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지난 5월 30일부터 6월2일까지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이하 NDC)을 개최했습니다.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는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다른 게임 개발자들과 나누자는 취지로 개최되는 행사입니다. 이번 NDC에는 송재경, 이나후네 케이지, 김동건 등의 유명 관계자들이 참가했고, 강연 내용은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 게임 아트 등의 게임 개발과 관련된 부분부터 웹 서비스, 오타쿠 문화까지 다양했습니다.
이하는 본 기자가 참가했던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내용은 게임 콘텐츠 기획, 마영전 \'이비\' 개발, 디렉터가 하는 일, 오타쿠에 대한 편견, 신세대를 위한 게임 개발, 인기있는 웹 서비스 만드는 방법 등입니다. 그럼 차례로 살펴보시죠.
1. 구세대 개발자가 신세대를 위한 게임을 만들려면?
2. 메이플스토리 빅뱅 업데이트, 이렇게 기획됐다
3. 온라인게임 디렉터는 무슨 일을 할까?
4. 이나후네 케이지가 말하는 지속적인 도전과 협업
5. 송재경의 MMORPG 개발-반성 그리고 도전
6. 장르-시스템 한계 극복은 \'롱런\'의 초석
7. 마영전 \'이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8. 편견에 가려진 오타쿠 문화의 장점들
9. 던파로 보는 인기있는 웹서비스 만들기
1. 구세대 개발자가 신세대를 위한 게임을 만들려면?
"구세대 개발자가 신세대를 위한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넥슨 코리아 김동건 본부장이 5월 30일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2011 기조연설에서 \'신세대를 위한 게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NDC는 넥슨 및 유명 게임 업체의 개발자들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실시되는 행사이다. 지난 2007년부터 실시됐다.)
김동건 본부장은 "70년대에 태어난 구세대 개발자가 90년대~2000년대에 태어난 신세대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잘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라는 말로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조카와 100시간 놀아주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현실에서는 조카와 1~2시간 놀아주는 것도 힘들다"며 "그런데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조카와 100시간 정도 놀아줘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 게임 개발자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들
김동건 본부장은 우선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이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게임 개발자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가 말한 함정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낡은 게임 문법 사용\' 등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란 기존에 없던 게임 메카니즘이나 장르를 만들려고 하는 집착을 말한다. 김동건 본부장은 "70년대에 태어난 개발자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게임, 새로운 장르, 새로운 메커니즘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열광하면서 자랐다"며 "그렇다보니, 자신도 게임을 개발하면서 뭔가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집착에 사로잡힌다"고 말했다.
이런 집착에 대해 그는 "구세대 개발자들에게 진부한 것이라도 게이머에게는 신선할 수 있다"며 "이미 존재한 것이라도 누군가는 처음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한다고 해서 재미없는 것도 아니다. 반복되어 사용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낡은 게임 문법 사용\'이란 실질적으로는 없어도 상관없는데 \'게임에는 이런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이런 것은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김 본부장은 \'길 물어보기\'를 예를 들며 이에 대해 설명했다. 예전 RPG 게임에서 여관을 찾기 위해서는 여관이 어디에 있는지 일일이 물어보면서 찾아야 했었지만, 최근 온라인게임에서는 여관까지 자동으로 이동시켜주는 방식으로 발전했다는 것.
이에 대해 그는 "예전에는 MMORPG의 자동 이동 시스템, FPS게임에서의 \'자동 조준\' 같은 것을 만들면 안되는 줄 알았지만 막상해보니까 괜찮고 재미있더라"며 "이런 요소들을 습관적으로 넣거나 빼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꼭 필요한 것인지, 꼭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세대를 위한 게임을 만드려면 신세대를 잘 이해해야한다
위에서 말한 \'함정\'에 빠지지 않은 채, 신세대를 위한 게임을 잘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김 본부장은 \'신세대를 잘 이해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금 게임을 한창 즐기는 신세대들은 어떤 세대들일까? 김동건 본부장이 강조한 신세대의 특징은 - 1)텍스트 보다는 영상으로 배우는 것에 익숙한 세대, 2) 즐길 게임이 너무 많아서 무엇을 해야하는 지 고민하기 보다는, 뭐가 제일 재밌는지를 친구들에게 문의하거나, 1등 게임만을 찾는 세대 라는 것이다.
따라서, 게임도 신세대의 특징에 맞게 만들어야한다는 것. 게임 설명도 텍스트로 설명하기 보다는 화면만 봐도 게임에 대해 알 수 있게 끔 직관적으로 만들어야하고, 즐길 게임이 많은 세상이니 그만큼 경쟁력이 높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흥행할 수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항상 윗 세대는 아래 세대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개발자들도 신세대를 잘 이해한다고 착각하지 말고, 신세대와 항상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신세대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넥슨 김동건 본부장
코엑스 컨퍼런스 룸 전경
2. 메이플스토리 빅뱅 업데이트, 이렇게 기획됐다
동시접속자 수 41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메이플스토리 빅뱅 업데이트. 이 업데이트는 어떻게 기획됐을까?
넥슨 코리아 라이브개발실 오한별 실장이 5월 30일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 강연을 통해 메이플스토리 빅뱅 업데이트 기획 취지와 방향을 공개했다. 메이플스토리 빅뱅 업데이트는 지난 2010년 여름방학 때 3단계로 나누어서 실시된 업데이트로, 게임 내용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후 3개의 신규 직업을 추가한 업데이트였다. 메이플스토리는 빅뱅 업데이트에 힙입어 당시 41만 6천 명이라는 동시접속자 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 대개편, 하락세를 탈 때는 늦다. 게임이 잘 될 때 바꿔야한다
\'거의 모든 것을 다 바꿨다\' 라고 할 수 있었던 빅뱅 업데이트. 과연 이렇게까지 게임을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이에 대해 오한별 실장은 "서비스 7, 8년차에 접어드는 온라인게임은 내버려 두면 기운다. 우수한 신규 게임들은 계속 나오고, 기존 게이머들은 이미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상태이기 때문이다"며 "그래서 개발자는 게이머에게 더 큰 재미를 제공해야한다. 일시적인 지표만 변화시키는 소모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대세\'를 바꿀 수 있는 업데이트가 필요했다. \'생명연장의꿈\'을 꾸는 셈이다"고 말했다.
그런 고민의 결과가 \'빅뱅\' 업데이트였다. 빅뱅 업데이트는 반전과 변화를 모토로, 캐릭터, 몬스터, 레벨업 밸런스, 지형, 맵 등 거의 모든 요소들을 개편했다. 여기에 신규 콘텐츠도 추가됐다. 기존 처럼 신규 직업 1개가 아닌, 신규 직업 3개를 단계적으로 추가했다.
