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는 일단 만들기 시작할때까지가 어렵지, 렌넷과 같은 기본적인 재료 몇 가지만 갖춰지면 그 다음부터는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입니다. 온도를 알아서 맞춰주는 히팅 보울이 있으면 그냥 재료 부어놓고 다른 일 하면 될 정도지요.
하지만 몇 년씩 숙성시켜야 하는 딱딱한 치즈들은 치즈 보관고가 없는 관계로 도전을 못하고, 모짜렐라 치즈(https://blog.naver.com/40075km/221020359192)는 집 앞 마트에만 가도 근교 농장에서 만든 수제 모짜렐라를 구입할 수 있는 까닭에 노력을 들이는 것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그닥 크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자주 만들게 되는 것은 크림 치즈입니다. 크림 치즈는 공장에서 찍어낸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에 비해 직접 만드는 게 훨씬 더 맛있기 때문에 작업하는 보람이 있습니다.
준비물은 우유, 크림, 버터밀크. 그리고 여기에 치즈 만드는 기본 재료인 렌넷과 염화칼슘이 추가됩니다.
26도에서 27도 정도를 유지하면서 보울에 재료를 넣고 섞은 다음 12시간에서 24시간 정도 기다려 줍니다.
이번에 만드는 크림치즈는 클로티드 크림 대신 사용할 거라서 좀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12시간만 기다렸습니다.
뚜껑을 열면 버터밀크가 발효를 촉진시키면서 생긴 크림치즈 특유의 냄새가 솔솔 풍겨나옵니다.
이 버터밀크는 이름만 들어서는 버터를 추가한 고소한 우유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정 반대입니다.
우유에서 버터를 만들고 남은 액체에 젖산을 넣고 발효시킨, 마시는 요거트처럼 약간 시큼한 맛을 내는 음료지요.
후라이드 치킨 튀기기 전에 닭고기를 버터밀크에 하루 정도 재워놓으면 굉장히 맛있어 집니다.
개인적으로는 크림치즈 만들고 남은 버터밀크는 감자 샐러드 만들 때 섞어넣는 것을 선호하지만요.
12시간이 지나고 치즈 걸러내는 천을 이용해서 유청을 걸러냅니다.
치즈 만들 때와 다른 점이라면 치즈는 응고 작용을 촉진시키는 렌넷이나 염화칼슘이나 효소를 넣고 고온으로 가열해서 수분을 단번에 다 빼주는 반면,
크림 치즈는 저온에서 응고 작용을 느리게 진행하면서 수분을 꽤 많이 남긴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반면 인터넷에 '집에서 크림 치즈 만드는 법'이라고 자주 등장하는, 요거트에서 수분 빼서 만드는 치즈는 엄밀히 말하면 크림 치즈가 아니라 요거트 치즈 혹은 요치즈(Yo cheese)로 분류됩니다. 렌넷으로 유청을 걸러내는 게 아니라 유산균이 우유를 응고시키는 거라 미묘한 차이가 있지요.
크림 치즈는 유청을 오래 뺄수록 단단해집니다. 하지만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오면 좀 더 굳는 것을 감안해서 원하는 굳기보다 좀 덜 굳었을 때 그릇에 옮겨담고 냉장고에 넣는 것이 좋습니다.
유청을 덜 빼서 그런지 모짜렐라 만들 때에 비하면 들어가는 재료 대비 결과물의 양이 훨씬 바람직한 수준입니다.
커다른 그릇 하나 가득 채운 크림 치즈를 빵에 듬뿍 발라 먹으면 진짜 맛있습니다.
이왕 크림 치즈를 만든 김에, 궁합이 잘 맞는 스콘도 만들기로 합니다.
맛 없기로 유명한 영국 요리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통 요리 중에 내세울 만한 게 없다는 뜻이지, 영국 사람들도 맨날 피쉬 앤 칩스만 먹고사는 건 아닙니다.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만 봐도 알 수 있지요.
특히 차를 마시며 곁들여 먹는 다과는 '영국식 애프터눈 티 세트'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화려한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이 다채롭고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삼단 접시를 가득 채운 샌드위치나 쿠키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콘과 딸기잼, 크림치즈는 일명 '잉글리쉬 크림 티'라고 불리는 티 타임 다과의 기본 조합입니다.
가루 재료는 다 섞어서 체에 친 다음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그 위로 조그맣게 썬 차가운 버터를 넣고 돌려서 잘 섞어줍니다.
