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1986년, 1990년, 1994년, 1998년, 2002년, 2006년, 2010년, 2014년 이렇게 8회 연속으로 월드컵을 나갔습니다. 2018년 월드컵까지 나간다면 아시아 역사상 전무후무한 9회 연속 월드컵 출전 기록을 세우게 되는데요, 그러다보니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월드컵을 나가는 걸 기본으로 여기고 조별리그 통과에 8강까지 목표를 삼고 싶어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바람을 처절하게 짓밟을 것 같네요. 3월 23일, 중국 창사의 허룽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6차전의 경기는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어찌 보면 제대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우선 순수하게 경기에 대해서만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FW- 김신욱(전북 현대),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황희찬(잘츠부르크)
MF-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남태희(레퀴야), 기성용(스완지 시티), 손흥민(토트넘), 한국영(알 가파라), 고명진(알 라이안), 정우영(충칭 리판), 김보경(전북 현대) 허용준(전남 드래곤즈)
DF- 곽태휘(FC서울) 김민혁(사간 도스), 최철순(전북 현대), 홍정호(장쑤 쑤닝), 장현수(광저우R&F), 김기희(상하이 선화), 김진수(전북 현대), 이용(전북 현대), 김민우(수원 삼성)
GK- 김승규(비셀 고베),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 김동준(성남FC)
이게 바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입니다. 참고로 여기서 김보경은 김민우의 부상 후 대체 발탁한 선수들이죠. 사실 이 명단을 보고 부상을 당했음에도 뽑은 기성용만 제외한다면 ‘아, 딱 슈틸리케가 뽑을 만한 선수들이구나’라고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 스포츠에 올라온 슈틸리케의 인터뷰(링크 주소 :
http://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469&aid=0000193978
)를 읽다 보면 ‘이 인간 제정신인가?’란 생각을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 인터뷰를 봤다면 다른 국가대표팀 감독들은 코웃음을 치겠죠. 하여튼 대한민국 대표팀은 공한증을 지키기 위해, 중국은 승리의 땅을 사수하기 위해 월드컵 명줄 걸고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라인업입니다. 손흥민의 결장으로 손흥민의 크랙 역할을 남태희와 지동원이 맡게 되었고, 기성용의 파트너로 고명진이 선발되었습니다.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이건. 고명진 선수가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고명진 선수를 뽑을 거였으면 중동에서 더 잘 뛰고 있는 이명주(알 아인)를 뽑는 게 더 나았겠죠. 사실 이게 문제가 되는데, 아까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 전 인터뷰에서 한 말과 일맥상통한 문제입니다. 국가대표팀은 감독의 전술과, 그 전술에 최적화된 선수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게 맞습니다. 근데 문제는, 국가대표팀은 클럽팀과 다르게 함께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매우 부족합니다. 게다가 감독이 중요시하는 선수가 폼이 떨어져서 클럽에서 출장기회를 잡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하면, 감독은 그 선수를 과감하게 내치고 자신이 또 다른 전략을 내놔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홍명보 감독이 있습니다. ‘키퍼 정성룡 – 윤석영, 김영권, 홍정호, 이용(혹은 김창수) - 한국영(또는 박종우), 기성용 – 손흥민(원래는 김보경), 구자철, 이청용(올림픽에선 남태희) - 박주영’ㅡ 이 어마어마한 스쿼드는 모든 한국 축구팬들의 혈압을 올려놨던 환상의 팀이죠. 그런데 사실 이 팀만 놓고 보면, 최소한 초보 감독의 끝을 보여준 홍명보 감독이나 뇌내망상 축구감독 조광래 감독이 ‘어찌보면 바보 같긴 해도 철학을 가지곤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 말인 즉슨 슈틸리케는 전술 자체에 철학이 녹아져 있지 못하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준단 얘기죠.
사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대한민국 축구가 잘 나가는(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죄다 약팀이었지만) 2015년을 돌이켜봐야 하는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고공행진의 서막을 알린 2015 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이 자신이 표출하려 했던 팀의 철학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적극적이고 투쟁적인 김진수, 킥이 좋고 공격 가담력이 나쁘지 않은 김영권, 공중볼을 잘 따내고 수비의 리더를 맡는 곽태휘, 수비 라인에 힘이 되주고 폭발적인 차두리까지. 이렇게 슈틸리케호 역사상 최고의 포백을 바탕으로 3선 중원을 이끄는 기성용, 그 기성용의 활동량을 메꾸는 박주호가 3선을 지키고, 2선엔 공격 능력이 극대화된 손흥민과 구자철, 거기에 테크니션을 겸비한 이청용이 있고, 최전방엔 이 2선들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원톱 이정협이 최전방에서 계속 일합니다. 그래서 2015 아시안컵이 영 매끄럽게 올라가진 못했지만 결승까지 올라갔을 정도로 효과적인 전술이었습니다. 문제는 2015년-2016년에 터졌죠.
