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챔스 스프링 1라운드 중간 점검… 완전체 ‘그리핀’, 치열한 중위권
2019 롤챔스 스프링은 이변의 시즌이었습니다. 그동안의 롤챔스 역사상 이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많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네요.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신예 그리핀은 올 시즌 최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작년 순위권에 포진했던 팀들은 하나같이 몰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부터 롤챔스에 참가한 승격 팀들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요.
선수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승격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신예들은 물론이거니와 지난해 하위팀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선수들이 팀을 옮기고 맞는 올해 시즌에서는 각 포지션 최고의 자리를 넘볼 만큼 성장한 기량을 뽐내고 있는데요. ‘고스트’, ‘트할’, ‘템트’ 등이 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LCK 2019 스프링 1라운드 결과
이처럼 흥미로웠던 5주간의 1라운드의 이슈와, 1위에서 10위까지 각 팀의 1라운드 성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 사진 제공 = LCK 공식 플리커)
1위 – 그리핀 (9승 0패 득실 +17)
그리핀의 지난해 롤챔스 데뷔 시즌은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역대 최고의 승격팀이라는 평가는 당연한듯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완벽한 것 같았던 그리핀의 문제점도 드러났죠. 높은 자신감과 스쿼드의 합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한 번 균열이 생겼을 때 이를 만회하는, 결국 경험의 차이를 보이며 아쉽게 준우승을 했죠.
그러나, 올해의 그리핀은 말그대로 완전체입니다. 지난해보다 더 강하죠. 특히 지난해 서머 결승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리헨즈’ 손시우는 다시 강력하고 변화무쌍한 서포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쵸비’ 정지훈은 전세계 최고의 아웃풋을 보이며 미친듯이 날뛰고 있으며, ‘타잔’ 이승용은 소름돋는 설계와 감각적인 움직임을, ‘바이퍼’ 박도현은 가장 안정적인 원조 캐리 머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리고 ‘소드’ 최성원은 나머지 스쿼드가 위기인 상황에서 버팀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리핀이 첫 위기에 빠질 뻔했던 한화생명 전에서 소드가 없었다면 역전은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정글이 캐리하는 메타에서 최고의 정글러인 타잔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무서운데 팀 자체가 완벽하게 공격적으로 맞춰져있죠.
세트 득실에서 잃은 세트는 단 하나. 그 1세트를 따낸 샌드박스가 3위 SKT T1 과 득실 차 1세트로 2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꽤 재미있군요. 1라운드가 마감된 어제, 같은날 시작된 2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역시 강력한 모습으로 kt 롤스터를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챙겼습니다. 그리핀의 1위가 확정적인 가운데, 과연 그들이 얼마나 완벽한 기록을 남기게 될지가 관건입니다.
2위 – 샌드박스 게이밍 (7승 2패 득실 +9)
샌드박스는 이번 시즌 최고의 반전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록 지난해 승격한 그리핀의 돌풍 덕에 롤챌스 출신 팀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올 시즌은 상대적으로 그리핀의 라이벌 기믹을 가지고 있던 담원 게이밍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2번째 승격팀 샌드박스, 구 배틀코믹스는 상대적인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히려 담원은 중위권에서 잠시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고, 샌드박스 게이밍은 1라운드 중반까지 그리핀과 절대 양강의 구도까지 구축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샌드박스 게이밍의 돌풍을 이끈 ‘고스트’ 장용준, ‘서밋’ 박우태 등은 이미 다른 팀에서 한차례 실패와 부침을 겪고 샌드박스로 이적해 온 선수들이라는 것입니다. 과거의 부진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와신상담의 팀이 되어 고스트는 한체원의 자리를 넘보고 있고, 서밋 또한 자신과 비교되던 전 팀의 경쟁자 ‘기인’ 김기인과 이제 팀 성적으로는 비교가 불허할 정도의 활약을 하고 있죠.
