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라시 코우지, 통칭 IGA씨는 악마성 드라큘라 월하의 야상곡 이후 해당 시리즈의 디렉터로 자리잡으면서
탐색형 2D 액션 게임, 이른바 '메트로이드배니아' 장르를 확장(해당 장르의 원조는 1986년 작, 메트로이드)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현재 킥스타터 펀딩으로 '블러드스테인드 - Ritual of Blood'를 제작 중인 그에게
해당 장르 원조의 최신작인 '메트로이드 : 사무스 리턴드'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출처 사이트에서 진행한 그하고의 인터뷰를 번역했습니다.
질문자: 2017년 9월에 '메트로이드배니아'의 원조, '메트로이드' 최신작이 발매되었는데요, 플레이해보고 가장 느낀 특징은 뭐였나요?
IGA: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적이 아프다' 였습니다(웃음). 적한테 맞았을 때의 대미지가 의외로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사무스의 피가 아슬아슬한 상태가 되어도,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면 리스폰 되는 적들을 없애서 회복할 수 있죠.
그 점에 있어서는 FPS의 자동회복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이번 맵은 넓구나!"라고(느꼈습니다).
질문자 : 전작(GB판 메트로이드 사무스의 귀환)에 비해 4~5배 정도는 되는 거 같죠. 맵도 다르고 액션도 추가되었고,
리메이크보다는 완전신작이라는 이미지입니다.
IGA : 슈퍼 패미컴판 '슈퍼 메트로이드'처럼 이번에도 탐색하는 에리어가 나뉘어져 있지요.
저도 '악마성 드라큘라 빼앗긴 각인'에서 비슷한 구조를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에리어를 나누는 건 맵의 흐름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수법을 사무스 리턴즈에서도 다시 해보는거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가장 놀랐던 건 숨겨진 벽 등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스캔 펄스 시스템을 채용한 겁니다.
이건 맵이 넓기 때문이겠죠. 만약 맵이 작았다면 세세한 부분까지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보도록
(이런 기능은 안 주도록) 했을 겁니다.
질문자 : 스캔 펄스의 채용은 맵의 넓이와 구성에 자신이 있었던 거겠죠.
IGA : 저도 '월하의 야상곡' 시절엔 성의 지도를 만들어놓고 거친 구조를 보여줬었는데요.....
사무스 리턴즈는 그렇게까지 세세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할거라고 생각치 않았습니다.
문의 차이도 알 수 있고, 귀중한 아이템이 있는 장소도 알 수 있게 해놔서
'그렇게까지 정성들여 만들었어!'라고 감탄했지요.
질문자 : 초심자들에 대한 배려였을까요?
IGA : 원래부터 어려운 게임이었으니까 그런 배려도 있었겠죠. 맵이 넓은만큼 탐색도 힘들어지니까요.
질문자 : 실은 '리메이크니까'라며 자신만만하게 사무스 리턴즈에 도전했다가
신요소가 너무 많아 게임의 공략법도 바뀌어서 결과적으로 전작에 대한 경험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IGA : (웃음) 신요소 자체는 있는 쪽이 낫고, 넣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오래된 원작의 시스템을 이렇게까지 수정한 점에 대해 대담하다고 느꼈지요.
단, 전투에 대해서는 신요소인 '밀리 카운터' 위주로 내용이 바뀌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적과 대치하게 되었을 때, 밀리 카운터를 노리기 위해 대기하게 되는 게임이 되었죠.
질문자 : 밀리 카운터는 다른 게임에서 종종 보는 '패링'에 가까운 액션이라 생각하면 될까요.
IGA : 네, 사용하면 대미지를 입히기 쉬워지고, 성공하면 에너지나 미사일을 더 많이 회수할 수 있게 되니까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싶어 지지요.
게임 중에는 나타나자마자 돌진해오는 적도 있고, 덕분에 플레이어의 움직임도 자연히 신중스러워지죠.
그 때문에 라이트닝 아머가 있는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질문자 : 주축이 바뀐다는 건 액션 게임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변경하는데에 고민 같은 건 없었을까요.
IGA : 어쩌면 이번 작품은 전투 자체를 주축에 두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이냐면 "탐색요소가 있고 그 과정에 전투가 있다"라고 개발팀이 생각한 거 같습니다.
탐색을 위한 전투랄까, 전투가 탐색의 부산물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이런 대담한 어레인지가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 경우 '월하의 야상곡'을 만들 때, 악마성 시리즈의 기존 구조였던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을 바꾼 경험이 있기에
그런 대담한 변경을 이루기 위한 용기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 상상이 됩니다. 그 용기를 칭찬하고 싶네요.
