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일부터 11월 4일까지 다녀온 교토 출장기(여행이라기엔 민망..) 2일차입니다.
2일차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업무 관련 장소에 가 있어야 했고, 저녁 7시부터 늦게까지는 또 일본측과 만찬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온전히 주어진 자유시간이라고는 오전 10시 이전의 아침 시간대와 저녁 6시부터 7시 사이의 한 시간 뿐이었죠.
눈물나게 짧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_-;; 자유여행 온 게 아니니까.
어쨌든 11월 3일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찍 일어나려했지만 전날 늦게 잔 탓에 7시 넘어서 일어났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조식 뷔페가 있는 식당입니다.
식당 내부는 크지는 않았지만 고풍스러우면서도 깔끔한 분위기였습니다.
특이하게 식판이 3x3=9칸짜리 식판이더군요. 뭔가 수북하게 담을 공간도 없고, 원래 아침을 많이 먹는 타입이 아니라 간단하게만 담았습니다.
식사 마치고 아침동안만이라도 교토의 정취(?)를 느껴보고자 바로 길을 나섰습니다. 나가기 전의 밤이 아닌 아침의 호텔 입구를 한 컷.
숙소가 있는 길에 붙어져 있던 경찰공보판.
저 클래식한 느낌의 서양식 건물은 숙소에서 큰 길로 나오는 길에 있어서 교토에 있는 동안 본의아니게 여러번 앞을 지나갔던 미즈호 은행입니다.
숙소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었던 카라스마오이케역의 출입구 중 하나. 빌딩 출입문 바로 옆에 있더군요.
미즈호 은행이 있는 곳의 건너편 블럭으로 가서 걷자니 웬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무리들이 줄지어서 걸어가고 있더군요.
이른 아침에 이렇게 줄지어 가는 거 보니 아마 수학여행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 것 같았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저 학생 대열이 왔던 방향으로 걸어가 보니 코너에 어떤 여자분이 깃발을 들고 서계시더군요.
아마 인솔교사이신 듯.
코너를 돌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호텔 출입문이 있었고, 역시나 많은 학생들이 줄지어서 호텔을 빠져나오고 있었습니다.
가쿠란 풍의 검은색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과 안내용 깃발을 들고, 기모노를 입은 채 학생들에게 90도로 인사하는 직원들.
참 일본스러운 풍경이다싶었습니다.
어쨌든 일본의 유명 관광지가 아닌 그냥 평범한(?) 주택가를 걷는 게 처음이다보니 별거 아니지만 신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교토라서 그런지 일본식 주택과 서양식 건물이 뒤섞여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습니다.
길거리에 뜬금없이 웬 종이?
바로 건너편에 롯카쿠(육각당)라는 이름의 사원이 있더군요.
골목 중간중간에 이런 식의 특수한(?) 장소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다시 큰 길로 나와서 북쪽으로 올라가둔 중 발견한 NHK교토방송국.
은근히 카라스마오이케역 근처에 주요 건물이랄까...유명한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가려는 장소도 그 중 하나입니다.
NKH 지나서 직선으로 위로 쭉 올라갔습니다.
얼마 안 가 나오는 첫번째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런색의 아담한 건물들 몇 채와 가운데에 운동장처럼 텅 비어있는 초록색 잔디공간.
그리고 기둥에 달려있는 'MANGA'라는 배너들.
바로 '교토 국제 만화 박물관'입니다.
원래 초등학교였던 건물이라고 하니까 운동장이 있을 수밖에요.
다른 분들 여행기에서나 보아오던 박물관과 카페 건물들을 실제로 보게 되어 감개무량했습니다.
여행은 재인식의 즐거움이다라고 누가 그랬던 것 같은데.....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여행가도 재미야 있겠지만,
여행 갔을 때 "아 이거~! 이걸 직접 보게되다니!" 하면서 아는 걸 직접 마주했을 때의 기쁨도 상당하죠.
하지만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딱 제 업무시간이랑 겹쳤습니다. 관람하려야 할 수 없는 운명.
일본, 그것도 교토까지 와서 건물 바로 앞에까지 왔는데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하다니. 이때의 아쉬움이란....