물론, 1라운드를 2위로 마감한 샌드박스의 성적은 대단합니다. 다만 1라운드 마지막에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당한 1패가 꽤 석연치 않네요. 사실, 이 역전 경기는 아프리카의 저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샌드박스가 가진 승격 첫 시즌 팀이라는 경험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작년 여름 잘 나가던 그리핀이 kt 롤스터에게 발목 잡히고, 결국 결승에서도 경험 부족으로 흔들린 멘탈을 드러내며 아쉽게 무너졌던 것을 기억하고 빠르게 회복하여 단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겠네요.
3위 - SKT T1 (7승 2패 득실 +8)
지난해의 유래없는 부진을 겪은 이후, 이번 시즌 SKT T1 의 포부는 대단했습니다. 말 그대로 롤챔스 판 무적함대라고 부를만한 스쿼드를 구축한 SKT T1 은 신성처럼 나타난 롤챌스 승격팀들의 반격 속에서도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터줏대감 팀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현재 대세인 공격적인 운영을 굳이 표방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1라운드 성적은 7승 2패 득실차 1개로 3위. 훌륭한 성적이지만, SKT T1 으로서는 아쉬운 성적일게 분명 합니다. 그만큼 대단한 투자를 했고, 그리핀과 1위 경쟁도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기도 했으니까요. 일단 1라운드가 끝난 지금 그들의 리빌딩이 상당히 성공적이라는 점은 고무적이고, 여기서 2라운드에서 한 번 더 도약을 노려봐야 할 것입니다. ‘테디’ 박진성이 가진 세체원의 잠재력, 그리고 타 팀에 밀리지 않는 상체 스쿼드, 특히 캐리 머신이 된 정글러 ‘클리드’ 김태민의 경쟁력을 살려내야겠죠.
SKT T1 이 안고 있는 2패는 바로 위의 그리핀과 샌드박스 게이밍이 안겨준 것인데, 이 두 팀을 극복하는게 가장 첫번째 과제입니다. SKT T1 은 이들 팀과의 경기에서 공격적인 운영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또 각각의 선수들, 스쿼드 멤버는 정말 막강하지만 이들의 합이 아직 완벽히 들어맞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리핀이나 샌드박스 게이밍이 한타에서 보여주는 완벽한 합, 과거 SKT T1 의 한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때의 생각이 들었을 법 합니다. SKT T1 의 리빌딩의 완성은 아직 더 남았군요.
4위 - 담원 게이밍 (5승 4패 득실 +4)
올 시즌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담원 게이밍. 롤챔스 첫 시즌인걸 감안한다면 분명 나쁘지 않은 성적표이건만, 문제는 승격 선배이자 라이벌인 그리핀이나 승격 동기인 샌드박스 게이밍의 아웃풋이 너무나 현격하여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에 부담이 심했던 것인지, 1라운드 중반 중요한 경기들을 삐끗하는 바람에 놓친 승리들도 너무 아깝게 느껴집니다.
담원은 전체적으로 강력하기는 했지만, 1라운드 중반 ‘쇼메이커’ 허수가 부진에 빠졌을 때 ‘너구리’ 장하권의 각성 외에는 답이 없던 경기들처럼 팀 자체의 안정성과 고른 캐리력이라는 난제에 빠져있습니다. 물론 캐리 능력이 아예 사라진 몇몇 팀들보다는 낫지만, 이따금 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이 아직도 담원의 발목을 잡습니다. 특히 쇼메이커의 기복이 극심하고, ‘뉴클리어’ 신정현과 ‘호잇’ 류호성 듀오가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불리함을 뒤집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크죠.