질문자 : 그 사무스 리턴즈는 '캐슬배니아 로드 오브 샤도우'에 참여한 적 있는 스페인 개발팀, '머큐리 스팀 엔터테인먼트'
하고의 공동개발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IGA : 머큐리 스팀에 '메트로이드배니아' 장르를 좋아하는 스탭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개발파트너로써 좋은 곳 아니었을까 싶네요.
'로드 오브 샤도우'도 성공했었으니까.
질문자 : 조금 어려운 질문되겠습니다만, '로드 오브 샤도우'의 성공이 IGA씨가 (코나미로부터) 독립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IGA : 그건 아니에요(웃음). 분명 그 작품은 제가 프로듀서를 맡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만,
그 이후에도 회사(코나미)는 한동안 다녔고, 그게 큰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질문자 : 그럼 뭐가 계기가 되었나요?
IGA : 독립하자는 계기가 되었던건 comcept의 이나후네씨가 마이티 넘버 나인의 킥스타터 펀딩을 성공한 거였습니다.
그걸 보면서 2D 액션게임을 여전히 갈망하는 지지자와 시장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저또한 2D 탐색형 액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의욕이 넘치기 시작했거든요.
저희들 게임 크리에이터는 게임을 만들어 그걸 발표하고 사람들한테 평가받는걸 바라니까요.
질문자 : 당시 회사의 방침에 대한 반발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IGA : (웃음) 뭐, 거기에 대해선 넘어가고요. 큰 회사에 있어서
저는 '한 사람이 같은 게임에 계속 관여하고 있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지금까지 3D 게임도 참여한 적 있습니다만, 저는 2D 탐색형 게임을 오랫동안 만들어왔으니까,
제가 만들고 싶어하는 게임도 자연스럽게 그런 장르로 치우치게 됩니다. 그러면
그 외의 장르에 있어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지요.
한 편, 큰 회사에 있어서는 한명이 계속 같은 작업에 관여하게 되면 발상의 전환이
어려워지고 그 결과 IP로써의 입지가 줄어들어버리거든요.
대담한 변화를 노릴 필요가 생기지요.
그래서 로드 오브 샤도우라는, 외국회사의 참여를 통한 대담한 변화를 노린게 좋았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 : IP의 존속은 필요한 거였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로드 오브 샤도우) 이후 회사에 다니면서
신규 타이틀에 도전한 적은 없었나요?
IGA : 당시의 유행이 소셜 게임이었던 것도 있어서, 독립하기 전까지 3년동안은 결국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제자신이 콘솔 게임을 오랫동안 만든 탓인지, 조작중에 제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는,
터치 패널 게임은 별로 취향이 아니었어요.....
소셜 게임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컨트롤러로 플레이하는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한 때 조작성 개선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컨트롤러 같은 조작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봤지요.
질문자 : 긴세월을 유지해온 액션게임 제작의 진수는 컨트롤러를 써야된다는 거군요.
IGA : 그러고보니 하는 얘기인데요, "메트로이드배니아"라는 말은 저 독립하고 난 다음에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자 : 꽤 최근이군요?
IGA : 그 말을 알았을 때는 "메트로이드한테 실례잖아!"라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그 스타일을 세상에 퍼뜨린건 메트로이드가 먼저니까요.
저희는 그저 메트로이드가 한동안 신작이 안 나오던 시절에 악마성 드라큘라를 그쪽으로 전개했을 뿐입니다.
질문자 : 하지만 개발 중에 메트로이드를 의식하지 않은 건 아니죠?
IGA : 당시 스탭 중에 메트로이드 좋아하는 사람이 많긴 했습니다만, 그보다 더 많았던 건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젤다'처럼 탐색하면서 이런 저런 장소를 왔다갔다하는 내용으로 하면
악마성도 더 오래 플레이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꺼낸 건 그들이었지요.
그래서 처음엔 젤다스러운 게임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론 사이드 뷰 액션에 탐색요소를 넣은 '월하의 야상곡'이 탄생하였지요.
질문자 : '월하의 야상곡'의 발단은 '메트로이드배니아'보다는 '젤다배니아'였다는거군요.
그래도 '캐슬배니아'가 지지 받았었기에 이런 유행어가 생긴거 같습니다.
IGA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해당 장르의) 개척자는 아닙니다만,
장르명으로 사용해주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질문자 : 메트로이드배니아라는 말이 탄생한 건 '월하의 야상곡'이 그 계기이니
좀 더 자신을 가져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웃음)
IGA : 뭐, 상표상으로의 문제도 있으니까 제 입장서 '메트로이드배니아'라는 말은 잘 못씁니다만....(웃음)
대신 제 주변에서 'IGA배니아'라는 말을 만들어서, 킥스타터 때도 이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배니아'는 '캐슬배니아'도 있지만 원래부터 트란실배니아에서 따온 거니까, 이 부분은 문제 없으니까요.
