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싶은 게임 없어요? 아무거나 말해봐요." 소니의 XDev 팀에서 물었을 때 맷 버치는 망설임 없이 '섀도 오브 더 비스트'라 대답했다. 그는 기뻤을 것이다. 16살에 친구 집에 갔다가 푹 빠져버린 게임을 자기 손으로 만들게 되었으니까. 그에게 충격을 준 그래픽과 환상적인 음악을 직접 재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 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마침내 완성된 작품. 옛 추억이 꿈으로, 꿈이 현실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개발 뒷면에 담긴 이런 사연은 언제나 흥미롭다. 여기에 원작과 리메이크의 비교까지 곁들이면 꽤 괜찮은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섀도 오브 더 비스트'는 80년대에 출시된 게임이고, 비슷한 시기에 나온 페르시아의 왕자나 수왕기 같은 게임에 비해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부족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직접 즐겨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작 팬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이 글에서는 리메이크가 아닌 신작의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 어떤 게임일까? 과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일까?
원작이 함께 제공된다. 무적 치트키를 쓸 수 있으니 도전해보자. |
리메이크된 모습. 흐른 세월만큼 정말 많이 달라졌다. |
■ 멋진 배경과 독특한 캐릭터
무척이나 아름다운 배경이다. 짙은 색감과 기묘한 구조물이 신비롭고 강렬한 인상을 주며, 바닥의 질감이나 흩날리는 먼지 같은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최근에 나온 횡스크롤 액션 게임 중에서도 뛰어난 그래픽이다. 스테이지 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점도 인상적이다. 푸른 들판으로 편안하게 시작했다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갑자기 어두운 동굴로, 황량한 사막으로, 섬뜩한 고성으로 급격하게 모습을 바꿔간다. 특히 사막의 모래바람과 폐허의 오로라가 만들어내는 경치는 일품이다.
고요한 배경과는 달리 스테이지 사이에 들어가는 영상은 매우 역동적이다. 평소엔 횡스크롤 화면으로 진행하다가 보스가 등장하거나 쫓기는 상황이 되면 인물을 큼직하게 잡아 움직임을 화면에 가득 채워 액션을 강조한다. 장면에 따라 달라지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작곡가 이안 리빙스턴은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와 발리언트 하츠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데, 슬프고 힘겨운 복수를 주제로 하는 게임답게 앞의 두 작품에서 보여줬던 장엄한 느낌과 서정적인 느낌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스테이지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 모든 배경이 훌륭하다. |
뭐든지 큼직큼직한 이벤트 영상. 캐릭터가 작게 나오는 플레이 화면과 상반된다. |
주인공이 괴물이라는 점이 특이하지만 등장하는 적의 생김새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멀쩡하게 생긴 사람도 나오긴 하지만 정말 일부에 불과하고, 흔한 몬스터를 비롯해 마지막 보스까지 지옥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기괴한 스타일을 자랑한다. 만약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원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 좋은 경험이 될 정도. 특히 내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모습으로 파리처럼 날아다니는 두 번째 보스는 꽤 마음에 들 것이다.
이런 캐릭터 디자인에 맞춰서 잔인한 표현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전투 중에 혈흔이 날리는 건 기본이고, 신체를 절단하거나 물어뜯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물론 그런 표현을 빠르게 교차해서 화려한 느낌을 주고 베기와 찌르기가 중심인 액션과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다른 플레이어가 죽은 자리에서 그 사람의 캐릭터를 불러내 처형하는 장면은 액션과 관계없이 오로지 신체 절단에만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이런 부분은 사람에 따라서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꽤 그로테스크한 디자인. 도감에서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
잔인한 장면이 자주 나오는 편. 집에서 따라 하지 마세요. |
■ 시원하지만 까다로운 전투
단순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나름 최근 액션 게임의 흐름을 잘 따르고 있다. 간단한 기본 공격 외에 방어, 반격, 구르기, 흘리기 같은 옵션이 있고 체력 회복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특수 공격과 위기에 몰렸을 때 발동하는 필살기도 있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며 특정 기술을 강화하거나 해금할 수 있고 탐험 중 발견한 탈리스만 중에 몇 개를 장착해서 능력치의 변화나 보조를 꾀할 수도 있다. 필요한 건 다 갖춘 셈이다.
앞으로 진행하며 적을 조금씩 상대하는 다른 횡스크롤 액션 게임과는 달리 앞뒤가 막히면서 공간이 한정되고 그 안으로 적이 몰려오는 방식으로 전투를 시작한다. 갓 오브 워 시리즈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적은 한 번의 공격으로 죽기에 여러 적을 물 흐르듯 차례대로 상대하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해서 복잡한 패턴을 만들 수 있다. 많은 적을 상대로 다양한 기술을 쉴새 없이 쏟아 내는 맛이 있다.