아쉬운 소리를 많이 적기는 했지만, 담원은 분명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단 심적인 부담감을 떨쳐내고 각각의 선수가 포텐셜을 터트리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팀의 전략도 확실하게 자리잡을 필요가 있고요. 1라운드 후반 제 모습을 찾은 쇼메이커는 계속해서 안정적인 기복을 유지해야 합니다. 너구리에게 캐리 픽이 강제되는 만큼 이를 풀어줄 묘수가 필요합니다. 2라운드에 앞서 미국에서 활동하던 ‘플레임’ 이호종을 영입했는데, 너구리라는 강력한 기존의 카드가 있는 탑 라인의 추가 멤버라는 점에서 과연 플레임이 팀에 얼마나 변화를 줄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
5위 - 킹존 드래곤X (5승 4패 득실 +4)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팀, 킹존에게 올해는 시련의 시즌입니다. 하지만 같이 한때를 풍미했던 동기들이 우수수 몰락하는 덕분에 상대적으로 많이 나아보이기도 하죠. 실제로 킹존은 비록 1라운드 초기에는 삐걱거렸지만 챙겨야 할 승리들은 모두 챙기면서 일명 동부리그와의 선을 명확히 그었습니다.
킹존의 변화한 로스터가 거둔 1라운드 성적을 볼 때 돋보이는 선수는 단연 ‘커즈’ 문우찬의 성장입니다. 분명 ‘데프트’ 김혁규와 ‘투신’ 박종익이라는 리그 최고급 봇 듀오가 있지만 젠지가 증명하듯 더 이상 일방적인 원딜 캐리 게임은 불가능한 메타 현실에서 정글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데, 커즈는 데뷔 시즌에 보여줬던 막강한 인상을 다시 보는 듯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단식 메타를 사용할 때 보여준 단계적 단식 같은 현재 메타를 분석하고 이용하려는 각고의 노력도 빛을 발했고요.
다만, 팀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영입인 ‘폰’ 허원석의 부진이 뼈아픕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미드에 서브 멤버 ‘내현’ 유내현이 있고, 자연히 출전 기회가 생기는 만큼 실력만 보여준다면 폰의 기복을 만회할 수 있다는 거죠. 킹존의 숙제는 봇 듀오가 언제나 잘 활약할 수 있도록 상체가 게임의 초 중반을 잘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6위 – 한화생명 이스포츠 (5승 4패 득실 +1)
사실 한화생명은 올 시즌 가장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있는, 또다른 반전의 팀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격적인 운영이 키포인트인 현재의 LoL 이스포츠에서 한화생명 이스포츠는 원조 공격팀이라고 할만한, 예전부터 공격적이기로 유명한 팀이었고, 이들이 얻은 ‘트할’ 박권혁 이라는 새로운 카드는 가장 잘 어울리는 마지막 조각 하나를 맞춘 것이 되었습니다. 마치 다섯명의 팀원이 모두 같은 마인드를 공유하는 듯한 ‘상남자’ 플레이를 펼치는 이미지는 이제 한화생명을 대표하는 밈으로 정착했죠.
트할 뿐만 아니라 ‘보노’ 김기범, ‘템트’ 강명구 등 이 팀에도 올해 팀을 옮긴 와신상담의 에이스들이 포진해 있다는게 주목할만한 점입니다. 지난해의 bbq 올리버스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또 여기에 오랫동안 한화생명에서 칼을 갈아온 ‘상윤’ 권상윤, ‘키’ 김한기 듀오까지 합쳐서 강력한, 또 무엇보다 재미가 넘치는 스쿼드가 만들어졌다는게 참 긍정적입니다.
