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1) 여행의 첫걸음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2) 히로시마 관광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3) 히로시마-오노미치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4) 오노미치-오카야마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5) 오카야마-아카시해교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 [1/4분량 정리] (6) 아카시해교-니시노미야
10년전 다녀온 일본자전거 여행기....[히로시마-도쿄] (7) 니시노미야-오사카
지난 내용은 상단을 참고해주세요.
여행 8일째, 지난 화에 이어 오사카에선 자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오사카에 입성했던 7일째가 일요일이어서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호텔에서 묵은 덕에 개인정비 및 차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 중반에 이르러 후반부를 향해 어떻게 다시 출발하게 되는지 지켜봐 주세요.
오늘도 이 글을 봐주시는 분들의 시간과 여유가 괜찮으시다면, 한 사람이 10년 전 어렸을 그 때, 스마트폰조차 없던 그 때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힘겨움을 이겨가며 완주했던 여행기를 재미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본문은 일기와 비슷한 형식으로, 존대가 없는 평어체입니다.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미리 감사인사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본 여행정보
목적:
히로시마-도쿄 자전거 일주
차종:
몬테규 바이크 파라트루퍼(16인치 프레임)
순수 여행경비:
항공료 제외 61만원
여행기간:
2008년 8월 11일~8월 24일 (13박 14일)
여행지:
히로시마(출발지)-도쿄(도착지)
경유지:
오카야마,교토,오사카,나고야,시즈오카,후지산 등 2번 도로와 1번 도로의 주요 도시
최종주행거리:1036.8km
8.여덟번째날, 8월 18일, 약간 늦잠. 맑고 갬
정확한 시간 불명, 기상.
간밤에 빨래와 후반부여행계획 수립, 지도 출력 등으로 시간을 많이 소모해서 늦게 잔 바람에 체크아웃 시간에 임박해서야 일어났다.
적당히 체크아웃하고서 바로 은행으로 이동.
늘 힘이 되고 발이 되어주는 자전거, 긴 여행 동안 파손되지 않고 잘 달려주어서 고맙다.
은행에서 다행히 일이 잘 처리되었다.
일본 내 계좌가 없는 나로선 실질적으로 송금받을 방법이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은행에 내방한 한국 분을 통해서, 그 분의 도움으로 어머니로부터 21만원을 추가 지원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께선 도움을 주시는 분께 드릴 명목으로 내가 원래 요청드렸던 20만원에서 1만원을 보태 보내주셨고, 나는 그 분께 1만원=1천엔을 감사의 의미로 드리고자 하였으나 그 분께선 거절하시고 온전히 21000엔을 인출하여 주셨다.
10년이 지났음에도, 그 분께 진심으로 큰 감사를 드린다.
당시 기분을 기록한 일기 본문을 옮겨 본다.
'21000엔이 추가로 생겼고 남은 일정이 약간 여유로워졌다. But 마지막 날 놀고 싶으면 잘 아껴두자.
'어제 토요코인에서 지도를 뽑아두어서 지름길로 요리조리 잘 가고 있다. 잘 가보자!'
여유로워졌기에 마지막 날 논다라...
여행이 끝난 지금 보면 코웃음칠 일이었다(...)
아무튼 예산이 증액되었고, 이젠 2번 도로는 안녕~
1번국도를 타도 되지만, 최대한 질러가는 루트로 가고자 하여 163번 국도를 타고 후반부 일정을 시작한다.
오사카에서 더 미련을 둘 것이 없었기에 바로 출발!
오사카 부를 나와, 나라 현을 스쳐가듯 지나 교토 부에 입성했다.
듣던 대로 교토는 고층건물이 전혀 안보이는...? 것이라기보단 애초에 일본 시골에는 고층건물이 별로 없었다.
사실 교토부라고 해봤자 거의 교토 느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부 최남단 길(163번 국도)을 지나가고 있던지라 교토 느낌은 전혀 없었다.
전혀 없고 자시고 교토 시는 이 사진을 찍은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30km 북쪽에 있었으니...
갈길이 바빠 최단거리를 택한 내게 교토관광은 사치일 뿐... 쿨하게 지나가 준다.
열심히 달리다가 발견한 온도 현황판.
왜 내가 죽을 것 같은 기분인지 알았다.
오후 4시이지만...35도...이 당시엔 이게 엄청 무더위라고 생각했는데, 2018년 여름 서일본에서는...역대급 더위가...ㅎㄷㄷ....
이 자리를 빌어 올 여름 혹서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서일본 사람들의 상황이 빠른 시일 내에 무사히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무념, 무상...자전거 여행은 결국 꾸준히 달리는 것만이 답... 아무도 나를 목적지로 데려다 주지 않는다. 나 혼자 오롯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입대를 앞두고 떠난 이번 여행은 정말 있는 그대로 사서 고생이었다.
여행 후반부 들어서 초반에 가졌던 기대감, 두근두근함은 여행 중의 작열하는 태양과 습도, 하루종일 달려야 하는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 많이 희석되었다.
