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카나구야의 온천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지나가다 보이는 1층의 휴게실은 아늑하게 꾸며져서 좋네요.
원래는 방이었는데 통째로 바꿨다고 해요.
첫번째 욕실은 카마쿠라부로(鎌倉風呂)입니다.
불투명 유리로 둘러쳐진 작은 욕실에 오뚝이 형태의 욕조가 놓여있는데 이름처럼 카마쿠라 시대(1185~1333)의 양식을 모방했다고 해요.
본관이 지어질 시기인 1936년에 만들어졌는데 노후화로 인해서 1977년에 리모델링됐습니다.
온천수는 시부온천의 공용 원천인 지옥계곡의 원천과 시부온천에 위치한 온센지(温泉寺) 원천의 혼합천이라는군요.
카마쿠라부로를 포함한 카나구야의 모든 온천은 가수, 가온, 순환, 살균이 없는 원천 흘려보내기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약간의 하얀 유노하나가 깔린 온천수는 조금 뜨거웠는데 특별한 입욕감은 없었어요.
천질은 pH 5.3의 나트륨ㆍ칼슘-유산염ㆍ염화물천입니다.
주요성분은 나트륨 193.3 mg, 칼륨 40.9 mg, 칼슘 104.5 mg, 염화물 259.5 mg, 유산 377.6 mg, 메타규산 149.4 mg,
메다붕산 36.4 mg 입니다.
다음은 1950년에 지어진 로망부로(浪漫風呂)인데 처음에는 로마의 탕이란 이름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욕실의 입구는 여자의 형상을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놓았는데 시부온천이 위치한 야마노우치쵸의 민간 전설에 기인한다고 해요.
오누마이케란 연못의 큰 뱀이 공주를 사랑하게 되고, 왕이 처단하려다 실패해서 복수를 당하자 공주가 연못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에요.
로마의 탕이라고 지었던 것처럼 내부는 스테인드글라스로 둘러쌓여있고, 욕조는 로마의 분수를 연상시키는듯한 독특한 구조입니다.
원천이 욕조가 위치한 건물의 지하 3 m 지점에 있어서 펌프로 퍼올리는데 카나구야가 만들어지게 된 최초의 원천이라고 하네요.
탁한 청록색 빛깔의 온천수에서는 약한 유황냄새가 났는데 상당히 뜨거워서 오래있기는 힘들었어요;
천질은 pH 6.6의 나트륨ㆍ칼슘-염화물ㆍ유산염천입니다.
주요성분은 나트륨 243.3 mg, 칼륨 28.9 mg, 칼슘 103.1 mg, 염화물 314.8 mg, 유산 362.9 mg, 메타규산 157.7 mg,
메타붕산 47.5 mg 입니다.
이쪽은 대절탕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간쿠츠노유(岩窟の湯)입니다.
산의 비탈면을 깍은 후에 바위를 쌓아서 지은 욕조라는군요.
공간이 매우 좁은데 온천수에서는 약한 유황냄새가 났고 수온은 적당했네요.
온천수는 카나구야 제1시굴 원천, 제2시굴 원천, 제3시굴 원천의 혼합천입니다.
혼합천의 성분 분석표는 따로 없었네요.
간쿠츠노유부터 이후 5개의 온천은 대절온천으로 어느 때라도 이용자가 없으면 안쪽에서 문을 잠그고 즐기면 됩니다.
배처럼 생긴 욕조가 특징인 와요노유(和予の湯)입니다.
바닥은 물방앗간의 부품들을 이용해 꾸며 놓았어요.
욕조는 2단으로 단차가 있는데 더 깊은 앞쪽부분은 순환이 제대로 안되서 위쪽은 뜨거운데 아래쪽은 미지근했어요;
와요노유와 이후의 3가지 대절탕과 노천탕은 모두 카나구야 제1시굴 원천, 제2시굴 원천의 혼합천을 사용하는데 특징은 아래와 같아요.
제1시굴 원천의 천질은 pH 8.2의 함유황-나트륨ㆍ칼슘-염화물ㆍ유산염천입니다.