대개편의 필요성에 이어 \'시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대개편의 시기가 꼭 2010년 여름방학 이어야 했을까? 당시 메이플스토리의 성적이 저조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에 대해 오한별 실장은 "한번 하락세에 접어든 온라인게임을 다시 반전시키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차라리 아직 잘 되고 있을 때 대개편을 하는 것이 것이 맞고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2010년 여름방학 때 업데이트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해야할 것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고...\'자동화\' 시스템으로 해결
이렇게 무엇을 해야하는지와 언제까지 해야하는지는 결정됐다. 그런데 계산을 해보니 작업량에 비해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캐릭터, 몬스터, 레벨업 밸런스 등 거의 모든 요소들을 다 건드려야하는데 시간은 여름방학으로 고정된 상태. 게다가 게임이 전체적으로 다 변경되는 것이라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일정에서 어긋나면 전체 일정이 흐트러지는 구조였다.
개발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발 과정을 변경했다. 기존처럼 개발자들이 세세한 것 까지 수작업으로 일일이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를 예로들면, 몬스터의 HP 수치와 기타 능력치 등)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데이터 검증 툴을 따로 제작해서, 자동화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오류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
■ 잠잠했던 초반...하지만 결국 동시접속자 수 41만 명 돌파
그리고 마침내 빅뱅 업데이트가 실시됐다. 하지만, 업데이트 직후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오한별 실장은 이 때를 회고하면서 "정말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첫 주말이 지나고 나서는 수치가 확 늘었고 지속적으로 올라갔다. 2차 업데이트가 실시되자 기존 동시접속자 기록을 뛰어넘었고, 첫 주 주말에는 동시접속자 수 41만 6천 명을 찍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서버도 무사했다. 물론, 최고 기록을 세웠을 당시에는 더 이상 게이머를 받아들이지 않는 \'접속 제한\'조치도 실시됐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큰 사건은 발생하지않았다.
오한별 실장은 "빅뱅 업데이트를 실시한 결과 전체적인 게이머 수가 2009년에 비해 약 2배로 늘었다. 단기적으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이 수치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넥슨 오한별 실장
■ 그럼 대개편이 정답이냐? 아니다, 상황에 맞는 대응이 중요하다
그럼 오래된 온라인게임은 \'대개편\'이 진리일까? 이에 대해 오한별 실장은 "그렇다면 오래된 게임은 무조건 뒤짚어 엎는게 장땡이고 진리일까? 아니다. 상황에 맞춘 접근이 중요하다"며 "빅뱅 업데이트 컨셉은 메이플스토리의 당시 상황에 맞게 준비된 업데이트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온라인게임을 오래 서비스하다 보면 언젠가는 결정적인 순간이 온다. 야구로 치면 9회말 만루 같은 상황이다"며 "여기서 어중간하게 휘두르기 보다는 크게 휘둘러서 게임을 다른 레벨로 올린다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며 강연을 마쳤다.
3. 온라인게임 디렉터는 무슨 일을 할까?
온라인게임 디렉터는 무슨일을 할까? 앨리샤 디렉터 박세환 과장이 온라인게임 디렉터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엔트리브 소프트(이하 엔트리브) 박세환 과장은 5월 30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에서 온라인게임 디렉터에 대해 소개하는 강연을 열었다. 그는 디렉터란 무엇인지, 디렉터는 무슨 일을 하는지, 자신이 2년 동안 디렉터를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그럼, 앨리샤 디렉터인 박세환 과장의 말을 들어보자.
앨리샤 디렉터 박세환 과장
■ 온라인게임 디렉터는 무엇을 하는 사람?
디렉터란 무엇일까? 디렉터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 \'사람들에게 무엇을 할지 시키고, 화면에 무엇을 보여줄지 결정하는 사람\'이다. 박세환 디렉터는 "이를 온라인게임에 적용하면,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에게 무엇을 할지 시키고, 무슨 게임을 어떻게 만들지 결정하는 사람이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앨리샤를 예로 들면서, "앨리샤의 경우 내가 디렉터가 되기 전에 이미 \'말을 소재로한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 결정된 상태였다"며 "내가 했던 일은 말을 소재로 \'어떤 게임\'을 만들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온라인게임 디렉터\'에 대해서, 1) 온라인게임 디렉터가 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 2) 한 번 실패하면 다음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3)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앨리샤 디렉터로서 했던 일들
박세환 디렉터가 앨리샤를 담당하면서 해온 일은 크게 1) 큰 그림 그리기, 2) 원칙 정하기, 3) 우선 순위 정하기, 4)개선하고 수정하고 고치기, 5) 결과 공유하기 이상 5가지였다. 이 중에서 박세환 디렉터가 강조한 것은 \'원칙 정하기\'와, \'개선하고 수정하고 고치기\'였다.
\'원칙 정하기\'란 다양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적용하는 원칙을 미리 결정해 놓는 것이다. 박세환 디렉터가 예로든 원칙은 \'게이머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코스 디자인에 이 원칙이 적용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레이싱 게임인 앨리샤에는 한 맵에 다양한 코스가 있는데, A코스로 가려면 점프를 잘해야 한다. 그런데 게이머가 A코스를 가기 위해 점프하다가 실패해서 벽에 부딪혀서 순간적으로 막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게이머는 앞으로 A코스로 가려는 시도를 안하게된다. 그래서 박세환 디렉터는 A코스 디자인을 약간 변경했다. 게이머가 A코스로 가기 위해 점프해서 실패하더라도 별 패널티 없이 원래 주행로로 계속 갈 수 있다. 잘하면 좋지만 실패해도 큰 패널티는 없게 변경한 것이다.
다음으로, 박세환 디렉터는 \'개선하고 수정하고 고치기\'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게임은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는 것보다 기존 요소를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기존 요소를 개선하는 작업보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을 100만배 쯤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세환 디렉터가 내놓은 처방은 \'개선을 해야하는 확실한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개발자들에게 게이머들이 게임의 특정 콘텐츠를 얼마나 즐겼는지,혹은 즐기지 않았는지 등의 로그 데이터를 제시하면, 이를 확인한 개발자들은 싫어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
■ 앨리샤 디렉터를 하면서 깨달은 점
마지막으로, 박세환 디렉터는 2년 동안 앨리샤 디렉터를 하면서 깨달은 점들을 설명했다. 우선 그는 "온라인게임 디렉터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다른 개발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인풋(플레이)과 아웃풋(보상)이 확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혹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도, 게이머 입장에서는 보상(아웃풋)이 없으면, 단기적으로는 재미있게 하지만 장기적으로 즐기지는 않는다"며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도 지속적으로 즐기게 만들려면 확실한 보상이 필요하다, 보상만 확실하면 조금 재미는 없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잘 돌아간다"고 말했다.
