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자극적인 게임과 달리 일상의 소소한 이벤트를 즐기는 게임이었습니다.
아이템 제작을 위주로 진행하는 게임을 해본 적이 없어서 꽤 신선했네요.
일부 장비를 제외하면 직접 입을 장비, 사용할 아이템을 전부 연금술로 만들어서
퀘스트도 진행하고 전투에서도 활용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처음엔 약한 아이템이라도 나중에 좋은 옵션을 갖춰 다시 만들면
위협적인 아이템으로 변하고 장비도 마찬가지더군요.
초반부터 전투 스킬의 소비 MP가 지나치게 크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건 MP 소비를 줄이는 장비를 염두에 둔 설계였네요.
그리고 레벨 20이 만렙이라서 좀 당황했습니다.
보통 RPG에선 후반까지 레벨 50 전후로 오르기 마련인데
소피의 아틀리에는 20에서 멈추고 그 후론 스탯에 수동 분배하는 형식이더군요.
아마도 자동으로 성장하는 레벨 외에도 수동으로 스탯을 올리는 자유도를
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결국 스탯도 성장 한계가 있어서
실험적인 레벨 시스템으로 느껴졌습니다.
외주를 줬다는 캐릭터 모델링이 굉장히 우수해서 눈이 즐거웠습니다.
특히 소피와 코르네리아는 선명하다 못해 날카로울 정도로 매끈하게 나왔더군요.
플라흐타는 다양한 코스튬(몸체)을 번갈아 입히는 즐거움도 있고
그대로 이벤트에서 보이는 것도 좋았네요.
돌 메이크는 처음 할 때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뿜었습니다.
정말 노래가 귀엽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잘 묘사한 가사였네요. (순살♡)
소피의 추임새도 깜찍해서 노래 들으려고 메뉴에서 가만히 있기도 했을 정도.
매번 재료 합성을 해줘야 플라흐타의 외형을 바꿀 수 있는 건 조금 불편하더군요.
게임 진행은 상당히 잦게 이벤트가 발생하며 진행되는 형식이라
이벤트 드리븐 게임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할 땐 금방 끝나는 게임일 거라고 여겼는데,
모든 이벤트를 보면서 진행하니 생각보다 꽤 길었습니다.
시간 제한이 없어서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자주 발생하는 이벤트로 커버했더군요.
의뢰받거나 필요한 아이템을 제작하면 다시 다음 이벤트로 이어지곤 해서 후반까지 몰입할 수 있었네요.
이벤트를 통해 캐릭터끼리의 관계를 알아가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성은 좋았으나,
때때로 상점을 쓰고 싶은데 이벤트가 강제로 떠서 흐름이 끊기는 단점이 있더군요.
배경 그래픽은 플스 4로 처음 나온 아틀리에 시리즈를 고려하면
큰 규모가 아닌 거스트로서는 그럭저럭이지만 오브젝트가 적어서
마을이나 필드 맵이 황량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지형에 따라 맵의 분위기는 나름 잘 살린 것 같네요.
다만 상하 시점이 제한되어 있어서 좀 답답할 때가 있었습니다.
필드 맵에서 시간대가 바뀔 때 천천히 경치의 색감이 변하는 연출은 인상적이더군요.
루루티아가 부른 원곡의 오프닝 송도 좋았고 지숙이 부른 오프닝 송도 좋아서 둘 다 마음에 듭니다.
게임 BGM도 특색이 있어서 마을, 필드, 전투, 이벤트 다 괜찮았네요.
적의 난이도에 따라 전투 BGM을 나눈 것도 분위기를 잘 돋구었고
게임에 8곡이나 보컬이 들어갈 정도로 정성을 많이 들였더군요.
그런데 대지의 상처 등 일부 맵에서 BGM이 너무 크게 들리는 건 마스터링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볼륨을 낮춰도 저런 맵에서만 유독 음악이 크게 들리더군요.
게임이 2015년 말(정발판은 2016년 초)에 발매된 걸 고려해도 전투는 이펙트가
매우 화려한 편이고 흔들림이나 동작에 박력감이 느껴졌습니다.
2008년에 플스 2로 발매된 아틀리에 시리즈의 10번째 게임인 마나케미아 2의
최종 보스전 영상을 보니까 여기서도 이펙트가 꽤나 화려하더군요.
거스트는 옛날부터 전투 장면의 연출에 힘을 많이 쏟았던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9MBlWgpguE
(전투가 화려했던 마나케미아 2 최종 보스전 링크)
소피는 전투가 단조롭다고 평한 사람도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복잡하지 않아서 가볍게 즐기기 좋았네요.
다만 캐릭터의 액티브 스킬이 4종류보다 좀 더 많았으면 싶었습니다.
