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본관 지하에 위치한 또 하나의 학생식당. 수많은 주방에서 쉴 새 없이 음식을 만들어내도 학생들이 얼추 다 소비를 합니다.
지하에 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구경하러 오는 다른 두 학생식당에 비하면 왠지 좀 덜 꾸며놓은 느낌입니다.
호그와트 느낌이 나는 메인 다이닝홀에 비하면 이거야 말로 진짜 평범한 학생 식당의 느낌이랄까요.
뭐, 좀 허름하면 어떤가요. 돼지를 얼굴 보고 먹나요, 맛 보고 먹지.
지중해 요리 교실이 지하에 있기 때문에 가끔 이탈리아 요리나 스페인 요리 먹을 때는 이 곳을 주로 이용하곤 합니다.
새우 에투페 (Shrimp Etouffee).
미국 남부, 그 중에서도 루이지애나 지역 요리로, 새우를 이용해서 만드는 소스 덮밥입니다.
의외로 미국 남부 요리 중에 쌀을 이용하는 요리가 많더라구요. 검보 수프나 더티 라이스 등등.
새우머리를 볶아 만든 베이스에 육수와 루가 들어가서 고소하면서도 맛있습니다.
또 다른 미국 남부식 요리, 더티 라이스와 프라이드 치킨.
더티 라이스는 이름만 들어보면 '더러운 쌀이라니, 뭔 소리인가' 싶지만, 흰 쌀을 각종 고기와 채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를 듬뿍 넣고 요리하면서 거뭇거뭇한 색깔이 섞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프라이드 치킨은 버터밀크에 닭을 재웠다가 튀겼기 때문에 한층 더 맛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는 의미(따뜻한 느낌의 고향 생각 나는 가정식)와는 다르게 진정한 소울푸드(흑인 문화에서 비롯된 음식)죠.
후식 코너에는 베이킹 학생들이 열일했는지 모듬 초콜렛과 슈크림이 잔뜩 있길래 종류별로 가져왔습니다.
예전이었다면 봉지라도 하나 준비해서 왕창 업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텐데, 이 학교엔 워낙 여기저기 음식들이 널려있다보니 그런 욕심도 잘 안 들게 됩니다.
프로덕션 키친에서는 간혹 날을 잡아서 학생들이 새로운 요리를 배운다거나 실습 시험을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급식 포인트를 지불하는 평소와는 다르게 이럴 때는 음식이 완전 공짜라서 좋지요.
다만 일반 학생들에게 배식하기 위해 만드는 음식이 아닌 만큼 양이 적어서 늦게 가면 국물도 없습니다.
운 좋게도 아시아 키친 실습이 끝나자마자 들어가서 업어 온 음식들.
중국식 볶음면, 소스에 버무린 모듬 채소, 춘권 등을 듬뿍 담았습니다.
특이한 건, 전채로 차가운 국수 샐러드가 나왔는데 이게 또 취향 직격이네요. 걸쭉한 콩국수 비슷한 느낌.
오래간만에 보는 칠면조 요리. 미국 와서 처음 맞는 추수감사절 때 칠면조를 한 번 먹어보고는 닭고기보다 못한 그 맛에 실망했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요리를 잘 해서 제대로 만든 소스를 곁들이면 먹을 만 합니다.
마데이라 그레이브 소스와 크랜베리 소스를 곁들여서 맛있게 먹었네요.
프로덕션 키친에는 항상 과일바구니가 준비되어 있어서 오렌지나 바나나, 사과 등을 마음 내키는 대로 집어올 수 있습니다.
석류 글레이즈를 발라 구운 닭고기 요리.
참깨 치킨이라고 하는데 참깨가 안 보이는 걸로 봐서는 참기름을 넣었나 봅니다.
소스를 저렇게 담으니까 멋있네요. 나중에 한 번 따라 해 봐야지...
페르시안 쌀밥을 곁들인 양고기 쉬시 케밥. 그릴에 구운 모듬 채소와 함께 나옵니다.
양꼬치 구이인데 소스가 중동지방 소스라 그런지 독특한 풍미가 있습니다.
아... 여기 맥주 한 잔 곁들이면 딱 좋은데.
프로덕션 키친이 예닐곱 개 있어도 땡기는 메뉴가 없는 날도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땐 항상 변함없는 음식을 제공하는 알 라 카르트 (단품요리) 키친에서 검증된 메뉴를 먹기도 하지요.
오늘은 연어가 질이 좋다길래 그릴로 구운 연어를 먹어줍니다.
베이킹 교실에서는 매일 산더미같은 양의 빵과 케이크를 구워냅니다.
