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정글 프레데터 그녀,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체험기
“저 여자가 우릴 전부 죽일거야!”에서 ‘저 여자’를 담당하고 있는 라라 크로프트가 돌아왔다. 이전보다 한층 더 강인하고 어두워진 모습으로. 오는 9월 14일 발매를 앞둔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숙련된 모험가이자 여전사인 라라의 기원을 다룬 리부트 삼부작 그 마지막 이야기다. 일본 고대 왕국부터 혹한의 시베리아를 헤쳐온 라라가 이제 중남미 정글 깊숙이 숨겨진 고대 유적에서 더욱 위험천만한 모험과 마주한다고.
기자는 이번 E3 2018 현장에서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를 20여 분 가량 시연하고 비슷한 분량의 플레이 영상도 접할 수 있었는데 두 버전의 내용이 서로 달랐다. 전자에선 멕시코 외곽에서 정보를 수집하던 라라가 어느 깎아지른 절벽 사이 동굴을 통해 고대 아즈텍 피라미드를 찾아내며, 후자에서는 고대의 신비를 담은 잊힌 마을 ‘파이티티’를 돌아다닌다. 그러면 먼저 직접 플레이한 부분을 설명한 후 영상으로 본 장면을 이어서 풀어보도록 하겠다.
우선 시연 데모에서는 상술했듯 ‘툼레이더’ 시리즈의 전통적인 동굴 탐험이 주가 됐다. 헐거운 나무 장벽에 밧줄이 걸린 화살을 박은 후 당겨 부숴버리는가 하면 등반 도끼로 벽을 찍고 올라가거나 깊은 물 속을 잠수해 지나가기도 한다. 자루 끝자락에 밧줄을 맨 등반도끼를 힘껏 던져 본래라면 닿을 수 없는 높이에 도달하거나 반동으로 멀찍이 도약하기도 했다. 확실히 몇 가지 동작이 추가되긴 했지만 전작들과 유사한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다.
특기할 점은 함정과 퍼즐의 난이도가 부쩍 상승했다는 것. 전작에서는 어쩌다 함정을 발동시켰더라도 잠시 동안 시간이 느려져 대응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김없이 꼬챙이에 꿰인 라라를 봐야만 했다. 순간적으로 앉기에 해당하는 B 버튼을 누르라고 안내가 뜨긴 하지만 워낙 찰나의 순간이라 죽을 수밖에 없었다. 퍼즐도 밧줄로 수레를 당겨 길을 여는 부분이 단서도 없고 상당히 어려워서 진행 요원들이 시연자마다 곁에 붙어서 알려줄 정도였다.
사실 유적 탐험 부분은 이미 2013년 ‘툼레이더’ 리부트가 다져 놓은 탄탄한 기반에서 매번 그리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보다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정글을 무대로 한 은신 기반의 전투다. 이전에도 높은 곳에 숨거나 기습적으로 테이크다운을 거는 것은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은신 시스템이 훨씬 본격적이다. 마치 87년작 영화 ‘프레데터’처럼 적들 주위를 조용히 맴돌며 하나하나 조용히 제거하는 맛이 일품이다.
대낮에도 가시 거리가 극도로 제한되는 정글에선 그에 걸맞은 싸움 방식이 있다. 이번 작에서 라라는 바닥이나 벽면을 타고 자라난 수풀 속으로 자연스레 숨어들며 몸에 진흙을 발라 은신성을 높이기도 한다. 적이 설치한 조명을 부수는 것은 물론 화살이나 빈 병 등 뭐든 거짓 소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적의 위아래에서 덮치는 다양한 종류의 테이크다운과 둘 이상을 연이어 살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동작이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다음으로 미디어에게만 공개된 플레이 영상은 어느 첩첩산중 오지의 마을에서 시작한다. 천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원주민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시장에는 활기가 가득하고 저 멀리 거대한 석조 신전도 보인다. 개발자가 부연한 바에 따르면 이곳 ‘파이티티’는 외부 세계로부터 800년간 단절된 잊힌 마을로서 잉카와 마야, 아즈텍 문명의 양식과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장소라고. 1편의 야마타이처럼 구천을 떠도는 망자가 아니라 정말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전후 사정은 모르지만 라라는 이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어느정도 환영도 받는 것으로 보였다. 서로 의사소통도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영어가 통하는 것이 게임적 허용인지 다른 설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파이티티’에서 각종 사이드 퀘스트를 수령하거나 금화를 내고 장비를 구입하는 모습이 마치 RPG 속 거점 마을 같았는데,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늘어가던 RPG 요소가 여기까지 다다른 모양이다. 어쨌든 화톳불 앞에 홀로 앉아 활대 조이던 시절은 지나갔으니.
확실히 원주민들이 아직 살아있는 고대 마을이란 이제까지의 모험과 차별화되는 흥미로운 요소다. 또한 은신과 암살을 강조하여 일신된 전투도 이전보다 훨씬 긴장감이 넘친다. 반면 크리스탈 다이나믹스에서 에이도스 몬트리올로 개발이 이관된 탓인지, 그래픽이나 UI 등은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와 별반 다르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어쌔신 크리드’처럼 1년 간격도 아니고 3년 만에 속편이 시각적으로 답보 상태라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