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visit to the Age of D'ni
1993-4년경으로 돌아가보자. 아직 아마존이나 게임몰도 없던 그 시절. PC통신과 마이컴을 끼고 살던 당신은 동네 게임샵에 들어간다.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하던 당신은 뭘 살까 고민을 한다. 텐타클 최후의 날, 리턴 투 조크, 샘 앤 맥스, 7번째 손님…. 그때 당신은 '미스트'라는 제목의 게임 박스를 발견한다. 이게 뭔 게임이지? 그때 당신은 하이텔 개오동에서 이 게임이 제법 화제가 되었다는 걸 기억해낸다. 그 때 듣기로는 빌 게이츠가 칭찬하고 어떤 월 스트리트 변호사는 이 게임을 하느라 출근하는 것도 까먹었다고 그랬다. 당신은 궁금해져서 미스트를 사서 돌아온다.
그렇게 돌아온 당신은 컴퓨터에 게임을 깔고 실행시켜본다. 영어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고(영어를 잘 모르는 당신은 그냥 헤-하고 듣는다) 어두운 하늘에서 책이 툭하고 떨어진다. 책 제목은 MYST. 책이 열리자 당신은 페이지 위 작은 창에 영상이 움직이는걸 본다. 화면이 밝아지는 순간, 당신 눈앞에 그 섬이 펼쳐졌다. 어마어마하게 유려한 그래픽으로 묘사된, 초현실적인 기계 장치와 숲이 뒤섞인 곳이다. 당신은 두근거리며 화면을 클릭해본다. 그러자 화면이 슬라이드되면서 나아갔다. 그렇게 마구 찍던 당신은 어떤 책을 발견한다. 그 책을 열어보니 어떤 남자가 작은 화면에서 이 섬에 대해 설명하면서 탈출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까지가 랜드 밀러랑 로빈 밀러라는 두 형제가 만든 미스트라는 게임이다. 1988년으로 돌아가보자. 그들은 맨홀이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인용한 MAC용 아동용 어드벤처 게임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매킨토시 속에서 마우스 클릭을 이용한 하이퍼링크 개념, 흑백 선화로 멀티미디어 퍼즐을 구현한 이 게임은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첫 신호탄으로 남게 되었다. 곧 그들은 사이언 월드라는 게임 회사를 발족해 코즈믹 오즈모와 맥케럴 너머의 세계라던가 스펄런스 같은 맨홀풍의 어드벤처 게임들로 조금씩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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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용 게임사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맨홀. |
미스트는 그들에겐 일종의 도전이었다. 우선 이 게임은 세 작품과 달리 아동용 게임이 아니었다. 쥘 베른의 신비한 섬과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모티브로 삼아 세워질 이 세계는 사이언 월드에겐 꽤나 도전적인 영역이었다. 하지만 밀러 형제는 멋지게 성공시켰고, 마침내 등장한 미스트는 7번째 손님과 더불어 그래픽 어드벤처의 패러다임 시프트라 부를 만한 게임이었다. 3D 맵핑으로 이뤄진 레벨 디자인과 신비로운 세계관, 인벤토리를 삭제한 뒤 퍼즐로 채워넣은 게임 디자인, 적은 인물 수와 은밀하게 숨겨진 서사…. 텍스 머피의 사립탐정이 발매된 지 고작 4년 만에, 게임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었다. 세계는 마침내 사이언 월드를 쫓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드벤처 업계의 최강자 시에라 엔터테인먼트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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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분명 90년대 게이머 키드. |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미스트 제작 당시 제작진은 스토리보다는 퍼즐과 각 시대 디자인을 중요시했다는 점이다. 즉 스토리는 퍼즐과 각 시대 디자인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 점은 미스트 시리즈가 비판받는 점과 이후 이어질 미스트 클론들이 어째서 대부분 실패했는지 보여준다.