안에는 못 들어가지만 바깥 모습이라도 실컷 보기로 했습니다.
박물관 입구. 제게는 통곡의 벽이었죠.
길지 않은 자유시간이지만 제법 긴 시간 동안 하릴없이 박물관 입구 앞에서 서 있으면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나중에 꼭 다시 와서 박물관 안에 들어가보고 말리라는 다짐을 하면서요.
이제 시간이 다 되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로손에 들렀습니다.
참 언제봐도 후덜덜한 스케일의 빵 판매대.
지난번 여행 때는 존재 자체를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되어 사 먹어 본 모찌 식감롤.
과연 훌륭하더군요.
귀국 후에 CU에서 비슷한 걸 판다길래 그것도 먹어봤는데, 로손 것보다는 질과 양 모두 다운그레이드 버전이었습니다. 가격은 거의 똑같은데 말이죠...
어쨌거나 이렇게 짧은 아침산책을 끝내고 바로 업무장소로 향했고,
가서 뭐 한 것도 없이 점심시간이 닥쳐서 다들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업무장소는 교토의 유명사찰 중 하나인 난젠지(南禅寺) 근처였는데,
그 곳에 있는 식당들 중 2층으로 된 이 곳으로 갔습니다.
메뉴는 일본식 정식으로,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타임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다들 난젠지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관광지 앞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인력거꾼들도 많이 보이더군요.
난젠지로 가는 길.
이것 또한 일본스러운 풍경이지요.
가다가 무슨 퍼런색 호리병 같은 간판이 눈에 띕니다.
알고보니 '블루보틀'이라는 유명 커피체인점이라고 하더군요.
일행 중에 커피에 정통하신 분 말씀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꽤 희귀한, 그러면서도 인기있는 브랜드라고 하셨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안 들어왔는데 내년에 서울에 들어올 예정이라고도 하시더군요.
우리나라에 없는 거라고 하니 다들 호기심이 동해서 들어가봤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커피 관련 물품들
제법 손님이 많았고, 역시나 유명한 집이 맞는지 여기저기서 한국말과 중국말이 많이 들리고
서양 사람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메뉴판이 잘 보이실지 모르겠는데, 메뉴 자체는 다른 커피 체인점들과 크게 다를 건 없었습니다.
저는 가장 저렴한 블렌드를 주문해서 마셨습니다. 원래 커피맛은 잘 몰라서 참 쓰더군요.
어쨌든 식후 커피까지 마시고나서 다시 난젠지로 향했습니다. 이런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길 옆에 쭉 있습니다.
그리고 난젠지 입구 도착.
들어가자마자 웅장한 목조 건물들이 반겨줍니다.
맑은 가을하늘 아래서 보니 건물의 각이 확실히 더 살더군요.
가까이서 찍은 사진.
절 아래에는 소원을 비는 향을 피우는 곳이 있었고,
절이 있는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놓고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온 김에 동전 처리도 할 겸 던져넣어봤습니다.
그리고 명승정원이라는 표지판대로 따라 가보니
무슨 기찻길 아니면 고대 로마시대 수도가 지나갈 것같은 낡은 다리가 절 안을 슥 지나가고 있더군요.
절 안에 이런 다리라.....
일본 절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어쨌든 절 중간에 군데군데 이렇게 따로 독리된 사당 내지는 기도하는 공간이 따로 많았습니다.
기도하고 박수치고 방울 울리는 것도 실물로 보기는 처음이었고,
이것도 일본 관련 매체나 영상물 보다보면 눈에 익는 것들 중 하나죠.
그저 발길 닫는대로 난젠지 안을 떠돌다가 묘지에도 들르게 되었습니다.
일본식 비석이 늘어서있는 일본 묘지.....이것도 실물로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여기도 나름 공동묘지인 셈인데....대낮이고 주변에 사람도 많아서 무섭지는 않더군요.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길래 슬슬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다 어느 이름모를 사당인지 정원인지를 찍어봤습니다. 여기만큼은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정말 고요하고 아름답더군요.