버터가 녹을 정도로 돌리면 안되고 빵가루마냥 푸슬푸슬한 상태가 되면 멈춰야 합니다.
원래는 손으로 비비듯 섞으면 설거지 할 필요도 없고 간단한데, 워낙 따뜻한 손을 가진 관계로 직접 섞었다가는 버터가 금방 녹아버리는지라 부득이하게 기계를 사용해야 합니다.
가루의 가운데 부분을 오목하게 만든 후, 우유를 붓고 포크로 휘휘 저어줍니다.
이것 역시 너무 반죽을 치대지 말고 대충 대충 섞어서 가루가 날리지 않을 정도로만 반죽합니다.
옛날에는 스콘을 스킬렛 위에 크게 한 판 구워서 피자 자르듯 잘라 먹었기 때문에 지금도 삼각형 모양으로 스콘을 굽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콘의 크기는 너무 큰 것보다는 두 입에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편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도마에 밀가루를 뿌리고 반죽을 올린 다음 손가락 하나나 두 개 두께로 밀고, 삼각형으로 자르는 대신 쿠키 커터로 찍어서 모양을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표면에 먹음직스러운 갈색을 내기 위해 달걀물을 바르고, 19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 정도 구워주면 완성입니다.
고소한 스콘 냄새가 집안에 퍼지기 시작하면 슬슬 물을 끓여서 차를 우려낼 준비를 합니다.
시간도 오후 네 시. 점심 식사와 저녁 식사 사이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애프터눈 티를 마시기에 딱 좋은 시간입니다.
상표의 시계가 네 시를 가리키고 있는 포트넘 앤 메이슨 홍차를 꺼내고, 직접 만든 크림 치즈와 딸기잼도 준비합니다.
크림 티의 필수 요소는 홍차, 스콘, 딸기잼, 그리고 크림치즈니까요.
개인적으로 동양 철학 중에서는 유학보다는 노장사상을 더 선호하는데, 그 중에서도 스콘을 구울 때면 (그리고 햄버거 빵 구울 때도) 언제나 생각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삼십 개의 바퀴살이 바퀴축에 모여있어도 바퀴살 사이의 빈 공간 덕에 수레로서의 효용성이 있다.
진흙을 빚어 만든 그릇도 그 가운데가 비어 있어야 그릇으로의 쓰임새가 있다.
문과 창문을 뚫어서 방을 만들어도 그 속이 비어 있어야 방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무언가가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이득은 없음을 활용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 노자(老子), 도덕경 11장 중에서
스콘을 구워서 먹어보면 이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버터를 조금만 넣었기 때문에 그닥 고소하지도 않고, 설탕을 조금만 넣었기 때문에 그닥 달콤하지도 않고, 팽창제로 부풀렸기 때문에 퍽퍽하기까지 한, 어떻게 보면 "맛없다!"까지는 아니어도 "이것만 먹기에는 좀..."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빵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크림 치즈와 딸기잼을 발라 홍차와 함께 먹었을 때 그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면서 완벽한 조화를 이끌어 냅니다.
스콘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생크림이나 달걀을 넣고 설탕의 양을 늘리는 등의 변형 스콘 레시피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렇게 구워낸 스콘을 크림 치즈나 딸기잼과 함께 먹으면 너무 느끼하거나 너무 단맛이 강할 수 있다는 거지요.
스콘을 반으로 갈라 크림 치즈와 딸기잼(잼 만드는 법은 https://blog.naver.com/40075km/220909007403 참조)을 듬뿍 발라서 먹습니다.
진짜 정통 크림티라면 크림 치즈가 아니라 클로티드 크림이라고 해서 유지방을 가열해서 얻는 크림을 발라먹는 게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생크림을 가열해서 클로티드 크림을 만드는 레시피가 나와있길래 따라서 만들어 봤는데, 예전에 먹어 본 진짜 클로티드 크림에 비하면 퀄리티가 너무 떨어지는지라 깔끔하게 포기하고 크림치즈를 발라먹고 있지요.
살균처리 되지 않은 생우유를 가열해서 만드는 게 진짜 클로티드 크림인데, 식품위생법상 생우유를 구할 방법이 없거든요.
나중에 여건이 되면 시골에 조그만 농장 하나 차려서 유리 온실에 허브 기르고, 닭 길러서 달걀 먹고, 젖소 한 마리 길러서 우유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합니다.
크림티의 가장 큰 딜레마는 영국의 남서부 지역인 데본(Devon)과 콘월(Cornwall) 지방의 뿌리 깊은 논쟁에서 비롯됩니다.
