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매 번 다른 분 들 글만 보다가, 날씨도 덥고 해서 작년 겨울 부모님과 함께 오스트리아 알프스에 여행갔던 것이 떠올라 첫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사실 성인이 되고 나서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간다는게 여러 여건이 맞아야 되는 일이고, 그런 면에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시부모님 모시고 같이 가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도 즐겁게 다녀준 마누라한테 새삼 고맙고요.
12박 13일이라.. 사실 직장인으로서는 내기 힘든 여유니까요. 사실 내년 1월에 니세코 빌리지에 아파트 7박8일 빌려놓은건 비밀입니다.
일정은 2017년 12월 22일부터 2018년 1월 3일까지였고, 12박 13일이었습니다.
1일차~2일차부터 시작합니다.
1. 부모님을 인천공항에서 출발 3시간 전에 만났습니다.
희희낙락하며 체크인하러 갔는데.. 아버지 여권 만료일이 두달 밖에 안 남아서 체크인이 안 된다는 것..
전에 어머니한테 여권 사본 받았을때 아버지 여권 만료일이 가까우니 갱신하시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그냥 갱신하면 좋고 안해도 되고" 로 인식하셨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두 달이나 남았는데 뭐" 라고 생각하신 듯 합니다.
미친듯이 뛰어서 인천공항 영사과 출장소에서 긴급여권을 신청하고 체크인까지 간당간당한 시간에 아버지 얼굴은 노랗게 뜨고.. 우리는 진땀이 나고
비행기 뜰 때까지 50분 남겨놓고 긴급여권이 나와서 어떻게 어떻게 겨우 비행기는 탔습니다.
이미 진이 다 빠진 상태..
2. 뮌헨공항에 도착해서 짐 찾으러 갔는데 보드가방 두개가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오는 겁니다. 알고보니 대형 수하물은 따로 나오는 곳이 있었습니다... 처음 원정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될 듯..
3. 짐찾고 렌트카 공간문제(4인이 타는 차에 보드가방 두개가 들어갈 수가 없죠)로 원정가방 하나에 데크 바인딩 부츠 몰아넣고 뮌헨공항 수하물 보관소에 맡겼습니다. 집에서 잴 때는 하루당 10유로 제한이었던 15키로가 나왔었는데 바다 건너오면서 뿔었는지 18키로가 나와서 하루당 14유로가 되어버렸습니다. 맡기는 보드가방에서 뭘 더 뺄 구석도 없어서 울면서 열흘치 40유로를 더 내게 됐네요..
4. 렌트카 찾으러 갔는데, 계약조건에 스노우타이어 포함이라고 되어있었는데, 렌트카 직원이 어디가냐고 묻더니 알프스 간다고 하니까 스노우타이어로는 안 되고 스노우 체인이 필요할거라고 합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도로교통법상 눈이 얼마이상 온 도로를 체인 없이 주행하면 불법이라고 하네요.. 울면서 겨자먹기로 추가금 내고 체인도 빌립니다.
5. 포드 S맥스라 차가 큰 것은 좋은데, 거의 카니발 크기인 차를 조명하나 없는 비오는 밤거리를 운전하려니 식은땀이 납니다. 게다가 마누라 아버지 어머니까지 다들 운전에 훈수를 두시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예약해놓은 호텔 주차장이 아주 협소합니다. 게다가 에코 드라이브때문에 시동이 자꾸 꺼졌다가 켜지는게 너무나 거슬립니다. 그리고 N과 R의 경계가 모호해서 자꾸 N에 놓고 공회전 하는데 짜증이...
어떻게 겨우 주차했습니다.
6. 예약한 호텔의 레스토랑이 평이 굉장히 좋아서 기대했는데, 짐 정리하고 간단히 씻고 내려가니 오늘은 재료가 다 떨어졌답니다.
울면서 비오는 거리로 나섭니다.
그냥 적당히 마주친 피자집에 갑니다. 메뉴는 버섯 피자와 부르스케타 피자에 모짜렐라 샐러드입니다.
피자는 의외로 참 맛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예상치 못한 일이 많았네요..
지금까지 출장이나 여행이나 해외로 왔을때 이랬던 적이 없는데.. 새삼 여행사 직원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기진맥진하네요. 한겨울인데도 온몸이 땀에 끈적끈적했습니다.
씻고 잤습니다.
2일차
아침식사로 시작합니다.
역시 독일은 호밀빵이 참 맛있어요.. 우리나라 쌀밥이 맛있는거랑 같은거겠지만..
1. 오늘은 뮌헨 관광입니다
시내 운전이 자신이 없는 저는 시 외곽에 차를 세워놓고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합니다
씐난다!
오늘부터는 액션캠을 들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는 구 시가지의 성당 및 궁전과 양조장
신시청입니다. 1800년대에 지어졌는데도 '비교적' 새 시청이라고 신시청이라고 불리는 게 부럽더군요
중앙의 파티오를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신시청 주변에는 크고작은 성당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신 부모님은 가는 곳 마다 양초를 켜고 기도를..
양초값만으로 십수유로 든 것 같네요 ㅋㅋ,.
2. 점심은 아구스틴 양조장
저와 어머니는 술맛을 몰라서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만.. 아버지와 마누라는 부어라 마셔라 했습니다
나오자마자 아버지의 빔샤벨이 찢어지는 학센
슈니첼과 슈니첼보다 맛있는 감자튀김
쏘쎼찌!
맛있게 먹었습니다.
3. 점심먹고 나서는 쇼핑
사실 레지던츠 궁전을 가는 길에 쇼핑스트리트가 있어서.. 구경을 하다가 오클리 매장을 만났습니다.
마침 플라이트덱 클리어 혹은 그에 준하는 밝은 렌즈 하나를 사려고 생각했던 터라 들어가봤는데..
프리즘 핑크가 120유로더군요. 비싸요! 안사!
그래서 국격을 드높이기 위해 카레타 방수 후드를 입은 제가 오클리 매장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실은 이후에 DC랑 퀵실버 매장도 갔었는데.. DC매장 직원이 내가 입은 후드 뭐냐고 하더군요. 방수되는 도메스틱 브랜드라고 하니까 후드 이쁘답니다 ㅋㅋㅋ..
비오는 날이었는데 정말 잘 입고 댕겼음.
4. 숙소 입실 후 저녁식사
레지던츠 궁전이 관람시간이 기본 한시간 이상이라.. 하루종일 걸어다녀 너덜너덜해진 다리 때문에 숙소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갈 엄두가 안나서 그냥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었습니다
어째 먹고만 다닌거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여튼 맛있게 먹었습니다. 스테이크 잘 구웠드라구요.
드디어 다음 날은 인스부르크로 갑니다.... 알프스를 봅니다.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