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요.
제가 어릴 적 부모님은 고양이를 참 안 좋아하셨습니다.
그 영향인지 제 자신도 고양이를 안 좋아하는 줄 알면서 자랐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서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양이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 상황이 안정되지도 않고, 제가 과연 그 책임을 질 수 있을지 두려워 선뜻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구현할 수는 없었지요.
그러다 당시 제가 살던 Baltimore의 동물 센터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아프거나 입양 가기에 아직 너무 어린 고양이를 한동안 돌봐주고, 입양할 사람을 찾아주는 '임보 (fostering)'를 할 봉사자를 찾고 있더군요.
안 하면 그만일 일을, 왠지 그 책임감에 대해 계속 고민하다가, 자동차 운전 면허를 따고 당시엔 차가 없으니 카 쉐어 등록을 해서 임보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첫 임보 고양이를 데리러 가던 날, 마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처음이니까 젖을 뗀 고양이 한 두마리 정도만 임보를 하자'.
그렇게 2014년, 제 임보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1. 고등어, 점코, 콧물, 얌얌, 깜깜.
..만 한 두마리가 아닌 다섯마리로 시작을 하게 되었지요.
보호소 케이지 안에서 빤히 쳐다보는 열 개의 눈동자를 보고선, '아 데려가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왼쪽부터: 고등어, 점코, 얌얌, 깜깜.
콧물이는 어디갔는지 모르겠네요.
깜깜
고등어, 점코, 콧물, 얌얌.
콧물.
2. 풀, 꾹꾹, 노노
풀, 꾹꾹 노노.
풀: 중장모라서!
꾹꾹: 꾹꾹이를 너무 많이 해서!
노노: 노트북을 너무 많이 밟아서..
한동안 구분하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고등어들.
3. 삼치, 빙하, 복숭아.
빙하, 복숭아, 삼치.
평행주차
꽃다발.
빙하와 복숭아는 한 사람에게 입양되어서 아직도 소식을 전해받고 있습니다.
어찌나 행복한지.
4. 바닐라, 마키아토, 카푸치노, 모카, 라떼
엄마고양이: 바닐라
모카, 라떼.
안타깝게도 엄마 고양이는 너무 예쁘지만 공격성이 심해서 TNR (Trap-Neuter-Return)해야 했습니다.
아가들은 잘 갔지요.
엄마 고양이와 지내는 동안 다치기도 하고 얼마나 무서웠던지.. 아쉬웠습니다.
5. 까망, 분홍.
하나는 코가 까맣고, 하나는 코가 분홍색이었습니다.
둘 다 어찌 자는 것을 좋아하던지, 들어도 자고, 이불을 덮어줘도 자고, 계속 평안히 잘 자던 녀석들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한 부잣집에 입양되어서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요.
이후로 LA로 이사를 가면서 바빠지고 잠시 임보를 쉬게 되었습니다.
6. 아보, 카도
그러다 2017년, LA로 이사온 후 와이프와 함께 다시 임보를 시작했습니다.
큰 마음을 먹고 아주 어린, 1주, 2주차의 젖먹이 녀석들을 데려 오기로 했지요.
카도, 아보.
너무 작은 녀석들이라 치킨 자세를 하고 있으면 뒷모습이 아보카도 같아서 지은 이름입니다.
세상 예쁜 모습.
귀가 쫑긋쫑긋.
....
원래 같이 살던 보리와 너무나 사이가 좋던 녀석들.
7. 꼼꼼, 깜깜
꼼꼼이.
꼼
깜
깜깜이.
참 독립적이고 신나게 잘 놀던, 사이 좋던 녀석들.
8. 복실, 북실, 동실, 포실
이름 짓는 것 쉽지 않습니다.
북실, 동실, 복실, 포실
고양이 아파트.
북실이.
포실
북실
동실
동실, 복실, 북실, 포실.
포실, 동실.
너무나 어려운 고민 끝에, 복실이를 둘째로 저희가 입양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구름이로 개명!
9. 백미, 현미, 흑미.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녀석들.
백미, 현미, 흑미.
작고 예쁘고 얌전하던 흑미.
임보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너무 몸이 약해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어찌나 마음이 아프고 슬프던지.
흑미야, 따뜻한 곳에서 잘 뛰놀고 있기를.
라벤더로 기억되고 있는 우리 흑미.
백미.
에게 털리고 있는 현미.
사이좋은
보리, 백미, 구름이, 현미.
그 와중에 백미는 신나게 뛰놀다가 앞발에 골절을 입게 되고, 치료를 받던 도중 누군가 백미의 매력에 푹 빠져 치료가 끝나기도 전에 입양을 갔습니다.
인사는 못 했지만, 백미는 분명 어디서 또 신나게 놀고 있겠지요.
현미는 너무나 엉뚱하고, 바보같은 구석도 있고, 보리, 구름, 저희를 너무나 잘 따르고 좋아해서 셋째로 들이고 싶었으나
그래봤자 학생 신분으로 세 마리의 고양이를 책임질 자신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다른 데로 입양을 보냈습니다.
어디서던 느긋하게 잘 쉬고 있기를.
10. 감, 밤, 귤.
귤이.
감 귤
밤
귤, 밤, 감.
밤이.
살짝 몸이 안 좋아서 센터에 치료차 보낸 동안, 다른 구조 그룹에서 데려가 인사도 못 했네요.
잘 놀고 있기를.
11. 오레오크림
오레, 레오, 크림.
레오
크림
오레
김치냥이들.
오레, 보리 레오, 크림, 구름.
레오.
오레, 레오, 크림.
12. 누가누구니니
누가, 누구, 니니.
한동안 구분 불가.
누구, 니니, 누가.
우로보로스
누구.
누구, 구름, 누가, 니니.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해 하반기는 임보를 쉬었습니다.
봄이 찾아오고 고양이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할 때쯤 다시 임보를 시작해야지요.
할 일도, 걱정할 일도 많지만, 그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행복과 웃음, 따뜻함을 가져다준 녀석들.
저희를 거쳐간 모든 녀석들이 따뜻하고 신나게 지내고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언젠가 제 자신이 죽고 나거든 한 번쯤은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처....천국이다 여기 ㅎㄷ;;; 심장이 으읔;;;
처....천국이다 여기 ㅎㄷ;;; 심장이 으읔;;;
아기 고양이들은 너무 귀엽습니다. 정말 그래서 살아남은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너무 너무 너무~~~ 이쁩니다. 복 받으실꺼에요.
감사합니다! 소중한 기억들이 많아졌습니다.
베스트로 가세요..
어린 동물들은 왜 이렇게 귀여운지...! 오른쪽 베스트로 가버리세요!
후우..심장이 미쳐 날뛰고 있다...
귀여움에 지칠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와 뿅가죽네
하루에 귀엽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게 되던지요
천국인가...
정신없는 천국입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