제 스스로 뽑은 이번 일본출장 중 베스트컷입니다.
그렇게 난젠지를 빠져나와서 오후에 업무를 처리했고,
노을이 깔릴 때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이것저것 정리하고, 저녁에 나갈 만찬 대비해서 몇 가지 준비하니 어느덧 6시가 넘어있었습니다.
자유시간은 7시반까지였는데,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다시 숙소를 뛰쳐나왔습니다.
이번 일본 출장에서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가 있다면 타워레코드, 애니메이트, 북오프를 방문해보는 것이었습니다.
2년 전에 왔을 때는 여럿이서 단체로 다니느라 덕질다운 덕질을 못 해봤기에
짧긴 하지만 개인 자유시간이 좀 주어지는 이번 기회에 꼭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타워레코드, 애니메이트, 북오프 셋 다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카와라마치 역 근처에 다 몰려있었습니다.
심지어 북오프는 타워레코드랑 같은 건물이었죠.
이미 어둠이 완전히 깔린 교토 거리를 바쁘게 걸었습니다.
카와라마치 역 쪽으로 가는 길의 번화가 모습입니다.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인도에 사람이 빼곡하게 많았습니다. 니시키 시장쪽으로 해서 갈걸 그랬나하고 살짝 후회되더군요.
오사카에 갔을 때 제가 일본 최초로 점심을 먹었던 타카시마야 백화점. 교토에서 재회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타워레코드가 있는 건물 입구를 못 찾아서 좀 헤멨는데, 대로변말고 뒷골목 쪽으로 가니까 입구가 나오더군요.
그 건물 9층에 타워레코드, 8층에 북오프가 있었습니다.
허겁지겁 9층에 도착하니 반겨주는 타워레코드.
2년 3개월 전에 오사카 난바점에 가보고 이번이 두번째네요.
일단 왔으니 사진을 안 찍을 수는 없어서
급하게 여러 장 휘리릭 찍었습니다.
좀더 느긋하게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싶었지만 음반을 골라야해서 많이 찍지는 못했습니다.
애니메이션 관련 음반 판매대까지만 찍고 제가 찾는 음반 검색에 나섰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으로 사는 것보다 일본 현지에서 사는 게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온 구매 리스트대로 음반들을 죽 찾아보면서, 한편으로는 치열하게 남은 돈 계산을 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상 외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서 이제는 하늘이 무너져도 떠나야만 될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서둘러 계산하고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8층의 북오프는 못 들렀네요.
타워레코드에서의 전리품은 고르고 골라서 위 4장입니다.
사잔 올스타즈의 최신 베스트앨범 - 쓰나미 등 싱글로만 있던 여러 곡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샀습니다
마미야 타카코의 Love trip - 제가 요즘 시티팝에 관심이 있어서, 시티팝의 명반으로 꼽히는 앨범이라 구입.
마츠다 세이코의 Canary - 마츠다 세이코 음반 중 가장 시티팝적인 색채가 짙어서 역시 구입
모리타 도우지 - 앨범 이름이 생각 안 나네요. 어쨌든 가장 유명한 곡인 '우리들의 실패'라는 노래가 실려있는 앨범입니다.
그래도 숙소까지 가는 도중에 어차피 니시키 시장을 지나야 했기 때문에
뭐 사지는 않고 둘러만 보자는 심정으로 애니메이트에 들렀습니다.
애니메이트 교토점 입구.
들어서니 역시나 각종 만화잡지와
단행본들이랑
여러가지 굿즈들,
라노베 등이 많았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규모는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더군요.
어쨌든 시간도 없고
어차피 애니메이트는 그 다음날 오전에 또 들러볼 수 있기 때문에 사진만 몇 장 찍고 바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7시 반부터 한 10시까지 저녁 만찬 등의 공식 일정을 치렀습니다.
북오프나 타워레코드가 밤 10시 넘어서도 영업을 한다면 가 봤겠으나 그러지는 않기에....2일차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마지막 3일차는 좀더 일찍 일어나기로 다짐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3일차로 이어집니다.
잘봤습니다.재밌다
재밌게 봐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