통로가 막히면서 시작되는 전투. |
이렇게 뒤를 내주면 매우 위험하다. |
다행히 위기 탈출용 기술을 몇 개 갖추고 있다. |
빠르고 화려하다. 그러나 쉽진 않다. 여러 적을 돌아가면서 공격하는 배트맨 아캄 시리즈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떠올려 보자. 캐릭터가 면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고 그만큼 적도 흩어져 있어 파고들 곳이 많다. 거기에 반격 타이밍도 넉넉한 편이라 가볍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선 위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회피할 공간이 제한적이고 적도 앞뒤로 밀집해서 몰려온다. 반격 타이밍이 표시되지만 순식간에 지나가고, 거리를 잘못 재면 무방비 상태로 공격당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공격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전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앞에 있는 적을 상대하는 동안 뒤에서 들어오는 공격은 막기 어려워서 거리를 벌리는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막고 피하면서 한 대도 안 맞고 여러 기술을 섞어서 플래티넘 등급을 딸 수 있는 경지에 올랐을 때 쾌감은 상당하다. 스코어 보드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등급에 도전하고 점수로 경쟁하길 좋아한다면 반복해서 연습하는 과정이 지겹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패턴으로 싸우면 플래티넘은 따기 힘들다.
그러나 등장하는 적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한 스테이지 안에 나오는 적은 보통 세 종류 정도밖에 안 되고, 주인공이 기본 공격이나 반격이 통하지 않는 변칙적인 적은 별로 없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가까이서 근접 공격만 하는 적이 많은 편. 만약 이 게임이 플랫포밍에 중점을 뒀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전투의 비중이 훨씬 크고 반복 플레이를 핵심으로 하는 만큼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다. 30분 분량의 스테이지가 있다면 30분 내내 비슷한 전투를 하게 되고 이 스테이지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니까.
보스전도 지나치게 단순하다. 첫 번째 보스는 막기와 구르기 튜토리얼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이후에 나오는 보스들까지 단조로운 패턴으로 일관한다는 점은 맥이 빠지는 요소다. 보통은 체력이 어느 정도 낮아지면 패턴이 추가되거나 변하기 마련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2~3 종류의 패턴을 고집하고 그 공격마저 까다롭지 않으니 전투 초반이 지나면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그나마 중간에 공격 위치가 바뀌는 히드라스 전투나 여러 패턴이 변화하는 마지막 보스전이 괜찮은 정도다.
회복 아이템은 잘 나오지 않고 이런 특수 기술로 체력을 보충한다. |
덕분에 버튼을 연타할 일이 많다는 것이 흠. 오래 하면 엄지손가락이 아프다. |
■ 빈약한 플랫포밍 콘텐츠와 과도한 반복 플레이
사실 이 게임에 기대를 걸었던 건 전투가 아니라 플랫포밍과 퍼즐이다. 출시 전에 공개된 이미지와 동영상에서는 발판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탐험하고 던전에서 퍼즐 푸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런 요소가 있기는 하다. 타이밍에 맞춰 점프하고 매달리면서 진행하고 몇 가지 퍼즐도 준비되어 있다. 독특한 구조를 갖춘 스테이지도 있다. 두 번째 스테이지는 포탈을 통해 레이맨 레전드에서처럼 멀리 있는 가로축을 넘나들며 진행하고 고성 스테이지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퍼즐이 특징이다.
그러나 플랫포머 느낌이 나는 부분이 이 두 곳뿐이라는 점이 걸린다. 나머지 스테이지는 구조가 단순하거나 너무 짧아서 오로지 전투만을 위한 공간으로만 쓰인다. 몇몇 장애물이 있지만 이전 스테이지에서 썼던 걸 변칙도 없이 그대로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히드라스 고성 스테이지 분량에 콘셉트가 다른 스테이지를 많이 넣고 다양한 퍼즐을 준비했다면 괜찮은 플랫포머로 나쁘지 않은 게임이 되었을 테지만, 이대로는 평범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만약 클래식 페르시아 왕자나 메트로바니아 스타일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멋지긴 한데 조금 단조로운 보스전. 보통 두 가지 패턴이고 많아야 세 가지. |
마지막엔 비행 슈터로 장르가 바뀐다. |
탐험과 퍼즐의 빈자리는 수집과 반복 플레이가 차지하고 있다. 맵 구석구석에 오브와 봉인을 숨겨두었고 심지어 전투도 감춰놓고 있다. 보물찾기 하듯이 여기저기 살피면서 봉인을 발견하고 해제하면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탈리스만을 찾을 수 있고, 높은 등급으로 전투를 마치면 잠겨 있던 다른 전투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괜찮을 때도 있다. 찾다 보면 전혀 모르던 길을 발견하게 되고 컬렉션을 차곡차곡 모아가는 과정도 나쁘지 않다. 어떤 스테이지는 숨겨진 통로가 꽤 많은 편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가정해 보자. 30분짜리 스테이지에 발견할 대상이 딱 하나 남았고, 마지막 부분까지 왔는데 도저히 못 찾을 상황이 되었다면? 나중에 이 30분짜리 스테이지를 통째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미 발견이 끝나서 찾을 게 없는 스테이지 초반까지 포함해서 처음부터 다시 말이다. 게다가 한 번 시작할 때마다 30초가 넘어가는 로딩 시간도 기다려줘야 한다. 반복 플레이를 핵심으로 하면서 반복 구간을 길게 잡고 실패했을 때 쉽게 재도전할 환경도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이 게임을 깊게 즐길 사람이 아니라면 그 과정이 재미가 아니라 고통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같은 보스를 10번 가까이 상대하는 건 별로 즐거운 경험이 아니었다.