한마디로 미스트는 코어한 어드벤처 게임을 간단해진 조작과 복잡한데다 분량도 많은 퍼즐, 독창적인 비주얼로 어드벤처 게임을 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사게 이끌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어드벤처 게임은 그 중후한 뼈대를 잃고 위태롭게 휘청이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였다. 미스트의 구조는 얼핏 보면 간단하기 그지없지만 실은 밀러 형제의 독창적이고 일관된 미적 감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당신은 고전 어드벤처 게임의 지지자로써 이 시리즈를 싫어할 수도 있지만, 이 게임이 당시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게임을 상징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스트의 세계관과 서사는 그 자체로는 매력적이었고 이는 후속작 리븐에서 활짝 개화했지만, 옵시디언 같은 극히 소수를 제외하면 미스트 워너비들은 대부분 이 기초적인 걸 해내지 못하고 안일하고 엉망진창인 게임을 내놓았다. 당연히 좋지 않은 현상이었다. 인벤토리 중심의 고전적인 어드벤처는 구식으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어설픈 미스트 클론들은 게이머들을 실망시키면서 어드벤처 게임의 생명력을 끝장내고 말았다. 의도치 않게 미스트는 어드벤처 장르를 폭발적으로 키운 뒤 동시에 그 장르의 활기를 빼앗아버리고 만 셈이다.
미스트의 성공은 클론뿐만이 아니라 패러디 게임까지 등장케 만들었다. 왼쪽은 클론 중에서도 평이 좋았던 옵시디언, 오른쪽은 존 굿맨을 기용한 패러디 게임 피스트. |
본가인 미스트 시리즈도 그리 순탄하진 않았다. 사이언 월드가 업계를 이끌던 시절 나온 리븐은 FMV 시절 어드벤처의 걸작이라 불릴 만한 게임이었다. 퍼즐과 서사가 정교하고 복잡하게 얽힌 게임 디자인은 미스트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었고, 이 의지를 디즈니와 ILM에서 협업한 적 있는 비주얼 디자이너 리처드 밴더 웬드가 참여한 프로덕션 디자인을 통해 과격할 정도로 유니크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게임이었다. 게이머들도 후하게 리븐을 받아줬다.
하지만 이후 미스트 시리즈는 어드벤처 게임 시장의 침체가 맞물려 평가와 별개로 저조한 인기와 힘겨운 개발 과정을 맛봐야만 했다. 사이언 월드는 한동안 미스트 시리즈 제작에서 거의 손을 뗐다가 마지막 편에 돌아와 게임을 마무리 지었고, 그들이 매달렸던 스핀오프격인, 전무후무한 온라인 어드벤처 게임 우루는 참담한 실패를 맛봐야만 했다. 그렇게 12년에 거친 미스트의 여정은 엔드 오브 에이지로 끝났고, 사이언 월드는 시대를 뒤쫓아가지 못한 채 추억의 회사로 남는 듯 했다. 2013년, 사이언 월드의 수장 랜드 밀러가 옵덕션 프로젝트를 킥스타터 사이트에 올려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찌 보면 전작을 뛰어넘어버린 리븐과 안타까운 실패로 남고 만 야심작 우루 이후 사이언 월드는 게이머들 뇌리에서 잊히고 말았다. |
■ 새로운 미지와의 조우
그렇다. 이 기나긴 문장들은 오늘 소개할 옵덕션이라는 복귀작을 소개하기 위한 자료 설명이었다. 옵덕션은 미스트가 엔드 오브 에이지로 완결된 지 9년만에 등장한 사이언 월드의 신작이다. 실제로 이 게임 개발 소식이 알려진 것도 킥스타터 프로젝트에 올려놓은 2013년 10월이니 꽤 된 셈이다.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이름도 목소리도 없는 주인공은 오밤중에 늴리리야 산림 공원 산책을 하다가 이상한 과실을 발견하고 낯선 곳으로 날아가버린다. 아무도 없는 기묘한 행성에 떨어져 헤매던 주인공은 우연히 셸터화된 집에 머물고 있는 C.W.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이 동네가 헌래스라는걸 가르쳐 준 그는 헌래스를 빠져나가기 위해 주인공에게 부탁을 하게 되고 주인공은 그 부탁을 들어주면서 헌래스와 다양한 세계들의 비밀을 파헤쳐가는데….
