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정리하는 햄버거 전쟁.
다른 학교에서는 토너먼트 체육대회를 벌인다면 CIA에서는 요리 배틀로얄 승부가 펼쳐집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연례행사가 바로 버거 배쉬 (Burger Bash).
학생들이 팀 단위로 참가하며 자신들만의 햄버거를 선보이는 대회입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참가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소스를 준비하는가 하면 채소를 손질하거나 빵을 자르고 숯에 불을 붙이고 고기를 굽기도 합니다.
유독 무더운 여름이라 온도가 38도를 넘어가는 마당에 가장 더운 점심 무렵에 대규모로 불을 지피고 있으니
요리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금방 땀에 흠뻑 젖어버립니다.
어떤 팀은 그릴에 직화로 고기를 굽는가 하면, 또 어떤 팀은 철판을 깔고 그 위에 햄버거 패티를 굽기도 합니다.
두꺼운 패티를 사용하는 팀, 얇은 패티를 사용하는 팀, 비장의 양념을 동원하는 팀 등 그 준비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열 네개의 참가팀이 동시에 그릴에 불을 피우고 수많은 고기 패티를 구워대는 모습은 나름 장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지요.
고기만으로는 특색을 나타내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빵이나 소스, 채소에도 다양한 변화를 줘서 손님들을 유혹합니다.
아예 빵에 달걀물과 빵가루를 묻히고 튀겨서 마치 고로케 먹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햄버거도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사이드 디쉬도 다양해서, 일반적인 햄버거 가게에서 사이드로 내놓는 프렌치 프라이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해초 튀김, 새우 동그랑땡, 샐러드에 이르기까지 사이드 종류 역시 천차만별입니다.
미국은 햄버거 잘 만드는 레스토랑은 엄청 맛있게 잘 만들기 때문에 버거 배쉬 관람객들의 눈높이는 꽤나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하디 흔한 프랜차이즈 버거가 맛의 기준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지닌 동네 맛집의 햄버거를 기준으로 맛의 기대치를 잡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는 소리지요.
학생들 실력으로 그런 맛집을 따라잡기는 어려우니 약간 편법을 써서 이국적인 맛을 섞은 퓨전 버거를 제공하는 팀도 많습니다.
중국식 소스를 곁들인 햄버거와 차를 제공하는 팀도 있고, 중남미식 칠리 버거를 개발한 팀이 있는가 하면, 파인애플을 곁들인 하와이안 버거를 내놓은 팀에서는 부스 앞에 커다란 화산 모형을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
CIA 셰프와 교수진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매기는 점수와 관람객들이 선호하는 햄버거 점수를 합산해서 최종 우승자가 가려지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햄버거를 기억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버거를 제공하는 부스 역시 다양한 데코레이션을 가미하지요.
각종 자료와 설명을 인쇄해서 영양학 전문가 느낌을 내는 부스가 있는가 하면 풍선을 잔뜩 매달아놓은 부스도 있고, '이건 도대체 뭔가'싶은 4차원적인 부스도 있습니다. 한참을 바라보고 나서야 섹시댄스를 추는 암소 실루엣 간판이라는 걸 알게 된 이 부스처럼 말이죠.
학교측에서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플라스틱 접시에 각 팀의 햄버거들을 하나씩 담아봅니다.
햄버거는 1/4로 잘라서 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푸드 파이터의 심정으로 달려들어야만 합니다.
공정한 심사를 하려면 적어도 14개 팀의 버거를 한 번씩은 다 먹어봐야 하는데, 이것만 해도 2개 반.
게다가 몇몇 팀은 두 세가지 버전의 버거를 출시하기도 합니다.
프렌차이즈 햄버거처럼 얇디얇은 것도 아니고 이쑤시개를 빼면 쓰러질 정도로 높다랗게 쌓아올린 햄버거들입니다.
여기에 사이드 디쉬와 음료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양이지요.
그래서 심사위원 맡은 셰프 말로는 끄트머리만 살짝 베어물고 맛만 보거나, 씹어 뱉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더군요.