김진수는 호펜하임에서 증발, 김영권은 장기 부상, 곽태휘는 나이에 인한 노쇠화, 차두리는 은퇴로 포백라인이 일순간에 증발해버렸고, 기성용은 버로우, 박주호는 돌문에서 실종된데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부진, 구자철은 폼 좀 올라오려 하면 부상으로 나락, 이청용 역시 수정궁에서 실종, 이정협은 2016 시즌 울산 최악의 공격수로 낙인. 거기에 주전 골키퍼였던 김진현은 2부 강등+부상 크리를 먹으며,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잘 짜놨던 플랜 A 전체가 통째로 증발해버립니다. 답이 없는 거죠. 그나마 미얀마, 라오스 같이 약체들을 상대로 했을 땐 골도 넣어줬지만 그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경기가 바로 스페인과의 1-6 참사였습니다. 물론 선수들은 대다수 달랐지만 뽑히지 못한 선수들은 ‘출전 부족’을 이유로 뽑히지 못했고, 그 선수들을 대체해서 데리고 온 선수들은 거하게 말아먹으면서 망했습니다. 이 경기가 가진 중요한 의미는 첫째, 슈틸리케의 플랜 A가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둘째, 슈틸리케 감독이 자신의 철학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 후에도 자신의 선발 라인업을 바꾸지 않았고, 이번에도 똑같이 갔습니다.
중국의 스타팅 라인업입니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작전이 어느 정도 보이는데요, 우선 10번을 단 정즈는 센터백 앞에서 서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건 공격형 미드필더 롤을 맡은 구자철과, 크랙인 남태희를 압박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리피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의 안목 자체가 다르다는 걸 입증하죠. 물론 정즈가 대한민국 선수들에게 털털 털릴 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정즈는 베테랑이고,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협동 수비엔 얄짤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과 다르게 ‘공격형 미드필더’를 따로 두지 않고 왕용포, 하오준민 같이 킥이 좋은 중앙 미드필더들을 배치시켰습니다. 거기에 장시저, 위다바오, 우레이 이렇게 3톱을 세웠는데, 중국에서 그나마 좀 한다는 가오린을 뺀다는 것 자체가, 가오린을 톱에 세워놓고 뻥축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보다 빠른 역습과 세트피스를 노리겠다는 이야기죠.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스피드와 역습에 위다바오를 위시한 공격진 + 킥에 능한 왕용포 & 하오준민 + 수비를 보다 탄탄하게 하기 위해 내려앉은 정즈’ㅡ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전반 1분도 안 된 시점에 나온 이 프리킥 슈팅. 비록 공중으로 떴지만 사실 굉장히 중요한 장면입니다. 한국 수비진은 중국이 문전으로 띄울 거라 생각하고 후방으로 물러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틈을 노려 약속된 플레이로 중국 선수가 슈팅을 때려버리죠. 이 장면은 쉽게 말해 ‘중국이 세트피스를 장난 아니게 준비했구나’란 발상을 하게 합니다. 그럼 우린 뭘 해야 할까요? 그렇죠, 파울을 줄여야겠죠.
공격조차 제대로 못해봤던 이란 전과 다르게 한국팀은 그나마 공격이란 걸 할 수 있었는데, 이 날 공격전개가 얼마나 불협화음을 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공을 잡고 있는 고명진이 지동원에게 공을 내주는 장면인데, 고명진의 패스가 짧아 지동원의 침투 흐름이 끊겨 버립니다.
흐름이 끊겨버려 지동원이 공을 잡았을 때, 중국은 이미 수비라인에 대다수가 내려온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장면을 보면 중국도 잘 못했어요. 이 뻥 뚫린 공간이 보이십니까? 리피 감독이 명장이건 뭐건 ‘중국은 역시 중국이다’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구자철과 남태희가 이걸 눈치 채고 공간으로 침투하려 들었는데, 지동원이 이날 얼마나 부진했는지 여기서 나옵니다. 남태희에게 내줘 부분 전술로 이미 흐트러지고 있는 중국 라인을 깨부술 수 있는 기회를 뻥튀기로 날려버립니다.
