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오리가슴살 스테이크를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저희집 환풍기가 좀 약해서
기름이 많이 튀는 오리는 엄두도 못 내다가 부모님댁에 놀러온 김에 먹어보려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래서 이왕 먹는거 냉동보다는 생오리를 구해다 먹어보자 하고 인근 농장을
뒤지다가 허탕만 치고 우연히 찾은 아메리카들소 농장에서 들소고기나 사다 먹었습니다.
(광고광고 //ㅅ//)
그래도 오리를 포기하기 힘들어서 결국 동네 마트에서 냉동오리를 사왔죠. 이왕이면
큰 오리를 구하고 싶었는데 마트에서는 작은 것 밖에 안 팔더군요 :(
그래서 오리는 살짝 아쉽지만 소스는 좀 공을 들여 잘 만들어보자 싶었기에
블랙베리는 사오지 않고 집 뒷정원에서 막 자라는 것들을 직접 따왔습니다.
원래 블랙베리가 생명력이 강하다 못해 다른 식물들에 위해를 가할 정도고
가시도 있어 보통 집에서 자라면 모두 뽑아내지만 부모님이 과일을 하도
좋아하셔서 본가에서는 그냥 키웁니다 ㅎㅎ
블랙베리는 참 좋은게 알아서 너무 잘 자라요 :D 관리도 약도 필요없죠 ㅎㅎ
아무리 따도 빨간게 며칠 뒤면 금방금방 또 검게 익더군요. 본가에 와있는 내내 엄청 ㅁㅁ었네요 :)
따다가 부모님이 친구분들께 나눠주셔서 이날 딴 것의 양이 반으로 줄었습니다 ㅎㅎ
양이 반으로 줄긴 했지만 큰 냄비 한 통은 나오길래 소스에 넣을 싱싱한 것 몇개 빼고 꿀에 절였습니다.
이렇게 꿀을 곂곂이 뿌리고 밤새 놔두면
꿀에 절인 블랙베리가 됩니다. 너무 당연한가? 헤헿
절인 블랙베리는 이렇게 요구르트에 뿌려먹거나 하는 등 꽤 유용하게 쓰입니다 (츄릅)
그리고 남은 것은 건더기를 최대한 싹 건져내고 병에 밀봉해놓으면 며칠 안에 약한 복분자주가 됩니다.
물론 블랙베리는 복분자와는 다르고 복분자주도 만드는 법이 완전히 다릅니다 ㅎㅎ
복분자주도 준비가 되었으니 오리를 사왔습니다. 최대한 큰 놈으로 골랐는데 마음에
다 차지는 않네요 ㅠ 그나마 냉동이라 그런지 가격은 꽤 착합니다.
오리 해체는 처음이라 늅늅합니다. 역시 생긴게 닭이랑은 많이 다르네요 ㅎㅎ
오리찌찌를 도려냅니다. 평소에 토끼도 자주 직접 해체해 먹다보니 그리 어렵지는 않네요.
다만 해동을 하니 뭔가 질척질척해서 살을 깨끗하게 바르지 못 한...
당연하지만 두덩이 나옵니다. 그래도 닭가슴살보단 크게 나오네요 (흡족)
찌찌살을 발라낸 오리는 적당히 토막쳐서 탕을 준비합니다.
선혈이 낭자한 도마... 크큭...
시레기가 없어서 배추속까지 이용해 탕을 만듭니다. 탕은 제가 하는게 아니라
어머니가 만드셨는데 저는 뭐가 들어갔든 그냥 어머니표 음식은 다 맛있습니다 :)
피를 뺍니다. 피가 상당히 많이 나오더군요 ㅎㄷㄷ
피를 어느정도 빼고나면 흐르는 물에 손으로 박박 씻어줍니다.
애벌삶기에는 로즈마리, 칠리 플레이크, 된장, 원두콩, 생강, 월계수 잎,
레몬, 양파, 요리술 등이 들어갑니다.
뭔가 계란 노른자 같은 비쥬얼 //ㅅ//
애벌삶기가 끝나면
역시 한 번 더 흐르는 물에 박박 닦아줍니다. 이 때 족집개로 미처 뽑히지 않은
털도 제거해줍니다. 찌찌살을 발라낸 데다가 작은 오리라 살이 정말 없네요 ㅠ
채소도 준비해놨다가 고기 준비가 끝나면
된장과 칠리 플레이크, 소금, 액젓을 넣고
끓여줍니다.
양파 투척
할라피뇨 투척
탕이 삶아지는 동안에 삶은 배추를 가지고
고추장, 칠리 플레이크, 감자, 다진마늘, 파 등을 넣고 다대기를 만듭니다.