날씨가 워낙 덥다보니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학교 기독교 동아리에서 제공하는 스노우콘 부스입니다.
빙삭기로 얼음을 갈아서 종이컵에 담고 과일 시럽을 뿌려주는데, 불지옥 한 가운데서 서늘한 쉼터를 발견한 느낌입니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갓 구워낸 뜨거운 햄버거를 먹다보니 염치불구하고 스노우콘만 세 번 리필해서 먹었네요.
사람들이 워낙 많이 찾는 탓에 행사 중간도 채 되지 않아 얼음이 다 떨어져서 철수해 버렸지만요.
버거 배쉬가 한창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학생이나 교직원들 뿐 아니라 가족, 친구는 물론이고 주변 동네에 사는 사람들까지 참가하는 일종의 지역 축제인 셈이지요.
공짜 햄버거 무제한 증정이라는 말은 휴일 나들이 장소를 정할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부스 절반을 돌면서 햄버거를 맛보고 나니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습니다.
각잡고 달려들면 와퍼 두 개는 그닥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데 버거 배쉬의 벽은 높고도 험하네요.
땀도 식힐 겸 포크송을 부르는 밴드 구경도 하고, 각종 협찬업체에서 제공하는 사은품이나 음료도 맛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회복되면 다시 돌진하는 거지요.
스노우콘 품절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컵 받아서 나머지 부스들을 돌기 시작합니다.
번호가 후반부인 부스들이나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부스들은 왠지 상대적으로 좀 불리하겠다 싶기도 합니다.
저야 공정한 심사를 해보겠다며 한꺼번에 받아서 비교해가며 맛을 봤지만,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발걸음 닿는대로 돌아다니며 한 조각씩 먹기 때문입니다.
입구에 가까운 부스 서너군데 돌고 나면 배가 부르기 마련이니,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스 하나 찍고 퇴장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게다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모든 햄버거를 먹은 사람이라도 뒤로 갈수록 배가 불러 맛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햄버거는 튀김빵을 사용한 버거와 하와이안 버거였는데, 사실 이 또한 미각이 피곤함을 느끼면서 식감이 독특한 햄버거나 신맛과 단맛이 포인트를 주는 햄버거만 기억에 남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면서 내년 버거 배쉬에는 나도 참가해야지 하는 생각에 벌써부터 아이디어를 짜내게 되는 거지요.
여기 다니면 완전 엘리트 아니예요? 음식계의 하버드 아닌가?
CIA ! 목적을 위해서라면 요리와 시식도 마다않는 전설의 첩보조직!
와 저 두꺼운 패티 두께봐..
고등학교 졸업하고 들어온 학생들이 다수이긴 한데, 더 어린 학생도 있고 훨씬 더 나이 많은 학생들도 많습니다. 특히 유학생들은 평균 나이대가 훨씬 높지요. 레스토랑 셰프로 일하다가 들어온 사람도 있고...
와아...만드는데 돈이 은근히 들어갈것 같아서 공짜는 아닐꺼라고 생각했는데 ㅋㅋㅋ 책에서 봤던 와인축제(팔리지 않고 남은 와인을 뿌려데며 놀다가 고기와 같이 먹는) 와 더불어 한 번쯤 가보고 싶네요.
재미있겠어요.. 그런데 원재료 가격에 대해 제한이 있나요? 아니면 그냥 이벤트성이라 제한없이 그냥 하는지요?
제가 알기로는 학교측에 필요한 식재료 목록과 수량을 제출하고 승인 떨어지면 식자재 창고에서 가져다 쓰는 방식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와! 대단하네요... 역시 본격적이라는 느낌... 잘 보고 가요!
루리웹-7403027154
와 저 두꺼운 패티 두께봐..
여기 다니면 완전 엘리트 아니예요? 음식계의 하버드 아닌가?
입학이 힘들진 않습니다만 교육과정이 빡세요. 학비도 비싸요. 요리 유학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강력추천합니다. 커리큘럼 정말 좋고 졸업하면 인정도 받고 좋죠.