여러분은 제가 앞서서 대한민국 전술을 혹평하고 중국의 전술을 호평했다고 해서 중국의 일방적인 경기가 이어진 게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아무리 감독이 영민하게 전술을 잘 짜도 그걸 시행하는 선수가 중국 선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이 장면 역시 그런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중국 수비라인의 볼 컨트롤 미스로 한국팀에게 공격 찬스가 난 상황입니다. 구자철이 공을 잡고 턴을 함과 동시에 이정협은 스트라이커라는 사람이 측면으로 침투합니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열이 솟는 상황인데 그 다음 장면 또한 대박입니다.
이 드넓은 공간이 보이십니까? 그런데 공격진이란 선수들은 가로로 돌진하는 게 아닌 세로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 장면 많이 봤죠? 작년 아자디 참사 때 보여준 처참한 모습입니다. 우와. 대박이지 않나요? 역습 찬스에서 저렇게 많은 공간을 내준 중국이나 그 공간에서 어물쩍거리고 있는 한국이나. 멋지다, 정말.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도중에 중국은 이미 태세를 잡습니다.
사실 이 장면에서 이정협이 슛을 때린 것도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이 텅 빈 공간으로 고명진이 침투하고 있었습니다. 저기서 내주고 원투로 가거나 고명진이 마무리 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역시 이정협은 홈런으로 날렸습니다.
이 장면은 이용의 볼터치 미스로 찬스가 난 상황입니다. 물론 다른 팀과 다르게 중국인지라 한국 수비라인이 내려앉기 전에 마무리를 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았던 한국의 역습 장면과 다르게, 중국의 간격은 그나마 촘촘합니다. 그리고 한국 수비라인은 아자디 참사 때 보여주었던 절망적인 라인 컨트롤과 대인 마크를 보여주며 골을 내줄 뻔합니다. 다행히 권순태의 세이브에 막혔지만.
이 장면도 대한민국의 공격 장면인데, 보이십니까, 이 화려한 공간이? 장난이 아니라 김진수가 프리로 있는 이 모습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도긴개긴이란 사실을 보여줍니다. 다만 아까 장면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은 한국에 비해 공격진에서의 세밀함에서 앞섰고, 라인을 유지하는 것도 좀 더 앞섰습니다. 이 간격에 기성용이 침투했을 때 처절한 대인마크로 공격작업을 중단 시키는 모습이 바로 뒤에 나오는데, 그 장면만 봐도 중국이 한국보다 더 전술이 나았다는 걸 알 수 있죠.
이 장면은 대한민국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장면입니다. 수비라인에서 패스를 줬는데, 이게 너무 길어서 끊깁니다.
그러니까 곧바로 뒤에 있던 풀백이 이를 차단하고 미들진의 조밀한 패스로 한국 수비라인을 뒤숭숭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장면. 바로 이 장면. 저는 정말 이 장면 보면서 식겁했습니다. 여기서 장린펑이 스루패스를 넣는다면, 그냥 바로 득점과 직결되는 1:1 찬스를 맞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연결되었다면 중국 축구 역사상 가장 놀랍고 기술적인 골로 기록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네, 중국은 중국이죠. 그렇게 내주면 찬스가 날 수도 있었는데 패스를 주면 되었을 장린펑이 끝까지 밀고 들어갑니다. 그래도 슈팅도 못 때린 한국 수비에 비해 중거리슛이라도 때려 세트피스를 얻어낸 이 장면은 한국과 중국의 공격 작업에 수준차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제 이 슈팅으로 얻어낸 코너킥 세트피스 장면을 봅시다. 우리는 세트피스를 통해 얻어낸 골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세트피스는 오히려 감독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세트피스를 통해 득점을 하기 위해선 선수간의 합, 즉 부분전술이 잘 맞아떨어져야 하며, 세트피스를 수비하는 상대의 약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그것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우선 왕용포가 코너킥을 올릴 때 중국 선수들은 한국 수비진과 몸싸움을 하는 것처럼 문전 안에 몰려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도 이를 마크하기 위해 다 붙어있고, 이는 문전 혼전 상황이나 키퍼 권순태의 시야를 가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왕용포가 코너킥을 니어로 올리는 순간 중국 선수들은 일제히 밖으로 빠져나오고, 한국 선수들의 압박이 심하지 않은 공간을 찾아 일제히 밀집합니다. 한국 진영이 마크맨을 확실하게 체크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 세트피스 공격 작업에 한 몫 했습니다.
