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블랙 프래그를 좋아했다면 주저 없이, 스컬 앤 본즈
유비소프트는 해적을 소재로 한 '스컬 앤 본즈'의 발매 시기를 2021년 3월기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신규 IP인 만큼 개발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기사원문]
“Yo ho~ Yo ho~ a Pirate’s life for me!” 국내는 유독 무덤덤한 편이지만, 해적을 향한 세계적인 열정과 로망은 그야말로 엄청난 수준이다. 문명과 체제를 거부하고 거친 물살과 바람에 운명을 맡긴 체 모험과 투쟁을 이어가는 무법자들. 오늘날 대중에게 해적은 그저 배를 타고 노략질하던 범죄자가 아니라 자유의 또 다른 상징이자 진정한 사나이의 표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비소프트 싱가포르에서 개발 중인 신작 ‘스컬 앤 본즈’는 바로 이런 해적의 삶을 실감나게 구현한 해상 액션 게임이다. 공교롭게도
해적이라는 소재에서 지난 3월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 스튜디오의 ‘씨
오브 시브즈’와도 상통하는데, 이쪽이 여러 플레이어가 협동해
선원의 역할을 분담한다면 ‘스컬 앤 본즈’는 각각이 선장으로서
선박 한 척을 운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유비소프트 스스로 밝혔듯이 ‘스컬 앤 본즈’는 ‘어쌔신 크리드’ 속
해상전 콘텐츠를 재활용한 일종의 파생작이다. 주인공 에드워드 켄웨이가 해적으로 등장하는 ‘어쌔신 크리드 4: 블랙 프래그’가
호평을 받으면서, 아예 이러한 요소를 독립적으로 발전시키자는 기획이 나온 것. 덕분에 본가 신작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와 비교해보면 놀랍도록 유사한 부분이 많다.
유비소프트는 12일(북미
기준)부터 사흘간 개최되는 국제게임쇼 E3 2018를 기하여
‘스컬 앤 본즈’를 큼지막하게 홍보했다. 현지에 머물던 기자는 이러한 기회에 30분 가량 게임을 즐겨볼 수
있었는데, 미리 세팅이 완료된 세 가지 선박 중 하나를 골라 다수의 다른 시연자들과 뒤엉켜 혼란스러운
해상전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우선 점쟁이에게 그날 항해의 포춘(Fortune, 운세)를 받게 된다. 포춘은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바다에 나갔을 때 바람이나
배의 조타, 무기 화력 등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이날
기자의 운세는 호스타일 테이크오버(Hostile Takeover, 적대적 인수)로 적을 나포했을 때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지극히 해적스러운 효과였다.
일단 주어진 퀘스트는 악명 높은 해적 라 부즈(La Buse)를
쫓아 해안 요새를 공략하는 것이지만 그냥 무시하고 다른 시연자와 치고 박아도 괜찮다고 했다. 준비된
선박은 거대한 프리깃 ‘로열 포춘’, 프리깃보다 한 체급
작은 브리건틴 ‘블랙 혼’ 그리고 ‘예거’까지 세 척. 주요
능력치는 화력, 가속력, 내구력 수치가 있으며 저마다 세
가지 무장과 독특한 스킬 하나씩을 지녔다.
먼저 프리깃 ‘로열 포춘’은
정면과 측면 모두 강력한 함포를 장착하고 체력도 남들의 1.5배라 전장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특히 전용 스킬을 발동하면 그 자리에 닻을 내리고 육중한 곡사포를 꺼내는데 사거리와 위력이 대놓고 오버테크놀러지다. 다만 배가 느리고 선회도 쉽지 않아 도망치는 적을 쫓기 어렵고, 다수에게
기습을 당할 경우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음으로 브리건틴 ‘블랙 혼’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익히 알려진 ‘블랙 펄’과 여러모로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배 자체가 기본적으로 빠른데다 전용 스킬 또한 고속 전진이라 마음먹고 밟으면 카리브 해 최속 전설을 찍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스킬 발동과 함께 시점이 앞으로 이동할 때 속도감이 정말 짜릿하며, 전면부 충각으로 적을 들이받아 반파시킬 수 있다.
끝으로 브리건틴 ‘예거’는
‘블랙 혼’과 ‘로열
포춘’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선박이다. ‘블랙 혼’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속력을 유지하며 보다 나은 화력을 보유했다. ‘스컬
앤 본즈’의 배들은 함포 대부분이 측면에 위치한 터라 곁으로 붙으며 공격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 녀석은 전용 스킬이 정면 집중 포화라 적과 앞에서 조우했을 때 압도적으로 유리한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스컬 앤 본즈’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해상전 콘텐츠를 고도로 발전시킨
작품이다.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라면 간략화하고 넘어가거나 무시할 요소를 되살려내, 선박과 무기를 다양화하고 전용 스킬로 한층 더 개성을 더했다. 다만
‘이것도 할 수 있던’ 게임에서 ‘이것만 할 수 있는’ 게임으로의 변화가 얼마나 큰 호응을 얻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일이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