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클베리입니다.
어느 추운 금요일 오후,
지맹이가 묻습니다.
"아빠~ 캠핑장 오늘 갈 거야?
내일 갈 거야?"
"언제 가고 싶은데?"
"지금"
그래서 당장 캠핑장으로 떠나기로 합니다.
아내는 다음 날 합류하기로 하고
지맹이와 둘이서 고고싱!
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수돗물 줄기가 거꾸로 솟은 채 얼어버렸네요.
금요일이라 그런지 장박 텐트들이 거의 비었습니다.
텐트 환기부터 시키고 짐을 내립니다.
히터를 가동하려면 가습기 물을 떠와야죠!
영하의 날씨에도 텐트 안은 금방 훈훈해집니다.
천정에 실링팬을 달았습니다.
더운 공기가 내려오니 바닥까지 온기가 가득합니다.
"아빠~ 오랜만에 우리 인형놀이할까?"
바비, 미미, 디즈니 공주 등..
많은 아이들이 저를 주시하고 있으니 왠지 부담스럽습니다..
자.. 이제 지맹이는 재단사로 변신합니다.
집에서 작아진 양말들을 챙겨온 꼼꼼함.
적당한 사이즈로 자르고 자르면..
저는 재봉사로 변신하여 꿰매줍니다.
스커트나 원피스, 양말까지 만들었습니다.
모델들의 피팅 시간.
수제 의류 샵 영업은 여기까지...ㅎㅎ
밤이 깊어갑니다.
둘이 소고기 구워 먹고 잠자리로... zzZ
오늘은 주위 캠퍼들이 없어서 고요한 밤입니다..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는데 아침이 되었네요.
오잉? 꿀잠을 잤다는거겠죠~ㅎㅎ
간밤에 아내가 와서 더 편한 밤이었을지도..^^
하늘을 보니 야외활동하기에 딱 좋아 보입니다.
맑은 아침 공기 마시며 킥보드 나들이.
한탄강 물도 오늘따라 맑아 보입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김장 비닐을 꺼냅니다.
사부작사부작....
햇살을 더 많이 들이기 위해 창을 만들었습니다.
"아빠~ 따뜻해 따뜻해~"
아침 먹었으니 뭐 하는 시간?
노는 시간이죠~
세 식구 잔디밭으로 출동합니다.
동전을 나눠 가지고 뭘 하려고..
아하! 동전 던지기!
지맹이는 조금 앞에서 던질 수 있게 어드밴티지를 줍니다.
팔이 좀 더 짧으니까요...ㅎㅎ
아내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입니다.
저는 목숨이라도 건 듯한 분위기군요..
저 1등, 지맹 2등, 아내 꼴찌 순입니다.
벌칙은... 축구 골대 찍고 오기!
한동안 게임과 벌칙을 반복하다가 종목을 바꿉니다.
사! 방! 치! 기!
저 사실 사방치기 고수입니다.
"엄마~ 손 짚었네? 뛰어~~"
근처 미술 전시장 구경 갔는데 마침 휴장입니다.
그래서 가까운 태풍 전망대로 핸들을 돌렸네요.
지금부터 민통선 안으로 들어갑니다.
민통선 안에서는 사진촬영에 유의해야 합니다.
지형이 자세히 나오는 사진은 안되며,
건물이나 물건 등은 촬영 가능합니다.
앞 유리에 태극기를 부착하고..
출입증을 받아서 꼬불꼬불한 산을 오르고 또 오릅니다.
망원경으로 북쪽 초소와 지형을 살펴보고..
전망대 건물 앞에서 기념 촬영.
"아빠~ 북한이 이렇게 가까웠어?"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곳이 북한이야.."
텐트에 돌아오니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었군요.
밥 먹기 전에 보드게임 한 판? 아니.. 몇 판!
지맹이가 가장 좋아하는 메모리 게임입니다.
카드를 모두 뒤집어 놓은 상태에서 돌아가며 2장씩 뒤집습니다.
이전 카드들을 잘 기억하면서 같은 카드를 찾는 게임.
국민 게임. 젠가!
조심조심.. 집중력이 최고조로 상승하는 시간..
제가 쓰러뜨렸네요..
엉덩이로 이름 쓰기~
이건 제가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도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것은..
가운데 뒤집은 카드와 자신이 가진 카드가 같을 시,
도블! 외치고 가져갑니다.
이건 너무 웃겨요...ㅎㅎㅎ
손바닥 룰렛.
손바닥에 크림이나 스펀지 등을 올려놓고..
손잡이를 돌리다 보면..
랜덤한 횟수에 손바닥이 얼굴을 퍽! 때립니다.
이 게임도 국민게임이라 불리죠.
할리갈리.
동시에 내고 그 수의 합이 5가 되면 종을 칩니다.