그리고 아까 언급했던 잘라 들어가는 위다바오의 헤더는 권순태 키퍼의 시야를 가린 한국 수비진 덕에 보다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앵글에서 더 잘 보이실 텐데, 한 쪽 공간에 몰려 있는 중국 선수들이 보이시죠? 이들은 위다바오의 헤더 이후 안 들어갔을 때의 팔로우업을 노리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위다바오 한 명에게만 쏠려 있었죠. 설사 권순태 키퍼가 막았다고 하더라도 완벽하게 클리어링을 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코너킥을 올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골문 가까이에 붙어 있던 중국 선수들이...
슈팅 상황에서 일제히 나오며 골을 만들어냅니다.
물론 한국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일격을 당하긴 했어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슈틸리케 감독이 전술을 얼마나 이상하게 짰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 이 장면은 한국이 공격 찬스를 잡은 상태입니다.
비록 중국 선수들이 문전 안에 많이 있지만 화면에도 보이는 화려한 빈 공간을 잘 이용하거나, 오버래핑을 한 이용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지동원 씨는 화려하게 열린 이용을 무시하고 주발도 아닌 왼발로 중거리슛을 때려버립니다. 경기 초반에도 지동원이 왼발로 무리하게 슈팅 때려버린 거 기억하시나요? 사실 지동원이 처음에 그랬던 건 자신감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두 번이나 이런 장면을 보여준다는 건 지동원 개인의 문제보단 처음부터 짜인 전술이 문제였을 확률이 큽니다. 윙으로 배치되었던 남태희나 지동원이 측면을 파고들기 보단 중앙지향적 플레이를 하고 있는 볼 수 있습니다. 이걸 통해서 우린 슈틸리케가 얼마나 전후사정 고려 안 하고 전술을 짰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저런 플레이를 할 거면 수비라도 두텁게 쌓고, 오른쪽에 왼발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는 선수를 찾기라도 하든가, 그게 아니면 지동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든가 그렇게 해야지 이건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전 이 장면을 두고 슈틸리케의 장현수 풀백 사건보다 더 짜증나는 장면이라 칭하겠습니다.
이 후에도 한국과 중국은 여러차례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여기까지 하도록 할게요. 후반전에 보여주었던 장면들은 전반에 언급했던 장면들의 다운그레이드 바리에이션이니까. 그리고 한국의 세트피스 장면은 분석할 것도 없는 정공법인지라 일부로 안 담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이 경기의 진짜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중국화된 센터백? 부상당한 기성용? 노답 2선? 클로킹된 이정협과 김신욱?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게 있어 제일 큰 문제는,
바로 이 사람입니다.
울리 슈틸리케.
사실 수비-미들-공격의 불협화음은 작년 말에 갑자기 터진 게 아닙니다. 이 불협화음은 작년, 재작년에도 존재했었지만 그 문제는 너무나도 약한 팀들을 상대로 했기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 위협적인 요소로 한국 축구의 가시로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랜 B를 구성하지 않았고, 어찌 보면 최소한 어느 정도 실험을 했던 홍명보 감독보다 못 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축구가 FM이나 위닝도 아니고 플레이스타일을 추가하고 바꾸는 게 그리 쉬운 줄 아십니까, 슈 감독.
여기에 추가로 슈틸리케 감독이 중국리그를 선호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왜냐? 유럽의 축구팀을 봅시다. 성적을 잘 내고 있는 독일, 이전에 잘 냈었던 스페인을 예시로 들었을 때 독일은 바이에른 뮌헨, 스페인은 FC 바르셀로나 + 레알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팀을 꾸렸습니다. 물론 K리그와의 수준 차이는 넘사벽 급으로 존재하지만 같은 소속팀에 맞춰 훈련했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감독이 자신만의 전술을 만들어낸 것이죠. 그 결과는 월드컵 우승이었습니다. 이렇듯 자국 리그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며 팀 컬러를 잘 갖추고 있는 선수들을 어떻게 기용하냐에 따라 국가대표팀의 시너지가 잘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시아는 축구의 발전 속도가 유럽, 남미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국 리그 선수만으로 대표팀을 꾸린다는 것은 무리죠. 하지만 그 뽑힌 선수가 인프라와 팀 철학의 완성도가 많이 올라간 유럽이 아닌, 내실보단 돈과 인지도로 리그 수준을 끌어올리려 하는 중국, 중동에 있는 선수들을 데려오면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러면서 중동에서 잘 뛰고 있는 이명주는 안 뽑았어요.
그래서 전 이 경기는 슈틸리케호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여주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중국은 다른 시기 때에 비해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직도 먼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전 이 경기는 ‘바보와 바보가 맞붙은 경기인데, 좀 더 똑똑한 바보가 이긴 경기’라고 칭하겠습니다.
(속마음 : 야하핳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ᄒᆞ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하하진하하하하심이냐하하하하하하하하ᄒᆞ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