4. 이나후네 케이지가 말하는 지속적인 도전과 협업
\'록맨\', \'귀무자\' 등을 개발한 이나후네 케이지가 5월 31일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에 참가했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캡콤에서 록맨, 바이오하자드2, 귀무자 시리즈 등의 개발을 총괄했던 일본 유명 게임 개발자로, 지난 2010년 캡콤을 떠나 엔터테인먼트 회사 \'comcept\'를 설립했다. 그는 일본 게임 산업이 하락세를 겪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과 \'다른 국가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서로에게 없는 것을 받아들여야 발전할 수 있다\'며 타 국가들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그럼, 이나후네 케이지의 말을 들어보자.
■ 현실에 안주하는 분위기는 위험하다. 계속 도전해야한다.
이나후네 케이지가 캡콤에서 퇴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일본 게임업계의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일본 게임 업계는 도전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내가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내가 게임을 개발할 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캡콤에서 퇴사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나후네 케이지는 한국 게임 업체들의 도전 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넥슨도 그렇지만 한국 게임 업체들은 다들 위를 바라보면서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게임 업체가 되려면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런 도전정신이 필수다"고 말했다.
■ 한국 게임 개발자들의 눈빛은 달랐다, 지금은 중국 게임 개발자들의 눈빛이 그렇다.
이나후네 케이지가 10년 전 한국에 와서 놀랐던 점은 바로 게임 개발자들의 \'눈빛\'. 그는 "한국 게임 개발자들은 눈빛부터 달랐다. 헝그리 정신이 보였다. \'우리들이 앞으로 한국 게임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위기감을 느낀 그는 바로 일본으로 돌아가서 경고했다. 그는 "한국은 적극성이 있는 나라다. 주의하지 않으면 일본도 추월당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게 추월당하면 일본이 다시 앞지르기는 힘들 것이다"며 "지금은 일본이 더 잘하고 있다는 것에 안주하지 말고, 다른 나라의 게임 개발자들을 보면서 더 분발해야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콘솔 게임 산업은 아직도 세계 게임 산업의 대세긴 하지만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떠오르는 \'대세\'인 온라인게임 산업의 강국으로 성장했고, 일본은 온라인게임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당시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은 중국 게임 개발자들이 10년 전의 한국 게임 개발자들의 눈빛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최근 중국에서 강연을 했는데 10년 전에 한국에서 느꼈던 그 느낌을 이제 중국에서 느낀다"며 "일본인인 나로써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위기에서 일본 게임 산업을 계속 활성화시키려고 한다면 한국과 중국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오만은 인간을 약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생각을 해야한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한국의 온라인게임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다. 단, 그렇다고 \'오만해지면\'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일본이 10년 전 콘솔 게임 산업에서 정상을 유지했다. 그런데 계속 1위를 유지하면서 오만해졌다"며 "한국은 일본과 똑같은 실수를 하면 안된다. 오만은 인간을 약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다. 아무리 자기가 강하더라도 더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오만해질까? 오만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나후네 케이지는 "일본인의 경우 \'나 한사람만 좋으면 된다\'라는 생각 때문에 오만함이 생겼다"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는 공개적이다. 좋은 이야기를 모두와 나누자는 취지다. 넥슨 혼자 다 독식하지 않는다. 이는 매우 훌륭한 발상이며 오만해지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보다 뛰어난 상대방을 인정하다보면 스스로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고, 오만해지지 않는 다는 것.
■ 다른 국가 개발자들과 협업 - 어렵다 하지만 중요하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타 국가 개발자들과 함께 게임을 개발하는 \'협업\'을 강조했다. 다른 문화에서 자란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다보면,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점도 생각할 수 있고, 다른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에는 없고 미국에는 있는 것, 한국에는 없지만, 중국에는 있는 것이 분명 있다"며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타 국가 개발자들과의 협업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일본인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일본은 섬나라이고 단일민족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일본은 뭐든지 혼자서 해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며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캡콤에서 많은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미국-유럽 개발자들과 같이 게임을 개발했지만, 처음에는 좀 처럼 성공할 수 없었다. 때로는 이런 사람들과 같이 있는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기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해냈다. 데드라이징2는 캐나다에서 만들었고 흥행에 성공했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그 후 캐나다 개발자들과 신뢰가 쌓였다.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같이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결국 내가 생각했던 것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모든 나라들에게 해당된다. 이런 사실을 맨 처음 알게 된 나라가 한 걸음 먼저 나갈 수 있다"며 "한국도 타 국가들과 협업을 하는 한편, 오만하거나 교만해지지 않도록주의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천재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노력하는 천재\'
마지막으로, 이나후네 케이지는 \'천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천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운이 좋은 사람은 뭘 해도 잘되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게 된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천재\'를 \'뛰어난 외모\'에 비유했다. 외모가 뛰어난 남자는 가만히 있어도 여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반면, 외모가 뛰어나지 못한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자상하게 하고,친절하게 하고, 외모도 더 신경쓴다. 환경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노력할 수밖에 없게 끔 만드는 것.
그런데 아주 가끔, 잘생긴 데다가 친절하기까지 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이길 수가 없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사람도 노력하면 어느 정도 인기를 얻을 수 있으니, 주변에 천재가 있다고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자"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나후네 케이지
5. 송재경의 MMORPG 개발-반성 그리고 도전
리니지1을 개발한 국내 유명 게임 개발자 송재경은 어떤 계기로 MMORPG를 개발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MMORPG의 과거 모습과 앞으로의 모습은 어떨까?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이사가 5월 31일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에 참가해서 \'MMORPG 개발 경험과 반성 그리고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송재경 대표이사는 자신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다니던 시절에 그래픽이 있는 머드 게임을 만들고 싶어했던 이야기, 자신이 생각했던 MMORPG의 방향성, 그리고 아키에이지의 최종 콘텐츠(온라인게임에서 게이머가 최고 레벨에 도달한 후 즐기는 콘텐츠를 말한다)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로 풀어나갔다. 송재경 대표이사의 말을 들어보자.
■ 송재경이 MMORPG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때는 1980년대, 송재경이 초등학생 시절 처음 즐긴 게임은 바로 아케이드 게임인 \'스페이스 인베이더\'였다. 그러다가 중학생 때 친구 집에서 컴퓨터 게임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컴퓨터 게임의 매력에 빠진 그는 그 때부터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컴퓨터를 접하려고 노력했고, 한국과학기술원에도 진학하게된다. 당시 지도교수는 송재경에게 "공부 너무 열심히 하면 바보된다"는 말을 해주었고, 그는 이 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다.
지도교수의 말 때문이었을까? 송재경은 그 후 한국과학기술원 전산실에서 하루종일 컴퓨터 게임을 즐겼다. 어쩔 때는 2일 동안 쉬지 않고 즐기기도 했다. 그렇게 게임을 즐긴 그는 문득 \'이것을 여러 명이 같이하면 정말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이 생각이 먼 훗날 MMORPG의 \'싹\'이 되었다.
