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무것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아서
데이터로라도 흔적을 남겨 보고자 기억을 올려 봅니다.
================================
안녕하세요.
전 예전에 편집자 일을 했었는데요.
부산에는 중요한, 혹은 이름 있는 작가님이 참 많습니다.
그 외에 다른 작가님도 참 많고요.
그중에는 제 담당 작가님도 있는데, 참 잘나가셨던 분입니다.
작품 하나로 어마어마한 성과를 올리신 분이라
회사에서도 특별 관리를 하라고 매 회의 시간 압박을 줬죠....
그래서 두 달에 한 번은 얼굴을 뵈러 내려갔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산 내려갈 시간이 왔는데
마침 다른 작가님 만날 일이 있어 장급 분들과 같이 내려갔습니다.
그분들은 A라는 중요 작가를, 전 B라는 담당 작가님을 만나러 간 거죠.
시간상 전 B 작가님을 먼저 만난 뒤, A작가님의 술자리에 합류하기로....
그리고 저녁을 먹고 이야기가 끝났는데
당연하지만 상사, 그리고 상사 같은 분들과
함께하는 술자리가 좋은 회사원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미팅이 늦어진다고 거짓말을 하고 해운대 바다까지 걸어갔습니다.
아웃백을 갔었는데... 당시 그 작가님은 쿨하게 말을 맞춰 주셨거든요.
해운대 바닷가는 한 번도 안 가 봐서 설렜습니다.
아니, 바다를 가 본 적이 당시에는 10년도 더 됐던 것 같은데.
그래서 어두워서 안 보일 걸 알면서도 신이 나서 걸어갔었네요.
▲ 방파제 옆으로 난 길.
조깅하는 분들, 데이트 나온 분들이 참 많았어요.
이런 곳에 산다는 건 축복 중 하나인 듯합니다.
▲ 걸어가면서 본 야경... 광안대교(맞나요?)는 처음 보는데 참 예뻤습니다.
전기세 걱정했던 거 보면 전 언제나 서민인가 봐요.
▲ 해운대에서 파도치는 바다....
당시 3월이었는데 그렇게 춥지 않았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안약을 안 가지고 가서 눈이 굉장히 뻑뻑했다는 것.
(라섹 수술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
하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건 어느 아저씨였습니다.
50대로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모래사장에 앉아 옆에 소주 하나를 두고
밀려오는 파도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계시더군요.
안주 하나 없이,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울 것 같은 얼굴로 바다를 보시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해서
바다에 그 아저씨도 배경에 넣어 계속 멍하니 있었네요.
그다음 '너 안 와서 작가님들 실망하고 가셨다'라는
카톡을 받고 모래 열심히 턴 뒤에 택시를 탔었습니다.
간단한 일탈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부터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내려놓은 것 같네요.
당시를 기점으로 상사도, 사장님도, 다른 회사 형들도
아무리 갈구고 매출로 뭐라고 하셔도 데미지가 0...
뭐든 두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잘봤습니다
여기는 해운대가 아니고 광안리 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