후반의 일부 보스들이 턴을 독점해서 필드 효과에 혼자 오만가지 다 하는 건 불합리하게 느껴졌네요.
애용했던 아이템은 오리프람, 푸니푸니탄, 슈탈레헤른, 원초의 불씨, 종말의 불씨입니다.
반면 후반이 돼서야 푸니젤리의 좋은 효과를 알게 돼서 아까웠습니다.
20% 자동회복하는 살아있다 효과와 3턴 필드의 분열발동 효과를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초중반 갑작스런 난이도 상승의 트윈 헤더 몹에게 좀 덜 고생했을 텐데 싶더군요.
불씨 계열의 공격 아이템은 소피가 병을 두드릴 때의 표정과
뽀깍뽀깍 효과음이 나오는 게 너무 귀여워서 매번 흐뭇하게 바라봤네요.
각종 연금술 제작 아이템의 유래나 설명을 캐릭터의 SD 아이콘을 사용해
미니 대화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도 귀엽고 소소한 재미였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빵인 피낭시에에다가 자신의 이름을 덧붙인 소피낭시에 명명 센스나
시계꾼의 모래시계 아이템 설명에서 오스카를 놀리는 듯한 소피의 대화가 웃겼네요.
한국어 오프닝 송을 부른 지숙도 언급했던 파멜라의 하이톤 음성(소피쨔아앙↗)과
장난끼 가득한 테스의 이벤트도 기억에 남습니다. 테스가 자뻑을 부리자 소피가
찬바람 부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도 재밌었지만 그 부분만 소피가 딴 사람 같기도.
엔딩을 보기 전에 황혼의 서가가 열려 있어서 보스보다 더 험악한 적 사이에서 헤매기도 했네요.
이 부분은 엔딩을 본 뒤에 추가 던전이 열리는 식으로 만들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트로피 중에 원문 戦闘を終えて를 전투를 배우며라고 오역한 부분이 있더군요.
(원래는 전투를 끝내며라는 뜻)
엔딩 후 해방되는 추가 컨텐츠가 엄청나게 혜자였습니다.
이벤트 CG는 물론이고 음악에 작곡자의 해설, 사운드, 성우들의 오마케 보이스까지.
게다가 게임에 쓰인 배경과 영상뿐 아니라 캐릭터 모델 감상도 들어가 있네요.
이런 엔딩 후 특전은 아틀리에 시리즈의 전통인 것 같던데
이 정도로 풍부하게 꽉 차 있는 컨텐츠가 놀라웠습니다.
엔딩 후 여운에 잠기면서 하나씩 듣고 보는 재미까지 충실했습니다.
게임도 신선하고 즐겁게 했지만 이런 추가 요소 덕분에 더 좋은 인상을 받았네요.
플스 4에서 딱 한 번 에러 나서 강제종료가 된 적이 있는데 요즘 게임치곤 자동 저장이 아닌 게 흠입니다.
* 아래부터는 최종 보스와 스토리의 중요 누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아토미나와 메크레트가 과거 플라흐타가 봉인한 르아드의 쪼개진 존재였고,
플라흐타는 책으로 지식을 옮겼지만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피가 어떻게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알 수 있더군요.
사실 "세상을 구하지 않는 RPG"를 표방한 아틀리에 시리즈답게
대연금술사 르아드가 부활해도 세상이 위기에 처한다는 분위기가 아니라
연금술사끼리의 세력 다툼 정도로만 느껴지더군요.
르아드를 물리치고 난 뒤에 다시 되돌려진 아토미나, 메크레트와 플라흐타가 나누는
대화, 소피의 인식을 봐도 심각한 위협의 적이 아니라 좀 심하게 장난을 친
말썽꾸러기를 벌하고 용서한 정도로 보였습니다.
후일담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다소 가볍게 이벤트를 만든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원래라면 르아드는 근절의 연금술로 세상의 원소와 재료를 고갈시키면서 지배하려고 했겠죠.
계획대로 됐다면 대지가 황폐해졌을 텐데 황혼 시리즈 아틀리에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한때는 적대하면서 서로 싸웠던 상대인데 너무 쉽게 아토미나, 메크레트에게
다시 연금술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건 천성이 착한 소피답기는 하네요.
재봉사 레온의 갈등은 좀 더 깊은 사연이 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금방 해결이 돼서
혹시 더 설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레온이 원래 있었던 도시는 어떤 풍경인지 궁금하네요.
다른 캐릭터들도 너무 자주 이벤트가 나온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많았지만
캐릭터 하나 하나 사정을 알아가는 재미와 소소한 감명이 있어 즐거웠습니다.
소피가 고쳐준 오르골을 코르네리아가 자주 듣는 장면이 어른거리네요.