당시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로, 컴퓨터로 여러 명이 같이 즐기는 게임으로는 그림이 없고 글자만 나오는 \'머드 게임\'이 있었다. 송재경은 머드 게임을 즐기려고 했지만, 그래픽이 없고 글자만 나오다보니 많이 헤멨다. 그는 머드 게임에 그래픽을 입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이 생각을 한국과학기술원 과제로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송재경은 지도교수를 설득하는데 실패했고, 결국 그곳을 나오게된다.
한국과학기술원을 나온 송재경은 당시 친분이 있던 김정주의 회사 \'넥슨\'에 입사해서 한국 온라인게임의 시초라고 평가받는 바람의 나라를 개발했다. 그 후 엔씨소프트에 입사해서는 리니지1을 개발했다. 전산실에서 잠깐 했던 생각이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송재경은 "사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교수님에게 \'그래픽 머드 게임\'이라는 과제를 보고할 때 대답을 잘 못했다"며 "그 때 만약 대답을 잘 했다면, 박사과정을 잘 마치고 졸업을 해서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고회고했다.
■ 송재경이 보는 과거의 MMORPG들
1세대 온라인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울티마, 바람의 나라, 리니지. 송재경은 이 게임들에 대해 "이 게임들은 새로운 장르다 보니까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면서 흥행했지만, 동시에 문제점도 많이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문제점이란 현금 거래, 무분별한 PVP, 특정 단체의 사냥터 독점 등이다.
그래서 다음 세대 MMORPG들(대표적인 것은 WOW)은 이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귀속 시스템으로 아이템 현금 거래를 막았고, 인스턴스 던전으로 사냥터 독점을 막았다. 같은 진영 게이머들 끼리는 서로 PVP를 못하게 함으로써 무분별한 PVP 문제도 막았다. 이렇게 진보된 MMORPG들이 나오면서 게이머들은 보다 쾌적하게 MMORPG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송재경은 이렇게 진보한 MMORPG들의 \'방향성\'이 아쉬웠다. 그는 "MMORPG가 추구하는 것에 장애물이 있었는데, 그 장애물을 어려 가지 방법으로 회피했다. 그렇게 문제를 해결한 후에는 MMORPG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재미로 돌아가야하는데, 그렇지 않고 점점 더 패키지 게임, 콘솔 게임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했다. 그런 경향에는 의문을 던지고 싶다. 분명 MMORPG와 콘솔 게임-패키지 게임은 추구하는 재미와 방향성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처음에는 완벽하게만 보였던 WOW도 오래 즐기다 보니,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송재경은 "WOW를 처음 할 때는 이것이 MMORPG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살 먹은 공대장의 구박을 받아가며, 최종 콘텐츠들을 즐기다보니 뭔가가 아쉬웠다. 부족한 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MMORPG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새로운 MMORPG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고 덧붙였다. 송재경의 새로운 \'도전\'은이렇게 시작됐다.
■ MMORPG다운 MMORPG가 되려면 뭐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송재경이 생각하는 MMORPG다운 MMORPG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는 \'같이하는 것\' 즉, 파티 플레이가 기본이라고 말했다. 단, 강요된 파티 플레이가 아닌, \'어쩌다보니\' 함께 하게되는 파티 플레이를 강조했다. 송재경은 "어쩌다보니 같은 사냥터 주변에서 사냥하는 게이머를 만나고, 처음에는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그러다보니 친해져서 \'내일도 같이 사냥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정해져 있고 꽉 짜여져 있는 파티 플레이가 아닌 이런 파티 플레이가 필요하다"고말했다.
이어서 그는 \'예측할 수 없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니지2 대형 길드의 \'횡포\'를 예로 들었다. 리니지2의 한 서버에서 대형 길드 연합이 일반 게이머들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었다, 이에 일반 게이머들은 \'내복단\'(1레벨 캐릭터들을 부르는 은어)을 조성해서 \'혁명\'을 시도했고, 대형 길드 중 하나가 연합을 배신하고 일반 게이머들의 혁명에 가담해서 그 서버의 정권을 잡게됐다. 송재경은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나면 해피 엔딩일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정권을 잡은 대형 길드는 다시 일반 게이머들에게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다. 일반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마치 현실 역사의 프랑스 혁명처럼말이다"며 "이 처럼 MMORPG는 예측할 수 없어야 한다. 온라인게임이 콘솔 게임과 가장 다른 것이 \'결말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 송재경의 도전 - 아키에이지
송재경은 마지막으로 엑스엘게임즈가 개발 중인 MMORPG 아키에이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최종 콘텐츠\'. 그는 "아키에이지에는 해상전, 하우징, 공성전 등 개발자가 결말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게이머들이 만들어나가는 콘텐츠가 많다"며 "이런 최종 콘텐츠들이 결국 온라인게임의 수명을 결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최종 콘텐츠를 먼저 개발하고 있다. 나머지 콘텐츠는 천천히 개발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가이드된 콘텐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초반부 튜토리얼 등 게이머가 적응하는 과정에서는 분명 가이드된 콘텐츠가 필요하다. 송재경은 "가이드된 콘텐츠와 게이머가 만들어가는 콘텐츠의 밸런스를 잘 맞춰서 만들어보겠다"며 강연을 마쳤다.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이사
송재경 대표는 만화를 활용해서 강의를 재미있게 이끌었다
송재경 대표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강연이 펼쳐진 이곳은 코엑스 컨퍼런스룸 401호
6. 장르-시스템 한계 극복은 \'롱런\'의 초석
넥슨 메이플스토리(이하 메이플) 콘텐츠팀 고세준 팀장이 6월 1일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에 참가해 장르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한 콘텐츠 기획 사례와 이런 시도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연을 펼쳤다.
고세준 팀장은 "온라인게임은 장르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나 콘텐츠가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 그리고 정식 서비스가 실시된 후 업데이트를 살펴보면 같은 장르 게임들 끼리는 업데이트 내용이 대게 비슷비슷하다"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넥슨 라이브개발실에서 메이플을 담당하는 고세준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넥슨 고세준 팀장
■ 동일한 장르라면 업데이트 내용은 대동소이 하다, 왜 그럴까?
온라인게임은 정식 서비스를 실시한 후에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실시한다. 동시접속자 수와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같은 장르 게임끼리는 거의 비슷하다. MMORPG 라면 최대 레벨 확장, 신규 지역, 신규 던전 등 FPS 게임이라면 신규 총기, 신규 맵, 신규 모드 등이다.