누가 알았을까 추억팔이를 하고 있던 사이언 월드가 정말로 돌아올 줄은... |
트와일라잇 존이나 Strange Things를 연상케 하는 도입부는 정말 추억이 팍팍 돋는다. |
도입부부터 밝혀지지만, 옵덕션은 외계인의 인간 납치를 소재로 삼고 있는 SF다. 게임 도입부 대사를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주인공도 그렇게 납치된 인간 중 하나이며, 등장하고 언급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심지어 납치된 시대도 다양하다) 헌래스 역시 비슷하게 '납치된' 사람들이 정착한 마을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 헌래스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는 3명의 외계인 종족이 있는데 이들 역시 비슷한 과정으로 게임 속 세계로 워프된 것으로 묘사된다. 어찌 보면(한국에선 '기묘한 이야기'로 소개된), Stranger Things나 트와일라잇 존을 연상케 하는 소재인데 그보다는 좀 더 스케일이 큰 편이다. 스케일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매스 이펙트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달까.
...라는 옵덕션의 서사를 게임을 하면서 쉽게 알아차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스트 제작진의 게임답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딱 한 명밖에 등장하지 않으며 이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사라진 사람들이 남긴 물품과 글을 통해 알아야만 한다. 다크 소울처럼, 옵덕션의 서사는 은밀하게 숨겨져 있다.
당연히 한국어화가 된 게임이 아니고 텍스트 분량도 제법 되는데다 글꼴 가독성도 좋다고 할 수 없어서 플레이하는 동안 해석하기 힘든 편이다. 하지만 텍스트 자체는 세 외계 종족과 재미있는 설정들을 잔뜩 품고 있으며, 개중엔 꽤나 어두운 뒷설정도 존재한다. 옵덕션은 미스트 제작진이 만든 게임답게 게임 내 서사들이 단순히 설정 놀이에 그치지 않고 옵덕션 속 세계가 어떻게 성립되고 작동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전들은 게임 내 문서들을 다 숙지하지 않아도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옵덕션의 서사는, 약간 구식 스타일의 SF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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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 제작진답게 모든 이야기는 자료로 암시되며 의미 있는 등장 인물도 딱 한 명 등장한다. |
게임 디자인 면에서 옵덕션은 미스트식으로 여전하다. 매우 단순화된 조작 체계와 1인칭 시점을 기반으로 꽤나 어려운 퍼즐들이 어떤 단서도 없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서사를 진행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딱 좋다. 1990년대 어드벤처 게임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게이머들이라면 처음 잡아보고는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던 곤 홈이나 디어 에스더, 에단 카터의 실종. 파이어 워치 같은 게임들을 언급할 수도 있겠다.
사실 정말로 가까운 건 미스트 영향을 잔뜩 받은 것도 모자라서 아예 본작 제작진을 데려왔던, 올해 초 발매된 미스트 추종자 더 위트니스겠지만 옵덕션은 그보다는 약간 헐렁한 듯하면서 밀교적인 분위기를 취하고 있다. 더 위트니스를 플레이한 게이머들이라면 알겠지만 퍼즐과 스테이지 디자인 자체가 확연하게 분리되어 있다. 더 위트니스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퍼즐과 퍼즐이 아닌 부분을 분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옵덕션은 그런 퍼즐들이 건물이나 배경, 소도구 디자인 속에 녹아 있어서 발견하기가 까다로운 편이다. 심지어 이 게임을 아무런 정보 없이 플레이하는 사람들이라면 처음 보이는 하얀 저택에 어떻게 들어가나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힌트를 주자면 그 저택은 나중에 가는 곳이다). 힌트를 주는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상호작용 포인트를 번쩍이게 하는 수준인지라 큰 도움은 안 된다. 그 점에 있어 이 게임은 참 옛날식으로 '불친절'하며 플레이어는 부지런히 문서를 주워 읽고, 그 문서에 있는 정보들과 앞에 보이는 퍼즐을 상상력을 동원해 퍼즐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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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2000년하고도 10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런 게임이 나올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게임의 디자인은 구식이다. |
그래서 제작진이 준비한 퍼즐이 만족스럽나, 하면 대체적으로 즐길 만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선 옵덕션엔 퍼즐이 여러 종류가 등장하긴 하지만, 제작진이 제일 공을 들인 듯한 퍼즐이 두 개 정도 있다.
