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쉔무 I&II (리마스터) | 출시일 | 2018년 8월 22일 |
개발사 | 세가 | 장르 | 액션 어드벤처 |
기종 | PC, PS4 | 등급 | 15세 이용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포호빙하(暴虎馮河): 범을 맨손으로 두드려 잡고, 큰 강을 배 없이 걸어서 건넌다. 용기는 있으나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행위를 이르는 말.
일대종사(一代宗師): 각 무술 문파에서 한 시대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위대한 스승을 일컫는 말.
-아는가? 왜 칼에 칼집이 있는지?
-칼의 참 뜻은 죽이는 게 아닌 살리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네 칼은 너무 예리하니 칼집 속에 잘 넣어둬라.
-제 칼집은 바로 사부님이시죠. 사부님이 계시면 함부로 못 덤빕니다.
-너를 담기 버겁구나.
-왕가위, <일대종사> (2013)
"사람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호랑이는 험한 산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크 타티라는 프랑스 영화감독이 있다. 1950년대에 데뷔해 어수룩하면서도 날카로운 코미디 영화로 인기와 호평을 받았던 그는, 정형화되어가는 자신의 코미디에 대한 질려서 나머지 모험을 시도하기로 한다. 그는 엄청난 돈을 들여 타티빌이라는 도시 세트를 하나 만들었다. 어느 정도 모형을 사용하긴 했지만, 상당한 수의 엑스트라와 건물, 도로, 가구, 수도 시설과 전기를 배치한 뒤 이 모든 요소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할리우드에서도 벤허 같은 대작에서만 쓰였던 70mm 필름을 공수하기까지 했다. 영화를 위해 작은 우주를 만든 셈이다. 1967년 공개된 플레이타임은 영화사상 무모한 걸작 코미디 영화로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타티는 플레이타임 때문에 파산했고 죽을 때까지 그 빚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편 영화는 난도질 당해 지금도 타티가 완성한 판본은 볼 수 없는 상태다. 만약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면 우리는 타티의 다른 거대한 영화를 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투자자의 요구를 무시한 예술적 모험은 파멸의 지름길이 되고 말았다. 플레이타임은 그 점에서 씁쓸한 사례이자 금자탑으로 남았다. 영상 매체는 모험하기엔 지나치게 자원이 많이 드는 매체다.
사실 이런 사례는 흔하디흔하다. 무성영화 시절 엄청난 길이의 대작들을 만들려고 애쓰다가 퇴출당한 아벨 강스와 D.W.그리피스, 윌리엄 프리드킨의 소서러, 온갖 감독들의 에고가 부푼 나머지 엉망진창이 된 1980년대 듄 영화화, 도니 다코의 유명세로 사우스랜드 테일즈라는 괴작을 만들고 침체에 빠진 리처드 켈리까지, 무수한 창작자들이 성공을 기반으로 엄청난 투자와 지원을 받아 무모한 창작적 모험을 했고 몇몇은 그대로 파탄을 맞이했다. 노선은 다르지만, 게임계에도 이런 절차를 거쳐 내리막길을 타버린 제작자가 있었다. 바로 세가 AM2에서 근무하던 스즈키 유다. 사실 데뷔 자체도 무모함의 극치기도 했다. 스즈키 유의 게임 디렉터 데뷔작인 행온은 세계 최초 체감형 레이싱 게임이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상부의 우려를 받았다. 하지만 기어이 발매된 행온은 대성공을 거뒀고 스즈키 유를 주목받는 개발자로 만들어줬다. 이후로도 스즈키 유와 AM2는 아케이드 게임계를 휘어잡는 게임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장 큰 대박은 1990년대 초중반에 나온 버추어 파이터일 것이다. 버추어 파이터는 스트리트 파이트가 주도권을 잡고 있던 격투 게임계에 무서운 신예로 주목받았으며, 3D 모델링이 게임계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신호탄을 알린 게임이었다. 심지어 툼 레이더조차도 버추어 파이터에 감명받은 제작진이 기획하면서 등장할 수 있었다. 스즈키 유는 이때까지 거둔 성공만으로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스즈키 유는 야망이 있었다.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가 한창 잘나가고 있었을 때, 스즈키 유는 세가의 명을 받고 구피라는 암호명의 새로운 RPG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의외겠지만, 뜬금없는 인선은 아니었다. 일단 스즈키 유 본인이 미스터리 하우스 같은 초기 어드벤처 게임과 울티마 시리즈 같은 RPG 게임 팬이었다. 비록 대전 격투 게임으로 성공했지만, 장르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지식이 있던 사람이었다. 물론 실제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든 적은 없었기 때문에 스즈키 유는 본 게임 제작에 들어가기 전 '노인과 복숭아나무'라는 프로토타입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면서 감각을 익히기 시작했다. 노인과 복숭아나무를 만들면서, 스즈키 유의 야심은 커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유키 아키라를 주인공인, 버추어 파이터의 RPG 스핀오프로 출발했던 이 게임은 곧 버클리라는 암호명을 거쳐 쉔무라는 오리지널 기획으로 변경된다. 1996년 개발을 시작했지만, 2편까지 개발이 다 된 상태에서 세가 새턴에서 드림캐스트로 기종이 변경되었고 1999년 1부를 떼어내 쉔무 1부 요코스카 편이 세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나왔다.
"항상 숲 속에 있었지. 한 마리 봉황 같았소."
잘 알다시피 쉔무 1과 2는 (그 유명한 F.R.E.E.라는 홍보문구는 저리 치워 두고) 현대식 오픈 월드 게임의 선조에 속하는 게임이다.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가 구별된 퀘스트 디자인, 퀘스트 이외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거대한 세계, 게임 속 미니 게임 디자인은 현재 대부분의 오픈 월드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소다. 쉔무를 만들면서 스즈키 유가 자크 타티와 관점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하나의 세계와 거기에 속한 구성원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모든 자원을 쏟아 부었다는 점이다. 주인공과 무관하게 움직이며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던 타티빌의 시민들이 그랬듯이 쉔무의 마을과 도시들에 사는 NPC들은 우두커니 서지 않고, 시간에 맞춰, 할 일을 하고 이동했으며 플레이어는 그 흐름에 맞춰 게임을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이런 큰 흐름을 한꺼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쉔무는 플레이타임이 가졌던 야심과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스즈키 유는 훗날 쉔무 개발 비화를 밝히면서 이렇게 총체적으로 움직이는 세계를 '느긋한 (Leisurely)', '좋은(Gentle)', '완전한(Fully)'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그리고 이 세계를 만들기 위해 '경계 없는 게임 개발론'이라는 개념으로 다양한 창작자들을 포섭하는 수를 뒀다. 방을 디자인할 때는 실내 장식가를 불러 자문했고, 영화감독과 작가, 각본가를 동원해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심지어 세계관과 드라마를 위한 소설 작업도 했다고 훗날 술회했을 정도다. 사운드트랙 작업 역시 오케스트라를 동원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쉔무가 추구했던 흐름과 디테일을 일부 맛볼 수 있는 영상. (출처: BlueMue)
물론 쉔무는 영화가 아닌, 게임이기에 영향받은 게임에 관해서도 얘기해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이름은 리처드 개리엇과 울티마 시리즈일 것이다. 실제로 스즈키 유는 울티마 시리즈를 즐겼다고 밝힌 적이 있다. 쉔무가 크게 빚지고 있는 울티마는 6과 7이다. 정교하고 복잡한 NPC 스케줄러와 자유도 높은 퀘스트 디자인을 도입한 울티마 6과 심화된 7은 발매 당시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고, 이후 RPG 게임이나 오픈 월드 어드벤처 게임은 무조건 이 개념이 도입되었다. 쉔무 역시 울티마 6과 7에 감명을 받은 추종자 중 하나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쉔무는 울티마 6과 7의 성취를 뛰어넘는 난관에 도전했다. 리처드 개리엇이 울티마 6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디자인은 모눈칸 위에 배치된 2D 도트 그래픽과 텍스트로 표시된 상태 표시창이었다. 반대로 스즈키 유에게 필요했던 것은 인물부터 소도구까지 다양한 3D 폴리곤과 무술 움직임을 포함한 모션 캡처 데이터, 개별 상황에 맞는 대사에 담긴 음성 파일, 서사 진행과 후술할 공간 설계 알고리즘을 담은 프로그래밍 코드였다. 어지간한 개발사들도 함부로 엮거나 통제할 엄두도 못냈던 요소들이다. 이외1990년대 초중반 서구 게임에서 등장했던 FMV 어드벤처 게임들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실사 영상 대신 풀 3D 그래픽으로 대체되긴 했지만 말이다.
