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벽난로 곁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나 어머니의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여러 문화 콘텐츠에서 가족의 사랑을 드러내는 소재로 자주 활용되어 왔습니다. 뜨개질의 재료인 털실 역시 포근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등장하곤 하는데, 게임 분야에서도 '털실 커비 이야기'나 '요시 울 월드' 등 털실을 소재로 삼은 게임들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들은 뜨개질로 연상되는 기존의 이미지보다는 털실이 지닌 색색의 이미지와 아기자기함을 더욱 강조하여 제작되었습니다.
본 리뷰에서 다룰 '언래블'은 앞서 언급한 털실의 포근한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활용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붉은 털실로 이루어진 캐릭터 '야니'가 되어 한 가닥 실타래를 풀어가는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개발자 스스로가 야니가 풀어내는 털실이 곧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밝힌 만큼, 소재와 주제를 적절하게 활용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언래블은 트레일러가 공개된 이후 저자본 게임의 한계를 딛고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기반에는 귀여운 캐릭터와 아름다운 그래픽, 그리고 털실을 활용한 참신한 플랫포밍 퍼즐의 덕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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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실로 이어지는 추억의 연결고리. |
본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북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그래픽입니다. 디테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화적인 그래픽이나 특이한 콘셉트를 차용하곤 하는 일반적인 저자본 게임들과 달리, 언래블은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포근하고 동화적인 분위기만큼은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완성도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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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배경, 아름다운 그래픽. |
일단 주인공 '야니'의 모델링부터 털실의 질감과 특징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가정집, 숲, 호수, 늪지대, 바다, 설원 등의 배경은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으며, 퍼즐에 활용되는 다채로운 배경과 사물, 생물 등의 디테일도 인상적입니다. 이 게임을 둘러싼 오브젝트와 환경은 그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습니다. 모델링과 디자인, 디테일 등 시각적인 부분만 놓고 보면 언래블은 역대 저예산 게임들 중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기에 인상적인 아름다운 선율의 사운드가 더해져 특유의 분위기에 깊이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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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모델링과 배경, 사물의 디테일도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
부드러운 모션과 인상적인 연출력 등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입니다. 주인공 야니는 털실로 만들어진 캐릭터답게 작은 바람에도 쉽사리 날아가고 조그마한 돌멩이에 깔려 죽을 수도 있는 연약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위기의 순간에 쩔쩔매는 야니의 모습은 매우 애처롭지만, 앙증맞은 모션 덕분에 한편으론 귀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각 스테이지의 시작과 끝자락에는 스토리 이해에 도움을 주는 간단한 연출이 등장하는데 이 역시도 비록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게임에 소소한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모션이 꽤 앙증맞으면서도 귀엽다. |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위협. |
그러나 플랫포머 게임에서 실사 지향적인 그래픽은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3D 게임들의 경우 배경 전체가 곧 게임의 무대이자 상호작용 가능한 오브젝트로 활용되지만, 2D 플랫포머는 실제 게임에 활용하는 발판과 배경이 엄연히 구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실사 지향적 그래픽은 배경과 플랫폼 사이의 혼동을 가져올 수 있고, 따라서 대다수의 플랫포머 게임들은 게임의 편의성을 높이고 몰입도를 더하기 위해 점프 가능한 발판이 눈에 잘 띄도록 특화된 그래픽 콘셉트를 채택하는 편입니다.
다행히도 언래블은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했습니다. 먼 거리에 있는 사물은 흐릿하게 표현하고 명암이나 사물의 배치 등에 미묘한 차이를 둠으로써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플랫폼과 오브젝트를 명확하게 구분해 둔 것입니다. 실제로 게임을 하는 내내 배경과 발판을 구별할 수 없어서 문제가 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퍼즐에 활용되는 몇몇 오브젝트가 배경에 묻혀서 잘 보이지 않았던 적은 아주 가끔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게임의 편의성과 실사 지향적인 그래픽 사이의 접점을 잘 찾아낸 편이라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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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과 플랫폼, 오브젝트를 구별하기는 어렵지 않다. |
독보적인 그래픽만큼이나 게임성 역시 전례 없는 참신함을 갖추고 있습니다. 주인공 야니는 마치 생명줄이 연상되는 털실에 종속된 존재로 그려집니다.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조금씩 털실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체크포인트에 도달할 때마다 털실을 새로이 보충해야 하며, 보유한 털실의 길이만큼만 나아갈 수 있다 보니 그와 관련된 퍼즐도 등장합니다.