스콘에 크림을 먼저 바르고 잼을 바르느냐? (데본 크림 티)
아니면 잼을 먼저 바르고 크림을 바르느냐? (코니쉬 크림 티)
서로 자기네가 크림티의 원조라고 주장을 하는데다가, 나름대로 주장의 근거 또한 갖고 있어서 크림을 먼저 바를 경우 스콘의 마찰력 덕에 깔끔하게 펴 바른 후 잼을 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잼을 먼저 바를 경우에는 갓 구운 스콘의 열기로 인해 크림이 녹는 것을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뭘 그런 것 가지고 싸우냐고 비웃기에는 우리 선조들이 상복 입는 기간 두고 피터지게 싸웠던 예송 논쟁에서부터 오늘날의 탕수육 부먹 찍먹 논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으로서 짊어진 업보가 많아서 차마 비웃지를 못하겠네요.
저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답게 솔로몬식 크림티를 선호합니다. 조그만 크기로 구워 낸 스콘에 좌우로 반반씩 크림과 잼을 바르는 거지요. 바르기도 쉽고, 균형도 맞고, 맛도 좋습니다. 물론 이 방식이 유명해지면 잼을 오른쪽에 바르느냐, 왼쪽에 바르느냐로 싸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요.
다른글은 사진만 보는데 이분글은 글까지 다봄...
예송 논쟁은 이 문제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예송 자체를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쓸데없는 이유로 보이지만 조금만 파보면 지금이나 당시나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송이 발생한 원인은 우선 15세기 후반부부터 성장한 예학에 대한 이해도와 임진왜란 전후로 발생한 사회 붕괴 현상 그리고 인조와 소현세자의 갈등으로 인한 왕위 계승 문제, 거기에 따른 효종의 정통성 논란이 핵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인 계통은 효종을 왕으로 인정하되 정통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의구심 즉 예학 자체로 놓고보면 효종을 순수한 정통으로 인정하기에는 여러가지로 무리가 있었죠. 기본적으로 송시열이든 서인 계통에서는 왕사동례를 주장하는 입장이 큰 편이었고 문제는 그렇다고 효종을 정통으로 인정 안하면 곧장 역적이 되는 문제여서 결과적으로 굉장히 서인에서는 조심스러웠습니다. 반면에 남인은 왕사부동례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효종이 비롯 차자이나 장자로써 인정받을 수 있음을 표방하고 있어 이 부분에서 자유로웠고, 실제로 1차 예송은 집권당인 서인에서 송시열 등이 1년복을 주장하였으나 여기에 남인이 송시열 등이 제기한 논의에서 발생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터졌죠. 대표적인게 윤선도. 사실 윤선도는 어부사시사나 그런 한적한 시를 읊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안될만큼 과격한 논의를 잘 펼치면서 송시열을 견제하던 인물이었고, 여기에 허목 등도 송시열의 논의가 틀렸음을 지적하면서 본격적으로 1차 예송이 터졌다가 현종이 이를 무마시킨 이후에 효종비가 죽으면서 자의대비가 상복을 어떻게 입는가의 문제가 다시 터지는 바람에 자연히 효종비를 장남의 비로 볼 것인가 차남의 비로 봐야할 것인가?의 문제 뿐만 아니라 1차 예송 때 숨겨진 문제들(송시열의 체이부정 발언이라던지)이 이때 밝혀지면서 더 난장판이 되었죠. 문제는 이 예송이 시작은 효종의 정통성 문제로 시작했으나 결과는 지는 쪽은 효종을 왕으로 인정 안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에 자연히 역적 크리라서 서로가 소모적인 논쟁임을 알면서도 여기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뒤늦게라도 발을 빼면 역적이 되서 죽기 딱 좋은 환경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정쟁이 격렬화된 것이 환국. 다만 1차 환국인 경신환국은 서인 계열과 손을 잡은 숙종의 외척인 김석주가 주도했던 부분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단순히 당파 간의 정쟁으로 보기에는 훨씬 복잡합니다. 스콘에 뭘 먼저 발라먹는다고해서 수십 가문이 죽을 일은 없지만 예송 쪽은 왕의 정통성과 당시 사회의 정통성을 논의하는 문제라 삐끗하면 몰살 당하기 좋았죠.