당연하겠지만 타티가 그랬듯이, 속임수가 동원되긴 했다. 쉔무의 퀘스트 디자인은 분기를 통해 다양하게 뻗어 나가다 천차만별 결말도 서슴지 않았던 서구 RPG나 어드벤처랑 달리 일직선이다. 단지 플레이어는 메인 스토리를 제외한 여분의 시간을 통해 서브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다른 요소들과 상호작용할 자유 정도가 허용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때문에 대화 과정 역시 일방적이고, 서사와 관련 없는 NPC들은 범용적인 대사로 일관하고 있다. 제작진이 익숙하지 않은 타국을 무대로 한 2편의 상호작용 밀도는 그 점에서 1보다 못하다. 스즈키 유 역시 이런 꼼수에 대해 인정하며 사용한 몇몇 디자인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먼저 배경과 공간 요소에 규칙을 파악해 생성 과정에 '씨앗 이론'이라는 기술을 통해 처리했다. 인물 애니메이션 역시 정해진 몇 개의 뼈대와 움직임을 재활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오픈 월드 게임들도 비슷한 혹은 더 한 꼼수가 동원되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쉔무의 속임수는, 되려 미래를 예견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개별 NPC에게 일일이 대사와 컷을 부여하려고 했던 집요함이 더욱 두드러지는 속임수이기도 하다. 쉔무가 추구하는 집요함은 후술하겠지만 이후 오픈 월드 게임에서는 여러 이유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쉔무의 퀘스트 알림 시스템은 진행 내용과 힌트가 료가 가지고 있는 메모장에 순차적으로 기록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문제는 이 알림 시스템이 메인/서브 퀘스트 구별 없이 기록 되는데다, 레벨 디자인과 직관적으로 연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후자 같은 경우 1부 한정이긴 하지만 미니 맵 기능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가야 할지는 스테이지 내 안내 지도를 참조해야 했다. 안내도 역시 마을에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길 찾기가 불편하다. 그나마 일부 퀘스트 같은 경우, 약도가 주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극히 일부라 별 도움은 안 된다. 빠른 이동 시스템도 도부이타까지만 제공되고, 일정을 마치고 집에서 저장하려면 일일이 다시 거슬러 올라가야 해야 했다. 이런 효율적이지 못한 동선/이동 디자인은 후술할 시간 개념과 맞물려서 게임의 큰 결점 중 하나로 발전하게 되었다. 다행히 대도시 홍콩이 배경인 2를 제작하면서 1의 결점을 알아차렸는지 퀘스트나 동선 부분들이 많이 개선되었다. 일단 약소하지만 지도 구매를 활용한 미니 맵 기능이 생겼다. 길 안내 같은 경우 체이스 시스템라는, 목적지가 설정된 상태에서 행인에게 물어보면 행인의 안내를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만 행인의 걸음 걸이가 빠른 편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답답한 감이 있다. 한편 웨이포인트 같은 경우, 숙소에서 시작하면 나갈 때 어제까지 했던 부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으로 변경되었다. 여기다 원시적인 맵 마킹 기능도 추가되었으며, 편의 기능 추가에 맞춰 조작 역시 일부 변경되었다. 그러나 그와 비례해 맵 구조가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에 체감상 복잡함은 전작보다 조금 줄어든 정도다.
쉔무의 퀘스트 콘텐츠는 퍼즐과 QTE, 대전 격투, 미니 게임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퍼즐 같은 경우, 1인칭 시점으로 확대 관찰하면서 상호작용 지점을 찾아 작동하거나 아이템을 얻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퍼즐 디자인 수준은 평균 정도다. 고전 어드벤처 특유의 픽셀 헌팅과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상호작용 지점에 1인칭 시점이 고정되는 디자인을 도입했기에 조작과 별개로 찾기는 편한 편이다. 애당초 오픈 월드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라, 퍼즐 비중이 큰 편도 아니다. 대신 특유의 '요소의 섬세함'에 대한 집착으로 생긴 장단점이 있다. 먼저 장점을 보자면, 의외로 몇몇 퍼즐에 대한 해법이 풍요로워지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1편에서 숨겨진 도장 지하실에 불을 켜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일반적인 어드벤처 게임이라면 전구를 갈아 끼거나 촛불을 켜는 방법, 전등을 드는 방법의 하나만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쉔무는 전구를 끼우거나, 촛불을 켜거나, 아니면 전등을 들고 퍼즐을 푸는 과정 모두 허락한다. 여전히 퀘스트 디자인은 일직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사소한 퍼즐을 푸는 과정은 의외로 다양한 편이다. 풀이 과정을 되도록 단일화하려는 이후 오픈 월드 게임들의 디자인들을 생각해보면 쉔무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반대로 섬세함의 집착 때문에 쓸모없는 상호작용 지점이 많아졌다는 단점도 있다. 그 때문에 몇몇 퍼즐은 힌트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모든 상호작용 지점을 뒤져야 할지도 모른다.