주요성분은 나트륨 367.3 mg, 칼륨 40.6 mg, 칼슘 107.4 mg, 염화물 535.5 mg, 유산 314.6 mg, 메타규산 216.5 mg,
메타붕산 76.1 mg, 메타아비산 1.56 mg 입니다.
제2시굴 원천의 천질은 pH 8.1의 함유황-나트륨ㆍ칼슘-염화물ㆍ유산염천입니다.
주요성분은 나트륨 322 mg, 칼륨 36 mg, 칼슘 108.6 mg, 염화물 454.9 mg, 유산 318.5 mg, 메타규산 201.8 mg,
메타붕산 65.8 mg, 메타아비산 1.35 mg 입니다.
나머지 3개의 대절탕과 노천탕은 떨어진 건물에 있어서 이동합니다.
관내를 둘러보면 물방앗간의 부품인 톱니바퀴, 축 기둥들을 많이 이용한 인테리어가 보여요.
그리고 계단들의 형태도 전부 제각각이었어요.
대절탕 코야스노유(子安の湯)입니다.
벽면의 스위치를 켜면 폭포탕이 쏟아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욕실의 모든 돌은 카루이자와 인근의 화산인 아사마야마의 용암석으로 꾸며졌다고 해요.
대절탕 케이와노유(恵和の湯)입니다.
이쪽은 아사마야마의 용암석을 잘라서 욕조를 만들었다고 해요.
대절탕 비묘노유(美妙の湯)입니다.
나가노현 남부 기소지방의 고급목재로 만들었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옥외에 꾸며진 노천탕입니다.
설산과 눈에 덮힌 마을의 풍경이 보여서 좋지만 개방된 곳이라 너무 추워요;
이상으로 카나구야의 온천을 살펴봤습니다만 그렇게 개성이 강한 온천들은 아니에요.
로망부로를 제외한 탕들의 원천은 멀리 떨어져있어서 그렇게 신선하지도 않았고 유량도 적었습니다.
아침식사를 합니다.
카나구야의 아침은 무기토로 고젠(麦とろ御膳)이라는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 건강식으로 나옵니다.
날계란을 보리밥과 비빈 후, 구기자 열매가 올려진 토로로(갈은 마)를 끼얹어서 먹으면 됩니다만 역시 마를 싫어해서 그냥 먹었습니다;
퍽퍽한 돼지고기가 나오는데 그윽한 숯불향이 나고, 짭짤달달해서 맛있었네요.
김은 소금이 뿌려져 있지 않은데 김 특유의 향이 진해서 좋았습니다.
전골에는 야채와 수제비 덩어리같은 것이 들어 있는데 국물은 간장으로 연하게 간을 해서 아침에 먹기에 제격이네요.
밥과 된장국은 무난했습니다.
카나구야의 아침식사는 간결하면서도 개성과 정성을 갖추었다는 느낌이에요.
잠시 쉬다가 이번에는 어제 예약했던 원천 투어에 참여합니다.
원천지는 모두 카나구야의 바깥에 위치해 있어서 일부는 걸어서 보고, 일부는 차를 타고 이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날은 저희 이외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더군요;
원천투어는 카나구야의 8대째 관주께서 진행해주십니다.
먼저 부지 내에 위치한 카나구야 별장이란 이름의 원천으로 로망부로에 사용되는 온천수입니다.
이 원천은 시추를 하는 방식이 아닌 지표면에서 스스로 분출한 원천이라고 해요.
다음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90 m 지하에 구멍을 뚫어 끌어올리는 제3시굴 원천입니다.
이 원천은 제가 묵었던 501호실과 511호실만 단독으로 사용된다고 해요.
벽면에 붙어있는 하얀 덩어리를 맛보게 하는데 소금맛이 납니다.
즉, 나트륨-염화물천이라는 것으로 주위에 바다가 없는 시부온천에서는 이런 온천의 결정을 소금 대신에 사용한 적도 있다고 하네요.
다음은 멀리 떨어져 있는 카나구야 주차장으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이곳은 주차장 옆에 위치한 제2시굴 원천이에요.
수증기를 맡아보게 하는데 유황냄새가 납니다.
수온이 98℃에 달하는 이 원천은 욕조뿐만이 아니라 방의 난방에도 이용한다는군요!