믿고 보는 게시글 선추천 후감상
예송논쟁 뒤에 정치적 권력다툼이 있었다는 거야 맹꽁이 서당을 열심히 읽은 덕에 알고는 있지만, 그 논쟁이 표출되는 방법이 굉장히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기에 뭘 그런 거 가지고 싸우냐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사실 대다수의 '유치해보이는' 싸움 뒤에는 그만큼 커다란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크림티 논쟁만 해도 영국 서남부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콘웰과 데본의 경쟁의식이 표출된 결과니까 따지고 보면 그렇게 가벼운 이유는 아니고, 순대에 초장 찍어먹느냐 막장 찍어먹느냐로 싸우는 것도 알고 보면 군사정권 이후 민주정권 출범에 이르기까지 정치 공세로 인해 악화된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이 배경이니 쉽게 볼 일은 하나도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심각한 갈등의 표출이 상복 입는 기간이나 크림 바르는 순서나 순대에 찍어막는 양념장으로 나타나는 건 유치할 수 밖에 없는 거지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격투기 챔피언을 고르는 결승전에서 손가락 씨름으로 승부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언제나 즐겁게 보고있습니다 영화부터 식재료.음식에대한 풍부한식견 그리고 동양철학까지... 언제 한번뵙고 배움을 청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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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즐겁게 보고있습니다 영화부터 식재료.음식에대한 풍부한식견 그리고 동양철학까지... 언제 한번뵙고 배움을 청하고싶네요...
맛있겠어유
다른글은 사진만 보는데 이분글은 글까지 다봄...
어딜 가나 음식 먹는 방법 A vs B 논쟁은 있네요
와 오늘도 잘보앗습니다
먹는방법 논쟁하는 건 없어보이긴 한데 또 보면 서로의 장단점이 꽤 뚜렷하게 나오긴 하더라고요. 우유를 붓고 시리얼을 붓느냐 vs 시리얼을 붓고 우유를 붓느냐 싸움만 해도 시리얼이 우유를 머금는 정도같은 그런 게 차이가 있다보니..
항상 감성 넘치는 멋진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보는 스콘은...고통스럽긴 하네요 ㅜㅜ ㅋㅋ
크림티라고 해서 차 종류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스콘이란게 우리 왜 옛날에 많이 사먹은 그 kfc에 비스켓이랑 비슷한건가요? 미드에 겁내 나오길래 저게 뭔가 했는데
뿌리는 같아요. 실제 맛도 유사하고요. 만드는방법이나 재료에서 미묘하게 차이가있긴한데 뚜렷하게 구별하기도애매한게 사실...
사진부터 음식까지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친절한 설명도 감사하고요.
허어.... 먹방/음식 글 보러 왔다가 철학 배우고 깨달음을 덕고 갑니다.
고로 추천
맛있겠어요...
태양의 손 오버코트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근데 영상에 보면 렌넷 3방울이라고 돼있는거 치곤 양이 꽤 많아보이는데요. 물에 타서 넣는건가요?
네. 골고루 섞이라고 물을 조금씩 타서 넣었지요.
예송 논쟁은 이 문제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예송 자체를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쓸데없는 이유로 보이지만 조금만 파보면 지금이나 당시나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송이 발생한 원인은 우선 15세기 후반부부터 성장한 예학에 대한 이해도와 임진왜란 전후로 발생한 사회 붕괴 현상 그리고 인조와 소현세자의 갈등으로 인한 왕위 계승 문제, 거기에 따른 효종의 정통성 논란이 핵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인 계통은 효종을 왕으로 인정하되 정통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의구심 즉 예학 자체로 놓고보면 효종을 순수한 정통으로 인정하기에는 여러가지로 무리가 있었죠. 기본적으로 송시열이든 서인 계통에서는 왕사동례를 주장하는 입장이 큰 편이었고 문제는 그렇다고 효종을 정통으로 인정 안하면 곧장 역적이 되는 문제여서 결과적으로 굉장히 서인에서는 조심스러웠습니다. 반면에 남인은 왕사부동례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효종이 비롯 차자이나 장자로써 인정받을 수 있음을 표방하고 있어 이 부분에서 자유로웠고, 실제로 1차 예송은 집권당인 서인에서 송시열 등이 1년복을 주장하였으나 여기에 남인이 송시열 등이 제기한 논의에서 발생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터졌죠. 