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m과 콘솔게임에 대한 고찰.
마니아와 대중, 잘 만든것과 좋은 것의 딜레마. 한국 게임의 현재에 대한 고찰.
음, 근근웹 분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리니지m 기다리느라 눈알이 빠질거 같습니다. 제가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20대 초반) 제 아버지는 대한민국 1.5세대 게이머 정도 되는 세대십니다. 디아블로1부터 3까지 하신 분이고, 리니지, 대항해시대(패키지게임이랑 온라인 둘다) 레인보우식스, 피파, 워크래프트 등등 굵직한 고전 콘솔게임 하셨던 분이고, 저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한 4살때부터 게임을 잡고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즐기시던 리니지는 당시에는 굉장히 초반 진입장벽이 높았고(지금이랑은 좀 다르죠, 지금은 완전 현질겜;;) 가끔 아버지가 계정을 만들어 줘서 플레이 하긴 했었어도, 얼마 못 올리고 금방 접고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현질겜이 되면서 아버지도 리니지를 접으시더라고요. 슈퍼 무과금 유저셨고, 템팔아서 월 계정 연장하시면서 가끔 축데이 뜨면 어머니한테 돈도 주시고 그랬습니다. 본 직업도 물론 충실하셨고요. 그러던 분이 월 과금은 과금대로 하고, 또 캐쉬템 질러야 하는 게임이 되자, 게임 바꾸셔서 대항해시대 온라인 플레이 하시고 그 게임 잠깐 랭커도 하셨던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지금 미대생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근근웹 유저분들처럼, 서브컬쳐에 대해 굉장히 관대하고, 또 즐깁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스팀게임이나, 매니악한 게임도 자주 플레이 하게 되었죠. 제 돈으로 최초로 구매했던 것은 스팀에 있는 팀포트리스였나 싶습니다. 굉장히 재밌었어요. 요즘 들어가보니 완전 퀘이크 다됐습니다. 날아다녀요 죄다. 예전에는 그래도 공방 들어가면 킬뎃이 60은 넘었는데, 요즘은 오렌지에서도 50퍼 넘기기가 힘들더라는.... 최근들어 즐겁게 플레이한것은 다크소울 트릴로지 입니다. 재밌어요.
사설이 길어졌는데, 루리웹 기사에서 뜬 리니지 m 기사를 보니 대부분이 리니지m 나오는 것에 부정적이시더군요. 저는 루리웹에서도 많은분들이 향수에 빠지실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달라서 놀랐습니다. 저에게는 향수 가득한 그래픽 그대로 출시되는게 큰 장점이었거든요. 과금은... 과금은 진짜 뿅뿅같..읍읍... 그래도 모바일게임에 월 과금 안넣는게 어디입니까...
여기까지 읽으시면, 제가 리니지m이나 기타 현질류 모바일게임, 그리고 한국의 대다수 온라인 게임을 쉴드쳐주려 온 것 아니냐,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러려고 글을 쓰는것이 아닙니다. 이 기회에 리니지m과 던파, 메이플 등등으로 대표되는 한국형 pay to win 게임(이하 한온겜)과, 다크소울같이 플레이 자체는 유료이나, 한번 구매하면 무료로 즐기는 것이 가능한 콘솔게임을 비교하며, 양쪽의 유저 성향, 그들의 단점과 장점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이 글을 썼습니다.
사실 이 두가지 유형의 게임 유저들을 보면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충돌이 항상 있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암드와 인텔 씨퓨에 대한 논쟁이라던가.. 맥이냐 pc냐 라던가... 이 논쟁들의 공통점은, 궂이 상대방을 비방하지 않더라도, 두 대립점은 모두가 시장에서 하나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amd는 1퍼센트였지만 이번에 거의 4분의 1 이상의점유율으로...ㅠㅠ 만세) 각각의 특출난 장점으로 소비자의 필요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브랜드 들입니다. 그렇다면 게임도 콘솔 유저만큼 한온겜 유저들이 충분한 만족감을 얻고 있다는 말이 될 수 있을거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둘의 싸움이 미스매치가 아니라, 다른 시장에서의 1,2인자 대립처럼, 충분한 매치가 된다고 간주하겠습니다.
간단히 양 쪽의 유저들이 반대편을 공격하는 글들을 모아 요약해 보면, 양쪽 다 간단히 요약 될 수 있습니다.