확실히 일부 온천의 탈의실 바닥이 따뜻했었는데 그런 이유였군요.
이렇게 온천수를 난방에 이용하는 료칸은 일본에서도 매우 희귀하다고 합니다.
예전에 사용하던 배관을 보여주십니다.
내부를 자세히 보면 하얀 덩어리로 인해서 구멍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유황의 화합물이라고 해요.
그런 이유로 정기적으로 배관을 갈아주지않으면 막혀버린다고 하네요.
다음은 역시 주차장 인근에 있는 제1시굴 원천입니다.
료칸으로 향하는 벨브를 잠그고(어차피 체크아웃 시간대에요;), 원천수를 솟구치게 해주시는데 물줄기가 저한테 날라와서 깜짝 놀랐어요;
원래는 조금 솟구치고 멈추는 간헐천이라는데 배관이 침전물로 많이 좁아져서 계속 나오는 것같다고 하시네요;
원천 투어에서만 보여주는 특별한 이벤트였네요.
솟구친 원천을 물통에 담아서 촉감을 느껴보라고 하시는군요.
많이 뜨거워서 살짝 찍어봤는데 손가락 끝이 미끌거리는 것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이렇게 원천 투어를 끝마치고 료칸으로 돌아오면 기념품으로 유황 화합물 덩어리를 나눠줍니다.
세면대에 물을 담은 후, 이 덩어리를 잘게 부숴서 풀면 온천같이 미끌거리는 촉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원천 투어라는 특별한 체험도 해보고나서 카나구야를 떠나게 됩니다.
카나구야의 온천 자체는 아주 좋다고 하기 힘들지만 료칸 자체의 즐거움을 극대화시킨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무엇하나 똑같이 꾸며진 곳이 없는 구조이면서 전통을 겸비한 특별함은 다른 료칸들과 차별화되는 카나구야만의 개성입니다.
카나구야를 떠나서 본격적인 3일차 일정을 시작해봅니다.
겨울에 왔으면 멋진 눈 구경을 해야겠죠!
토가쿠시신사 오쿠샤(MAPCODE : 1004 009 327)로 향합니다.
토가쿠시 지방에 다가갈수록 눈발이 거세지기 시작하더군요.
이 날이 마침 크리스마스 당일이라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겪게 된 셈이군요.
도착하니 여름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눈이 수북하게 쌓인 참배로 입구가 반겨줍니다.
눈이 거의 무릎 아래 높이까지 쌓여있기때문에 사람들이 지나다녀서 굳어진 길의 가운데 부분만을 밟고 나아가야 했어요.
이렇게 눈발이 날리는 날씨임에도 세 팀의 사람들이 저와 같은 목적으로 방문하셨더군요.
참배로의 중간지점인 즈이신몬에 도착했습니다.
붉은 건물 위로 하얀 눈이 쌓인 모습이 멋지네요.
그리고 건물을 통과하면...
와~~~ 환상적인 풍경이군요.
하얀 눈보라 속에 우뚝 서있는 삼나무 가로수의 모습은 몽환적인 광경을 연출합니다!!
뒤돌아보니 즈이신몬을 배경으로 펼쳐진 삼나무 참배로도 한 폭의 영화장면같군요.
겨울의 일본에서 맞이한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 속에 두고두고 남을 것같습니다.
이후에는 애초부터 삼나무 참배로를 보러 온 것이 목적이었기때문에 신사까지는 가지않고 그대로 돌아가게 됩니다.
점심 식사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원래는 소바로 유명한 토가쿠시 지방의 다른 가게를 찾아갈려고 했는데 눈 때문에 길이 파묻혀서 도저히 갈 수 없겠더군요;
그래서 여름 때도 방문했던 우즈라야를 다시 방문하기로 합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우즈라야는 변함없이 만원이었습니다.
주변에 스키장이 있기때문에 그곳에서 온 사람들인 모양이에요.
애초에 다른 계절에 왔다가는 예약대기 없이 먹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유명점이지만요.
이번에도 텐자루소바를 주문해봅니다.
여전히 생와사비를 직접 갈도록 나오는데 와사비의 색깔이 여름 때보다 더 푸른 색인 것같군요.