다른 방법도 많지만 기본 룰이 가장 재밌네요.
톡톡 우드맨.
돌아가며 도끼로 나무를 때립니다.
기둥을 쓰러뜨리지 않고 더 많은 껍질을 가진 사람이 승!
할리갈리 시리즈가 참 많더라고요.
그중 가장 많은 순발력과, 판단력을 요하는 게임.
할리갈리 컵스!
미션 카드를 뒤집는 순간 컵으로 모양을 만듭니다.
참 재밌긴 한데..
이걸 하면 꼭 싸웁니다..ㅎㅎㅎ
일반 상식을 맞추는 게임 OX 퀴즈.
공부가 되는 게임이라 이뻐합니다.ㅎㅎ
요즘 지맹이와 가장 자주 하는 게임은.. 알까기!
그리고 오목입니다.
아빠를 이겼다고 자축 세리머니 중.
"지명아.. 과연 이것이 아빠의 진짜 오목 실력일까?"
잠깐만 놀려고 했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배고파.. 배고파...
부챗살 먼저 구워서 지맹이 먹이고..
오리 로스구이는 아내와 먹습니다.
양념 돼지고기가 왜 이리 부실해 보이는 걸까요..
역시.. 양이 모자랍니다.
이럴 땐 라면만 한 게 없지요.
이쁜 밤하늘입니다..
왠지 저 달 앞으로 자전거를 탄 ET가 날아갈 듯 한..
전망대 이야기, 낮에 놀았던 이야기...
깜깜한 침실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듭니다.
오늘 아침은 세상이 뿌옇게 흐립니다.
저 멀리 한탄강 댐도 보이지 않습니다.
캠핑장 마스코트인 미소.
요즘 부쩍 저를 따릅니다.
매점에서 밥 데우고 간식 사 오는 길.
아내가 저희를 찾으러 다녔나봅니다..ㅎㅎ
"아빠~ 우리 점프해볼까?"
아내의 표정이 뾰로통합니다.
잘 뛰면서...ㅎㅎㅎ
앗.. 놀던 잔디밭 바로 앞에 멍멍이 응가가 있습니다.
"개 주인님 이거 보시면 반성하시고 앞으로 수거 제대로 하세요."
잘 놀다가 리듬이 끊겨서 텐트로 고고!
텐트 정리하고 청소까지 마무리하고 ...
집으로 갈 준비를 합니다.
"텐트야.. 한 주 동안 잘 지내..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닭볶음탕을 해 줍니다.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엄지척하는..
맛있게 먹었으니 또 놀아야죠...ㅎㅎ
요즘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에 푹 빠졌습니다.
"찌끼야 미아 쏘모스~ 꼬모 엘 땜뽀랄~♬"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은 종종 묻습니다.
"애들이 좋아 할 만한 캠핑장이 어딜까요?"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 좋은 캠핑장 추천해주세요"
저희가 다니는 캠핑장은 부대시설은 참 좋지만,
조그만 놀이터를 제외하고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놀이 시설이 없습니다.
하지만 딸아이는 매주 캠핑장 가자고 손을 이끕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딸아이의 눈 높이에서 같이 놀려고 더 신경쓰고..
최소한 몇 가지는 함께 놀 준비를 해 갑니다.
그럼 그곳이 어떤 캠핑장이든..
아이들이 놀기 좋은 최고의 캠핑장이 되는거죠.
동전과, 돌맹이만으로도 1시간 이상은 놀 수 있잖아요.
아이들과 함께 조금 더 뛰어 보세요.
아이들과 같이 조금 더 웃어 보세요.
캠핑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시설이 아니라...
부모님들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 끝 -
멋지네요 ㅋ.
좋은 아빠의 표본, 좋은 남편의 표본인거 같아요 항상 응원합니다~!!
멋지네요 ㅋ.
저요? 농담입니다..^^
허클베리님 글은 항상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20개월 딸을 둔 아빠로서 아직은 아이가 어려 캠핑 등은 못가지만 좀 더 크면 허클베리님처럼 친구같은 아빠가 되어 놀아주고 싶네요~
20개월 공주님.. 참 이쁘겠네요. 봄이되면 공원이나 동물원 나들이 많이 다니시겠어요. 이쁜 추억 많이 만드시고.. 싸우지 마시고 친하게 지내시길...^^
좋은 아빠의 표본, 좋은 남편의 표본인거 같아요 항상 응원합니다~!!