버물버물
다대기를 오리탕에 넣고
푹 익히면
오리탕 완성입니다. 사실 어머니도 오리탕은 이전에 한 번 밖에 안 해보셨고
캐나다 소도시에선 한식 재료들을 구하기도 어려워 깻잎이나 미나리 등을
넣지는 못 했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만든 스테이크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D
역시 누구에게나 어머니표 집밥이 최고인 듯 합니다 헠헠
아버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리 다리와 날개의 육질이 한국
토종닭과 흡사하다고 합니다. 저는 너무 어렸을 때 이 나라에 와서
한국 토종닭 맛은 잘 모르지만 이런 맛이라면 정말 맛있는 닭이겠다
싶었네요 ㅎㅎ 다음은 제가 만든 스테이크로 넘어갑니다.
블랙베리로 담근 소량의 복분자주입니다.
원래 블랙베리 소스를 만들 때 적포도주를 넣어 졸이는데 저는 복분자주랑 반반 넣었습니다.
소스 만드는 것 자체는 매우 쉽습니다. 원래는 설탕이 있어야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그런거 안 키우시기에 올리고당으로 대체 ㅎㅎ
올리고당을 물에 풀어준 후 레몬 제스트를 넣어 끓입니다.
레몬향이 좋네요 헠헠
메인인 블랙베리를 투척 :D
적당히 끓여줍니다. 블랙베리는 익히면 색이 빨개집니다 //ㅅ//
다 끓이고 나면 그릇에 담아 대기시키고
적포도주 소스를 만듭니다. 적포도주, 복분자주, 꿀, 소금, 후추 등이 들어갑니다.
알코올만 날아가게 적당히 졸여줍니다.
그리고 두 소스를 섞어 버터 조각을 넣고 아주 살짝 더 끓이면 블랙베리 소스 완성입니다.
시뻘겋네요 흐흫
오리찌찌입니다. 껍데기에 칼집을 넣고 껍질부분이 팬에 닿게 올려놓습니다.
시즈닝은 그냥 간단하게 소금과 후추, 칠리 플레이크로 했습니다.
기름이 워낙 많이 튀기는 고기라 주방에서 데크로 쫒겨났습니다 흨흨
오리 껍데기는 워낙 기름이 많아서 따로 식용유를 두르지 않고 구워야 합니다.
자체적으로 나오는 기름으로도 거의 튀기는 수준이 되죠.
또한 일반 소고기 스테이크와는 다르게 달군 팬에 굽지 않고 차가운 팬에 올려 굽습니다.
그래야 기름도 잘 빠지고 모양도 잡히거든요.
냉동육이라 칼집 넣는게 너무 힘들었... 은 변명이고 제가 그냥 실력이 꽝이라 헤헿
익힌 정도는 미디움 정도가 맛있습니다. 살을 눌러가며 익힘 정도를 파악합니다.
다 익히면 레스팅을 조금 시켜줍니다. 뭔가 탄 것 같은 비쥬얼이지만 조명 때문입니다 (진지)
소스도 만들고 귀여운 접시도 동원했는데 제가 실력이 없어서 플레이팅이 꽝입니다 흨흨
오리가슴살 스테이크는 세 점에서 최대 네 점만 썬다더군요.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그냥 렘지형이 시키는대로 합니다 //ㅅ//
미디움이라 살이 야들야들 헠헠 근데 소스 때문에 비쥬얼은 레어 같네요 ㅎㄷㄷ
오리를 먹기 전날 아메리카들소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얘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오리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북미에서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때 보통 칠면조를
먹는데 몇몇 가정들에서는 오리나 거위를 굳이 주문해 만들어 먹더군요. 특이하다
싶었었는데 제가 직접 먹어보니 왜 먹는지 정말 이해가 갔습니다. 오리는 닭과는 완전히
다른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 뭔가 소와 비슷하면서도 훨씬 부드러워 입에서 녹아버리네요.
살은 부드러운데 껍질 속은 탱탱하고 겉은 바삭하니 참 식감도 조화로워 좋았고 곁들인
블랙베리 소스도 단짠의 조합인데도 맛이 매우 좋고 오리와 잘 어울렸습니다. 오리탕도
스테이크도 모두 맛이 좋아 온가족이 행복했네요 //ㅅ//
오른쪽 베스트 2연타 감사합니다 ;D
오리도 먹고 오른쪽도 가고 꿩 먹고 알 먹고!
굉장히 안정적인 맛~
잘봣습니다! 정말 맛잇어보이네요 (츄릅)
Спасибо Клара!