털실의 물리적인 특성을 이용한 퍼즐은 본작의 게임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특정 지점들을 털실로 연결해서 길을 만들 수도 있고, 매듭에 줄을 던져 높은 곳에 오르거나 줄을 앞뒤로 흔들어 먼 발판까지 점프할 수도 있습니다. 한 번 지나간 길은 반드시 털실로 연결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오브젝트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길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털실로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행동이 실제로 게임 내에 구현되어 있으며, 안정적인 물리 엔진 덕분에 이 모든 조작을 막힘없이 부드럽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언래블은 슈퍼 마리오 시리즈로 대표되는 정통 플랫포머 게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게임입니다. 적을 죽인다는 개념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고, 약간의 두뇌 싸움과 점프 액션을 통해 특정 지점을 통과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플랫포머 게임이라기보다는 퍼즐에 더 가깝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여기에 털실 액션 고유의 참신함이 더해져 본작의 게임성은 전례 없는 콘셉트를 갖추게 되었으며, 그것만으로도 일단은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털실을 다 소모하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
직접 점프대를 만들 수도 있다. |
털실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길을 개척한다. |
그러나 유니크한 게임성과는 별개로 레벨 디자인과 퍼즐의 완성도는 다소 뒤떨어지는 편입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문제 때문에 저는 사실 본작을 그다지 재미있게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처음 1시간 정도는 참신한 게임성 덕분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지만, 반복적인 진행 방식과 기복이 없는 구성 때문에 얼마 안 가 쉽게 질리고 말았습니다. 대략 5~6시간 정도면 1회차 엔딩을 보는 것이 가능한데, 2만 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볼륨 자체는 충분한 편입니다. 하지만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는 플레이 타임 속에서도 유저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데 실패했다면, 이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우선 퍼즐의 만듦새 자체가 치밀하지 못합니다. 사방에 설치된 매듭은 무시하고 그냥 되는대로 줄을 던지고 점프를 하다 보면 어떻게든 클리어할 수 있는 퍼즐이 상당수입니다. 이 때문에 구간을 통과하고 나서도 '이렇게 하는 게 맞나?'하는 찝찝한 기분이 뒤따라옵니다. 참신한 기믹은 대부분 단발성으로만 활용되는 경향이 있고, 초반이나 후반이나 난이도 차이가 크지 않아 게임의 진행에 따른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순간적인 임기응변이 통하지 않고 사망을 통한 반복 학습이 요구되는 일부 구간은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짜증스럽게 느껴집니다.
퍼즐의 난이도는 초반이나 후반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 편. |
발 닿는 대로 매듭짓고 뛰다 보면 클리어할 수 있는 구간이 상당수. |
이미 활용한 기믹을 다른 형태로 재활용하거나, 클리어 방법이 다소 난잡한 퍼즐이 많다. |
전투의 개념 없이 털실 액션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면 그만인 단조로운 게임성을 택한 이상, 사실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것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게임 사이사이에 지루함을 덜어줄 감초 같은 요소를 도입했어야 했습니다. 일례로 본 리뷰어가 얼마 전 리뷰한 게임인 '더 위트니스'의 경우 퍼즐을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 자유로운 오픈 월드 환경 자체가 일종의 의외성을 부여하고 퍼즐의 규칙은 하나지만 스타일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딱히 반복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반면 언래블에서는 그런 번뜩이는 재치와 다양성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언래블의 개발진은 뛰어난 그래픽과 여운이 남는 연출, 아름다운 선율과 같은 요소를 통해 지루함을 극복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게임의 본질은 결국 플레이 그 자체여야 합니다. 화려한 액션과 타격감을 즐길 수 있는 액션 게임이라면 모를까,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퍼즐 플랫포머 장르에서 치밀한 구성과 참신한 퍼즐은 그 무엇보다 중시되어야 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언래블에는 그런 점들이 부족합니다. 일부 수집 요소가 존재하긴 하지만 1회차 클리어 이후 다시금 게임을 들춰보게 할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분위기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게임. |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
아무리 좋은 털실을 재료로 사용하더라도 뜨개질하는 손이 미숙하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언래블이 지니고 있는 문제 역시 그와 같습니다. 분명 뛰어난 그래픽과 참신한 플레이 방식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플레이할 때는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된 점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으로 플랫포머는 물론이고 퍼즐 장르도 나름 좋아하는 편인데도 말이죠. 물론 이는 제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깊이 있는 퍼즐보다는 1회차만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아름다운 그래픽과 귀여운 캐릭터 등의 요소를 중시하는 유저라면, 언래블은 분명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벼운 게임성과 귀여운 캐릭터는 언래블의 분명한 장점. |
저 역시도 이 게임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언래블을 향한 제 평가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잘 만들어진 게임은 아니지만, 크리에이티브한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털실의 물리적인 특성을 이용한 플레이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만약 개발사에서 후속작을 고려하고 있다면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AAA급 타이틀이 아니면 점점 더 시장에 내놓기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EA라는 대형 퍼블리셔에 의해 이런 독특한 스타일의 게임이 출시되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명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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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을 기대해보자. |
퍼즐이 더 어렵거나 치밀한? 그런걸로 빡빡하게 채우면 이런분위기도 아니고 음악도 배경도 느낌도 못느끼고 ..다른게임이 될꺼같아요.