대표적인게 윤선도. 사실 윤선도는 어부사시사나 그런 한적한 시를 읊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안될만큼 과격한 논의를 잘 펼치면서 송시열을 견제하던 인물이었고, 여기에 허목 등도 송시열의 논의가 틀렸음을 지적하면서 본격적으로 1차 예송이 터졌다가 현종이 이를 무마시킨 이후에 효종비가 죽으면서 자의대비가 상복을 어떻게 입는가의 문제가 다시 터지는 바람에 자연히 효종비를 장남의 비로 볼 것인가 차남의 비로 봐야할 것인가?의 문제 뿐만 아니라 1차 예송 때 숨겨진 문제들(송시열의 체이부정 발언이라던지)이 이때 밝혀지면서 더 난장판이 되었죠. 문제는 이 예송이 시작은 효종의 정통성 문제로 시작했으나 결과는 지는 쪽은 효종을 왕으로 인정 안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에 자연히 역적 크리라서 서로가 소모적인 논쟁임을 알면서도 여기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뒤늦게라도 발을 빼면 역적이 되서 죽기 딱 좋은 환경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정쟁이 격렬화된 것이 환국. 다만 1차 환국인 경신환국은 서인 계열과 손을 잡은 숙종의 외척인 김석주가 주도했던 부분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단순히 당파 간의 정쟁으로 보기에는 훨씬 복잡합니다. 스콘에 뭘 먼저 발라먹는다고해서 수십 가문이 죽을 일은 없지만 예송 쪽은 왕의 정통성과 당시 사회의 정통성을 논의하는 문제라 삐끗하면 몰살 당하기 좋았죠.
글일 쓰다보니 굉장히 길어졌는데 두 줄로 요약해드리면 1. 예송은 상복 입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2. 예송은 당시 사회와 국왕의 정통성을 따지는 문제.
아무튼 1차 예송 논쟁에서 송시열이 체이부정을 이야기한게 결과적으로 효종을 정통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는 바람에 정태화가 국제인 경국대전에 의거해 1년상으로 이야기했지만 결국 이 발언들이 다 밝혀지면서 2차 예송에서 핵폭탄급 파급력을 가져왔죠. 송시열은 효종의 스승이자 효종이 살아생전에 산림 계통의 인정을 받기 위해 송시열을 그토록 위했는데 그것을 모두 저버리고 효종을 정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의리없는 행동이었고, 결과적으로 숙종 대에 이르러서 송시열은 효종과의 독대 내용까지 밝히면서, 그만큼 자신이 효종과 신의 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숙종은 그딴거 없이 할아버지, 아버지를 괴롭힌(?) 원로 신하였던 송시열은 단칼에 쳐내버리죠. 애초에 숙종은 조선 후기에서 유일하게 정통성 시비에서 자유로운 왕이라서 왕권을 자기 마음대로 마구잡이로 남발해도 될 만큼 (오두인과 박태보를 때려죽인 사건이라던지) 왕권이 강한 왕이었죠
사학과 졸업생입니다. 긴 정성에 추천드리며, 저도 본문 읽을 때 살짝 눈에 밟히더군요 ㅋㅋ 예송논쟁을 그저 상복 입는 기간의 문제로 치부하다니! 탕수육 부먹 찍먹 논란과는 본질적으로 다르죠! 그래도 맛있어 보임!!!
예송논쟁 뒤에 정치적 권력다툼이 있었다는 거야 맹꽁이 서당을 열심히 읽은 덕에 알고는 있지만, 그 논쟁이 표출되는 방법이 굉장히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기에 뭘 그런 거 가지고 싸우냐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사실 대다수의 '유치해보이는' 싸움 뒤에는 그만큼 커다란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크림티 논쟁만 해도 영국 서남부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콘웰과 데본의 경쟁의식이 표출된 결과니까 따지고 보면 그렇게 가벼운 이유는 아니고, 순대에 초장 찍어먹느냐 막장 찍어먹느냐로 싸우는 것도 알고 보면 군사정권 이후 민주정권 출범에 이르기까지 정치 공세로 인해 악화된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이 배경이니 쉽게 볼 일은 하나도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심각한 갈등의 표출이 상복 입는 기간이나 크림 바르는 순서나 순대에 찍어막는 양념장으로 나타나는 건 유치할 수 밖에 없는 거지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격투기 챔피언을 고르는 결승전에서 손가락 씨름으로 승부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1차 기해예송 서인 승리 2차 갑인예송 남인 승리
요리에 관심있어서 들어왔다가 이런 전문적인 글들을 볼줄은 몰랐네요 .. 국사에 빠듯하신분들을 보면 부러울 다름입니다 ㅠ_ㅜ..