소감글에서 애정이 넘쳐나오네요ㅎㅎ 아틀리에가 연금술의 집중도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변하는 오묘한 묘미가 있죠. 연금술을 정말 가볍게 해도 게임하는데는 큰 지장없고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깊이가 느껴지는게 연금술시스템입니다. 변태적인 고인물 유저들은 보스를 어떻게 요리하고 얼마나 더 큰 데미지를 낼수 있는가 연구하는 맛에 하는 사람도 많죠ㅎㅎ 각 작품마다 연금술의 특징이 다르기땜에 후속편도 깊히 해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시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네요. 노멀 난이도로 했지만 초반에 아이템이 부실하니 전투가 어려울 때가 종종 생겼네요. 빛의 지배자와 마왕은 노멀도 너무 어렵던데 데스피어 난이도에선 대체 어떻게 잡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소감글 잘 봤습니다. 원래 모든 게임이 호불호가 있으니 소감이야 모두 다르겠지만 그래도 소피가 좋은 작품인거는 틀림없죠. 소피로 입문한 분들도 많고(우리나라가 특히 더 그랬지만), 작년 캐릭터 인기투표 1위가 소피였다는게 그 증거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내용들이 있네요. 정리하자면 1. 디지털터치가 번역 미스가 좀 있더군요. 게다가 리디수르에서는 캐릭터명도 일관성없게 번역해놔서 네르케 번역이 좀 많이 걱정되긴 합니다. 2. 전투 이펙트가 화려한...지는 잘 모르겠네요. 일본산 게임들이 대부분 전투 이펙트가 화려한 편이라 생각해서... 마나케미아를 언급하시기에 떠올랐는데, 조금 해본 소감으로는 마나케미아가 특히 전투 이펙트를 중요시했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이게 거스트 게임이 아니라 니폰이치 게임(디스가이아 같은) 같아서 적응이 잘 안되더라고요. 전투를 너무 스킬로만 해먹는게 적응이 안돼서 중도 하차하긴 했지만요... 3. 소피가 단조롭다고 말하는 부분은 아마 이전 시리즈를 했던 사람들의 평가일겁니다. 전작들과 비교해도 시리즈 첫 작품으로서 소피는 쉬운 편은 맞거든요. 그래도 쉬운 난이도 때문에 소피로 아틀리에를 입문한 사람들이 많은거고, 소피가 작년에 실시했던 캐릭터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한 것도 그 결과일테고요. 평가는 결국 보기 나름이라, 단조롭다는 의미가 지루하다는 뜻도 있겠지만, 간단하고 편하다는 의미도 있으니 평가에는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리디&수르는 안 해봤지만 번역가가 여러 명일 땐 통일된 이름을 미리 정해놓지 않으면 뒤죽박죽이 되더군요. 한 명이 번역했는데도 그랬다면 번역가의 실수겠네요. 연금술 중심인 게임이라 전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겠지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전투가 화려하게 느껴졌네요. 특히 쥴리오의 횡으로 베는 템플(크루세이드) 슬라이드는 검을 휘감는 바람의 흔들리는 연출에서 박력이 느껴졌고, 레온의 창으로 전체 공격하는 발키리 레이드(어썰트)도 눈이 즐겁더라고요. 코르네리아의 무차별급(초은하급) 킥도 속도감이 잘 느껴지는 연출이었습니다. 마을이나 필드의 배경 묘사에 비교되어서 더 화려하게 느껴진 걸지도 모르겠네요. 트라이에이스에서 만든 스타오션 시리즈는 4부터 전투에 지나치게 화려한 이펙트를 써서 캐릭터가 뭘 하고 있는지 안 보일 정도였는데, 그에 비하면 소피는 적절하게 화려했던 것 같습니다. 마나케미아는 소피를 하고 나서 알게되었는데 전투가 재밌어 보여서 플스 2 시절에 해봤더라면 싶더군요. 소피의 전투가 아군, 적군 나눈 턴제 방식이라 여기서 호불호가 좀 갈렸던 것 같았네요. 필드 효과나 브레이크 때문에 원하는 전술을 짜기가 좀 애매하긴 하더군요. 반면 아군 행동 다 정해놓고 나면 전투 연출을 한동안 감상하고 적의 반응을 보는 과정이라서 연속된 흐름을 즐기는 재미가 있었네요. 오히려 연금술은 만들 게 너무 많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아이템이 있어서 중반부턴 어떤 장비를 써야할지 고민했습니다. 효과를 발현시키고 특성을 연계하는 시스템 덕분에 연금술은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일부 아이템의 가마 퍼즐 맞추기가 까다로운 게 가끔 머리 아프긴 했지만 손쉬우면서도 나름 고민하게 만드는 연금술이 괜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