무협 장르에 속한 게임인지라, 쉔무엔 격투 액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GTA 시리즈처럼 길가는 사람 아무나 두들겨 팰 순 없고, 프리 배틀이라는 이름으로 중간 이벤트처럼 제공된다. 격투 시스템은 버추어 파이터에서 간소화되었다고 보면 좋다. 주인공 료는 아키라의 기술을 쓰고 있으며, 사라나 울프, 제프리, 라우 등 버추어 파이터 기술을 쓰는 적들도 등장한다. 대신 간단한 능력치 개념이 도입되었다. 1에서는 일정한 장소에서 수련해서 올려야 하며 2에서는 수련이 삭제된 대신 전투 도중 자주 사용한 기술 능력치가 올라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외 2에서는 적의 체력 게이지가 추가되어 편해졌다. 격투 액션 자체는 어렵진 않다. 일단 적들이 보스를 제외하면 맷집이 약한 편인 데다 공격에 복잡한 콤보 개념도 없기 때문에 회피와 반격만 잘 익혀두면 클리어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2는 적들의 템포도 빨라지고 QTE 시스템과 겹쳐져 난도가 올라가는 편이긴 하다. 다만 메모리에 기술 커맨드가 떴던 드림캐스트판과 달리 리마스터엔 어디에도 커맨드가 뜨지 않아서 기술 익히는 이벤트가 다소 불편해졌다. 버튼 눌러서 진행하는 QTE에 대해서는 크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QTE 디자인 자체가 큰 틀 자체는 드래곤즈 레어에서 만들어진 이후로 별로 변한 게 없고, 쉔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 버튼만 입력했던 1과 달리 2부터는 십자 패드와 버튼을 조합한 QTE가 등장하는 데다 QTE 구간과 판정의 난도가 어려워진 편이긴 하다. 이외 QTE 장면과 이벤트 영상, 실 게임 간의 차이를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후술할 닐 드럭먼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찬사 역시 이 부분에 기인한다.
미니 게임들을 살펴보자. 1편의 미니게임들은 스즈키 유 개인의 경력과 취미하고 관계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미니 게임이라면 레이싱일 것이다. 스즈키 유의 취미가 스포츠카 및 바이크 수집/운전이었으며, 데뷔 자체가 상술했던 아케이드 바이크 게임 행온이었던걸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물론 GTA처럼 맵을 타고 차나 바이크를 몰고 돌아다닐 수 없고, 미니 게임 형식으로 제공되는 게 전부다. 아쉬운 점은, 조작 문제 때문에 운전 디자인 자체가 다듬어지지 않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클라이맥스 중 하나인 제한 시간 내에 바이크 운전하기에서는 좌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게다가 배경이 외국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운전 미니 게임이 2편에서 삭제되어 발전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료가 좀 거친 이미지의 청소년이긴 해도, 홍콩이나 중국에서까지 바이크나 지게차를 모는 건 어색하긴 했다. 대신 조이가 이벤트 영상에서 주야장천 바이크를 타고 돌아다니는데, 아쉬움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이외 오락실에 스즈키 유가 만든 게임들이 전시되어 있다던가 뽑기 기계에 버추어 파이터 및 옛날 세가 게임 인형들이 있는 걸 보면, 스즈키 유와 세가가 이 게임을 만들면서 작심하고 팬서비스를 몰아넣었다는 게 보인다. 반대로 2편은 그런 사적인 요소가 많이 줄어든 편이다. 여전히 뽑기 기계가 등장하긴 하지만, 아케이드 게임 비중이 확 줄어들긴. 도박을 주요 미니 게임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는데, 게임 디자인과 연계를 따지자면 2가 훨씬 유기적이다. 전작보다 돈의 중요성이 늘었다는 점하고도 잘 맞물리기 때문이다. (대신 아르바이트로 돈 벌기가 어려워졌다)
쉔무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바로 집착에 가까운 섬세함으로 만들어진 무대일 것이다. 특히 오픈 월드 게임 중에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아서 각별하다. 쉔무 이후엔 2010년대에 슬리핑 독스가 나온 게 전부일 정도니 말이다. 스즈키 유는 쉔무를 만들면서 문명 간의 만남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1부 배경인 요코스카 지역 특유의 미군 문화와 일본 문화의 혼종적인 개성이라던가 2부 중국 반환 이전의 영국 치하 홍콩 묘사가 그렇다. 그 점에서 쉔무는 동아시아에 실존하는 다문화적 우주를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런 아시아 내 다문화주의를 다루는 오픈 월드 게임이 없다는 점에서, 이 성취는 값지다. 물론 섬세함으로 따지자면 스즈키 유 개인적 경험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1이 압승이다. 스즈키 유는 1의 요코스카를 지방 도시에서 성장했던 유년기와 게임업계에 막 들어섰던 사회 초년생 시절을 뒤섞으면서 향수 어린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상당히 효과적이다. 당연하겠지만 2는 그런 회고적 감수성이 휘발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고증에 따라 관찰자의 시점에서 꼼꼼하게 재현한 쪽에 가깝다. 이런 섬세함에 대한 헌신이 당시로써는 최첨단 그래픽과 만났으니 어떤 충격을 줬을지는 예측 가능할 것이다.
이야기 면에서는 쉔무는 197-80년대 대만/홍콩 무협 영화와 그 영화들을 추종했던 마츠다 류지, 후지와라 요시히데의 만화 권아의 영향력이 강하다. 권아가 그랬듯이 쉔무는 산문적인 1980년대 일본과 중국 속에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무협 세계를 도입하고 있는 게임이다. 무림 고수들은 현실 속에서 위장해 있으며, 권법 묘사는 고증보다는 쾌감을 중시한다. 한국 영화 중 꼽으라면 류승완의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 쉔무의 세계하고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다 홍콩으로 넘어가는 2부에서는 흑사회로 대표되는 중국 범죄물을 일부 차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원래 중화권 영화에서 두 장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으니 유별난 건 아니다. 원래 유키 아키라를 주인공으로 했다는 뒷얘기처럼, 버추어 파이터 영향 역시 찾아볼 수 있는 편이다. 료는 확실히 아키라의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하며 몇몇 적은 대전 격투 게임에 어울릴 법한 과격한 개성의 디자인으로 무장하고 있다.
무협 장르로써 쉔무의 재미있는 부분은 인물의 가치관 묘사에서 나온다. 남성 캐릭터를 비롯한 전체적인 분위기가 남성적인 무술 영화를 만들었던 장철, 이소룡이나 성룡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호쾌함과 재미를 추구한다면, 여성 캐릭터인 홍슈잉이나 여주인공 링쉔화는 호금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우아한 액션과 도덕적 깨우침, 자연이 만들어내는 서정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슈잉은 스토리의 대전제인 복수에 반대하는 인물이며 선보이는 액션 역시 유연하기 그지없다. 초능력을 지닌데다, 자연 친화적인 발언을 하는 쉔화는 한 발 더 나아가 도교적인 가치관에 속해 있는 인물이다. 쉔무는 이 두 가치관의 만남과 갈등을 통해 성장물 특유의 캐릭터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스즈키 유가 실제 중국 무술인과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이런 묘사들은 중국 무술과 무협 장르에 대한 애정의 발로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중심 여주인공인 쉔화 같은 경우엔, 설정 자체가 상당히 다루기 힘든 캐릭터라서 후속작에서 어떻게 다뤄지냐에 따라 시리즈의 평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우린 늙었어. 평생 명성을 쌓은 것도 대단하니 후배들과 주먹을 겨루는 건 관두게. 억지로 익히면 맛을 버리거든."