이제 한화생명에게 필요한 것은 재미를 넘어서 최상위권을 넘볼 수 있는 완벽함입니다. 솔직히, 한화생명 이스포츠는 아직 확실한 강팀이라고 하기엔 아직도 실수가 많죠. 프로에게 중요한 것은 재미 만큼이나 완벽한 게임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그 변수 창조 능력이 적 뿐만 아니라 아군도 위태롭게 합니다. 1라운드 마지막 담원전에서 보여준 아쉬운 기복이 전체 스쿼드를 아쉽게 하고 있죠. 사실 샌드박스 게이밍을 제외하면 1라운드에서 그리핀을 가장 몰아붙였다고 할 수 있는 팀은 바로 한화생명 이스포츠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유리한 경기를 한순간에 넘겨준 것도 한화생명이고요. 운영에서의 보다 완벽한 면모와 밴픽에서 보다 용의주도한 설계를 할 수 있다면 한화생명 이스포츠는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7위 – 아프리카 프릭스 (3승 6패 득실 -8)
지난해 롤드컵 진출 3팀이 이렇게 나란히 부진할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롤드컵 당시 성적이 안좋았다고 해도, 다들 로스터에도 변화가 있었고, 시즌이 바뀌며 일신한 팀들이기에 상당히 강한 전력들이기도 했죠. 하지만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른 두 팀에 비해서 아프리카 프릭스는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사실 이번 시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들여 가장 노력한 팀이기도 하니까요. ‘스피릿’ 이다윤의 올라운더 투입은 정말 소방수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그게 항상 모두 효과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소기의 성과는 있었고 , ‘이 팀은 정말 어떻게든 노력하고 있구나’ 라는 인상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샌드박스 게이밍 상대로 라운드 최종전을 승리로 가져가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하위권 중에서는 2라운드에 그래도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캐리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 ‘기인’ 김기인은 언제나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고라인에 가입했다는 건 사실 좀 안쓰럽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타 포지션이 살아난다면 바로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그리고 기인의 폼과 안정성이 타 팀의 캐리가 가능한 키 플레이어들보다 더 뛰어난 상황이라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다만 2라운드 약진을 위해서는 끝없는 침체에 빠진 ‘유칼’ 손우현, 그리고 마찬가지로 부진한 봇 듀오의 부활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기인이 멱살을 잡고 캐리를 하려고 해도 그 상황은 다같이 만들어나가야죠.
8위 - Kt 롤스터 (2승 7패 득실 -7)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이 받아 든 성적표가 너무나 초라합니다. 더군다나 현재의 로스터가 가진 무게감을 생각하면 더더욱 의아하죠. 지난해 ‘테디’ 박진성과 함께 진에어 그린윙스를 떠받치던 ‘엄티’ 엄성현,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와 kt 롤스터가 ‘마타’ 조세형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고 평가받은 ‘눈꽃’ 노희종, 킹존의 에이스 ‘비디디’ 곽보성 등 알짜 영입을 여럿 해냈음에도 거둔 성적이 2승 7패 8위일 줄이야.
그나마도 kt 롤스터가 가지고 있던 신입 길들이기조차 사라졌고, 담원 게이밍과 샌드박스 게이밍에게도 무참히 패배했습니다. 현재 kt 롤스터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런 힘도 못쓰는 상체, 그리고 후반 캐리를 보장할 수 없는 하체, 그리고 중후반부터 갈피를 잃는 오더와 운영입니다. 즉, 모든게 문제죠.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눈꽃과 비디디 정도인데, 이들 역시 다른 구멍을 채울만큼은 되지 못하는 중입니다. 비디디를 기인에 대입하면 아프리카 프릭스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캐리 플레이어의 캐리력도, 다른 선수들의 안정성도 kt 롤스터가 훨씬 좋지 않은 상황이죠. 오히려 비비디까지도 캐리에 대한 부담감으로 무리한 플레이를 보여주며 폼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2라운드 반등을 위해서는 ‘스멥’ 송경호와 ‘킹겐’ 황성훈의 탑 라인이 살아나는게 첫번째, 그리고 ‘강고’ 변세훈과 ‘제니트’ 전태권 중에서 확실한 주전 원딜러를 찾아내는게 두번째 입니다. 여기에 폼이 살아난 엄티와 ‘스코어’ 고동빈의 플래툰 정글, 그리고 안정적인 눈꽃과 비디디의 퍼포먼스가 유지된다면 반등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스코어 혹은 다른 확실한 오더와 보다 확신에 찬 운영이 필요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조건이 많으니 정말 쉽지 않은 길이군요.
9위 – 젠지 (2승 7패 득실 -9)
성적으로나 팀 분위기로나, 진에어를 빼면 가장 상황이 안좋은 젠지입니다. 안그래도 지난해 스토브 리그에서 가장 적은 수의 로스터 숫자를 확보한 만큼 주전 멤버를 떠받칠 서브 멤버가 없어 로스터 뎁스가 가장 얇은데, 그 주전들도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습니다. 당장 ‘피넛’ 한왕호와 ‘플라이’ 송용준이 최악의 폼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을 대체할 전력이 없다는게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또, 기존의 캐리 역할이었던 ‘룰러’ 박재혁도 제 힘을 못쓰고 있고, ‘큐베’ 이성진은 좁은 챔프 폭과 기복에 발목 잡히고 있죠.