한온겜 유저들은
별볼일없이 아무런 게임에 대한 책임의식없이 주는대로 과금하며 게임하는 개돼지
일 뿐이고,
콘솔겜 유저들은
사회성 떨어져서 남들은 안하는 게임하면서 집구석에서 불만가득한 손으로 키보드나 쳐대는 불만충
일 뿐이죠.
실제로 이렇다는것이 아니라 넷상에서 양측을 비방하는것을 극단적인 것만 모아보면 이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단거에요, 둘다 하는 저는 완전체네요... 불만가득하면서 생각없는 현질하는 개돼지 불만충...
하지만, 두 진영의 싸움이 이상해 보이는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의 루리웹 댓글이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게임사 자체를 욕하는 글 만큼, 게임을 플레이 하는 유저들을 욕하는 글이 많아 보입니다. 과연 이 싸움의 원인이 무엇일까요, 각자의 취향인데도 불구하고 비난당하는 지금 상황은...
저는 게임 자체가 좋지 않다면, 시장에서 외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콘솔은 말할 나위도 없고, 그동안 pc나 콘솔에서 성공한 ip를 가져다가 만든 모바일 게임이나 후속작들도 게임 자체에 본질적인 재미가 없다면 모조리 사장당했기 때문입니다. 던파:혼이라던지, 메이플m라던지. 그런 와중에 리니지 레볼루션의 성공은 참으로 괄목할만한 성공이었습니다. ip빨이 굉장히 크긴 했지만, 그래도 앞서 언급한 두 게임이 리니지m보다 홍보가 적거나, 투자한 돈이 적진 않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게임이 콘솔 유저 입장에서 어떻게 평가가 되던, 일단 성공한 게임들은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어느정도 충족시킨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일단 기본적인 수요층의 니즈를 만족시켜줘야, 그다음에 신규유저들이 더더욱 유입되기 마련입니다. 다크소울이 1편부터 3편까지 가는동안 성장한 것을 보면 알수있습니다. 처음엔 매니악한 게임이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신규유저의 유입과, 올드유저의 만족감을 동시에 충족시켰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쟁쟁한 괴수들을 물리치면서 판매량 상위를 달성한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리니지레볼루션이나 다른 양산형 게임들이 객관적으로 보기엔 '잘 만든 게임'은 아닐 지더라도, 그것을 플레이하는 유저들 자체에게는 '좋은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다크소울이나 언차티드, 위쳐시리즈처럼 '잘 만들었으면서 동시에 좋은'게임들도 많죠. 이런경우는 결국 판매량으로 보상받지만. 그렇다면 왜 이런 게임이 그토록 많은 게이머분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루리웹 유저분들이 지적하시는 부분을 보면, 결국 게임의 재미 대한 본질적인 지적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도저히 커버가 불가능한 자동전투같은 부분은 빼고도. 유저분들이 지적하시는 부분은 언제나 게임의 재미까지 저해하는 심한 과금유도였습니다. 가챠와, 각종 과금 요소들, 이런 부분이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즐기기를 방해하는 것이 화나시기 때문입니다.
콘솔의 경우는 몇몇 게임을 제외(오버워치 등)하고는, '도박성'의 아이템은 과금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도박성의 아이템이 있더라도, 게임의 승리나, 실력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부분에서만 이루어집니다.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투자하는 것이 오로지 게임 그 자체의 가격일 뿐이더라도, 100만원 지른 사람과 다른 게임을 하게되지는 않기 때문이죠.
이렇게 자본이 자꾸 게임에 영향을 끼치고, 즐겁게 해야할 게임을 자꾸 지갑의 싸움으로 바꾸는 양상이, 많은 게이머를 화나게 만드는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비난을 들어야 할 것은 과연 누구일까요, 게임에 과금을 하는 사람들? 아니면 과금 유도를 하는 회사?