게시글 볼때마다 색다른 고기를 만드셔서 매번 잘 보고갑니다 집오리팀 화이팅
들깨도 생명력이 짱이군요 ㅎㅎ 근데 블랙베리랑 들깨랑 둘 다 키우면 정원이 초토화될 것 같아요 ㅎㄷㄷ
잘봣습니다! 정말 맛잇어보이네요 (츄릅)
맛있었습니다 ^ㅠ^
뿅뿅었네요..가 뭔지 고민하다보니 ㅋㅋ 아오. 루리웹 금칙어 ㅂㅅ력이란 참.. 언제나 넘치는 모험정신과 훌륭한 결과물에 감탄하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쉬라즈-실버님 댓글 읽고 나서야 알고 뿜었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 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오리가슴살 스테이크 신기하네요. 껍질이 핡~~~
확실히 닭가슴살보다 흔히 접하기는 쉽지 않죠 ㅎㅎ 근데 맛이 정말 좋아서 앞으로는 자주 먹게 될 것 같아요 :D
오리탕에 들깨가루 안넣는 레시피도 있군요! 저 사는데 광주는 오리탕엔 들깨가루가 엄청 들어가거든요 ㅋㅋㅋ 근데 저 오리탕도 먹어보고싶네요 맛이 되게 깔끔할거같아요
들깨가루를 안 넣으려고 했다기보단 여기선 구할 수가 없어서요 ㅠㅠ 들깨가루 넣으면 엄청 고소하다는데 궁금하네요 ㅎㅎ 물론 어머니표 오리탕도 참 깔끔하고 맛있었습니다 :D
와 외국도 오리는 비싸네요. 들깨도 거의 잡초같은 생명력이라고 하니 어디서 구해서 블랙베리와 경쟁시켜보세요
들깨도 생명력이 짱이군요 ㅎㅎ 근데 블랙베리랑 들깨랑 둘 다 키우면 정원이 초토화될 것 같아요 ㅎㄷㄷ
들깨는 솔직히 별로입니다. 블랙베리가 훨씬 입에 맞으실겁니다. 끝으로 저라면 오리껍질은 제거하고 요리했을것 같습니다.
한식이나 양식이나 아무거나 안 가리고 잘 먹습니다 ㅎㅎ 그리고 오리가슴살 스테이크는 보통 껍질을 놔둔 채로 굽는 것이 일반적인데 취향에 따라 제거하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껍질을 좋아해서요 ㅎㅎ
비주얼이 기가막힌게 밖에서 팔아도 되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ㅅ//
오오 어머니께서 요리솜씨가 좋으신가봐요 탕 너무 맛있겠어요
오리탕 맛있었어요 :D 부모님댁에 와있는 동안 입이 호강하고 갑니다 ㅎㅎ
게시글 볼때마다 색다른 고기를 만드셔서 매번 잘 보고갑니다 집오리팀 화이팅
Спасибо Клара!
휴대폰이 아니구나...
맛폰은 아닙니다 :)
오리고기... 미디움으로 해서 먹어도 탈은 안나나요? 제가 요알못이라 그냥 궁금해서 하는말이에영!
오리는 닭이나 다른 가금류들과는 달리 괜찮습니다 :)
오리팀 하면~~~~ 곤조~~~~~~~~~~~~~~~~~~!!!
무슨 패러디일까요 ㅠ
아 이게 블렉베리였군요 -ㅁ-;; 할아버지께서 취미로 회사옥상에 정원하시는데 블루베리 말고도 특이하게 생긴 열매 있어서 뭔가했더니 블렉베리!!
할아버님께서 식물을 키우시는군요 ㅎㅎ 비싼 과일일수록 직접 길러먹으면 더 재미나더군요 :D
굉장히 안정적인 맛~
.
아바타가 외국간 mb 생각나
:(
오늘 한인마트 갔더니 절 붙잡고 끈질기게 오리고기를 사가라고 하던데... 이걸 보려고 그랬나보네양... 하지만 나는 냉혹한 돼지고기 학살자...크킄...
오리는 특식이지만 돼지는 언제나 정답입니다... 크큭...
미디움으로 구우셧는데 오리 비린내같은건 안나나요??
전혀 안 납니다. 저도 먹으면서 놀랐어요. 분명히 손질할 때는 비렸거든요 ㅎㅎ
요리 잘하시는 분은 언제봐도 그림잘그리는 사람 못지않게 부럽습니다.
요리를 잘 하진 못합니다 //ㅅ//
스테이크 엄청 먹음직스러워서 침을 꿀꺽했네요 ㅋㅋㅋ ㅊㅊ
오리찌찌 이게 참 물건이더군요 ㅎㅎ
요리는 추천이라고 배웠습니다 ㅊㅊ
감사합니다 :D
오리 가슴살 오렌지 소스 스테이크가 엄청 유명하죠... 솔찍히 요리 하는 입장에서 말하면 우리나라 오리 요리는 정말 오리 맛을 제대로 즐기기 힘든 레시피가 태반이라는... 고기는 선도와 숙성도가 좋으면 소금과 간단한 허브로 구워서 산미가 좀 있는 소스로 먹는게 제일...
오렌지 소스도 언젠가는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ㅎㅎ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민 오기 전에 어느 음식점에서 자주 먹던 오리훈제는 정말 맛있었어서 아직도 그리워요. 아쉽게도 지금은 가게가 사라졌다더라고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