플랫포밍 요소가 있긴 한데 규모가 작은 스테이지가 많다. |
진부하거나 짜증 나는 구간도 좀 있는 편. |
수집 대상에 스토리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그냥 진행해도 기본적인 이야기는 감상할 수 있지만 탐험 중에 오브를 파괴하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줄거리를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타임 라인이 열린다. 삽화와 함께 설명을 듣는 과정이 재밌고 스토리를 자세히 설명하기 힘든 장르 특성상 이런 식의 이야기 전달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그래도 찾는 과정이 좀 더 쉬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몇 가지 타임 라인은 정말 찾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타임 라인 외에도 스토리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막이다. 종족별로 다른 말을 쓴다는 설정 때문에 처음에는 자막이 이상한 문자로 나타나고,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클리어해서 모은 포인트로 상점에서 번역본을 구입하면 그제야 올바른 자막이 나온다. 중요한 대사가 별로 없고 상황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엔딩에 나오는 자막까지 그렇게 해놓은 건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된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엔딩을 한 번 보고, 번역본을 구입하기 위해 다른 스테이지를 반복 플레이한 다음, 번역본 구해서 다시 엔딩 보러 가야 하는 상황. 누구나 반길 요소는 아니다.
1회차는 4~5시간으로 짧지만 풍부한 수집 요소를 제공한다. |
진행 중에 발견하는 오브로 타임 라인을 해금.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
■ 결국, 취향의 문제
여러 번 도전해서 등급과 점수를 높여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숨겨진 요소를 찾아 도감을 채우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명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손에 완전히 익으면 쉴새 없이 이어지는 매끄럽고 화려한 공격이 펼쳐지고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전략을 개발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발견하기 힘든 수집 요소를 찾아냈을 때 짜릿함을 느낄 수 있고 모든 타임 라인을 모아 완전한 스토리를 이해한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을까. 저렴한 가격으로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엔딩까지 한 번 진행하고 끝내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4시간밖에 안되는 분량에 자막은 이상하고 엔딩도 어딘가 찝찝하다. 1회차 플레이만으로는 능력치 향상에 필요한 경험치와 탈리스만을 충분히 모으지 못하니 불완전한 전투를 경험하게 된다. 억지로 반복 플레이를 해보려고 해도 불편한 시스템, 긴 로딩 시간, 비슷한 적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저렴한 가격도 이 문제를 덮지 못할 것이다.
성향에 따라 반응이 크게 엇갈릴 이 게임. 과연 당신은 즐길 수 있을까?
자막을 보려면 200만 마나를 내세요. |
근데 별로 중요한 대사는 없다. |
엔딩까지 외계어라 자동으로 스포일러 방지. |
철권 커맨드인줄
외계어 ㄷㄷ;
리듬게임 노트 움직이는건줄...
난이도 10쯤 되어보이는군요
외계어 ㄷㄷ;
철권 커맨드인줄
리듬게임 노트 움직이는건줄...
난이도 10쯤 되어보이는군요
구작 포함이군요 이런건 MGS3에 메탈기어 포함된 것 처럼 좋군요
표지보고 ps1게임인줄...
구작은 아미가2000으로 했었는데, 음악이 정말 좋았죠. 요새도 가끔 유튜브 들어가서 듣습니다.
아미가가 한국에도 꽤 유통된 편이었나요? 저는 90년부터 pc와 게임기를 만지기 시작했는데, 그땐 너무 어려서 애플2나 아미가 같은 시스템은 구경할 수도 없었거든요. 저에겐 뭔가 꿈같은 플랫폼입니다.
말 그대로 매니아들만 만지는 시스템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아버지가 컴퓨터 가게 하시면서 중고로 어디서 구해오셨는데, 게임이 진짜 신세계더군요.; 디스켓 한두장으로 아케이드급 그래픽이 후덜덜.;
플레이 하면 할수록 빠져들어서 플래 딸 때 쯤엔 오히려 푹 빠져있었네요ㅋㅋㅋㅋ
하고 있습니다 원작은 안 해봤고 화질 좋은 고전겜하는 느낌!
전 좀 실망했습니다. 원작을 안해봐서요 너무 단조롭고 쉽게질리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컨텐츠가 부족해요
골든 액스가 생각 나네요, 남들은 다 까는대 나름 괜찬앗따는 다만 너무 어렵고 진행이 힘들고,피곤함,
잼있게 생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