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싸게 파는 트러플(송로버섯) 병조림을 발견해서 충동구매 해 버렸습니다.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가 버섯 리조또를 만들어 먹기로 결정.
우선은 육수부터 만들어 줍니다. 보통은 치킨 스톡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번만큼은 야채 육수를 만들기로 결정.
당근, 샐러리, 무, 순무, 양파, 서양 쪽파, 딜 등을 넣고 야채가 물러질때까지 끓인 다음 국물만 걸러냅니다.
리조또의 재료들. 아보리오 쌀, 파마산 치즈, 양파, 양송이,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트러플.
평소에 버섯 리조또 만들 때는 최소한 세종류 이상의 버섯을 사용하고 생크림도 넣는데, 이번엔 트러플의 향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심플하게 갑니다.
양파를 잘게 썰고 마늘 한쪽도 얇게 썰어서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볶아줍니다.
양파가 어느 정도 갈색으로 익으면 양송이 버섯을 투입합니다.
개인적으로 버섯은 잘게 다져넣는 것 보다는 이렇게 대패로 민 것처럼 얇게 썰어넣는 것을 좋아합니다.
재료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물에 불려놓은 아보리오 쌀을 투입합니다.
아보리오 쌀은 이탈리아에서 재배되는 품종의 쌀인데, 이게 없으면 리조또 만들기가 참 곤란합니다.
리조또의 관건은 겉은 죽처럼 부드러우면서 속은 심이 살짝 남아 씹히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한국에서 밥지을 때 쓰는 쌀로는 이 상태를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하더라구요. 아무리 노력해도 설익거나, 밥이 되거나, 죽이 되거나 셋 중 하나밖에 안 나옵니다.
쌀을 볶다가 어느 정도 투명해졌다 싶으면 만들어놓은 야채 육수를 한국자 부어줍니다.
정해진 양의 육수를 한꺼번에 넣는 것보다 이렇게 한두국자씩 넣어가며 다 흡수되면 추가하는 쪽이 원하는 식감을 만들어내기 더 좋습니다.
처음 넣은 육수가 어느 정도 졸아들면 화이트 와인을 약간 넣어서 풍미를 더해줍니다.
화이트 와인이 다 졸아들면 다시 육수를 한국자씩 넣어가며 중불에서 계속 저어줍니다.
2~30분 정도 불 앞에 붙어서서 계속 뒤척거려 줘야 한다는 게 좀 번거롭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거의 다 완성되었다 싶으면 불을 끄고 파마산 치즈를 강판에 갈아 올립니다.
따로 소금간을 안하기 때문에 입맛에 맞게 파마산 치즈를 넉넉히 넣어줍니다.
플레이팅을 하고 파마산 치즈를 한 번 더 살짝 갈아올려줍니다.
이건 맛보다는 데코레이션의 성격이 좀 더 강하네요.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인공, 트러플을 갈아서 올려줍니다.
강판에 가는 것보다는 전용 슬라이서를 이용해서 얇게 갈아주는게 더욱 풍미를 살려줍니다.
어찌 보면 말라붙은 흙덩이같이 생긴 이 조그만 버섯이 세계 미식가들이 즐기는 식재료라니, 역시 뭐든지 겉만 보고는 모를 일입니다.
완성된 버섯 리조또.
블랙 트러플 통조림은 신선한 송로버섯보다는 아무래도 한단계 아래인지라 그 향이 좀 약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영덕 대게와 게살 통조림의 차이랄까요. 그래도 트러플 오일같은 2차 가공품에 비하면 게살 통조림과 게맛살의 차이 정도는 보여주니 가격만 괜찮다면 한 병 정도는 사뒀다가 특식을 만들어 먹고 싶을 때 써도 좋을 듯 합니다. 일단 열면 일주일 내로 다 써야 하지만요.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그냥 한 두번 슥슥 갈아주면 강렬한 트러플 향기가 후각을 강타하는데, 이건 그 때에 비하면 산더미처럼 쌓아올려도 뭔가 좀 약한 느낌.
그래도 향이 부드러워서 어쩌면 이 편이 트러플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맛이라는 요소는 단순히 미각 뿐만이 아니라 다른 감각에도 크게 영향을 받고, 그 중에서도 후각은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트러플은 그 자체로만 보면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고, 워낙 소량을 얇게 썰어넣는지라 식감이랄 것도 없습니다만 그 향 하나만으로 음식의 정체성을 바꾸어 버립니다.