야심은 거대했고, 결과물도 나왔다. 그러나 스즈키 유는 모든 것을 제대로 통제할 줄 알았던 타티랑 달리 몇 가지 실수를 했고, 이 실수는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낡아버렸다. 그것은 바로 아이러니하게도 시간 개념, 정확히는 퀘스트와 시간 개념 간의 연계다. 쉔무 1의 시간 개념은 현실적으로 빡빡해서 게임에 어울리지 않으며, 그 중간을 채울 만한 콘텐츠 분량이 스즈키 유의 계산과 엇나갔다. 예를 들어 퀘스트 도중 문신 가게에 가야 할 일이 생긴다. 이 정보를 알게 되는 저녁 무렵이다. 그러나 찾아가 본 문신 가게는 오후에 연다. 자연히 플레이어는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찾아가야 하는데 하루의 시작은 8시다. 일어나도 최소 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건 대련을 하거나 음료수나 장난감 뽑기 정도다. 한마디로 퀘스트에 여백 시간이 많은 데다 그걸 줄일 방법이 없고, 그 사이를 채워줄 콘텐츠가 빈약하다. 이를 염두에 뒀는지 쉔무 2에서 이벤트 발생 시간까지 기다리기 기능과 도박 기능을 추가하면서 해결하긴 했지만, 스케줄을 세세히 조절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단점이 있다. 7년 전에 나온 다이나믹스제 어드벤처 게임들조차 세세한 조절이 가능했던 걸 생각해보면, 스즈키 유는 좀 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고안했어야 했다.
조작의 한계도 낡아버린 부분 중 하나다. 사실 1부와 같은 해에 나와 유체 이탈 카메라로 악명높았던 가브리엘 나이트 3보다는 나은 편이긴 하다. 시대에 따라가지 못한 채 늙고 지쳐버린 시에라 엔터테인먼트와 달리 AM2는 3D 그래픽에 선구자이자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쉔무는 스틱이 하나밖에 없던 드림캐스트 컨트롤러에 맞춰 제작된 게임이다. 자연히 스틱 두 개보다 카메라나 조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여파로 카메라 회전이나 방향 조종이 상당히 딱딱하고 잘 안 돌아가는 편이다. 때문에 쉔무는 기껏 운전을 추가했음에도, 운전이 제일 짜증 나고 힘든 콘텐츠가 돼 버렸다. 전반적으로 코너링이 힘들어 방향 전환을 하고 있으면 충돌하고 뒤처지는 현상이 잦다. 지게차 운전도 그렇지만, 내용상 반드시 해야 하는 제한시간 내 바이크 운전하기는 상당히 빡빡해서 힘든 편이다. 운전 이외에도 퍼즐 풀기를 위해 상호작용 지점을 확대해 이리저리 살펴보는 것도 불편한 편이다. 때문에 쉔무를 플레이하다 보면 스틱보다는 십자 패드를 자주 쓰게 될 것이다. QTE를 정확하게 입력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서 그렇다.
사업적 전략이나 구성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우선 스즈키 유는 요코스카 부분만 따로 떼 풀 프라이스급 게임으로 발매한다는 선택을 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보면 치명적인 실패였다. 줄거리를 보면 주인공이 어떻게 란디를 찾아내 복수할 것인가? 라는 기대감을 안고 전개를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도입부를 확장한 1편의 템포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였고, 플레이어들은 지루함을 느꼈다. 그럴 만한 게 1부의 내용은 큰 틀에서 보면 란디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과 고향과 친구들과 이별을 다루는 도입부다. 정상적인 게임 시나리오 구성이라면 아무리 길어도 10시간 이내에 다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발매된 1부는 늘어난 분량을 잘 활용하지도, 설득하지도 못했다. 요코스카의 정겨운 묘사는 좋았지만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건 화끈한 액션과 갈등 전개였다. 2부에서는 그런 전개가 일부 이뤄지긴 했지만, 잃어버린 흥미를 되찾기엔 너무 늦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명색이 여주인공인 쉔화는 2부 끝에서야 적은 분량으로 열심히 자기를 어필해야 했고, 최종 악역 란디 역시 1부 도입부 이후 별다른 활약이나 출연을 안 하는 해괴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란디는 그나마 얼굴이라도 비췄지만 치우문 사천왕 조준은 기껏 설정과 비주얼을 만들어 놓고는 출연은 커녕 만화에서나 간신히 얼굴을 보였을 정도다.
말이 많았던 천문학적 제작비는 일종의 시리즈 전체 투자 비용이라고 보는 게 좋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이지만, 쉔무는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차용해 대작 시리즈의 효율적인 제작을 노리고자 했다. 그러나 쉔무의 서사는 필연적으로 장소를 이동해야 하기에 배경 재활용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막상 캐릭터 재활용도 별로 하지 않았다. 잘 실감이 가지 않는다면 1부의 등장인물과 2부의 등장인물이 서로 같이 나오는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1부 꿈에서 등장하는 쉔화, 료와 란디만 제외하고는 공유하는 인물이 없다. 용과 같이 시리즈가 카무로쵸와 키류 카즈마, 사와무라 하루카를 비롯한 여러 인물의 디자인과 모델링을 활용해 외전까지 잘 우려먹었던 걸 생각해보면 쉔무는 그럴 구석을 차단해버렸다. 장소와 인물을 교체하면서 진행할 것이었으면 다른 전략이 필요했는데 완전히 내버려 두고 말았다. 이 판단 실수는 1, 2의 자원을 3에서 활용할 기회를 날려버리게 되었고 큰 실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후폭풍도 거셌다. 무명 배우였던 쉔화 성우는 얼마 안 가 은퇴했고 개발 중인 3에서는 다른 성우 (테루이 하루카)가 캐스팅된 상태다. 후속작 개발을 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던 스즈키 유의 사업적 판단 실패가 쓰라린 후폭풍을 만든 셈이다.
드림캐스트는 잘 만들긴 했으나 아깝게 퇴장하고 말았다. 오른쪽은 다른 기대작'이었던' D의 식탁 2
심지어 직후 나온 GTA 3는 오픈월드 게임의 개척자라는 타이틀마저 가져가 버렸다.
외적인 상황도 안 좋았다. 먼저 드림캐스트가 콘솔 전쟁에서 처참히 패배했다. 2가 나왔을 땐, 드림캐스트가 이미 사업 철수한 상태였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선구자 위치도 빼앗겼다. 2부가 나올 무렵 GTA 3가 훨씬 깔끔하게 오픈 월드를 완성해버렸기 때문이다. GTA 3은 마치 쉔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반대 노선을 탔다. GTA 3은 쉔무가 온 힘을 다해 재현했던 군중들의 주체성을 도로 삭제해버렸다. 군중들은 독자적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플레이어와 범용 대사로도 상호작용하지도 않았다. GTA 3의 군중들은 훨씬 단순화된 상호작용 체계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락스타 게임은 비용 절감을 누릴수 있었고, 좀 더 합당한 예산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이후 락스타 게임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건 다른 얘기다.) 무엇보다 락스타 게임이 AM2보다 나았던 지점도 있었다. 바로 퀘스트와 콘텐츠 디자인이었다. GTA 3은 서구식 오픈 월드 RPG의 실험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영미 개발자들의 산물이었다. 그들은 스토리 이외의 요소들 외에도 다양한 스토리와 미니 게임 장르를 포괄한 서브 퀘스트들을 추가했고,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여기에 만족했다. AM2가 끙끙 앓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버린 것이다. 지금도 오픈 월드 게임의 정석은 GTA 3이지 쉔무가 아니다. GTA 노선과 정반대 방향을 취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조차도 쉔무하고 관계가 없다. 다만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큰 선례를 남겨 2000년대 후반 오픈월드 RPG/어드벤처 게임 장르에서 다시 연구되기 시작했다.