그럼 왜 이렇게 비슷한 내용만 업데이트 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특정 장르에서 나올 수 있는 신규 콘텐츠는 어느 정도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 시스템에서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보니 기획자가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획해도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업데이트 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세준 팀장은 "기획자가 제일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지금 구조에서 그런 것을 추가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라는 말이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계속 비슷한 유형의 콘텐츠만 업데이트 하면 안된다. 이런 와중에 신규 게임들은 계속 나온다. 경쟁이 심한 한국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똑같은 것만 추가하면 게이머들은 떠나간다. 새로운 요소도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해당 장르에 맞는 콘텐츠와 함께 새로운 시도를 조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기존 장르의 한계를 극복해야하고,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해야한다. 이런 콘텐츠를 업데이트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세준 팀장은 메이플의콘텐츠 업데이트를 예로 들며 장르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한사례를 소개했다.
■ 장르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 - 메이플의 디펜스 게임
게임은 장르마다 기본적인 플레이패턴이 존재한다. 메이플의 경우는 게이머가 맵에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레벨업을 해나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플레이만 오래하다보면 결국 언젠가는 질린다. 평소 사냥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즐겨볼 수도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 메이플의 디펜스 게임은 이런 취지로 기획됐다.
디펜스 게임은 아이팟 등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장르로, 게이머가 자신의 영토로 몰려오는 다수의 몬스터들을 공성무기 등을 활용해서 물리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다른 장르를 구현하려면 우선 해당 게임의 핵심을 분석해서, 그 핵심 요소들을 메이플에 있는 요소 중 적절한 것으로 대체하면된다. 예를 들면, 몰려오는 몬스터는 메이플에 있는 다양한 몬스터들로, 몬스터들을 물리치는 수단으로는 공성요소 대신 캐릭터들의 스킬을, 게이머의 영토는 메이플의\'맵\'을 각각 사용하는 것이다. 몬스터의 수,HP로 조절하던 게임 난이도는 캐릭터의 \'명중률\'로 조정한다.
이렇게 다른 장르를 접목시킨 경우에 중요한 것은, 다른 콘텐츠에 비해서 좀 더 빠르게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이다. 기존에 없던 유형의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다보면 예측하지 못한 문제나 버그가 발생할 가능성이 좀 더 높기 때문이다. 메이플의 디펜스 게임의 경우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장르의 핵심 요소들은 적절하게 구현됐는데, 정작 \'재미\'가 없었던 것. 이는 스킬만 난사하면 클리어할 수 있는 \'단조로운 플레이\'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퍼 몬스터\'가 도입됐다. \'슈퍼 몬스터\'는 회피율을 극단적으로 높인 몬스터로 게이머들이 일반적인 공격으로 처치할 수 없었다. 슈퍼 몬스터들 덕분에 디펜스 게임은 단순한 스킬 난사만으로는 클리어 할 수 없는 난이도가 됐다. 난이도 조절은 슈퍼 몬스터의 등장 빈도와 갯수로 조절하면 됐다. 그리고 추가 재미요소도 도입했다. 점수가 올라감에 따라 캐릭터의 공격력, 공격속도가 올라갔고, 일정 스코어에 도달하면 슈퍼 몬스터를 처치할 수 있는 필살기를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펜스게임은 \'네트의 피라미드\'라는 이름으로 업데이트됐다. 결과는 좋았다. 업데이트가 실시된 후 동시접속자 등의 지표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디펜스 게임은 지금까지도 메이플 콘텐츠 중 인기 순위 상위권(10위 이내)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고세준 팀장은 "평소에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그 게임의 재미 요소를 자신의 게임에서 어떤 요소로 도입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된다"며 "익숙해지면 직관적으로 된다"고 말했다.
■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한 사례 - PVP 콘텐츠 \'대난투\'
고세준 팀장은 기획자가 기술적인 한계를 잘 극복하려면, 해당 게임의 시스템과 기술적인 한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획자 스스로가 이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프로그래머들에게 짚어줄 수 있고 대안도 제시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프로그래머분들에게 \'이런거 만들자\'라고 하는 것과, \'이런 것을 만들고 싶은데 이런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이렇게 극복하는 것이 어떨까\'라고 대안을 제시해주며 말하는 것은 정말큰 차이가 있다"며 기획자도 기술적인 측면을 잘알아야 협업이 용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그가 예로 든 것은 메이플의 PVP 콘텐츠인 \'대난투\' 업데이트이다. 기존의 메이플은 몬스터-게이머간의 전투만 있었지, 온라인게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게이머간의 전투 (PVP)는 없었다. 이에 메이플 팀은 PVP 콘텐츠를 추가해서, 성장 루트도 \'사냥\'에서 사냥 혹은 PVP로 다원화시키고, 게이머들에게 좀 더 다양한 재미 요소를 주고자 했다.
하지만 메이플에 PVP를 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보였다. 일단, 서버가 데이터를 주고 받는 주기가 길게 설계되어 있었다. 이런 반응속도는 짧은 순간에 승패가 갈리는 PVP에는 부적합했다. 또한, 기존에 있는 스킬들은 모두 PVP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됐다. 게임 시스템 전체가 PVP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것.
메이플 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담 팀을 새로 꾸렸다. 논의 결과 "기존 서버로는 절대 불가능하니, 차라리 PVP 전용 신규 서버를 만들자"는 결론이 났다. 그리고 모든 스킬 데이터에 PVP에서 사용될 별도의 수치를 넣었다. 예를 들면 특정 스킬이 PVP에서 사용되면 지나치게 강할 경우, 공격력을 하락시키거나, 공격 범위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스킬의 밸런스를 PVP에 맞게끔 조절했다.(작업량이 엄청났다고 한다.) 여기에 자동매칭 시스템,부활시 무적시간 적용 등 자잘한 요소들도 추가했다.
그리하여 3개월의 개발 기간 후 PVP 콘텐츠 \'대난투\'가 업데이트 됐다. 결과는 좋았다. 패치 후 첫 주말에 동접 31만 명을 달성했다. 대난투는 업데이트 당시 콘텐츠 인기 순위 1위였고, 지금까지도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고세준 팀장은 "대난투를 통해 플레이 패턴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었고, 향후 복합적인 PVP 콘텐츠로 확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다"며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면 불가능해보였던 일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 장르-시스템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 - 경쟁력 상승과 롱런의 초석
고세준 팀장은 마지막으로 장르-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게임이 오랫동안 서비스되면, 필연적으로 쇠퇴기를 맞는다"며 "장르-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업데이트를 통해 참신함과 신선함을 불어넣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게임의 경쟁력이 상승하고, 롱런하는 초석을 다질 수 있다"며 강연을 마쳤다.
7. 마영전 \'이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온라인게임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 캐릭터 중 하나인 \'마법사\' 이비. 이비는 업데이트 당시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외모로 많은 남성 게이머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넥슨 최은영 선임 연구원이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 강연을 통해 이비 탄생 비화를 공개했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자.