먼저 '시드 스왑 머신'이라는 이름의 순간 이동 기계를 이용한 퍼즐을 들 수 있다. 이 기계는 특정 세계의 특정 장소로 순간 이동할 수 있는 도구인데 이 시드 스왑 머신이 단순히 주인공만 순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도 같이 순간 이동을 시킨다. 즉 A라는 장소에 계단과 B로 연결되는 시드 스왑 머신이 있으면 시드 스왑 머신으로 순간 이동하면 A에 있던 계단도 같이 이동해 B의 다른 곳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공간을 활용해 퍼즐을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반대로 방향이나 공간 감각이 없으면 꽤나 삽질을 해야 한다.
반면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등장하는 빌레인 컨트롤 패널 퍼즐은 질척한 느낌의 비주얼은 참신하지만 배배꼬인 퍼즐 구조에 비해 실제로 퍼즐을 푸는 방식은 선 긋기나 다름없을 정도로 단순한데다 자주 나와서 좀 질린다. 게다가 저 두 퍼즐 외에는 대체적으로 디자인이 단순한 감이 있어서(메시지를 외워서 입력한다거나 암호를 해독하는 식의 고전적인 퍼즐이 주류다) 좀 더 퍼즐이 다채로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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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창의적인 퍼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조작 체계 역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옵덕션은 리얼 미스트에서 확립된, 평범한 3D 게임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프리 로밍과 오리지널 미스트나 리븐처럼 지정된 경로로 클릭하면 이동할 수 있는 포인트 앤 클릭을 동시에 지원하는 게임이다. 프리 로밍 자체는 빠르진 않아도 무난한 편이지만, 아마 옵덕션을 하는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프리 로밍 상태여도 작위적인 동선에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간단한 단차 정도는 뛰어내리는 정도의 융통성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사실상 게이머를 위한 편의 제공이 평범한 어드벤처 게임 수준인 이 게임에서 특별한 점이 있다면, 바로 사진 찍기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그냥 경치 관람하라고 주는 기능인가 싶기도 하지만, 막상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이 사진 찍기 기능이 퍼즐 풀이 과정에서 메모 대용으로 쓰일 수도 있는 점에서 사소하지만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사진 찍기 모드에서 취소하는 조작키가 없다거나 갤러리 모드에서 앞뒤로 넘기기가 없다는 건 아쉽다.
조작이 느릿한 감이 있기에 성질 급한 사람은 짜증낼지도 모른다. |
사진 모드가 단순히 풍경 찍기 이상으로, 퍼즐 풀이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
대신 그래픽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아니 옵덕션의 큰 강점은 그래픽과 비주얼이다. 비록 당시 기준으로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던 리븐의 휘황찬란한 아우라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옵덕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구를 어떤 식으로 구현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게임이다. 이 강점은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공도 크다. 실제로 이 게임 제작엔 아이 로봇이나 제5원소 같은 영화부터 폴아웃 4나 레이지, 스트레인지홀드 같은 게임 콘셉트 디자인에 참여한 프랑스의 콘셉트 디자이너 스테판 마르티니에르(Stephan Martinière http://www.martiniere.com/)가 참여하고 있다.