그렇다고 더 맵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요.
이번에는 밑반찬이 배추가 아닌 노자와나(노자와 온천 일대에 주로 재배되는 채소)의 절임으로 나왔습니다.
노자와라고 하니 안좋은 기억밖에 떠오르지않는군요;
소바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면발이 여름철과는 다르게 조금 단단한 편이었어요.
맛있는 것은 여전했지만 여름철에 먹었던 것이 저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식감이었어요.
튀김은 변함없군요.
소바와 튀김 2종류를 먹고나니 배가 꽉 차는 느낌이었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네요.
우즈라야의 바로 옆에 위치한 토가쿠시 신사 츄샤도 잠깐 들러보기로 합니다.
이 곳도 꽤나 설경이 근사하군요.
경내에 위치한 800여년 수령의 특이하게 생긴 삼나무도 변함없이 굳건하게 서있군요.
역시 날씨가 이렇다보니 참배하는 사람은 거의 없더군요.
토가쿠시 지방이 특히나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이기는 해요.
배전 옆의 폭포인 사자레타키는 얼지않고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어요.
이런 모습 때문에 신성시한 것이기도 하겠지요.
다음은 여름철에도 들렀던 다이보토게 전망대를 들린 후, 알프스 전망 광장(MAPCODE : 382 493 150)으로 향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눈발 날릴 때부터 제대로 된 전망이 보이지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는데 역시나네요;
아무것도 안보여요; ㅠ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키나사 마을이 내려다 보입니다.
외진 산골마을인데도 불구하고 국도의 눈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더군요.
계속해서 국도를 달려 알프스 전망광장에 도착합니다.
사진처럼 별도의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니 주차를 하면 됩니다.
언덕을 올라가면 작은 공원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작은 휴식터 하나와 사당 하나가 전부에요.
한쪽 편의 사당을 들여다보니 뭔가 이상한 조각상이 보여요.
기타, 삽, 새, 칼 등을 쥐고 있는 즈쿠다제 명왕(ずくだせ明王)이라고 적혀있네요;
키나사 마을의 어느 조각가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즈쿠(ずく)는 몇몇 지방에서 사용하는 사투리인데 나가노현에서는 정의가 어려운 단어로 끈기, 의욕, 근성 등을 가리킵니다.
그 중에 즈쿠오다세(ずくを出せ)라는 표현은 의욕을 내라는 의미이기때문에 저 목상은 의욕을 내기를 바라는 명왕이라는 것이겠네요.
알프스 전망 광장의 경관도 그리 깨끗하지 못합니다.
특히 북알프스 산맥은 구름에 가려서 아예 보이지도 않는군요.
산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니 이런 것은 운에 맡길 수 밖에 없겠지요. ㅠ
다음은 오가와의 장원 오야키무라(MAPCODE : 382 373 444)를 들린 후에 근처에 위치한 오가와 휴게소로 향합니다.
얄밉게도 산등성이를 내려오니 파란 하늘이 반겨주는군요;
전통간식인 오야키는 나가나현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인데 최근에는 손쉽게 증기로 찌거나 구워서 파는 곳이 대다수입니다.
이 곳 오야키무라는 납작한 냄비로 표면을 말린 후에 재 속에 파묻어서 쪄먹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가게에요.
그리고 손님이 직접 오야키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체험코너를 마련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건물의 옆으로 천수관음상이 보입니다.
뭔가 나무껍질을 이용해서 만든 것 같은데 특이하군요.
엌...
휴무일 파악을 잘못해서 문을 닫은 날에 왔어요. ㅠㅠ
창문을 들여다보니 외국인들이 방문한 사진들이 보이군요.
가족끼리 방문하면 재밌을 것같아요.
참고로 오야키무라는 국도에서 약간 들어간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는데 길이 험한 편입니다.
도로는 차 한대만 지나갈 정도로 좁지만 들어가는 길 따로, 나가는 길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반대쪽에서 차가 올 걱정은 없어요.
할 수 없이 바로 근처에 위치한 오가와 휴게소에서라도 가서 오야키를 먹어보기로 했어요.
휴게소의 오야키는 양파, 팥, 무, 호박 등 다양한 속재료가 준비되어 있더군요.