■ 이비 기획 취지 - 게임이 흥행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대중적인 캐릭터가 필요
때는 마영전이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실시하기 전. 마영전 개발팀은 치열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다소 난이도 있는 액션을 좋아하는 게이머 외에도 더 많은 게이머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캐릭터인 \'원거리 공격형 마법사 직업\' 이비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 이비의 전체 컨셉과 동작 - 청순한 여자 후배를 만들어보자
이비의 컨셉은 무엇이었을까? 이비를 담당했던 최은영 연구원은 여러 가지 여성상 중 \'귀여운 여자 후배\' 컨셉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비의 이미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으로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였다. 미용실 대화를 예로 들자면, "전체적으로 길게 다듬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 사진을 주고 "이 사람 처럼 잘라주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최은영 연구원은 "같은 말을 듣더라도, 10명이 있으면 10가지 생각이있다. 모두가 같은 이미지를 상상하지는 않는다"며"그래서 구체적으로 시각화된 예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외형을 만들고 난 후에는, 동작이 문제였다. 청순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는데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공용 동작은 청순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외형은 청순한데 정작 전투에서는 과격한 동작만 취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그래서 개발팀은 이비만을 위한 전용 동작을 따로 만들었다.
■ 이비의 표정 - 센스있는 모델러의 도움으로 풍부한 표정 구현
최은영 연구원은 이비의 얼굴 표정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녀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얼굴에 집중한다"며 "시선이 집중되는 곳에 마네킹 같은 얼굴이 아닌 생명력 있는 표정을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모델러와 함께 이비의 표정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모델러의 센스 덕분에 정말 풍부한 표정을 얻을 수 있었다고.
■ 이비의 2차 무기 \'배틀사이드\' - 게이머/기획자 의견 절충
마영전에서는 24레벨이 되면 기존의 무기외에 추가로 2차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비는 초기에 지팡이를 사용하지만, 24레벨이 되면 배틀사이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배틀사이드 공격 동작에 대한 개발자와 게이머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 개발자는 사실적이고 무거운 동작을 구현하려고 했지만, 게이머들은 가볍고 화려한 동작을 원했다. 개발팀은 이를 절충했다. 일반 공격 동작은 개발자 의도대로 만들고, 스매시 공격은 게이머들이 원하는대로 만들었다.
■ 스태프 액션 대개편 - 문제점과 불편 사항 수정
이비의 1차 무기인 스태프. 당시 스태프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불편 사항이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24레벨이 되면 스태프를 쓰지 않고 배틀사이드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 문제들을 고치려면 캐릭터의 근본부터 고쳐야 했다. 최은영 연구원은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더욱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판단해서 스태프 대개편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개편 결과, \'힐\'은 게이머를 타겟으로 시전하는 것에서 바닥에 꽂는 형태로 변경됐다. 마나앰버라는 회피 기술도 생겼다. 기존의 \'젬\' 시스템 때문에 신규 마법을 업데이트할 수 없었던 문제도 퀵슬롯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했다.
■ 구체적인 설명, 다른 영역에 대한 이해는 개발 시간을 단축시킨다
마지막으로 최은영 연구원은 "이미 개발에 가장 큰 특징은 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설명해서 개발자들 간의 시행착오와 개발 시간을 줄였다는 점과 완성하고 나서도 꾸준히 테스트하고 문제점을 개선했다는 점이다"며 "나 자신이 애니메니터를 겸하고 있다는 점도 테스트 할 때 큰 도움이 됐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넥슨 최은영 선임 연구원
8. 편견에 가려진 오타쿠 문화의 장점들
"오타쿠에 대한 안 좋은 편견 때문에, 그들의 문화에서 배워야 할 것 조차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넥슨 김현석 책임 연구원이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 강연을 통해 한 말이다. 그는 \'오타쿠! 편견속 감춰진 이야기\'라는 강연을 통해 \'오타쿠의 정의\', \'오타쿠에 대한 편견\', 그리고 \'오타쿠에 대한 편견 때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현석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오타쿠가 뭘까?
\'오타쿠\'란 무엇일까? 오타쿠의 뜻은 일본과 한국에서 조금씩 변해왔다. 초기에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즐기고 관련 지식이 해박한 자\'였다가 점차, \'마니아를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오타쿠의 정의는 약간 다르지만,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럼 김현석 책임 연구원은 강연에서 오타쿠를 어떻게 정의했을까? 그는 "오타쿠는 굉장히 주관적인 단어다. 다른 사람이 특정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것을 보고 오타쿠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심하면 게임만 즐겨도 \'오타쿠\'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왔던 여성 코스춤 플레이어 처럼 누가 봐도 \'오타쿠\'라고 인정할 법한 경우도 있다.)
■ 오타쿠에 대한 편견
오타쿠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힘들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오타쿠라는 단어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사용된다는 것. 이는 오타쿠와 오타쿠들이 즐기는 문화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그럼 이런 편견은 왜 생겨난 것일까? 김현석 연구원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하 미연시) 게임과 만화를 예로 들며 편견이 생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미연시 게임이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그 게임을 야한 장면을 보기 위해 즐겼다"며 "이런 체험과 경험이 모여서 \'미연시 게임은 야한 장면을 보기 위해 하는 것\' 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다. 이 고정관념을 수락하면 편견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만화의 경우는 \'만화는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이런 고정관념이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만화를 보는 10대 후반 청소년이나 성인을 보게되면 \'아이들수준밖에 안되는 사람들\' 이라고 판단하게된다"고 말했다.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에 반하는 명백한 데이터가 있어도 이를 \'예외일뿐이야\'라고 생각하며 무시한다. 예를 들면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2와 몬스터헌터3를 비교해보자.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2는 일주일만에 178만 장이 팔렸다. 발매된 기종은 PS3, Xbox360, PC. 그런데, PSP 한 기종에서만 발매된 몬스터헌터3는 4일만에 200만 장이 팔렸다. 집계 기간, 판매량, 발매된 플랫폼 수를 고려하면 몬스터헌터3가 더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것이 명백하다. 하지만 사회의일반적인 인식은 다르다. 모던워페어2는\'훌륭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고,몬스터헌터3는 \'일부 매니아들만 하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오타쿠에 대한 편견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것까지 놓치고 있다
김현석 연구원은 "문제는 이런 오타쿠에 대한 \'편견\' 때문에 오타쿠 문화에서 배울 수 있는 것마저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가 예로 설명한 것은 \'헤드 트랙킹 기술\', \'보컬로이드\' 그리고 \'러브플러스\'였다.