이런 전쟁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와우 이런 이벤트 정말 재밌겠네요 개인적으로 CIA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는데 재학생분들은 대학생연령대이신건가요? 아님 여러 연령대분들이 다 함께 배우시는 건가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들어온 학생들이 다수이긴 한데, 더 어린 학생도 있고 훨씬 더 나이 많은 학생들도 많습니다. 특히 유학생들은 평균 나이대가 훨씬 높지요. 레스토랑 셰프로 일하다가 들어온 사람도 있고...
웬지 CSI도 있을거 같다.
혹시 학비는 어느정도 들까요?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그러고보니 책 내신다고 하셨던것같은데 아닌가요? 나왔나요??
출판사랑 진행하다가 최종 단계에서 엎어지는 바람에 다른 출판사에 연락해야 하나 아님 텀블벅으로 할까, 교보문고 소량출판으로 갈까 고민중입니다. 일단은 원고 작업부터 해놓는 중이지요
아 그래요 나오면 게시물에 알려주세요 기음갤부터 잘 보고 있어요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D 쪽지로 간단한 문의사항을 보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확인 부탁드립니다...!!
사천식 햄버거는 저도 한 번 먹어 보고 싶네요~^ㅠ^ 그리고 스노우콘이라는 건, 결국.. 일본식 빙수군요~
일본의 카키고오리는 미군이 주둔할때 미군병사들이 해먹던 스노우콘에서 파생된것임 일본식이라는 표현은 맞지않음
햄버거 전쟁만 보고 들어와서 이상하다 CIA는 분명 뉴욕에 있다고 들었는데 요즘 추워서 막 껴입고 댕기는데 했는데 올 여름이군요 ㅎㅎ 올 여름 뉴욕도 한국만큼은 아니였지만 무척 더웠죠... 빙수기와 시럽들을 사서 스노우콘 입에 달고 살았던것 같네요..
뉴욕이 본원입니다. 4년제로 이수하고 싶으면 뉴욕가야하고 나머진 2년제
햄버거 전쟁이라니! 좋네요!
디저트로 팥빙수를 팔았어야 해
Notyourbrothers'burger에 야한 자세로 있는 글래머에 눈이 가네요..ㅋ
ㅗㅜㅑ
입장료나 음식값을 받는건가요? 받는다면 얼마정도 받는지 궁금ㅋㅋㅋ
입장료 없습니다. 그냥 와서 기념품 받고 햄버거 먹으면 됩니다 ㅎㅎ
40075km
와아...만드는데 돈이 은근히 들어갈것 같아서 공짜는 아닐꺼라고 생각했는데 ㅋㅋㅋ 책에서 봤던 와인축제(팔리지 않고 남은 와인을 뿌려데며 놀다가 고기와 같이 먹는) 와 더불어 한 번쯤 가보고 싶네요.
CIA ! 목적을 위해서라면 요리와 시식도 마다않는 전설의 첩보조직!
혈관에 이로운 축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쟁
CIA 음식업계의 하버드... ㅎㄷㄷ
와 롯데리아 버거 보다가 이거보니 잉?
햄버거 천국이네요+_+
스노우콘이란게 일본 만화에 나오는 빙수랑 비슷하네요. 17년 정도 전 학교 앞 문방구에서 저런 식으로 간 얼음 나오는 자판기랑 시럽 놓고 팔았는데 애들이 하도 시럽만 많이 뿌리자 나중에는 아저씨가 시럽이랑 기계를 가게안에다 들여놓고 직접 만들어 주셨죠.
얼음 갈아서 시럽 뿌리는 간단한 음식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다 있더군요. 미국에서는 1850년경 공장에서 얼음 찍어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스노우콘이 유명해졌지요.
시럽이 그때부터 있었군요
원래 미국이 원조. 미군이 일본 주둔할때 너무 더운 일본 날씨를 이겨내려고 해먹던걸 일본인들이 보고 만든게 일본식 빙수 카키고오리.
미국 햄버거는 정말 한끼대용이 아니라 커다란 요리같네요 ㅎㅎㅎ
그래서 십걸1석이 누구가 되었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