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2
웃지 않는 여자 거지 김태희가 나는 좋아
김태희는 만두 가게 청년들이 붙여준 이름
밤새 축구 보고 감자탕집에서 나오다 만난 김태희는
역전 벤치에 양반다리로 앉아 해돋이를 보고 있었네
집이 없는 김태희
신들린 김태희
만두 가게 청년이 사 주는 만두를 먹고
웃지도 울지도 않고 옛 구로공단 근처를
종일 길고양이처럼 배회하는 김태희
정치와 무관한 김태희
미학과 무관한 김태희
쓸데없이 너무 많이 웃어서 무서운 사람들 속을
웃지도 울지도 않고 돌아다니는 여자
만두 가게 청년들 대신
멍청한 낙하산 지배인을 욕해줬다는 김태희
겨울이면 동네 작은 교회에서 밤을 누인다는 김태희
하지만 정확히 어느 교회인지는 알 수 없다는데
폭설이 내린 어느 날엔
보이지 않았던 김태희
그러다 몹시 추운 날엔 누가 준 목도리에 장갑 차림으로
눈앞에 불 켜지듯 나타나는 김태희
자기만의 복지 체계를 가진 김태희
온 세상이 자기 집인 김태희
만두 값으로 잠언을 지불하고
모든 사람과 반말하는 김태희
하느님과도 반말할 김태희
종교와 무관한 김태희
교회에서 자는 신들린 여자
웃지 않는 여자 거지 김태희가 나는 좋아
김태희는 만두 가게 청년들이 붙여준 이름
정한아
울프 노트, 문학과지성 시인선 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