구매를 하면 식당에 앉아서 먹을수도 있습니다.
주문을 하니 오야키를 데운 후에 접시에 담아서 내옵니다.
이 곳은 증기로 찐 방식으로 만든 것같네요.
겉은 질기고 속재료는 감칠맛이 강해서 그다지 맛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네요.
여름철에 방문했던 이로하도 본점의 오야키가 그리워집니다;
다음은 여름 때도 방문했던 나가노 시내에 위치한 젠코지(MAPCODE : 54 247 355)를 찾아갑니다.
MAPCODE는 여전히 젠코지 오모테산도 다이만쵸 주차장의 위치로 주차한 후에 직진으로 올라가면 도착하게 되요.
젠코지의 주변에는 겨울인데도 꽤나 많은 방문객들이 보였는데 이 곳은 나가노 시내의 대표적인 상점가이기도 해요.
걸어가다보니 변함없이 웅장한 인왕문이 반겨주는군요.
젠코지의 인왕문에는 많은 양의 짚신들이 걸려있습니다.
옛날에는 절의 순례자가 닳은 짚신 대신에 빌려서 신은 후, 다음 목적지의 절에 신품을 헌상한다는 제도였다고 하는데,
현재는 다리가 튼튼해지도록 건강한 다리의 상징인 인왕님에게 기원한다는 의미라고 해요.
경내 상점가에는 여전히 관광객들, 특히 서양 관광객이 많이 보였어요.
이 거리에는 유서깊은 가게들도 있고, 맛집도 많은데 젠코지를 다녀온 이후에 한 곳을 들리기로 합니다.
여전히 멋들어진 풍채를 자랑하는 국보로 지정된 본당입니다.
나가노를 방문하면서 젠코지를 방문하지 않는 자는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가노를 대표하는 명소에요.
이번에도 본당에서 체험할 수 있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계단(戒壇) 순례를 해봤는데 여전히 신기한 기분이더군요.
여름에 방문했을 때는 공사중이라 못봤던 쿄죠(経蔵)가 관람할 수 있게 되었더군요.
쿄죠는 1759년에 세워졌는데 산문과 마찬가지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내부는 촬영금지라서 안내문으로 설명합니다.
건물 안에는 린조라 불리는 팔각기둥 형태의 구조물이 있는데 내부에는 불교의 교전을 망라한 일체경(=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다고 해요.
이 린조를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만으로 대장경을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을 얻을 수 있다고 적혀있군요.
간단하게 젠코지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경내 상점가에 위치한 몬젠미소 스야카메 젠코지점을 들려봅니다.
1902년에 세워진 이 가게는 나가노현 특산 된장과 가공품들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곳이에요.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 바로 된장 소프트크림입니다!
먹어보니 첫맛은 달달한 바닐라맛이 나는데 뒷맛은 씁쓸한 된장의 맛이 느껴져요;
이건...맛있다고 하기에는 미묘한 소프트크림이군요.
마치 옛날에 야마구치현 츠노시마에서 먹었던 미역맛 소프트크림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리고 젠코지 앞에서 맛보아야할 또 하나의 음식으로 단술이 있겠지요.
알콜은 무첨가라고 적혀있어서 마셔보기로 합니다.
약간 따뜻하게 나오는데 텁텁하면서 달달한 맛이 겨울과 잘 어울리는군요.
꽤나 맛있었어요.
젠코지를 떠나서 다음은 온천시설을 방문해봅니다.
국민숙사 마츠시로소(MAPCODE : 177 835 770)로 향합니다.
마츠시로소는 나가노시 남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온천지인 마츠시로 온천마을에 위치한 저렴한 숙박시설입니다.
저번 여름에는 같은 마을에 위치한 카가이 온천을 방문했었는데 이곳도 비슷한 천질이면서 유명한 곳이에요.
내부에 들어서니 카나구야처럼 배관 속에 굳어있던 온천 화합물 덩어리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곳의 온천은 성분이 아주 진해서 굵기도 엄청납니다.
여러 개의 내탕과 작은 노천탕 한 곳으로 꾸며져 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노천탕 사진만 찍어봅니다.