초급반에서 구운 빵은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고급반에서 구운 빵은 학교 부설 카페에서 팔리지요.
그렇다고 맨날 기본 버터크림 케이크만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닙니다.
종종 이렇게 예쁜 모양의 조각 케이크가 나올 때면 평소와는 다르게 금방 다 사라지곤 합니다.
종종 등장하는 한식 스페셜.
비빔밥 재료가 사이드로 나오고, 돼지 갈비, 소불고기, 오징어 무침, 잡채에 심지어는 떡볶이와 빈대떡, 오이소박이까지 등장합니다.
다른 요리는 한국 사람 입맛 기준으로도 평타는 치는데 김치는 아무래도 숙성이 제대로 안 되어서 그런지 그냥 매운 샐러드 느낌이네요. 그래도 한인 타운에서 사는 게 아닌 이상, 머나먼 미국 땅에서 이정도라도 감지덕지 하면서 먹습니다.
예전에 뉴저지 거주할 때는 차로 15분이면 대형 한인마트에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김치 하나 사려고 해도 두 시간 넘게 운전해야 합니다 ㅠ_ㅠ
마지막으로 각종 무스 디저트. 이런 게 나오면 밥 좀 덜 먹더라도 종류별로 시식하고 싶어집니다.
초콜렛 무스야 뭐 다들 예상하는 그 맛이고, 사과 무스는 사과 파이를 무스 형태로 재해석 한 것 처럼 달달한 크러스트를 위에 얹었는데 맛은 그냥 그래요. 클래식 사과 파이에 아이스크림 한 스쿱 얹어먹는 게 더 맛있을 듯 합니다.
뭐, 언제나 홈런 칠 수 있나요. 가끔은 파울볼도 날리고 삼진아웃도 당하고 하는 거지요. 그래도 기본이 탄탄해서인지 병살타 수준의 끔찍한 요리를 걱정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시트러스 풍미를 굉장히 좋아하는지라 망고 무스가 제일 마음에 들었네요.
크림 무스를 세 종류나 먹다보니 질려서 결국 망고 무스만 다 먹고 나머지 두 종류는 남겼지만요.
그리고 한번 더 홍보하는 대회 참가 동영상. 마감이 하루 정도 남았는데 400개 동영상 중 7위.
20표 정도만 더 얻으면 인기상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광고(?)를 올립니다 ㅎㅎ
한국이었으면 학과 사람들에게 부탁하면 4~50표는 금방 모을텐데, 미국 애들은 네이버 계정이 없어서 쓸모가 음슴. ㅠ_ㅠ
시간 되시면 동영상 귀퉁이의 하트 버튼 하나만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https://tv.naver.com/v/4509030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미국 요리학교입니다. 여기도 정식 명칭이 CIA거든요 ㅎㅎ
CIA 밥 잘나오네요.. 역시 세계 최대의 정보기관..
ㅋㅋㅋㅋㅋㅋ 이분글 올라올때마다 이 덧글 있네요. 미국의 모 첩보기관이랑 요리학교를 햇갈려하시는 분들! 뭐 관심없으면 모르는게 당연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추수감사절 특별메뉴 먹으러 갑니당 ㅎㅎ 사냥으로 잡은 꿩, 사슴, 멧돼지 등등이 나온다네요. 기대만땅 +_+
CIA급식도 올라오는데 국정원 급식도 올라 오지 않을까요?
근데 왜 CIA ? 학생 식당 인거 같은데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미국 요리학교입니다. 여기도 정식 명칭이 CIA거든요 ㅎㅎ
아 ㅎㅎ
경리식당
ㅋㅋㅋㅋㅋㅋ 이분글 올라올때마다 이 덧글 있네요. 미국의 모 첩보기관이랑 요리학교를 햇갈려하시는 분들! 뭐 관심없으면 모르는게 당연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를수도 있지 왜 비추로 기를 죽여욧!
삭제된 댓글입니다.
화난안감독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추수감사절 특별메뉴 먹으러 갑니당 ㅎㅎ 사냥으로 잡은 꿩, 사슴, 멧돼지 등등이 나온다네요. 기대만땅 +_+
너무 좋습니다
전 지금까지 만든 영상 중에서 음악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구요 ㅎㅎ 유튜브 무료 배경음악이 좋은게 많아서 다행입니다.
링크 따라가서 하트 찍으면 되는건가요?
네, 감사합니다!