현실로서 체감하는 일정의 촉박함과 육체적 피로는 목표를 향한 나의 의지를 자꾸만 부식시켜 갔다.
달리면서 무념무상이었지만 이따금 생각을 할 때라면 이런 생각만이 들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지?'
이번 자전거 여행을 기획하면서 품었던 꿈이 있었다.
'1000km' 일본 자전거 여행을 완주해서 사람들에게 자랑해야지! 다들 대단하다고 해줄꺼야!
아직 아무것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과감한 생각이자 패기였다. 그 패기는 여행 8일째, 한낱 잡념으로 으스러져 갔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하지 못했다.
오사카를 떠나온 지금, 달려나가기 시작한 이상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자체도 여행 완주와 크게 다르지 않는 고생길이다.
그리고 당시 21살의 나는 굳이 실패의 경험을 쌓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 3년을 지내며 이룬 것들이 또래 중에서는 높은 성취였다다고 볼 수 있었기에, 그 성취감에 취해 있던 21살짜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돈도 추가되었겠다, 나는 이 여행을 완주 할 수 있을 것이란 강한 믿음이 마음 한구석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그것은 더위와 피로가 방해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줄줄이 늘어선 전봇대....저 길을 달려나가야 한다.
기이 반도 중앙부에 이르러 산 속을 달리는 지형(고갯길)을 지나던 중 셀카를 남기고 싶어서 정차하여 타이머를 사용하여 셀카를 찍었다.
평범한 주행상태는 저 모습에서 헬멧을 착용한 상태이다.
여행 중에는 주행하고 있는 동안은 반드시 헬멧을 착용했다.
괜히 헬멧 없이 다니다가 다치면 나만 손해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더위 속의 주행은 때때로 헬멧을 벗고 달리고 싶을 정도였다.
여행 중 제일 많이 마셨던 음료수인 아쿠아리우스 시리즈.
한국에 돌아왔을 땐, 아직 이 아쿠아리우스 브랜드가 한국에 많이 퍼지지 않았던지, 이 때 당시의 느꼈던 그 맛을 못 잊어 찾아보려해도 찾기가 힘들었다.
나중에 한국 내에서 아쿠아리우스를 사 마셨을 땐, 그때 그 맛이 안나더라...
모든 추억 속 경험은 결국 도루묵 같은 건가 보다.
내 생명을 유지해주는 고마운 자판기들...
내 전재산이자, 연비 나쁜 몸뚱아리를 열심히 운반하는 자전거...
내 생명을 지켜주는 헬멧.,.
내가 달려온 모든 것을 증명해주는 속도계...
여행 직후에는 GPS기록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디스플레이 같은 게 전혀 없이, 말 그대로 GPS데이터를 기록만 한다.) 이 속도계야말로 내가 달려온 나의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나중에 한국와서 누가 훔쳐갔는데, 너무 속이 쓰렸다.
1086.9km 누적기록은 끝까지 지키고 싶었는데...
개천이 굉장히 흥미로운 모양으로 생겼다. 평시 수량이 많았다가 이번만 적은 것도 아닐테고(그랬다면 풀이 저렇게 밭처럼 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물이 흐르긴 흐르는데 계단식으로 풀밭처럼 생겨 있다.
해가 지고, 오후 8시가 되어서야 사람 사는 도시(이가 시)에 접어 들었다. 도시라고는 해도 정말 작은 소도시이지만, 이렇게 맛있는 돼지고기 스테이크가 있으니 아무래도 좋다.
이가 시 초입에서 어떤 아저씨를 만났는데, 고생한다면서 쿠폰을 하나 줬는데 그게 위 사진의 식당인 '카라토'라는 식당의 할인 쿠폰이었다. (아저씨는 길도 가르쳐 주었다. 카라토와 연관된 사람이었던 걸까...?)
덕분에 메뉴를 할인해서 식사를 할 수 있긴 했는데, 500엔도 안되는 규동 같은 것만 먹던 내겐 할인하고도 1060엔인 돼지고기 스테이크는 사치음식이었고, 먹으면서도 예산을 너무 써버린 것은 아닌지 맘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이미 먹었으니, 이렇게 고깃덩어리도 먹어줘야 힘이 나지 않겠어? 라며 자기합리화 했다.
밥을 먹고 나선 오늘 마저 더 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해도 지고, 밥먹고 바로 또 달리면 먹은 게 헛수고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가 시에서 1박하기로 하였다.
물론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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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밭이 대부분이고 인가는 근처에 있되, 방해가 되지 않는 방치된 풀밭을 발견했기에 여기서 묵기로 했다.
텐트를 치기 전, 풀밭 주변의 이 도로에서는 차가 이따금 씩 달리기에 장노출로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 싶어 시도를 해 보았다.
별 기능도 없는 똑딱이지만, 20초 노출까지 지원이 되므로 시도를 해 봤는데, 아주 맘에 드는 광궤적 사진이 남았다.
여행 중 별 유희거리가 없는지라, 이런 시덥잖은 놀이라도 만들어서 놀았다.
8일 째의 밤.