욕실에 들어서면 강한 탄산 냄새와 철 냄새가 느껴집니다.
물의 표면에는 하얀 유막이 흐릿하게 덮혀있는데 온천수 분출구 주변에는 거품들이 많이 보여요.
수온은 약간 뜨거웠는데 물맛을 보니 짜고 쓴 맛이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분당 740 리터의 풍부한 유량과 가수, 가온, 순환, 살균을 일절하지 않은채 원천을 그대로 쏟아붓는 신선한 온천이에요!
모든 욕조의 테두리는 사진처럼 온천 침전물로 두껍게 굳어있습니다.
이건 무슨 종유동같은 느낌이 들 지경이에요.
천질은 pH 6.7의 함철(II)-나트륨ㆍ칼슘-염화물천입니다.
주요성분은 나트륨 3125 mg, 칼륨 422.9 mg, 마그네슘 279.7 mg, 칼슘 1136 mg, 스트론튬 15.4 mg, 철(II) 20.7 mg,
염화물 7079 mg, 유산 294.4 mg, 탄산수소 2046 mg, 메타규산 158.4 mg, 메타붕산 905.7 mg, 유리이산화탄소 953.6 mg 입니다.
총 성분합계 15,520 mg이라는 무시무시하게 진한 온천수에요!
과연 근처의 카가이 온천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초고농축 온천이군요.
그리고 스트론튬이라는 처음보는 성분이 약간 함유되어 있군요.
이 온천성분은 유해 방사능인 스트론튬-90과는 다르게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는 무해한 천연 스트론튬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이 천연 스트론튬을 흡수하면 체내의 뼈에 축적된 유해한 방사능 스트론튬을 배제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주로 이 온천과 같은 화석해수 온천이나 요오드 천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성분이라는군요.
이제 마지막 관광지가 되겠네요.
우에다 성터 공원(MAPCODE :177 239 802)으로 향합니다.
겨울은 낮시간이 짧은 것이 제일 불편해요.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밤이 되버렸어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우에다 성에 현존한 3개의 망루중 하나가 라이트업된 것이 보입니다.
성터 공원은 벚나무가 많아서 봄에 특히 아름다운 곳인데 산책로에는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보였습니다.
공원을 반바퀴 도니 쇼콘샤(招魂社, 순국열사를 기리는 신사)가 보이는데 곳곳에 휴대폰을 보면서 서있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살짝 들여다보니...포켓몬을 하고 있군요;
그렇습니다. 이 곳은 포켓몬의 성지중 한 곳인 거에요!
라이트업된 우에다성의 출입구가 보입니다.
우에다성은 1583년에 무장 사나다 마사유키(真田 昌幸)에 의해 지어진 평지의 성입니다.
그는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대군을 2번에 걸쳐 물리치면서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고 해요. (결국은 함락됨)
함락된 이후에 성은 파괴되었지만 근대에 들어서 복원되었고 현재는 공원으로 개방되었다고 합니다.
입구의 오른쪽 석담을 보면 큼직한 돌이 박혀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 돌은 사나다 마사유키의 아버지가 산에서 캐온 3 m짜리 거석으로 사나다이시(真田石)라고 부릅니다.
우에다성을 비롯해서 일본의 성에는 일부러 거석을 사용한 예가 많은데 성주의 권위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해요.
사나다 마사유키의 차남인 유키무라가 썼다는 투구모형이 전시되어 있는데 로쿠몬센(6개의 엽전 모양)과 사슴뿔이 특징적입니다.
로쿠몬센(六文銭)은 불교의 육도전(삼도천을 건너는 삯)에서 따왔다는데 그만큼 결사의 각오를 품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해요.
성의 내부에는 역대의 우에다 성주를 기리는 사나다 신사가 위치해 있습니다.
비록 밤에는 조용한 곳이지만 주말 낮에 방문하는 우에다성은 코스프레나 다양한 이벤트로 인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명소에요.
다음 기회에는 제대로 된 분위기를 즐겨보고 싶군요.
마지막으로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사쿠다이라역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멘쇼 분조(MAPCODE : 85 387 630)를 방문합니다.
이곳은 사쿠다이라역 주변에 뭔가 맛있는 곳이 없을까해서 찾은 인기 라멘집이에요.