아직 버추어 파이터가 든든하게 버티던 시절이라 쉔무의 실패가 스즈키 유의 직접적인 하락세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악재로 작용했다. 심지어 당시 세가 회장인 오오카와 이사오조차도 AM2의 사업적 감각의 무능을 질타했을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2부 발매 전 드림캐스트가 판매 종료한 데다 오오카와 회장이 타계하면서 예술적 실험을 두둔해줄 보호막도 사라져버렸고 AM2는 주주로 대표되는 엄혹한 자본의 생리 앞에 놓이게 된다. 그나마 이어가던 버추어 파이터 역시 시대에 뒤처지는걸 끝내 따라잡지 못하고 5로 사망 선고를 받게 된다. AM2는 본사에 흡수되었고 스즈키 유 역시 별다른 신작 없이 새로이 바뀐 경영진들과 충돌을 일으키다가 결국 독립해버렸다. 시리즈에 대한 책임감은 있었는지 쉔무 온라인이 기획되고 쉔무 거리 같은 모바일 게임이 나오긴 했지만 뚜렷한 결과물로 나오지 못했다. 아키라의 대사를 빌리자면 쉔무 시리즈는 10년은 일렀고, 10년 이상이나 늦어졌다. 그렇게 쉔무는 3편 제작이 발표되기까지 무수한 저주받은 대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채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전 영웅이 되려는 게 아니라 흐름을 만들려는 겁니다. 지금 이 아궁이에 새로운 장작이 필요하듯 말입니다."
쉔무 1과 2를 그냥 실패한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이 남긴 족적은 실패라고 하기엔 깊고도 복잡하다. 우선 세가가 만든 직계 후손으로 용과 같이가 있다. 용과 같이는 쉔무의 실패를 철저히 복습하고 개선했다. 세밀하지만 방만했던 디자인들은 압축적으로 변했고, 제작 환경과 사업 전개는 철저히 예산에 맞게 진행했다. 무리하게 배경을 넓히지 않은 데다 모델링과 애니메이션, 배경 오브젝트는 개선하고 재활용하면서, 쉔무가 보여줬던 선 굵은 매력과 풍부한 상호작용을 살리려고 애썼다. 떡밥도 무모하게 뿌리지 않고, 서서히 확장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개별 게임들의 완결성을 추구했다. (서사의 호오는 제외한다) 캐스팅 역시 모션 캡처로 스타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상업성을 높였다. 그 결과 용과 같이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지금까지 장수하고 있다. 영향을 받은 다른 일본 게임으로는 페르소나 시리즈가 있을 것이다. 3부터 페르소나 시리즈는 일본 10대들의 일상과 생활을 주 소재로 삼고 정해진 시간 개념에 따라 퀘스트를 진행하도록 디자인했는데, 이 부분에서 쉔무의 영향을 찾을 수 있다. 예산상 스케줄러 시스템과 스테이지 디자인이 도로 단순해지긴 했지만, 페르소나가 집착하는 일본 일상에 대한 풍부한 묘사라던가 일정의 자유도 부여는 쉔무 1부의 영향력이 크다. 특히 시골을 배경으로 한 페르소나 4는 노골적이다.
한편 이벤트 도중 QTE 시스템은 시네마틱 어드벤처 게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 게임이 줄곧 과소평가 받았다고 주장한 사람 중엔 너티독의 닐 드럭만이 있었다. 그 말을 증명하듯이 너티 독은 언차티드와 라스트 오브 어스를 만들면서 쉔무를 인용했다. 오픈 월드 요소는 삭제하되, 권법 대신 총격전을 배치하고 영화적 연출과 QTE를 깔끔하게 다듬어 발전시켰다. 산타모니카 스튜디오 (갓 오브 워)와 캡콤 (바이오하자드 4 이후), 에이도스 (툼 레이더), 퀀틱 드림 역시 쉔무의 성취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특히 헤비 레인 이후 퀀틱 드림 게임들은 쉔무식 QTE 이벤트 연출에 가장 가까운 후계자일 것이다. 쉔무의 중국 무술과 흑사회에 흥미를 보였던 서양 개발자들은 자기 식으로 해석한 슬리핑 독스와 제이드 엠파이어를 만들었다. 이중 홍콩을 배경으로 하는 슬리핑 독스는 무협 요소를 제거하고 GTA 시리즈의 틀로 업데이트한 쉔무 오마주라고 봐도 무방하다. 쉔무는 오픈 월드 어드벤처 게임의 교과서가 되지 못했지만, 선례를 만들었고 시네마틱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 큰 틀을 마련했다. 게임계 밖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무모한 시도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이 작품을 위대하게 만드는가? 당시의 평가? 판매량? 전부 아니다. 작품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것도 아니고 시간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냐, 다. 게임은 대단한 매체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게임은 영화가 그랬듯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매체다. 시간은 공평하게 모든 것을 낡게 하고 끝내 사라지게 한다. 그럼에도 살아남아 끊임없이 호명된다면 시간이 지나서도 호명될 미덕과 성취가 기록되었다는 뜻이다. 고전은 그렇게 탄생한다. 쉔무 1과 2가 만약 고전이라 불릴 수 있다면 불완전한 상태임에도 시간을 견디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쉔무가 가지고 있던 미덕과 성취는 도전 정신과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한 독특한 관점이었고, 업계인들은 그 점을 알아차렸다. 스즈키 유와 AM2의 시도는 그 점에서 무모했지만 해볼 만한 시도였다. 사업적으로 영리하지 못해 회사를 말아먹은 건 유감이지만.
"세상사 가운덴 안 보면 사라지는 것도 있다. 봐둬도 나쁘지 않아."
본 리뷰의 대상이 된 쉔무 1&2는 영국의 D3T 스튜디오에서 이식한 리마스터판이다. 사실 쉔무 시리즈는 드림캐스트에 특화된 게임이었다. 2가 엑스박스로 이식된 걸 제외하면 오랫동안 한 번도 다른 기기로 이식된 적이 없었을 정도다. 그 때문에 1은 드림캐스트판, 2는 엑스박스판이라는 다소 기묘한 판본으로 이식되었다. 2가 엑스박스판으로 이식된 까닭은, 아마도 아키텍처 호환성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이식에 따른 변경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먼저 해상도는 1080p/30fps를 기본으로 지원하며 UI 디자인이 개편되었다. 쉔무 시리즈가 나왔을 무렵엔 HD는 표준만 정해진 상태라 드림캐스트는 1.33:1 화면비에 640×480픽셀 출력이 최대였다. HD 시대로 넘어온 시점에서 해상도와 UI 같은 건 새로 일신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래픽 자체는 기본 모델링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당연하겠지만 선예도는 발전했다. 다만 리마스터 게임들이 그렇듯이 필터 보정이 들어갔는데 대비가 강해져서 침침한 인상이 강하다. 특히 엑스박스 판을 이식한 2는 색감이 드림캐스트판에 비해 죽은 느낌이 강하다. 다음으로 로딩이 사라졌다. 드림캐스트 시절엔 로딩이 잦고 긴 게임으로 말이 많았지만, 이번 리마스터판은 발전된 기술에 힘입어 로딩 없는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여기다 1편 한정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세이브가 가능해졌다. 사실 이건 2편에서 세이브가 가능해진 걸 그대로 가져온 것에 가깝다. 참고로 자동 저장은 없기 때문에 틈틈이 저장해야 한다. 이외 도전과제 추가라던가 1,2편 세이브 파일 연동, 마우스와 키보드 기능 지원이 추가되었다. 아쉽게도 조작감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1편에 있었던 부록들은 삭제되었다.