멀리서 다가오는 차의 불빛과 엔진소리가 길가 풀밭에 설치된 내 텐트를 스쳐지나간다.
가드레일 같은 것도 없이 풀밭 지척이 바로 도로였고, 나는 지나가던 차가 내 텐트를 덮칠까, 혹은 지나가던 나쁜 사람이 내 텐트를 털거나 나를 위협할까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 나는 피곤에 쩔어 더 생각 할 새도 없이 잠에 들었다.
사족:
-여행을 함께 하는 귀중한 소지품들-
중앙: 바람넣는 목배게, 이것이 없으면 노숙이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이다.
사진에 안나온: 접이식 스티로폼(?) 방석 이것 덕분에 앉아서 쉬기가 편했다.
좌측: 헤드마운트 백, 좌측의 투명한 비닐 백 안에 GPS기록계와 소분한 간이 지도를 담아두고 체크하며 달린다. 백 본체 안에는 제일 귀중한 여권과 지갑, 일기장, 기타 중요물품들이 들어간다. 주행중에는 자전거 헤드마운트에 장착하고, 이렇게 노숙 때는 텐트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다.
우측: 탑 백, 자전거 펑크 수리킷, 새 양말, 여벌옷, 그 외 기타 잡다한 물건들을 넣어둔다.
사진에 안나온 패니어백: 입고 빨아야 하는 헌 옷, 기타 잡다한 부산물 또는 획득품을 넣는 용도인데, 거의 여행 내내 빈 채로 다녔다.
중량은 곧 짐이고, 노동이다. 최대한 줄여서 다녔다.
18일은 최근까지의 페이스 이상으로 달렸다.
예산증액으로 인한 든든한 식사와 결정적으로 완주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합쳐지면서 정신적, 체력적으로 많이 회복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와 동시에 혼자 하는 여행에서 느끼게 되는 많은 쓸쓸함을 느끼면서 심리적으로도 엄청나게 힘들어했던 것 같다.
일기 내용을 옮겨본다.(볼드체는 일기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
-일본은 해지고 나면 거리에 불도 거의 없고 사람들도 아무도 없다. 그래서 심심하고 무엇보다 쓸쓸하다. 외롭다.
-땀에 젖은 주행복이 많이 춥다.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이 소중하다.
-사람들이 너무나 보고 싶다...
*달릴 때 제일 무서운 것들
1.덤프트럭(일본 트럭들은 다 왜 이리 크담...)
2.자전거 도로나 인도 없이 차도만 있는 곳
3.위 1,2 조건이 존재하는 터널!!(길수록...힘들어...)
터널 진짜 싫어....
업힐도 싫어...
일기는 당시의 내가 여러 감정 속에서 혼란스러웠음을 나타내 주고 있다.
의지와 희망과,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단순한 힘듦과 공포와 외로움을 모두 맞받아가며...여행한다.
2008년 8월 18일 소비금내역
사용내역 | 사용액 | 잔액 (엔) | 비고 |
전날 잔액 | 11550 | ||
추가예산 | +21000 | ||
컵라면 | -150 | ||
요시노야 규동 | -480 | ||
아쿠아리우스 비타민가드 | -150 | ||
자몽주스 | -120 | ||
오렌지과육주스 | -120 | ||
아쿠아리우스 비타민가드 | -147 | ||
전화카드 | -1000 | ||
아이스크림 | -62 | ||
맥도날드 | -340 | ||
오렌지주스 | -105 | ||
음료수 | -100 | ||
카라토 돼지고기 스테이크 | -1060 | ||
오렌지과육주스 | -120 | ||
합계 | -3954 | 28596 |
여덟번째 날, 증액된 총예산 59000엔의 6.7%인 3954엔을 사용했다.
추가 예산이 증액된 덕에 마음이 풀어졌는지 거의 식비로만 3000엔에 육박하게 사용했다.
전화카드 1000엔은 어머니께 송금요청을 하고자 한국으로 전화를 건 국제전화카드라서 불가피했다.
그래도 이젠 잔액이 28596엔이 있다.
남은 일정은 이제 6일, 단순계산으론 하루에 4766엔 이하로 사용하면 된다.
어떤 날은 타이트하게 3000엔 이하로 쓰면 다른 날엔 실내 숙박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화이팅! 완주하자!
2008년 8월 18일 주행거리
84.2km
(오사카-이가)
총 주행거리
520.1km
사진이 무척 많고, 내용도 많기에, 내용을 소분해서 업로드합니다. 예전에 타 사이트에 이렇게 연이어 올리려다가 귀찮아져서 무산된 적이 있었기에,
나름대로의 데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미리 다음 업로드 일자를 써둡니다. 다음 업로드는 9월14일 0시 이전 또는 0시 부근입니다.
잘봤습니다.재밌다
늘 꾸준한 덧글 고맙습니다! 곧 다음 편 올리겠습니다!
잘 보고 있슴다 ~_~
감사합니다~ 끝까지 잘 봐주세요^^
레이저 빔을 쏘는 저 곳은 !?!
이가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