내부에는 CROWS라는 1990~1998년에 연재됐던 불량 고교생을 다룬 만화의 일러스트나 싸인 액자같은 것들이 진열되어 있어요.
만화를 보지 않아서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릅니다;
피규어도 전시되어 있고 직원분들이 라멘을 만드면서 기합소리같은 것도 지르는데 뭔가 만화를 테마로 잡은 라멘집인 것같아요;
그리고 교복을 입고오거나 학생증을 제시하면 곱배기, 밥 반공기가 무료라고 적혀있군요.
가게 분위기야 어쨋든 라멘맛이 중요하죠.
대표 메뉴인 분조라멘으로 시켜봤습니다만 큼직한 차슈는 마음에 드는데 시금치...?
차슈는 덜 퍽퍽한 점은 좋았는데 국물맛과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국물은 약간 짜고 느끼했는데, 시금치로 느끼한 맛을 덮으려던 모양인가본데 별로 소용이 없는 것같아요;
왠지 꽝을 뽑았다는 느낌이 드는 라멘이군요.
식사를 끝마친 이후에는 렌트카를 반납하고 사쿠다이라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되돌아 가서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카루이자와, 오부세, 시부온천을 주축으로 삼고 겨울의 낭만을 느껴기위해 꾸민 2박 3일의 여정이었습니다만 꽤나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카나구야는 묵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즐거웠어요.
온천이 뛰어난 료칸도 좋지만 료칸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잘 갖춘 곳도 좋다는 느낌이 새삼 들더군요.
다음 겨울 여행에는 어떤 즐거움이 기다릴지 기대됩니다. 후후..
비슷한 여행 취향 가지신 분 만나기 힘든데 반갑네요~ ㅎㅎ 앞으로도 일본의 모든 현을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녀볼 생각입니다.
카루이자와 11월달에 일본왕족 초빙으로 인터뷰한데네
유명한 휴양지라서 세계 고위인사들이 꽤나 찾더군요. 관광객과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지만요.
한가지 더 나가노랑 나카노랑 다른 도시인가요?
나카노시(中野市)는 나가노시(長野市)보다 더 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감사해요.
우에다 시내에는 우에다 성터를 제외하면 볼만한 것이 많지 않더군요. 저도 성터는 저녁에 구경했는데 주말 낮에 이벤트가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네요. 우에다 시내에서 전철로 30분 가량 떨어진 벳쇼온천도 가볼만한 곳이지만 온천 여행을 이미 하셔서 가볼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셨겠네요 ^^: 여담이지만 우에다 성터는 호쿠리쿠 신칸센을 타고 가면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우에다는 도심지의 느낌이 많더군요. 그리고 차량 정체가 상당히 심한 동네였어요. 벳쇼온천은 작년 여름 여행 때 다녀왔기때문에 또 가지는 않았습니다. 이 게시판에서 제 아이디로 검색하면 여행기가 올려져 있기도 합니다. 나가노현은 정말 다양한 온천이 있어서 온천유람하기 좋은 현이죠!
이분 여행기 진짜 넘모 알차고 재밌고 제 여행 취향이랑 딱 맞아서 ㅋㅋㅋ 닉 검색해서 전부 정독중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여행기 부탁드려요!
비슷한 여행 취향 가지신 분 만나기 힘든데 반갑네요~ ㅎㅎ 앞으로도 일본의 모든 현을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녀볼 생각입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정성어린 글 잘 봤습니다~~~!! 추천~~~!! >ㅇ<
감사합니다. 나가노도 계절별로 놀러가기 좋은 곳이에요~
와 멋집니다... 근대 이쪽은 렌트 말고 대중교통으론 힘들겠쬬?
열차편은 잘 깔려있는 편입니다. 카나구야가 있는 시부온천, 그리고 벳쇼온천에도 열차역이 있어요.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이기도 해서 겨울에도 별문제없어요.
매번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토가쿠시신사 설경의 삼나무숲 이거 완전! 너무멋집니다~~
끝내주는 풍경이죠! 드라마 한편 찍어도 될 정도에요. ㅎㅎ 여름에도 와봤는데 이 또한 멋진 풍경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