질문자 : 그렇군요. 그렇다면 액션 장르중에서 메트로이드와 악마성 드라큘라만 세분화 되어
이런 장르명이 된건 왜일까요?
IGA : 저야 '탐색 액션'이라 불러왔기에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저희는 계속 악마성 시리즈가 '액션 RPG가 아니다'라고 주장해왔기에
해외에서 액션 어드벤처 취급을 받았다는 건 압니다.
질문자 : 그건 액션 게임으로 시작한(=메트로이드배니아가 되기 전의) 악마성 드라큘라 팬에 대한 배려인가요?
IGA : 맞습니다. 원조 시리즈 팬들은 '액션게임은 내 실력을 키워야 제맛'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월하의 야상곡 이후 시리즈는 그런 개념과는 정반대인, RPG에 가까운 게임이었습니다.
그래도 원래 팬들을 생각하여 'RPG보다는 액션 게임입니다'라고 어필해야 된다고 생각했지요.
실제로 게임을 설명할 때도 액션RPG란 단어를 사용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질문자 : RPG요소도 있습니다. 란 뉘앙스로 어필한 거군요.
IGA : 네, '액션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이 요소를 사용하면 게임을 쉽게 진행할 수 있다' 정도의 어필이었죠.
그래서 RPG요소는 '난이도를 플레이어가 조정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이해받도록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플레이 해준 사람들 모두가 다 클리어해주길 바라기에, 고육지책으로써 RPG요소를 넣었습니다.
질문자 : 최근엔 인디 게임으로써 메트로이드배니아 장르가 많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프로 크리에이터로써 이런 작품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IGA : "프로로써"는 어려운 질문이군요. "내 영역에 들어오지마!"라는 기분도 없는 건 아닙니다만(웃음).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패미컴이나 슈퍼 패미컴 시절에는 별의 별 게임들이 많이 발매되어
그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고를 수가 있었죠. "속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만,
그런 시츄에이션도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그러니 메트로이드배니아뿐만이 아니라 액션만으로도 다양한 타입의 게임이 나오는 건
대단히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인디 게임들에 대해서도 좋다고 봅니다.
질문자 : (좋아하는 장르가) 늘어나는 건 환영인거군요.
IGA : 그렇습니다. 패미컴 시대가 즐겁지 않았나요? 다양한 종류의 게임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나와서
"왜 이렇게 많은거야?"라고 궁금해할 정도였죠.
그런 상황을 보면 "이 시장, 활기 넘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패미컴 말기 때 처럼 "한달에 게임 하나 나오면 좋은" 상황 같은 건 너무 외롭습니다.
질문자 :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그럼, 지금 활기가 넘치고 있는 메트로이드배니아 계열 게임중
IGA씨가 관심 있어하는 작품은 있나요?
IGA : LA-MULANA가 조금 신경쓰입니다. 그 외에는 너무 많아서 꼽아내기가 어려워요.
사실 전 지금 게임을 별로 안하고 있습니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로 바쁘거든요(웃음).
PC로는 그다지 게임을 안하는 편입니다.
(이하는 블러드스테인드 관련 인터뷰라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참..새삼스럽지만 젤다가 게임업계에 끼친 영향이 대단하네요.
지금도 NDS 캐슬바니아의 가치를 보면 알겠지만...2D액션게임의 완성도를 극한수준까지 끌어올린 유일한 사람임.... 저 분이 닌텐도로 갔어야 했는데.....
말기 때 처럼 "한달에 게임 하나 나오면 좋은" 상황 같은 건 너무 외롭습니다. 닌텐도 코리아는 우리에게 외로움을 선사했다.
잘봤습니다. 내년에는 꼭 블러드스테인드 해봤으면 좋겠군요
참..새삼스럽지만 젤다가 게임업계에 끼친 영향이 대단하네요.
2D 메트로이드에 한해서는 퀄리티는 믿어 의심치 않아도 될 정도로 기본 이상은 하는 개발자라 만드는 게임의 장르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인터뷰 내용이 참 좋네요. 로오섀는 좀 고깝게 볼 수도 있을텐데 나름 치켜 세우고 고전 악마성 좋아하는 팬들도 존중해주고...
+1
독립하게 된 계기가 마넘나의 펀딩 성공이었다니...ㄷㄷㄷ 제발 잘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말기 때 처럼 "한달에 게임 하나 나오면 좋은" 상황 같은 건 너무 외롭습니다. 닌텐도 코리아는 우리에게 외로움을 선사했다.
지금도 NDS 캐슬바니아의 가치를 보면 알겠지만...2D액션게임의 완성도를 극한수준까지 끌어올린 유일한 사람임.... 저 분이 닌텐도로 갔어야 했는데.....
이가님 펀딩한단 말 듣고 군말없이 65달러 킥스타터 펀딩참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