마르티니에르 휘하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이끌어낸 옵덕션의 세계는 SF적 센스 오브 원더를 포함한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 서부 개척 시대의 개척자 마을과 현대 서부 시골 마을을 뒤섞은 헌래스, 미스트를 연상시키게 하는 스팀펑크 기계들, 은밀하고 밀교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유적들, 날렵하지만 어딘가 질척거리는 질감으로 디자인된 빌레인의 장치, 신비로운 나무, 점묘화처럼 묘사되는 순간 이동 묘사,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풍광들이 선명한 색감으로 뽑혀져 나와서 그래픽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VR 지원이 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VR로 플레이한다면 이런 장점은 더욱 극대화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모팡/아라이/빌레인으로 대표되는 외계인 디자인은 그리 인상적이진 않다. 사람들이 으레 상상할법한 구식 외계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좀 더 과감하게 나갔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i7 GTX 1060에도 버벅이거나 버그가 종종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최적화가 좀 더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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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아무 곳이나 찍어도 바탕화면급 풍경이 나올 정도로 프로덕션 디자인과 실 구현 부문의 완성도가 높다. |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옵덕션은 미스트 시리즈가 구축했던 판타지 장르에서 기를 쓰려고 탈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미스트의 인장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속 다른 네 세계를 연결하는 '나무'는 미스트 시리즈의 책과 정확히 대응하며, 그 네 세계를 여행하면서 세계 시스템을 바로 잡는다는 점, 풀 모션 비디오로 등장하는 캐릭터 그래픽은 분명 미스트를 떠올리기 충분하다. 한편 C.W.와 캐롤라인 팔리는 미스트 사가의 아트러스와 캐서린 부부를 연상케 하는데, 실제로 C.W.를 연기한 로빈 밀러는 미스트에서 사이러스를 맡기도 했다. 또한 로빈 밀러가 오래간만에 담당한 네오 클래시컬과 일렉트로닉을 절충한 사운드트랙 역시 미스트 시리즈 특유의 고독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정신적 후계자답게 여기저기서 미스트 팬을 위한 윙크를 찾아볼 수 있다. |
■ "늙은 개가 새로운 재주를 좀 배웠지."
옵덕션은 일부의 악평과 달리 망작은 아니다. 오히려 정말 오래간만에 돌아온 것 치고는 그들의 감이 죽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 게임이다. 명백히 단점도 눈에 보이지만 괜찮은 부분들도 눈에 보이는, 팬이라면 아쉽지만 받아들일 만한 퀄리티의 게임이라 할까. 파이어 워치 같이 모호하고 고독한 분위기의 2000년대 이후 1인칭 인디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들 역시 머리를 쥐어짜며 해볼 가치는 있다.
다만 옵덕션이 더 위트니스처럼 과거의 유산으로 새로운 걸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게임은 어느새 늙은 개가 된 제작진들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다시 시작해보려는 게임에 가깝다. 그리고 그들은 VR과 발전된 그래픽을 활용하며 새 시대에 적응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들이 "새로운 재주를 더 배울지", 그냥 남아 있는 팬덤에 안주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옵덕션은 제 3기 사이언 월드의 시작으로 기록될 가치는 충분하다.
P.S. 참고로 엔딩 크레딧 감사의 말에 천재 소년 두기와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나를 찾아줘로 유명한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가 올라와 있다.
이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되면 감탄하게 될지도 모른다.
편집 이상원 기자 petlabor@ruliweb.com |
오덕션인줄 알고 깜짝놀랬네
미스트... 피아노 퍼즐에서 막혀서 엔딩을 못봤어요... 그 후로 수 많은 어드벤쳐 게임을 했지만 다시 하면 아직도 그 피아노는 못 깰 것 같음...
오오
미스트... 피아노 퍼즐에서 막혀서 엔딩을 못봤어요... 그 후로 수 많은 어드벤쳐 게임을 했지만 다시 하면 아직도 그 피아노는 못 깰 것 같음...
퍼즐 어드벤처 게임은 몇 번이고 다시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죠... 전 시에라 물건을 더 좋아했지만
오덕션인줄 알고 깜짝놀랬네
미스트 발매당시에 이게 어드벤쳐로 구분이 됐었었나? 제가 기억하기로는 퍼즐이었던거 같은데 말이죠.
새턴용 미스트 한글판 아직도 가지고 있으나 여전히 진행이 안 됨... 그렇다고 공략 보자니 그럼 게임하는 의미가 없는 게임이라.
한글판이면 해볼만 하겠는데
미스트 리븐 시디5장짜리 아직 있는데 ㅋㅋㅋ
미스트 시리즈 재밌게 했던 분들에게는 오랜만에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선물과도 같은 게임입니다. 퍼즐을 위해 만들어진 것과 같은 세계와 나밖에 없는 스산한 분위기, 그리고 2010년 게임인데도 실사 인물이 연기하는 영상ㅋㅋㅋㅋ
전 미스트와 리븐의 뭔가 다른 세계 같으면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배경 디자인에 완전히 반했다가.. 실사 인물들 나오는것에 충격받고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