헤드 트랙킹 기술이란 게이머의 머리 움직임을 인식해서 게임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이는 2010년에 발매된 PS3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5에 적용된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이미 약 4년 전 미소녀를 소재로 개발된 게임에 적용됐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회적으로는 낮게 평가받는 문화에는 이미 4년전에 적용된 기술을, 우리는 이제서야 \'이것을 게임에도 적용할 수 있구나\' 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보컬로이드란, 사용자들이 가사와 노래를 만들면 미리 준비된 가상의 캐릭터가 그 노래를 부르게 하는 일련의 프로그램을 말한다. 일본에서 흥행한 보컬로이드의 대표적인 예로는 \'하츠네미쿠\'가 있다. (사용자가 직접 노래와 가사를 만든 것이 흥행했다는 점이 기획사가 노래/가사/캐릭터를 다 만드는 \'사이버가수\'와 다른 점이다.) 하츠네미쿠 처럼 인기가 많은 보컬로이드의 경우, 대형 스크린에서 캐릭터가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콘서트\'도 열린다. 이런 보컬로이드문화는 미국에서도 통했다. 보컬로이드 \'하츠네미쿠\'의 앨범이 각종 차트 순위권에 올랐고,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도요타 자동차 광고에도 활용됐다. 하지만, 오타쿠 문화를 낮게 평가하는 한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오기 힘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문화에서 배울수 있는 점들을 놓치게 된다는 것.
보컬로이드를 활용한 도요타 광고
닌텐도 DS 게임 \'러브플러스\'는 가상의 여자 캐릭터를 육성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게임이다. 김현석 연구원은 이 게임을 "가장 편견이 심한 게임이다"라고 소개했다. 상호작용은 실제 시간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저녁에 게임을 켜면 여자 캐릭터가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는 말을 건네고, 게이머가 야근을 하고 들어와서 게임을 키면 캐릭터가 자고있는 식이다. 발렌타인데이가 되면 게이머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 나중에는 특정 장소로 48시간동안여행을 다녀오는 콘텐츠도 개발됐다. 즉, 이 게임을48시간동안 계속 켜놓아야 하는 것. 다소 황당한 설정일 수도 있지만, 이 콘텐츠는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데이트 장소로 설정된 지역을 소재로 관광상품까지 만들어졌을 정도.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 오타쿠에 대한 편견, 조금씩 바꿔나가자
보컬로이드 콘서트가 진행되는 것이나, 러브플러스를 즐기는 게이머를 제3자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이상할 수 있다. 사람이 아닌 CG 캐릭터가 콘서트를 진행하는데 사람들이 야외에서 몰려있고, 닌텐도 DS를 보면서 말을 하거나 닌텐도 DS를 든체 거리를 걸어가기 때문이다. 김현석 연구원은 "이런 제3자의 시각에만 사로잡혀서 이런 콘텐츠들 제시해주는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시장을 못 보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며 "미국에서 사회적으로 안 좋은 평가를 받았던 흑인들의욕이 힙합과랩이라는 장르를 통해 음악으로 인정받은 것 처럼, 한국에서\'여자들은 집에서 살림이나 하면 된다\'는 편견이 조금씩 변해서 지금에 와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것 처럼 오타쿠 문화에 대한 편견도 조금씩 바꿔나가자"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중인 넥슨 김현석 연구원
9. 던파로 보는 인기있는 웹서비스 만들기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웹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네오플 임수진 과장이 6월 2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에 참가해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웹 서비스 만들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실시했다. 네오플 액션포털팀 소속인 임수진 과장은 던파(이하 던파)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오던\', \'오늘!\' 등의 각종 서비스들이 어떻게 기획됐는지를 예로 들면서, 네오플이 성공적인 웹 서비스를 만들수 있었던 노하우를 설명했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자.
■ 흥행한 웹 서비스의 공통점은? 재미-편리-영리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온라인게임이 성공할 확률은 낮다. 그런데 새로운 웹 서비스의 성공률은 이것보다 더 낮다. 이에 대해 임수진 과장은 "일주일에 7개의 웹 서비스가 오픈되고, 7개가 망한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잘 안되는 것일까? 웹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임수진 과장은 성공한 웹 서비스들의 공통점을 정리했다. 그 결과 3가지로 압축됐다. 재미, 편리, 영리(자신의 이익)가 바로 그것이다. 재미를 위해 찾는 웹 서비스는 네이버웹툰, 루리웹, 디씨인사이드 등이다. 영리를 위해 찾는 웹 서비스는 위메이크프라이스 등의 소셜 커머스, 네이버 가격비교, 중고나라, 알바천국 등이다. 편리를 위해 찾는 웹 서비스는 다음 로드뷰, 카카오톡, 트위터, 네이버 블로그 등이다.
루리웹이 프리젠테이션에!
■ 던파 웹 서비스 전략 - 편리에 중점을 두었다
그렇다면 던파 홈페이지는 재미, 편리, 영리 중 무엇을 추구했을까? 재미의 경우는 던파라는 게임이 이미 충족시켜주고 있다. 그러면 영리를 추구할까? 네오플은 이미 던파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웹 서비스에서까지 영리를 추구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남은 것은 \'편리\'다. 이에 액션포털팀은 게이머들의 \'편리\'를 위한 서비스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네오플이 게이머들에게 제공할 법한 편의기능(콘텐츠 공략, 잡담을 위한 공간 등)은 이미 다른 웹 서비스들이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게임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각종 팬사이트에서 자세히 얻을 수 있고, 던파에 대한 잡담을 하고 싶다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을 가면 된다. 게이머가 이런 기존의 틀 안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네오플이 제공해주는 웹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용한다 하더라도 사람이 별로 없다면 금방 떠나가게될 것이다.
예제 1 - 오늘의 던파
그렇다면,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할 법한 이유를 만들어주면 된다. 네오플이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하면, 게이머가 기존에 사용했던 서비스를 보다 빛내줄 수 있게 해보자. 이렇게 해서 기획된 것이 \'오늘의 던파\'이다. 오늘의 던파는 던파 게이머가 평소에 자신이 활동하던 게시판에 작성한 양질의 글, 재미있는 글을 던파 공식 홈페이지에 직접 링크 형식으로 걸어주는 것이다. 게이머는 네오플의 게시판을 이용할 필요가 없고, 자신이 평소에 활동하던 곳에서 글을 쓰면된다. 평소에 정성들여 양질의 글을 작성하면 어느날 던파 공식 홈페이지의 중앙에 자신의 글이 걸려있게 된다.
게이머 입장에서 \'오늘의 던파\'는 자신의 글이 공식 홈페이지에 걸렸을 때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다른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굳이 검색을 거치치 않고도 편하게 매일매일 양질의 글, 재미있는 글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네오플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오늘의 던파가 인기를 끌자 던파 게이머들이 던파와 관련된 글을 자신의 블로그나 각종 게시판에 올리는 빈도수가 크게 늘어난 것.
예제2 - 오늘!