리마스터판의 문제는 이벤트 영상의 레터박스/필러박스, 음질, 산적한 버그가 있다. 먼저 레터박스/필러박스 문제를 보자. 1편에 쓰인 1.33:1 화면비를 위한 필러박스는 호불호의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2에서 1.85:1 화면비 흉내를 위해 도입한 레터박스다. 영상 화면비는 여전히 필러박스가 있는 1.33:1에 맞춰져 있는데, 레터박스까지 나오게 된다. 이벤트 영상이 나오면 비아나몰픽 DVD를 HD 화면에 틀어놓은 것처럼 검은 바탕 한가운데에 재생돼버린다. 좀 무성의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다음 게임 특성상 음성 압축이 심하게 이뤄진 편인데, 이걸 별다른 변경 없이 그대로 가져왔다. 리마스터판이 2001년 판 화이트데이보다 음질이 안 좋다고 한다면 믿겠는가? 실제로 그렇다. 원본 녹음테이프를 공수하지 못했다던가 바꾸기 귀찮았는지 모르겠지만 음질 열화는 예민하지 않은 귀에도 신경 쓰일 정도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는 버그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하다. 게임 디자인 특성상 버그가 많이 나기 쉽긴 하지만, 쉔무의 버그는 영상에 캐릭터가 안 보인다던가 이상한 소음이 들리는 건 애교다. PS4 한정으로 QTE 버튼 커맨드가 엉키는 버그처럼 게임의 진행에 치명적인 버그도 보여서 패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외 한국어 번역 같은 경우, 그래픽도 새로 작업하는 등 열심히 하긴 했지만 지명/인명 번역에서는 혼잡한 편이다. 설정상 중국어 지명/인명의 비중이 높은 게임인데 영어 의역과 한자 병음, 한국식 한자 독음이 난무해서 혼잡하기 이를 때 없고 기술명은 지나친 의역으로 기존 팬들이라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영문 베이스 번역이긴 하지만 적어도 용어 부분은 세심한 검수와 통일이 필요했다.
쉔무 1&2는 그동안 비디오 게임계가 쌓아온 편의성에 맞춰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거의 20년 전 스즈키 유와 무수한 프로그래머들이 무모한 모험 끝에 만들어낸 프로그램 코드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시리즈가 중단된 사이 우리는 쉔무의 완성판을 용과 같이 시리즈를 통해 보았다. 그렇다고 쉔무 1&2가 그저 추억을 팔아먹기 위해 내놓은 재발매인가? 반쯤은 맞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고전을 경외하되, 접근하려고 하지 않는다. 세가 역시 신규 유저층을 딱히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쉔무 시리즈는 실패했지만, 무의미하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오픈 월드 게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쉔무는 그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단서가 돼줄 것이다. 물론 불편하고 복잡하다. 하지만 그 불편하고 복잡함 속에 어떤 미덕이 남아있는지, 이후 등장한 오픈 월드 게임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떤 디자인이 버려졌고 발전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오픈 월드 게임이 멀고 먼 길을 걸어온 현시점에서 쉔무를 하는 것은, 그 치열했던 오픈 월드 게임 태동기에 어떤 실험이 이뤄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고찰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오랜 단절 끝에 나올 3은, 1과 2가 이뤘던 눈부신 성취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쉔무 1과 2는 그 점에서 끊임없이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언급하게 되는 기묘한 금자탑으로 남을 듯하다.
"완전한 건 불완전해 보인다." 부족한 감 있어야 발전하니 아주 옳은 말입니다.
-왕가위, <일대종사> (2013)
P.S. 1부에서 한국 태권도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오랫만에 읽어볼만한 글을 읽어본 것 같습니다.
하이 리스트, 하이 리턴. 이 말 만큼 잘 어울리는 개발자가 스즈키 유 이외에 또 있을까요. 쉔무, 참 안타까운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시기를 너무 이르게 탔습니다. 쉔무를 보면 최종적으로 GTA 5 같은 스타일을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만, 그 당시는 이러한 오픈 월드 + 스토리 에 대한 개념도 전무했었고, 그것을 받쳐줄 만한 개발팀도 부족했었고 (락스타가 얼마나 많은 자본을 들여 개발하는지 보면 비교됨) 하드웨어도 너무 뒤쳐졌었죠. PS 3 정도 하드 파워를 가지고 개발했으면 어떠했을까, 또 GTA 3 / 4 까지 나온 것을 보고 참고해보았으면 어떠했을까. 등등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여러모로 안타까운 작품입니다.
쉔무가 리마스터 되어서 다시 재조명 받고 이렇게 루리웹에서 공식 리뷰까지 써지는거 보니 기뻐요 리뷰 잘 읽었어요
드캐사고 쉔무 처음할때 '아버지가 당했네.. 복수 복수!!하다가 동네서 음료수 사마시고 게임센터 좀 놀다가 이래저러 잠깐 스토리 진행하다 끝 ㄷㄷㄷ 그냥 동네서 끝났네 ㄷㄷㄷ 이걸 88000원이나 주고 샀단 말인가 했는데... 그냥 용과같이 모델링과 게임틀 가져다 쉔무3,4 만들었으면 돈도 덜 들고 보기도 좋았을텐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리뷰에 감동을 받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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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읽어볼만한 글을 읽어본 것 같습니다.
예전엔 공략집보고 했는데 한글로 다시 즐기니 다른게임이더라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리뷰에 감동을 받고 말았네요.
드캐사고 쉔무 처음할때 '아버지가 당했네.. 복수 복수!!하다가 동네서 음료수 사마시고 게임센터 좀 놀다가 이래저러 잠깐 스토리 진행하다 끝 ㄷㄷㄷ 그냥 동네서 끝났네 ㄷㄷㄷ 이걸 88000원이나 주고 샀단 말인가 했는데... 그냥 용과같이 모델링과 게임틀 가져다 쉔무3,4 만들었으면 돈도 덜 들고 보기도 좋았을텐데........
완전 눈탱이 제대로 당하셨네요;;
하이 리스트, 하이 리턴. 이 말 만큼 잘 어울리는 개발자가 스즈키 유 이외에 또 있을까요. 쉔무, 참 안타까운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시기를 너무 이르게 탔습니다. 쉔무를 보면 최종적으로 GTA 5 같은 스타일을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만, 그 당시는 이러한 오픈 월드 + 스토리 에 대한 개념도 전무했었고, 그것을 받쳐줄 만한 개발팀도 부족했었고 (락스타가 얼마나 많은 자본을 들여 개발하는지 보면 비교됨) 하드웨어도 너무 뒤쳐졌었죠. PS 3 정도 하드 파워를 가지고 개발했으면 어떠했을까, 또 GTA 3 / 4 까지 나온 것을 보고 참고해보았으면 어떠했을까. 등등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여러모로 안타까운 작품입니다.
