검은 기신 이슈메르가가 그에게 접근하면서, 철혈재상의 정신은 저주에 오염되었고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하나, 재상은 검은 기신에게 침식당해 저항할 방도가 없었을 테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저주를 없앨 수 있기에 본인 스스로도 저항할 의지가 없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허나 이와는 별개로 지보가 다시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 재상은 재상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웠을 겁니다.
그 결과 재상 나름대로 저주에 대항해 모은 ‘자신의 편’이 바로 아이언 브리드라고 생각합니다. 검은 기신과 지정들이 지보의 부활을 노리고 있음은 그도 알게 되었을 테니, 재상이 다가올 재앙에 대비하고자 결심했을 것은 틀림없습니다. 물론 이를 사전에 알고서도 아마 검은 기신은 재상의 의지를 묵인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크게 위협적이지도 않고, 반면에 이용 가치는 매우 뛰어난 도구에 불과하니 굳이 막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또 한 가지, 계획이 무사히 진행되면 일곱 기신으로 나눠진 지보의 힘은 다시 하나로 합쳐지게 됩니다. 즉 재상의 정신을 침식해 계획을 주도하던 ‘저주’ 역시 때가 되면 그의 몸에서 나가 본래 있어야 할 형태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주에서 해방되어 제정신을 되찾은 길리어스가 과연 가만히 그들의 계획이 성사되는 것을 지켜만 볼까요? 당연히 저지하러 나설 것입니다.
이때를 대비한 수단이 바로 ‘종말의 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길리어스가 정말로 불꽃의 성수라면, 평범한 수단으로는 그를 죽이는 게 불가능합니다. 허나 대지의 성수를 소멸시킨 종말의 검이라면 당연히 재상을 죽일 수 있습니다. 3의 종장에서는 아리안로드가 검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시점에서 결사 입장에선 이미 역할을 다 한 도구라고도 볼 수 있으므로 모종의 거래를 통해 지정 측에 넘겨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검의 힘을 빌려, 검은 기신과 지정들은 지보를 다시 완성시키기 전 자결이라는 형태로 재상의 목숨을 빼앗으려 할 것입니다. 더 이상 그의 몸을 빌릴 필요도 없거니와, 지정이라면 얼마든지 재상의 호문쿨루스를 만들 수 있을 테고, 애초에 본인은 재상이 아닌 기신에 깃든 존재였으니 말입니다.
한편 계획의 중심에서 지정의 계획에 협조하는 아이언 브리드라면, 철혈재상이 저주에 의해 지배당한 상태이며 계획 끝에 희생당할 것이라는 결론에 충분히 다다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를 파악한 아이언 브리드는 길리어스를 구하기 위해 가장 결정적인 순간 결사와 지정을 배반하고 주인공 일행에 가세하지 않을까요.
길리어스가 자신들의 꼭두각시인 줄도 모르고 고분고분 따르는 것을 비웃었을 지정과, 이슈메르가의 존재를 끝내 파악하지 못하고 길리어스가 진짜 지정의 장이라 착각해 아이언 브리드 역시 지정 측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라 오해했을 결사 양쪽의 뒤통수를 크게 때리고서, 사실 계획에 휘말려 재상이 희생될 것을 미리 파악하고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이 날까지 물밑에서 칼날을 갈아 왔음이 바로 이 때 밝혀지리라 생각합니다.
또, 아이언 브리드는 아니지만 각자가 소속된 집단의 계획에 반대해 몰래 이들에게 협조하는 인물로 비타, 죠르쥬가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봅니다. 비타는 저주의 소멸에는 관여하지 않으려는 결사의 뜻에 반대하여 결사와 척을 졌지 않을까 싶고, 죠르쥬도 비슷한 이유로 뒤에서 남모르게 손을 쓰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5. 결사도 지정도 지보를 손에 넣지 못할 것. 계획의 실패 후 결사는 제국에서 철수, 이후 제국의 혼란도 수습될 것.
길리어스가 본인 나름대로 저주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게 된 린은 그를 구하기 위해 각성하리라 생각합니다. 길리어스의 린을 향한 아버지로서의 사랑은 진심이었으며, 자신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저주를 없애려던 것도 모두 린을 위해서였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아군 측이 무사히 지보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고, 결사와 지정은 훗날을 기약하며 물러나겠지요.
이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길리어스와 무사히 화해하고, 린은 그와 함께 지난날의 과오를 속죄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제국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올리발트가 유격사 협회의 손을 빌리면서 린 역시 유격사로서 활동했으면 합니다. 더 이상 나라와 집단에 휘둘리는 일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평범하게 살면 좋겠네요.
천공, 영벽궤를 스킵하고 섬궤부터 접한 입장에서 상상했기에 소설 한 편 썼다는 느낌이네요. 그래도 뭐가 어떻게 됐든 결말부에서는 린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바라고 쓴 추측이기도 하고요. 이제 이 내용들이 얼마나 들어맞을지 기대하면서 4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요. 꼭 해피엔딩으로 완결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