게임내 언어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언어가 없기때문에 마음으로 와닿는 뭔가가 있더군요
힐링게임인줄 알았지만... 초반에는 충분히 아름다운 그래픽으로 힐링되는 기분이었는데 가면갈수록 무거워집니다.....
단순/반복/난잡..은 아닌데요. 개인적으로는 차분하게 즐겼어요. 여기에 뭐..전투라던가 뭐? 자극적인..그런게 들어가면
도쿄제나두와 같은 엔진이지만 퀄리티는 달랐습니다...
힐링게임인줄 알았지만... 초반에는 충분히 아름다운 그래픽으로 힐링되는 기분이었는데 가면갈수록 무거워집니다.....
한국어 미지원인데 영어를 몰라도 플레이 가능한가요?
게임내 언어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언어가 없기때문에 마음으로 와닿는 뭔가가 있더군요
아 그렇군요~ 오리진 엑세스 가입했는데, 한 번 플레이 해봐야 겠군요, 답변 고맙습니다 ^^
그렇지만 챕터 클리어 할 때마다 앨범 속의 메시지가 그 챕터에 대한 글들이라 이해하면 더 괜찮긴 합니다.
이렇게 대놓고 엔딩이 예상되는 게임은 처음이네 ㅎㄷㄷ
이거 스팀지원 안하는것 같던데 피시는 어디서 다운받나요?
EA야 원래 오리진이죠. 옛날에 몇 개 스팀으로 올라간 게임이 있긴 하지만..
단순/반복/난잡..은 아닌데요. 개인적으로는 차분하게 즐겼어요. 여기에 뭐..전투라던가 뭐? 자극적인..그런게 들어가면
퍼즐이 더 어렵거나 치밀한? 그런걸로 빡빡하게 채우면 이런분위기도 아니고 음악도 배경도 느낌도 못느끼고 ..다른게임이 될꺼같아요.
스톤프리!!!
분위기는 좋지만 솔직히 아주 잘 만든 게임은 아니었음. 메타크리틱에 점수 후려친 웹진이 이해가 갈 때가 꽤 있었습니다.
이건 너와 나의 연결고리!!
도쿄제나두와 같은 엔진이지만 퀄리티는 달랐습니다...
패키지론 못본거 같은데... 다운로드 로만 있나요 ? 이것도 기다리면 레인이나 져니 처럼 패키지로 나올라나...
퍼즐을 재밌게 잘 숨겨둔듯 LIMBO를 예전에 했을때 딱 그 기발한 느낌을 오랜만에 다시받은듯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자.
마마유가 좋아합니다
저는 이 게임 정말 즐겁게 했어요~처음엔 따뜻하고 가벼운 느낌의 게임인 줄 알았는데 스테이지에 따라 무거운 분위기도 적절하게 느낄 수 있었구요.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작은 야니에게는 위협일 수 있다던 점이 나중엔 몰입이 돼서 조그만 벌레만 봐도 지레 겁부터 나고 그랬어요. 차분한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 추천드려요! 음악이며 그래픽이며 정말 따뜻해서 마지막엔 찡하기도 할 거에요!
반전 있음 좋겠네요 이제 껏 털실이 지나온 곳이 다 불타버린다거나
반은 게임이고 반은 그래픽 노블이라는 느낌으로 즐겨야
이런 게임 너무 좋아요. 나이 먹으니 간이 쪼그라 들어서 그런지 무서운 게임도 못하고 판단력과 손이 느려져 속도빠른 게임도 못하고 에구 ㅜㅜ
전 별로였네요... 나이들어서 이런 게임은 영 안맞던....
우리 딸이 한참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세일해서 5천원에 사서 했는데 만족합니다 ㅎ 플탐이 무지막지하게 길었으면 질렸을테지만 이제 2~3시간 해서 절반정도 온것 같은데 할만하네요. 하루 한 스테이지 정도씩 깨고 있습니다.
잔잔한 힐링게임 찾으시는 분들 있으면 강추합니다. 분위기도 그래픽도 사운드도 너무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