쉔무가 리마스터 되어서 다시 재조명 받고 이렇게 루리웹에서 공식 리뷰까지 써지는거 보니 기뻐요 리뷰 잘 읽었어요
언제나 리뷰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은 특히나 애증이 서린 리뷰 같네요ㅎ 스즈키 유씨가 최근 쉔무3 등으로 인해 비난도 많이 받고 놀림감이 되고는 있지만 과거 과감한 시도를 통해 업계에 '수도 없이' 충격을 주었던 공적은 충분히 인정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서 경영에 관해선 반쯤은 정신나갔지 싶었던 세가였기에 그런 것들이 가능했지 싶기도 하네요...
시도는 좋았다
어떻게이런리뷰가나오지ㅋㅋ 진짜덕력인정합니다
모두가 지적하는 쉔무1의 늘어짐이 저는 너무 좋았는데 요코즈카에서 놀기! 그것만으로도 리마스터에 감사합니다~
리뷰다운 리뷰 읽어보네요~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스팀으로 십수년만에 쉔무 1&2를 다시 하고 있었는데 본 겜 만큼이나 이 리뷰가 더 인상적이었네요. 쉔무 3가 어느정도 반응이 있다면 용과 같이 팀을 통해 1-2를 합쳐 '극'처럼 용 시리즈의 엔진과 리소스를 활용해서 리메이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쉔무라는 게임은 시스템적으로 불편하고 단점이 참 많지만 그 만큼 인상적인 부분이 많거든요. 오늘 구룡성을 오다니다가 이 게임을 용이나 슬리핑 독스 퀄리티로 즐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더라고요.
당시 즐겼을때는 불편하거나 로딩이 지겹다는 생각은 없고 재미있기만 했는데 지금다시하니 참 여러가지 불편하더군요 게임과 플레이어가 같은데 경험에의해 재미가 달라진다는것이 참 신기합니다
일단 버그가 너무 많음. 고전 게임을 리마했기에 기대되는 편리성 같은 건(세이브와 짧은 로딩 빼면) 전혀 없다고 생각하면 됨. 그렇긴 커녕, 여기서도 짧게 보여주지만, 이벤트 씬 마다 삭제되거나 엉뚱한 걸 보여주는 버그가 시작부터 난무.. 괴악한 카메라 워크와 맞물려 일단은 플레이를 놓은 상태.. 이런 상태로 한국어화까지 감행한 세가가 세가 답다면 세가 답긴 한건데..; 이 리뷰를 보고 있자니 이대로 손 놓긴 아쉬워서, 어떻게든 붙잡고 엔딩까진 볼 생각이지만, '게임으서의 쾌적함'을 기대한다면, '그런건 없음'. 당시도 그런 평이었지만, 20년 지난 지금에 와선 더욱더 '철저하게 매니악한 무언가'가 되어버렸음..; '게임을 플레이하는것 자체'가 이미 높은 난이도이자 그 도전 자체가 게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하지않으면, 크게 실망할 듯;ㅎ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내공이 장난 아닌게 느껴지네요.
90년대 게임잡기에서 보던 리뷰 형식을 오랜만에 보는 듯 해서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게임잡지' 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댓글 적으면 이 놈에(?) 손가락은 왤케 오타가 나는지ㅠㅠ
추억 삼아 일단 샀습니다...언젠가는 뜯어봐야겠어요.
이렇게 중립적으로 리뷰쓰시는 분이 별로 없는데 간만에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참 좋은 글이네요
추억팔이 겜
모지리 미군양반
하도 쉔무에 대한 도시전설이 많아서 드캐를 빌려서 해봤지만 많이들 지적하는 그래픽이나 볼륨보다도 구린건 조작성....왼쪽스틱 이동+오른쪽스틱 카메라. 너무 익숙해서 당연한줄 알았던 이 방식이 안통하는 오픈월드를 만나니 매순간이 스트레스..... 단 1년 텀으로 등장해 모든부분을 압도적으로 능가해버린 GTA3를 보며 쉔무 개발자는 얼마나 열등감을 느꼈을지..
그러게 말입니다. 제 댓글에도 언급했지만, 오히려 GTA 3 발매를 본 뒤에 개발하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즈키 유의 쉔무 게임의 지향점은, GTA 5 같은 오픈 월드 + 스토리 였을 겁니다. 근데 그게 그 당시 하드웨어 파워로는 아무리 용을 써도 불가능 한 거였죠. 오픈월드 + 스토리 라는 개념도 부족했고 거기에 개발 인력, 자본도 GTA 3 의 락스타 보다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GTA 5 들어간 개발비를 보면 스즈키 유가 지금 시기에 개발해도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는 다소 어렵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본문 리뷰 글에도 있지만 GTA3은 쉔무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반대로 쉔무 같은 게임의 상업적 실패를 락스타가 보았기 때문에 최대한 제작비를 줄일 수 있게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하는 시도를 한거죠.
리뷰 끝내주시네. 어디서 이런 정보를 다 얻으셨을까 ㅇ_ㅇ) 띠용
이쪽분야 교수님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해박하고 깊이있는 리뷰네요.
루리웹에서 읽은 최고의 리뷰였습니다.
멋진 글입니다.
유익하네요 다양한 게임에 영향을 줬지만 오히려 본인은 부족함이 컷던 작품이라 아쉽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루리웹 리뷰는 정말 많은 공부가 됩니다 !
현대 게임들의 효시지만, 부족한 사업적 감각과 지나치게 늦게 나온 시기가 결국 발목잡았단거네요 그저 에고 쎈 개발자의 무리한 프로젝트인줄 알았던 쉔무가 이렇게 중요한 위치에 있는줄은 처음 알았네요
리뷰 잘 보았습니다. 전 모든걸 감수하고 거의 20 여년 만에 한글로 정말 재미있게 잘 했습니다. 완결되지 못한 아쉬움? 세가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3탄을 기다려 봅니다.
쉔무의 가치와 유산에 대한 훌륭한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루리웹은 PforP님의 리뷰를 묶어 책으로 내주기 바랍니다.
이게바로 리뷰의 클래스라는거지 지대로네요 리뷰~
용과같이 제작진하고 협력해서 새로운 엔진으로 쉔무 3를 만드는 걸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단 그러려면 세가 쪽에서 다시 스즈키유한테 연락을 넣거나 스즈키 유 본인이 응답을 해야겠죠
아무리 봐도 이 아저씨 그냥 독보적으로 게임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던데..
정말 시대를 잘못타고 만들어진 게임이랄까... 이 게임이 정말 딱 10년만 늦게 나왔다면.. 과연 어땠을지 궁금하군요.
90년대 게임잡지를 소설처럼 읽던 세대로서, 추억과 그 시대 노력에 대한 존경과 아쉬움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홍수영 누나 사랑합니다
정말 시간을 견디는 게임 손에 꼽을정도 밖에 되지 않네요.