딸아이에게만 좋은 아빠이면 되는데.. 오늘 아침에도 양치하라고 잔소리 했다가.. "아빠 미워!" 들었네요. 저는 미운 아빠입니다 ㅠㅠ
오 장박하고 계시는군요 ㅠㅠㅠ 저도 장박 하고싶은데 올해는 힘들거같네요 장박 하고 나면 텐트 많이 상한다고 해서요 흑흑 강원도??인거같은데 저도 그쪽에서 함 캠핑 해보면 좋겠네요. 저 사는곳은 광주광역시라....강원도캠 한번쯤은 할수있으려나 모르겠어효 ㅎㅎㅎ
저 텐트 4년 째 동계 장박용으로 사용했지만 큰 손상은 없습니다. 얼마 전 지퍼 열다가 스킨 조금 찢은거 말고는요..ㅎㅎ(보수테이프로 간단 해결) 어차피 텐트는 소모품입니다. 상할거 걱정되면 맘 편히 캠핑을 못 즐길거에요. 중고로 장박용 구하셔서 편하게 사용하시는게 어떠신지요^^ 참, 저곳은 연천입니다.
네 ㅎㅎㅎ 그래서 올해는 (금전적으로)무리라서 내년에는 중고하나 사서 겨울장박 꼭 하려구요! 연천.. 연천이면 헐 네이버지도 쳐보니 엄청 위쪽이네요 ㅋㅋㅋㅋ 바로위에가 개성이군요!!!
저 텐트는 코베아 아웃백 골드인데요. 요즘 중고 20 언저리면 구매 가능하더군요. 비싸고 좋은 제품들도 많지만.. 저희 세식구에겐 여유롭게 지낼 공간이 나오네요. 정이 많이 들어서 스킨이 닳고 닳을 때까지 쓸 것 같아요. 연천이면 최전방이죠 ㅎㅎ 북한도 보인답니다.
텐트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ㅎ 안그래도 저희 텐트랑 구조??가 비슷한거같아서 눈이 갔어요 ㅋㅋ 내년에 장박텐트 살때 참고할게요 ~
건강하고 행복한 캠핑 생활 하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부럽습니다. 저희 가족도 캠핑 좋아하지만 부실한 장비로 겨울엔 꿈도 못꾸네요. 언젠가 11월에 갔다가 밤새도록 덜덜 떨며 보낸적이 있어서 더 그렇습니다. ㅎㅎ 그래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긴 하죠.
저렴한 거실형 텐트와 난방용품만 있으면 겨울나기 거뜬해요. 친구네는 10만원대 텐트, 10만원대 난로, 2만원짜리 야전침대 3개로 3식구 극동계 캠핑도 했습니다. 바닥공사와 텐트 세팅만 잘 하면 저렴하게 겨울캠핑 즐길 수가 있으니.. 다시 도전하세요!
네! 매트리스는 구했으니 그 위에 전기장판 깔고 난로를 알아봐야겠네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집에서도 쓰고 캠핑장에서도 쓰는 팬히터를 추천합니다!
멋지시네요 저도 18개월 아들을 두었는데 30분 놀아주면 지치던데;; 대단하십니다.
저도 딸아이 애기 땐 늘 지치고 피곤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생생하게요..ㅜㅜ 지내다보니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아이와 놀아주면 피곤하고 금방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놉니다. 놀아주지 마시고 같이 놀아보세요. 육아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네 완전 공감합니다. 그래서 요즘 코코블럭사다가 제가 조립하고 스케치북에다가 제가 그림그리고 놀아요. 물론 옆에서 하는것 마다 다 뺏어가서 난장판을 만들어 놓지만... 그래서 아이핑계대고 어른 장난감 산다고..요즘 블럭만 열심히 사고 있어요 ㅎㅎ
코코블럭은 처음 듣네요. 세대가 다르니...ㅎㅎ 저는 딸아이 핑계로 rc를 많이 즐겼었죠. 이제는 아내도 rc 참 좋아합니다^^ 음..곧 레고 하시겠네요?
코코블럭은 단종되었죠 저 어릴적 레고보다 조금더 큰 모양 블럭이 코코블럭인데 이젠 레고나 옥스포드에서도 나오더라구요. 저때는 코코블럭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졌구요.ㅎㅎㅎ 저는 아기 크면 같이할려고 플스랑 스위치 사놨는데..아이 엄마가 믿지를 않네요 ㅎㅎ
요즘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면서 그것만 볼텐데 배경이 80년대 보는줄 알았네요
습관이 참 무섭습니다!
허클베리님댁 안주인님과 따님은 정말 행복해보여요~. 딸래미 키우는 아빠 입장으로 나중에 우리 딸이 꼭 허클베리님처럼 자상하고 멋진 남편을 만난다면 좋겠어요. 물론 제가 제 딸래미를 허클베리님댁 안주인님처럼 아름답고 현명하게 키워야 하겠지만 말이죠 ^^
사진에 제가 많이 안나와서 그렇지.. 제가 젤 행복해 보여요 ㅎㅎㅎ
굿굿
다음 후기는 빙판 놀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