성공적이었던 웹 서비스의 또 다른 예로는 \'오늘!\'이 있다. 오늘!은 던파 공식 홈페이지에 각종 웹진 기사의 링크와 제목을 모아 놓은 서비스로, 등록된 매체가 원하는 기사를 4~5개까지 올릴 수 있다. (참고로, 게이머가 기사를 클릭할 경우 던파 공식 홈페이지 트래픽이 아닌 해당 웹진 트래픽이 올라간다.) 일종의 \'오픈캐스트인\' 셈. 임수진 과장은 "\'게이머가 우리 게임만 즐기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다른 게임에 대한 기사도 볼 수 있는 서비스를기획했다"고 말했다.
서비스 도입 결과, 던파 공식 홈페이지에는 매일매일그날의 게임 관련 주요 뉴스들이 일목 요연하게 정리됐다. 던파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굳이 게임 웹진을 일일이 찾아가지 않아도, 던파 공식 홈페이지에만 오면 편리하게 그날의 주요 게임 업계 뉴스를 볼 수 있게 된 것.
■ 성공 요인- 발생하는 트래픽을 다 먹으려 하지 않았다
오늘의 던파와 오늘!의 공통점은, 던파 공식 홈페이지 트래픽이 아닌 외부 트래픽을 상승시킨다는 점이다. 오늘의 던파를 클릭하면 게이머가 등록한 블로그나 게시물의 트래픽이 오르고, 오늘! 에 등록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매체 트래픽이 오른다. 그러면 트래픽이 잡히지 않는데 서비스 이용률을 어떻게 판단할까? 임수진 과장은 "던파 공식 홈페이지의 트래픽 수치나 조회수로 성공/실패를 판단하기보다는, 게이머들이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이용해주느냐를주관적으로 판단해서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며"이런 평가 방법에 대한 신뢰도 내부적으로 쌓여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수진 과장은 "우리가 이런 서비스를 만들면서 굳이 여기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다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며 "만약 우리가 여기서 발생한 트래픽을 다 안고가려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성공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렇게 외부로 트래픽을 내주는 구조는 내가 다른 대기업에 있었을 때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며 "경영진 등 윗 분들이 이런 구조를 이해해주고 허락해주신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고 덧붙였다.
네오플 임수진 과장
가고싶었지만 학생이라 여의치 않아 아쉬웠었는데 잘 정리해주셨네요 내용도 정말 알차고!
편견의 종류가 다를뿐 오타쿠나 아닌 사람이나 조금씩은 다 가지고 있죠.
일반인도 참가가능 했었나요
으헝헝 풀버젼이다
우왁, 저런 강연이 있었다니 ㅠ.ㅠ 미래 게임인을 목표로 하는 자로서 정말 유익했을 건데 일반인 대상은 아닌가? 뭐 아무튼 아쉽네요. 그래도 어쨌든 이 글로도 굳! ㅜ.ㅜ
오 하츠네 미쿠 오타 수정해줬네 ㄳㄳ
오오~ 풀버젼!
천재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노력하는 천재'
저런강연이 있다면 진짜 가보고 싶네요
학생의 경우엔 게임제작 동호회 소속이면 초대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송재경씨가 와우를 지목했군요. 하긴, 그럴만도 한게 와우가 국내 들어오기전까지만해도 그러한 시스템이 하나없었으니
콜옵과 몬헌의 비교는 좀 잘못됐다고 보여지네요. 물론 오타쿠문화의 부정적인 인식과 폄하는 재고해볼만 하지만.. 실질적으로 콜옵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일본게임의 쇠락과 상대적으로 서양마인드의 게임이 대세를 타고 있다는 매우 상징적인 반증이죠.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되어 여러나라에서 세일즈에 성공한 콜옵이 일본시장을 타깃으로 시장이 매우 한정되어 있는 몬헌보다 대중적으로 더 평가를 받는것은 매우 당연한 시장경제 이치일뿐...그리고 이것은 콘솔게임의 중심이 과거 일본에서 서양으로 넘어갔음을 의미합니다.
신세대 관련 글에서 "신세데"라는 오타가있습니다 확인해주세요
걔들이 안여돼인건 왜 얘기를 안하니
좋은 강연이네요.
그래서 온라인게임을 캐쉬 와 노가다으로 하라는 건가? 게임만드는 것은 좋지만 노가다 게임을 만들고 싶지않다.
오타쿠의 맹점은 시장을 좁게 만들고 비대중적이며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고 편항된 인간들 생성할 위험성이 있다.
오타쿠는 게임 잘 안사고 안하잖아? 애니보고 블루레이사고 굿즈모으고 동인지 모으고 코믹가고 코스프레사진보고 그러지 않나? 게임할 시간이 어딨어 이쁜 여캐있는 게임이 흥하는건 그냥 남자본능 아닌가?
전부 다 이해하겠는데. 오타쿠에 대한 편견과 게임 개발의 연관성이 뭐지...
인식이 제작이나 판매 마케팅에 영향이 있다는 얘기
제다이트//맞는말임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어 시장이 일본처럼 고립회될 가능성이 높음
다른 것보다. 대규모 패치는 하락세가 시작되기 전에 하는게 맞다는 말은 정말 공감이 가네요. 최근의 대표적 예는 테라죠. 지금와서 대규모 패치해봐야.... 누가 관심을 갖겠어요;
이런 거 왜감? 시간 아깝게?
NDC는 게이머가 아닌 게임 개발자들이 그간 겪었던 문제/해결방법 혹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공유를 하는 자리입니다. Nexon Developers Conference 의 약자죠.. 도쿄 게임쇼나 E3랑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행사이고 세계적인 GDC의 한국판이라 보면 됩니다. 게임 개발자의 입장으로 이런 경험의 공유는 대단히 중요하고 희귀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이겠지만, 개발하는 입장과 디렉팅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한 노하우이기 때문이죠. 이런 노하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그런 유사한 실수는 안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바닥 업계에선 KGC 보다 NDC가 내용면이나 퀄리티 측면에서 백배 훌륭하다고 평가합니다.(블로그 몇개 뒤져 보세요) 그리고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닙니다. (실제로 여기 입장권이 현거래로 엄청난 고가에 팔렸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선착순 업계 사람들만 응모하는데 몇 초면 끝나고, 그 다음에는 세션들(강사)에게 나오는 초청장 2장(아마도..)에 기대해야 합니다. 넥슨이 맘에 안들어도 이런 행사는 인정해줘야 합니다~
이거는 뭐 어떻게하면 게임중독을 시킬까? 강연
넥슨이 코흘리개 돈 긁어먹는 것에 뛰어나다지만, 코흘리개 돈 긁어먹는게 쉬운게 아닙니다...
게임 개발자면 NDC는 진짜 가보면 좋은게 많지만 밑에 누구같이 게임만 하는 사람한테는 진짜 시간만 아깝죠
넥슨 강연은 이거 하나면 충분함...일단!!!! 베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