개인적으로는 트러플은 대체재가 없어서 맛을 묘사하기 지극히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포아그라는 결국 기름진 거위간이고, 이건 닭 간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대강 어떤 느낌일지 희미하게나마 상상할 수 있습니다. 캐비어 역시 생선알 절임인지라 세부적인 맛은 다를지라도 하위호환되는 식재료가 있지요. 그런데 트러플은 다른 버섯으로 흉내 낼 수가 없습니다. 이것과 비슷한 향을 내는 식재료가 없어요.
굳이 느낌을 말하자면 이끼가 덮고 있는 검고 축축한 흙에 누군가가 휘발유를 살짝 쏟은 듯한 냄새? 이렇게 묘사하면 '이게 어떻게 맛있는 냄새냐'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그런데 이게 또 묘하게 중독성있습니다. 향이 강하지 않고 고소한 요리에 트러플을 얹으면 그 냄새가 섞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지요. 심지어는 달걀 반숙 후라이에 얹어 먹기만 해도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어쨌든 오늘의 요리는 대성공입니다. 쌀의 요리된 정도도 적당하고 (진리의 아보리오!), 치즈와 트러플도 조화를 이루고, 아주 맛있네요. 고급 식재료를 사용할 때는 아무래도 좀 조심스러워지는데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와서 다행입니다.
박근혜 그 병 신같은년이 먹을자격이나있는지.
진짜 이분은 언젠가 "사실 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 oo씨입니다" 라고 해도 뭐????십헐 레알? 개쩐다 몰랐어 소름 이게 아니라 역시....... 생각보단 약하시네요 라고 할지도 ㅋㅋㅋㅋㅋㅋ
트러플이 순간적으로 트럼프로 보였음;
비공감은 일ㅁㅁ?
트럼프를 갈아넣은.. 읍읍
트러플까지.. 잘봤습니다
와 트러플에 대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정말 설명이 좋습니다.
트러플은 마트에서 병에 파는걸 본 적은 있는데 쓸 엄두가 안났었거든요.. 다음에 한번 써봐야 겠네요.
트러플이 순간적으로 트럼프로 보였음;
루세티아
트럼프를 갈아넣은.. 읍읍
Make risotto great again
엄마도 손톱만큼 작은 트러플를 사오셨는데 왜 고급식품인지 이해가 안 갈 정도였죠 ㅋㅋ
오 이게 바로 그 청와대에서.. 읍읍
호이미
박근혜 그 병 신같은년이 먹을자격이나있는지.
사회주의자!
비공감은 일ㅁㅁ?
버섯도 먹고 뽕도빨고
박사모에서 비추테러를?
굳이 병1신이라는 단어는 장애인 비하보단 쓰레기같거나 멍청한 짓을 벌이는 인간들에게 쓰이게 되었으니 걍 받아들이시는게 낫습니다 저도 조금 꺼려지긴하지만 단어의 뜻은 시간에 따라 조금씩 그리고 확실히 변하니까요...
잘사시는 분이군여 고급재료가.,
저번에 리조트만들다가 대 실패해서 다 버렸었는데 ㅜㅜ 쌀 불리는거 몇시간 정도 불리시나요??
참...이런게 진짜죠 ㅠㅠ 우리나라 이탈리아요리집이라고하는데가보면 태반이 리조또를 그냥 밥으로 무슨...리조또개념자체를 모르는사람도 부지기수..
쌀만 아르보리오면 다 진짜인가?ㅋㅋ 리조또개념 자체를 아시면 저게 이론적으로 잘 만든 리조또로 보이세요?(작성자님을 까는건 아닙니다.)
그럼 직접 요리해서 잘 만든 리조또를 보여주세요 꼭 보고 싶습니다
이분 하루 오른쪽 2관왕하셨네 ㅎㄷㄷ 진짜 음갤 칼럼니스트 인정합니다.
진짜 이분은 언젠가 "사실 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 oo씨입니다" 라고 해도 뭐????십헐 레알? 개쩐다 몰랐어 소름 이게 아니라 역시....... 생각보단 약하시네요 라고 할지도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끄덕끄덕) 역시 그럴줄 알았어
전 이분이 제 이름은 샘킴입니다 해도 아 그랬구나 할거 같습니다. 야채육수 만드는 거 보고 왠지 떠올라서..