저는 너무도 당연하게 회사와 투자자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들은 게임을 제작하는데 자본을 투자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료로 플레이하게 만들어 준 대신, 다른곳에서 자본을 회수하고, 더 나아가 이득을 봐야 하는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이러한 구조가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과금하기 시작하자, 게임사와 투자자는 본인들이 가진 책임(게임의 인식 개선이라던가)을 조율해서 건전하게 게임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자본의 게임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저들은 자각했어야 했습니다. 늦어지기 전에 게임판을 다시 즐겁게 게임하던 예전으로 돌려놔야 했습니다. 하지만, 돈에 의해 맛보는 승리는, 노력으로 인해 쟁취되는 승리보다 너무나 쉽고, 과시적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곳에서 멈추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런 게임 문화가 가챠를 만들고, 자동게임,양산게임을 만들고 인디게임, 풀뿌리 개발자들을 모조리 날려버리게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재미를 탐구하던 유저들은 이런곳에서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콘솔게임이라는 과거의 고향과, 스팀이라는 신촌■로 회귀했죠. 그렇기 때문에 유난히 과금 유도를 위한 온라인게임을 배척하고, 싫어하는 여론이 강한 듯 싶습니다. 그런 분노와 배척이 자연스레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 전체로 뻗어나가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당장 대형 게임 제작사들을 잡아다가 족치고, 과금하려는 사람들의 카드를 해킹해서 막아버리든 해야할까요. 너무나 당연하게 불법이거니와, 그렇게해서는 더욱 더 교묘한 수법의 장사꾼들만 이 바닥에 남기 마련입니다.
현재의 이상한 대한민국 게임계 구조를 혁신하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장 과금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과, 과금게임을 만드는 회사들을 비난하는 것은 접어두고, 그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입니다. 그 결론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그것 또한 정당한 비판만 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찾아 플레이 하는 것입니다.
스팀과 콘솔계가 다시 조금씩 활성화 된 이후, 많은 명작 게임들이 공식한글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인저스티스의 굴욕이 서서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유저들이 불법복제를 지양하고, 건전한 소비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고, 게임사들은 스스로 현재 상황을 개혁해 나가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많은 커뮤니티 유저분들과, 소비자들이 이루어낸 부분입니다.
게임사의 개혁 의지는 이번에 넥슨에서 만든 로드런너1이 좋은 예시이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게임의 원작이 명작게임임을 알고, 또 언젠가 리메이크가 될 것이란 것을 알고있지만, 해당 판권을 구매해 오는것이 인디게임이나 유저 개인은 참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와중에 넥슨에서 해주었으니 뭐... 넥슨 하는짓거리가 이쁘진 않았지만, 서든2 폭망 이후 개선의지를 보이는 이 부분은 칭찬받아 마땅하죠. 폭풍전야...
미운놈 떡 하나 주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오버워치와 롤이 한국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뒤로는 국내 게임사들도 예전과 같아서는 힘들다는것을 알게모르게 깨닫고 있습니다. 같은 고전의 리메이크 게임이라도, 과거의 영광을 다시 불러일으키려는 의지로 보일 수도 있고, 과거의 영광에 의지해 유저 털어먹으려는 속셈으로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만. 유저 입장인 저희가 해야 할 것은 비난보다는, 한번 더 믿어주고, 건전한 게임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금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외람된 말이 아닐까 싶지만, 한국과 중국, 전세계 게임계에 아타리 쇼크가 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자본의 게임사가 게임 시장을 장악하다 시피 하고있고(아타리, 텐센트), 게임과 상관없는 기업들이 게임을 양산형으로 내놓고 있습니다.(네이버, 레진같은 포털사이트) 그리고 그러한 회사들이 내놓는 것이 대부분이 ip에 의지한 양산게임들이죠. 삼국지는 털려 먹힐대로 먹어서 원작이 너덜너덜해질 지경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게임이면 뭐든 상관 없다 하는 라이트 유저가 아닌, 하드 유저들이 필요합니다. 싸워야 할 것은 유저 당사자들 끼리가 아니라, 유저들을 엿먹이고, 돈만 밝히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편승해, 게임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학부모 입맛에 맞는 뉴스들을 내놓는 언론들일 것입니다.
회사들이 유저들을 개돼지 취급하는 와중에, 조금 취향이 다르다고 다른 유저를 유저 스스로가 개돼지 취급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취향에 맞기때문에 하는것이지, 바보라서, 멍청해서, 불만가득한 사람이라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리니지m이 오픈하면, 맘잡고 만원정도 과금하고, 한달정도 하고 올 생각입니다. 아버지께 말씀 드렸더니 아버지도 사전예약 시켜 놓으라고 하셨습니다. 맘잡고 플레이하고, 입대 한다음 훈련 뒤에 나와서 리뷰를 할 예정입니다. 만약 과거의 영광만을 위해 만든 게임이라면, 아버지와 함께 큰 슬픔이 밀려올거 같습니다. 저와 아버지는 과거의 영광을 한번 더 해보고 싶은 사람이지, 개돼지가 아니었으니까요.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리웹 여러분들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