그 예송논쟁을 못해서 일어난게 장미전쟁이죠
그래서 송시열이 개xx란 소릴 듣는겁니다. 개인적으로 유학이 망국의 학문으로 발전된 것이 송시열의 업적이라 봅니다.
아뇨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송시열이 끼친 해악도 있지만, 조선 후기의 사상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게 송시열이라 송시열을 부정하면 조선 후기 전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기본적으로 학문적으로 송시열의 수준이 굉장히 높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정조나 영조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함부로 까지 않았죠.
일단 지역 경쟁 의식보다도 훨씬 민감한 부분이 왕조의 정통성이죠. 실제로 예송 논쟁은 1차건 2차건 상소 내용 읽어보면 이미 상복 이야기는 저 멀리 사라지고 없고, 윤선도와 허목 VS 송시열 의 치열한 정통성 경쟁이 벌어집니다. 시열이 1년상을 주장함은 곧 선왕을 왕으로 인정치 아니함임을 밝히는 허목, 윤선도 쪽이나 기본적으로 자신의 입장인 체이부정은 최대한 숨기면서도 자신이 주장한 1년복을 합리화시키면서 과도한 예를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불충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송시열의 학문적 깊이가 굉장히 잘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죠. 다만 이 부분에서 윤선도가 굉장히 강하게 글을 쓰는 바람에 (애초에 윤선도의 기질이 강해서..) 송시열의 입장에 훨씬 부드럽고 잘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없지않아 있죠. 아무튼 예송 논쟁에서 상복은 단순히 발단입니다. 즉 갈등 표출은 정통성 문제입니다. 반대인거죠.
잘못된 사상이 우위를 점하면서 비롯된 문제라봅니다. 능력은 좋으나 나쁜쪽으로 진행된 사례가 대표적으로 송시열이라 봅니다. 새로운 시류로 진행하고자하는 시류를 완전 배격한게 송시열이라 골수 중화주의자에 언변에 팩트라는 것은 전혀 없는 말장난만 한게 송시열입니다. 이당시 중국은 양명학을 필두로 유학의 시류가 바뀌고 있었습니다. 상국상국 하면서 정작 상국에서 일어나는 건 부정하고, 진짜 공자와 맹자, 주자가 주장한 바와는 정반대로 해석해서 멍멍짖어대던게 송시열이라 이겁니다. 정조나 영조가 송시열을 까지 못하는게 학문의 영역보다는 사림을 대표하는 우두머리가 송시열이라서 그렇습니다. 좋게말하면 1국이나 임금과 양반의 2개 국가가 공존하는 형태가 조선이라는 국가였습니다. 양반을 대표하는 산림의 왕이 즉 송시열이었고, 영조와 정조가 양반세력을 살살 달래가며 힘을 회복하는 단계였으니 함부로 깔수가 없는겁니다. 결코 학문이 높아서가 아니라고 봅니다. 공부는 많이 하고 응용력이 높아서 필요한 부분만 발최해서 변형하는 재주가 뛰어난 악당이 옳은 평가가이겠죠.
다 읽고 난뒤에도 이해가 안된다 크림사진 보러 왔다 뭔 일이래 ㄷㄷ
조선이 양명학을 무시한게 맞습니다. 주류가 되지 못하고 이런 학문도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 확인하고, 그걸 메인으로 공부를 했다해도 극소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시했다고 봐야죠. 우리나라 대부분인 사이비 유학자들의 문제점이 한국 개신교계가 잘하는 부분 발췌라는 동일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송시열 이란 개 쓰레기인겁니다. 제가 울나라 유학자들이 사이비라고 판정하는건 공자와 맹자가 학문을 시작한 근본적인 토대를 지들 입맛대로 뜯어고쳐서 이용했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성리학이든, 불교든 지들 입맛대로 해석하고 뜯어 고친 사이비들 때문에 민생이 고통받는겁니다. 참고로 [이덕일]이 뭔가요? 님덕분에 구글링해봤는데 전 환빠가 아닙니다.
맛있겠당. 먹고싶어염
스콘에서 노자를 찾으시다니 ㄷㄷㄷㄷㄷ 부먹찍먹말고 계란후라이 요리 방식도 엄청나게들 싸우죠.
스콘에서 철학까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대단하다 ㅋㅋㅋㅋ 저는개인적으로 기름진 스콘을 선호해요. 버터를충분히 넣어서 포슬포슬하고 고소하게 만들고 거기에 또 버터를 발라먹죠....네 파오후입니다. 쿰척쿰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