특히, 이번 라운드 중반에 잠시 쓰인 단식 메타를 경기에 적용한 방법을 보았을 때에도 젠지의 메타 분석력이나 경기력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같은 단식 메타를 킹존은 단계적 단식에 카르마가 극한의 유지력 아이템 빌드를 가는 등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젠지는 탑 단식 카르마로 라일라이를 위시한 공격적 아이템을 사용해 별 효용성을 거두지 못했죠. 역시 현재의 대세인 공격적 운영도 습득하지 못했고, 여전히 이전 LCK 타입의 운영을 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잘 되지 않아요. 그야말로 총체적 부진인 셈입니다.
결국, 젠지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산재한 문제가 한꺼번에 같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쉽지 않죠. 이는 근본적으로는 시즌 전 깊이 있는 선수 뎁스를 마련하지 못한 것에 1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 일단 현재로서는 팀에서 유일하게 캐리가 가능한 폼을 유지하고 있는 룰러를 중심으로 전략을 구축하는게 시급할 것 같습니다.
10위 – 진에어 그린윙스 (0승 9패 득실 -17)
진에어 그린윙스는 다른 의미에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팀입니다. 분명 시즌 시작 전 전망이 좋지 않기는 했지만, 그보다도 더 안좋습니다. 당장 지표 상으로 드러나는 것만 해도 시즌 전패에 세트 승도 1개 뿐이죠. 그리고 경기 내용으로 들어가면 지표보다 더 부정적입니다.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선수들의 의욕이 저하되고 기량도 따라서 내려가는게 눈에 띌 정도에요. 특히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킹존전은 심각했습니다.
‘린다랑’ 허만흥이 분전하고 있지만, 팀 전체가 의욕을 잃고 패배주의에 물든 모습이 경기력에서부터 보인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전조입니다. 진에어 그린윙스는 지금 그 무엇보다 팀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한타는 그럴듯하게 해내고 있지만, 그 한타를 이득으로 만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진에어의 고질적인 문제점이고 이는 팀원 간의 신뢰가 무너져 팀 내 오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진에어 그린윙스는 2라운드에서 최소 반타작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승강전 탈출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진에어 스쿼드 자체의 전투력은 아직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이것이 승리로 이어지기엔 너무나 길이 멉니다. 서둘러 팀 멘탈과 마인드를 잡아내지 못하면 지난해 무너진 두 팀의 전례를 따르게 될 겁니다.
LCK 2019 스프링 1라운드 이슈들
1라운드에서 쓰인 챔피언 픽 부분을 보면 원딜 부분에서는 이즈리얼과 루시안 등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고, 특히 루시안은 이번 1라운드 유일의 픽밴률 10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인전도 강력하고, 포킹도 잘하며, 한타 포지셔닝과 딜링 모두 준수한 원딜이 인기가 높습니다. 다만 라운드 중반 9.2 패치로 인해 아칼리와 이렐리아 등 뚜벅이 원딜에게 사형선고 같았던 암살자들이 몰락하면서 다시 다른 원딜들에게도 기회가 생기고 있고, 애쉬 등 다른 픽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비 정석 봇 딜러 중에서는 야스오와 카시오페아가 아주 핫하고요.
탑과 미드에서는 강제 이니시를 가진 챔피언이 두루 기용되는 추세입니다. 전통의 인기인 사이온이나 갈리오는 시즌 중에 너프를 맞았음에도 계속 출전하고 있을 만큼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고, 견제, 이니시, 킬캐치에 능해 역시 인기가 높은 우르곳은 탑 챔피언 중 가장 높은 픽률을 기록했습니다.