그러게요 ㅋㅋㅋㅋㅋㅋ
빨리 어떤 레스토랑에서 헤드셰프로 일하는지 알려줘요
와 이분 오른쪽 자주 오신다..ㄷㄷ
일본 오레노 프렌치에서 처음 먹어봄....프러플...... 우리나라 오니 오레노 런칭했네? 그러고 런칭 첫달 롯시니 도 있고 괜찮네 했는데 다음달 가니 메뉴 싹 없어짐......
쌀 얘기를 보니까 [미스터 초밥왕]의 쌀 관련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간토 지역 결승전에서 우승 후보 4명만 남은 상태에서, 주인공인 쇼타가 쌀 및 밥 짓기 전문가인 소년을 찾아갔는데, 그의 선배라는 양반이 해주던 이야기인 즉... 이탈리아에서 초밥을 팔다가 한번 말아먹었는데, 그 이유가 쌀의 품종 때문임을 이 소년 덕에 알아차리고 재기할 수 있었다는...
언젠가부터 루리웹이 요리웹이 되어가고 있군요 덕분에 저는 계속 위꼴을 당하고 있구요
우왕~~~~!!!!!!!
그러나아 트러플의 향은 매우 독특하고 강렬해서 그 약한 병조림 트러플의 향 만으로도 질색팔색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거.... 전 송이도 잘 못먹는지라 트러플 향이 영 안맞아서 못먹겠더라고요, 가족들도 그렇고...
집나간 식욕이 돌아왔습니다! 책임져주세요! 는 농담이고 매번 잘보고 있습니다.
잘 보고 있어요 'ㅅ'
현지에서 쌀 요리 해드시는 분들이 쌀을 물에 불리지 말라던데요? 특히 빠에야 할 때 봉지 있는 그대로 투입하시더군요.
맞습니다. 쌀이 제일 처음 씻을 때 수분을 쫙 빨아들이기 때문에 불리지 말고 그대로 넣어야 쌀 자체에도 풍미가 흡수가 잘되죠. 또 리조토 특유의 크리미한 질감이 쌀 자체의 전분에서 나오기 때문에 불려서 넣는건 잘못된 방법입니다. 볶은 쌀에 육수 넣고 난 후에 다시 화이트와인 넣으시는건 어떤 의도신지... 보통 육수 넣기 전에 화이트와인을 부어 알코올을 날리면서 졸여 풍미를 주는건데요. 양파도 쌀알보다 작게 다지는게 보통인데요. 안그럼 양파의 식감 때문에 리조또의 메인인 쌀을 느끼기 힘들죠. 그리고 버섯을 쌀 넣기 전부터 넣고 같이 볶게 되면 나중에는 버섯의 식감을 느끼기 어려운데요. 버섯 향을 위해서라면 육수 낼때 버섯으로 육수를 내려 사용하는게 낫구요. 버섯은 따로 버터에 소테해서 완성된 리조또에 얹어주는게 좋습니다. 그래야 버섯 형태도 유지되고 식감도 있습니다. 위에 쌀 품종에 대해서 말씀 하시는데 한국에서 주로 쓰이는 단립종으로도 충분히 리조또 질감 만들 수 있습니다. 작성자분 재료 좋은거 쓰시는거 좋은데 조리과정에 좀 더 신경쓰시면 더 나은 결과물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 가장중요한건 명제자체의 진실성이 아니고 말하는 방법이라고 하는걸 자꾸 느끼게 됩니다. 물론 글쓴이 분이 더 맛을 느끼기 어렵게 한부분도있고 자신의 전문분야에 비추어 미숙하게 보이고 그런데도 전문가처럼 말하는게 속이 상할수도 있습니다만 조금더 온화하게 말한다면 더 좋은 소통이 될수있지 않을까요.. 날이가면 갈수록 중요한건 핵심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아, 어 말하는게 크다는걸 느낍니다.
달걀 반숙 후라이에 얹어 먹기만 해도 신세계가 펼쳐진다는 말이 신기하내요 살면서 트러플을 먹어볼 경험이 있을런지...
최근 리소토 글 보고 다시 보려고왔더니 엑박이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