늘 즐거운 글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트도 두개분 찍어드렸습니당
두 배로 감사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식당이라도 하면 쿠폰이라도 뿌릴텐데 지금은 뭐 따로 감사를 표할 방법이 없네요 ㅠ_ㅠ
아니에요 매번 좋은글 공짜로 보는거같아서 나중에 책이라도 내시면 꼭사드려야지 했는데 요런거라도 도움드릴 수 있어서 기쁘네요
하트 찍고 왔어요! 댁의 글이 올라오는 날은 저의 눈과 영혼이 너무 즐겁습니다ㅠㅠ
추천
CIA 밥 잘나오네요.. 역시 세계 최대의 정보기관..
CIA급식도 올라오는데 국정원 급식도 올라 오지 않을까요?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음식 너무 맛나보여유ㅠㅠ
역시 맛있는 요리를 먹는것도 공부
매번 알면서도 ㅋㅋㅋ CIA보면 흠칫흠칫.. 맛있어 보입니다.
하트 찍었어요~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음식도 나오나요? 그냥 궁금해서 여쭤봅니당
아프리카 음식은 따로 안 나오구요, 크게 아메리카(미국 각 지역, 중남미 여러 나라), 지중해 연안(이탈리아, 스페인 등), 아시아(한중일 3국에서 동남아, 인도까지 포함), 뷔페식, 단품식, 연회식, 프로젝트 키친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 추천은 드리지만 투표는 안하겠습니다 ㅎㅎ;;;
솔직히 노리고 약칭쓰는듯 ㅋ
이거 푸킵시에있는 학교인가요?
네, 뉴욕주 퍼킵시 하이드파크에 있습니다.
아 생맥주 땡겨...
아 여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IA라길래 흔히 말하는 정보국말하는줄 알았더니 똑같은 이름의 학교도 있었죠 ㅋㅋㅋㅋㅋㅋ 꽤 유명했던걸로 기억하느데 ㄷㄷㄷ
세계 3대 요리학교 꼽을 때 CIA, 츠지조, 르 꼬르동 블루를 꼽지요 ㅎㅎ
ㅋㅋㅋㅋㅋㅋㅋ이분 글은 볼 때마다 재밌음, 세계 최고의 학교 음식이라니.. 신기하고ㅋㅋㅋㅋ부럽고
CIA 의 비밀 임무를 위장하기 위해 최고급 요리 학교를 지었다는 것이 정설 점심 먹고 봐도 군침도네여
와 저랑 몸 바꾸실래요ㅗ?ㅠㅠㅠ
늘 재밌는 요리들 잘 보고 있어요.. 무슨 맛일지 궁금한 요리들이 자주 보여서 신선하네요^^ 하트 달아드렸습니다^^
게시글 보면서 대리만족할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너무 좋네요. 언제나 입맛 다시면서 보고있습니다. 하트 달아드리고갑니다~!
여기가 박찬호씨 부인인 박리혜씨가 나온데죠? 잘보고 갑니다.
와... 여기 엄청유명한데잖아요.... 학비도 엄청비싸기로도 유명하던데 ㄷㄷ 진짜 다녀보고싶은학교중하나....
닉네임보니깐 음갤에서 칼럼쓰시던 분이시네요 원래 학생이셨는지 이후에 입학하신건지 모르겠지만 더업그레이드되겠군여
MI6 급식은 뭔가요?
느므느므 맛있어 보임...
역시 미쿡이 짱이시다..
cia 다니는 학생들의 나이가 궁금해요! 30~40대도 종종 보이나요?
네, 의외로 꽤 됩니다. 요리사 경력 꽤 되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고맙습니다!
으음... 분명 급식이라고 보고 들어왔는데 호텔 요리가 보인다?
진짜 이분 글은 볼 때마다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라 다음 글이 매우 기대됩니다.
왜... 급식이라 적어놓고 레스토랑에서 나올법한 요리들이 나오네요....???ㄷㄷㄷ 근데 일반인들도 출입이 가능한가요??? 미국가게 된다며 한번쯤가서 클라스를 느껴보고 싶네요ㅎㅎ 다음에는 40075km님께서 스테이크 굽는 게시글을 올려주시면 좋을거 같습니다!!ㅎㅎ 언제나 그렇듯 잘보고 갑니다요~~ㅎ
스테이크는 포터하우스 구운 걸 얼마 전에 올렸습지요 ㅎㅎ 일반인 대상으로 학생들이 투어 안내를 해줍니다. 하루에 두 번인가? 스케쥴이 있는 걸로 알고 있구요. 관광객들은 학생식당에서 먹지는 못하고 부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먹습니당. 이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들도 조만간 올려볼게요 ㅎㅎ
당연히 올리신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게시글을 보았습니다!!ㅎ 포터하우스 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의 스테이크를 굽는것도 보고 싶습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보고싶습니다!!ㅎ 그리고 언제나 게시글 잘보고 있습니다.
CIA ㅇ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