잘 봤습니다. 서두의 그리피스와 자크 타티의 언급이 그 이상 적절할 수가 없군요. 1편을 99년 당시에 플레이하면서도 80년대에 대한 묘사에 게임 배경 이상의 묘한 향수가 녹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스즈키 유의 개인적 회고와도 관련이 있었다니 납득이 됩니다. 이 리뷰를 보니 다시금 왜 쉔무가 아직까지도 인구에 회자되고 싫어하는 층과 좋아하는 층이 나뉘는지 절감하게 됩니다. 오픈월드의 시초격이지만 이후에 나온 게임과는 너무 이질적인 면이 많으니 그럴 수밖에요. 같은 세가에서 만든 용과 같이가 게임 뼈대부분에선 가장 가깝지만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부분이 야쿠자물과 무협물의 차이이다 보니 후계작이라 보기엔 얘매하고요. GTA3와 쉔무를 둘다 당대에 플레이해본 입장에서 회상하자면 시스템적이나 게임성으로나 보편적 정답에 해당하는건 분명 GTA3일겁니다. 쉔무는 플레이하던 당시에도 지게차 노가다로 대표되는 반복성이라던가 디테일 때문에 스킵이 안되는 부분들이 불편이 많았죠. 하지만 게임에서 정서적 충족감을 만족시켜준건 쉔무 쪽이었던거 같네요. 실없이 가챠나 돌리는 것도 재밌었고 해질녘 즈음에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기술 연마에 힘쓰는 것도 묘한 충족감을 줬었죠. 물론 이건 버추어 파이터와 권아에 대해 리스펙트를 갖고 있던 플레이어의 입장이기에 그렇겠죠. 과거를 다루던 게임이 어느덧 그 자신도 과거가 되어버리니 세월무상이라는 말만 떠오릅니다. 이 시리즈에 애증을 가진 분들이 많을텐데 3편이 괜찮게 나와주기만 바랄 뿐이네요.
그래도 쉔무를 통해서 세가는 용과같이라는 프렌챠이즈를 얻었으니 뭐 실패라고만은 할수없겠죠
역시 리메이크를 했어야...
QTE라는 말은 쉔무에서 부터 쓰이기 시작한 모양이지만 사실 기원은 드레곤즈 레어 같은 애니메이션 보면서 버튼 두들기는 FMV게임들이죠. FMV 제작 특성상 제약이 많았는데, 그걸 게임처럼 보이게 하려고 쓰던것이 이후 쉔무나 바이오하자드4 같은 게임들에서 컷씬의 지루함을 달랜다면서 도입되었고, 사실 쉔무는 게임 자체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별 주목도 못 받았고, 바이오하자드4에서 잠깐 QTE도 괜찮네~ 하는 평이 퍼져나갔습니다만... 이후 QTE는 꾸준히 많으면 거지같고, 적으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정도인 신세로 그냥 그런가보다. 종종은 유저들을 적당히 후달리게 만드는 장치 정도로 사용되는 중... 인데, 이게 전면으로 나오면 100이면 100 후지다는 소리 듣는 물건이 QTE입니다. QT로 시작해서 그런가 ㅄ같은 느낌이 이미지에 박혔다고 봐도 무하다고 생각됩니다만... 쉔무에 너무 큰 로망을 가지고 작성된 글이 아닌지 싶네요;; 게임 속에 세계를 구축하자는 시도는 쉔무 이전에도 존재했고, 3D가 대중화된 직후 모두가 꿈꾸던 것이 사실적인 의미의 '가상현실' 입니다. 소설 개미를 읽어보면, 서구권에서 문명을 해본 사람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지 짐작이 가능한데, 문명역시 작디작은 컴퓨터 안에 하나 세상이 존재하는 게임이죠. '시뮬레이션' 장르는 일본 보다는 서구권에서 보다 명확하고, 다양하게 나왔고, '시뮬레이션' 장르의 목적 자체가 가상세계의 구현이고, 3D가 대중화 된 이후의 방향성은 대부분이 쉔무가 지향했던 그 지점과 같았습니다. 2D시절에 이미 상당히 성취를 거둔 세계구현을 이젠 3D 그래픽으로 사실적으로 그리는 일을 기대하는 거죠. 둠이 등장하고나서 대부분의 유저들이 꿈꾸던 것도 그런 방향이고, 대거폴 같은 게임이 나온 배경도 그런 맥락일겁니다. 쉔무가 아얘 의의가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그다지 대단한 게임이라 생각되진 않습니다. 당대에 여러가지 상호작용을 현실기반으로 작동시키려는 시도가(그것도 사실적인 3D환경으로) 주목도는 있지만 그런 아이디어 자체가 독창적이고, 대단한것은 이미 아니던 시기에 나온게 쉔무거든요... 단지 3D로 그럴듯한 크기의 사실성있는 3D 공간으로 표현한것이 쉔무 신화의 전부나 다름없습니다.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이미 2D시절의 게임들도 다 하던것들이고, 3D로 넘어오고나서 가능한한 하려고 하던 것들 이니까요. 기술이 아이디어를 정확히 구현 가능할 때를 제대로 노린건 역시 락스타가 된것도 그런 연유... 쉔무에게 적당한 평가는 크리에이터의 무리한 욕심과 기술에 대한 선망이 가져온 망한 테크데모 게임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의미에서 게임이 구리다거나 잘 못 만들어서 망했다거나 잊혀져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FULL 3D 그래픽의 놀라움을 선사한 버추어 파이터역시 테크데모 처럼 등장해서 어느덧 당연한것이 되고나더니 다른 더 접근성 좋고, 더 보기에 화려해진 경쟁작들에 밀려버렸네요...
qte는 갓오브워에서 충실하게 역활을 했어요
권법소년(권아)를 너무 좋아해서 쉔무도 발매당시 드캐로 닥구해서 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그나저나 노조미의 행방은..ㅠㅠ
뭐든 제때 즐기는게 좋더라구요 게임도 그중 하나..
너무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근래 들어서 이렇게 정성 가득한 리뷰 보기가 참 드문거 같은대 항상 잘보고있습니다.
간만에 보는 정성과 정보가 들어간 좋은 리뷰네요.
쉔무가 리뷰가 되어 읽어봤네요.^ 마지막 "반대로 말하자면 오랜 단절 끝에 나올 3은, 1과 2가 이뤘던 눈부신 성취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쉔무 1과 2는 그 점에서 끊임없이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언급하게 되는 기묘한 금자탑으로 남을 듯하다. " 글에 저도 같은 생각이 드네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내 인생 게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쓴이 분은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영화 등 다른 예술분야에도 식견이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찬찬히 읽어 내려간것 같습니다. 저는 세가와 쉔무, 용과같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다되어가는 세가 골수팬입니다. 아버지께서 처음 사준 게임기는 삼성 겜보이, 두번째 콘솔은 삼성새턴이었으니 세가팬이 될수 밖에 없던건 두말 할 필요 없겠죠. 역시나 아직까지 비디오게임을 너무나 좋아하는지라 최근 신작도 많이 플레이해보지만 여태껏 플레이한 비디오게임 중 쉔무1은 제 인생 베스트 5안에 들어가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처음 접했을때 놀라운 그래픽과 인물 및 표정 묘사, 아름다운 ost, 그리고 몇몇의 인상깊었던 연출씬, 세가 캐릭터들의 가챠퐁 수집요소, 마지막으로 버철파이터의 격투요소까지 저에겐 개인적으로 처음 접했을때 엄청난 임팩트를 주었던 게임입니다. 평가에 있어선 20여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너무나 큰 희비가 엇갈리고 있으나,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본질과 가치, 영향력 그리고 애정어린 시선까지 담긴 글을 읽고 너무 반가워서 글 남겨봅니다.
진짜 간만에 평론 수준의 리뷰를 보네 정말 잘 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