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진짜 전역이 보이는 취사병입니다 ㅎㅎ
요즘은 레임덕이 와버려서 거의 반 잉여처럼 지내고 있네요 ㅎㅎ
이번 휴가 때엔 어머니와 이모와 함께 김장을 하기로 했는데요.
그러다 전에 발급 신청한 학생증을 찾으러 모교인 경희대에 들렀습니다.
학생증을 되찾고 돌아가려는 찰나에 잠시 여유가 생겨 녹원이라는 카페에 들르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그럼, 재밌게 읽어봐주세요!
(화질이 구려서 죄송해요 ㅠㅠ 하지만 가게 내부 사진이 이것 뿐이라 ㅠㅠ)
사실 경희대 다니셨던 분들은 녹원 하면 윗 사진 보다는 좀 더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통찻집을 떠오르실텐데요.
아쉽게도 그 찻집은 경영난을 이유로 2016년에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영업 날에 갔었는데, 그 때 차를 마시며 좀 더 자주 올걸, 하고 후회했던게 기억나네요.)
그런데 최근, 호텔관광대학 학생들이 녹원을 부활시켰습니다!
물론 예전과는 다르게 좀 더 현대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지만, 그래도 저는 반갑기만 했어요 ㅎㅎ
또 저한테는 다행이었던게, 2학년 시절 새터에서 만난 후배가 저를 기억해주고 있었어요 ㅎㅎ
사실 전에도 다른 선배와 함께 녹원에 갔을 때에도 만난 적이 있는데 먼저 아는 체를 해주더라고요.
얼마나 반갑던지 ㅎㅎ
거기에 마침 갓 구운 스콘 냄새가 너무 좋아서, 차만 마시려다 스콘까지 주문해버렸네요 ㅎㅎ
거기에 그 친구가 맛보라고 잼까지 곁들여줘서 정말 좋았어요 ㅎㅎ
(이번에는 이렇게 먹었습니다. 간소하지만 어느 것 하나 아쉬운 게 없었죠!)
1. 청귤 캐모마일 티.
사실 전에 마셔본 캐모마일 티의 시큼한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서,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어요ㅎㅎ
청귤이 들어갔다고 해서 그냥 상큼한 향이 도는 귤 차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맛의 층이 풍부했어요.
처음에는 유자차처럼 새콤달달한 맛이 혀 끝에 닿다가, 중간에는 구운 매실처럼 은은한 복숭아향이 입 안에서 맴돌았죠.
마지막에는 감귤의 새콤한 끝 맛이 목구멍을 타넘어가는 게 느껴졌어요.
요전에 후임과 위스키 이야기를 하다, 락으로 먹는 위스키는 층별로 맛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비슷한 점은 없지만 마시면서 줄곧 그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ㅎㅎ
마시면 마실수록 맛과 향이 진해지는 것도 좋았죠.
무엇보다, 단 맛과 신 맛이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평형을 이루는 게 마음에 들었네요.
(캐모마일 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 준 청귤 캐모마일 티!)
2. 플레인 스콘.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막 오븐에서 나온 따뜻한 스콘 향은 정말 최고죠ㅎㅎ
사실 처음엔 스콘이 있는 줄도 몰랐지만, 그 향을 맡으니 먹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진한 초콜릿의 달콤쌉싸래한 향보다도, 과일의 새콤한 풍미보다도 눈에 띄지 않는
그저 수더분하고 소박한 빵 냄새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평범함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듯 했죠.
화려하고 볼거리 많은 도시도 좋지만,
결국 우리 모두 집에 돌아가서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것처럼요 ㅎㅎ
(물론 전 밥을 먹는 동양인이지만요 ㅋㅋㅋㅋ)
비단 향 뿐만 아니라 빵 자체도 윗면은 바삭바삭하면서도 아랫부분은 촉촉해서 좋았어요.
음료의 맛의 밸런스를 깨지 않을 정도로 절제되어있으면서도 본분에 충실한 고소한 맛 또한 만족스러웠구요.
(위는 바삭바삭, 아래는 보들보들한 스콘!)
3. 청귤 잼
후배 덕에 맛볼 수 있었던 청귤 잼.
처음에는 새콤달콤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부담스럽지 않은 달콤함이 좋았어요.
귤껍질이 들어가 쌉싸래하지만 불쾌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초여름 개울가를 떠올리게 하는 상큼하고 풋풋한 청귤 향은 꼭 나무 그늘 아래서 재잘거리던 첫사랑 여자아이를 떠올리게 할 것만 같았죠..
(근데 왜 수지가 생각날까요.. 수지 팬도 아닌데 ㅋㅋ 강제로 기억이 왜곡되어버리는 듯 하네요 ㅋㅋㅋㅋ)
역시 내용이 길진 않네요 ㅎㅎㅎ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앞으로도 열심히 쓰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조만간 김장 편으로 찾아뵐게요!
잘봣습니다.
곧 전역한다해서 추천 드리고 갑니다.
예전 녹원이 아니라 그냥 이름만 같은 카페네요. 예전 사장님도 안계시고, 분위기도 바뀌었네요.
네ㅠㅠ 사실 옛날 흔적은 거의 없어요.. 그래도 녹원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카페라 생각하면 좋더라고요 ㅎㅎ
어 녹원 사라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