설날 브레이크 이후 롤챔스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던 것이 바로 단식 메타 입니다. 본래 서포터 용으로 설계되었던 주문도적검을 이용해 라이너들이 CS를 거의 챙겨먹지 않으면서도 여타 라이너들의 성장을 초월하는 골드 이득을 보게 하는 이 기상천외한 빌드는 솔랭에서 암암리에 입소문이 퍼진 후로 롤챔스에도 등장할 것인가 하는 여부로 주목을 받았죠. 그리고 4주차 첫 경기부터 젠지가 보란듯이 단식 카르마를 꺼내면서 처음 롤챔스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단식을 최초로 시도했던 젠지는 그 덕을 보지 못했습니다. 정작 탑 카르마라는 원딜러에 무게를 실어주는 픽을 하고도 향로와 성배, 구원 등의 아이템이 아니라 루덴과 모렐로라는 아이템 트리를 택하여 그다지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단식 메타를 제대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킹존이었는데요. SKT T1 전에서 초반 파밍을 마친 이즈리얼이 얼음 송곳니를 구입하는 등 일명 ‘단계적 단식’ 으로 한 팀의 3명이 단식 메타 빌드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세트를 가져갔죠. 물론 경기 자체를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각 팀의 분석력과 메타를 실제로 경기에 녹여내는 능력에서의 차이를 보여준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라운드 팀 전력 변화 및 예상
2라운드에 들어서며 일부 팀이 로스터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리핀은 서브 정글러 ‘카나비’ 서진혁을, 담원 게이밍은 탑에 미국에서 활동하던 ‘플레임’ 이호종, 샌드박스 게이밍은 서브 미드 ‘저스티스’ 윤석준을 추가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아프리카 프릭스인데, 탑에 ‘브룩’ 이장훈, 미드에 ‘썬’ 김태양, 원딜에 ‘쏠’ 서진솔, 서포터에 ‘세난’ 박희석이 ‘프라우드’ 이정재 대신에 들어와 10인 로스터를 완성했습니다.
일단 상위권과 중위권에 안정적으로 포진하고 있는 그리핀, 샌드박스 게이밍, 담원 게이밍은 서브 멤버를 채운 것으로 보이며, 하위권 중에서 그나마 가장 희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 프릭스가 의욕적으로 인원을 충원하여 작년에 이어 또다시 10인 로스터 체제로 전환하여 자체적인 훈련과 기량 상승을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핀이 여전히 압도적인 모습인 가운데, 그리핀의 1위는 확정적이라 보여집니다. 다만 2위 샌드박스 게이밍이나 6위 한화생명 이스포츠에게 세트 손실을 위협받은 바 있는 만큼 패배가 완전히 가능해보이지 않기 때문에, 과연 이들이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지, 아니면 중간에 고꾸라질지의 여부 정도가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샌드박스 게이밍과 SKT T1 이 양분한 상위권은 생각보다 치열합니다. 무엇보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은 샌드박스가 생각보다 내상이 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심리적 피해를 서둘러 복구하고 2라운드에 매진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담원 게이밍, 킹존, 한화생명이 포진한 중위권은 아마 가장 치열한 경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개의 팀 모두 4위, 만약 상위권이 부진하다면 3위권까지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팀들이고, 하위권과 2승 이상의 격차를 확보한 만큼 하위권을 확실하게 잡고 상위권으로의 반등을 노려봄 직 합니다. 다만 세개 팀 모두 주력 키 플레이어들의 기복이 극명하다는 문제가 아직도 분명하고, 이를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중위권의 향방을 가르게 될 것입니다.
하위권의 경우, 그나마 희망이 보인 아프리카 프릭스에 반해 kt 롤스터와 젠지는 아직도 실마리를 찾지 못한 느낌입니다. 승률을 최소 4할 이상, 안정적으로 5할 이상에 맞춰야 롤챔스 생존을 넘어 플레이오프권을 노려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절대 같은 하위권 팀에게 패배를 내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진에어는 마지막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서 승강권을 최대한 탈출하는 것만이 이번 시즌의 목표라고 냉정하게 말할 수 있겠군요.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