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게임은 그림 판당고이다.
* 고전 어드벤쳐 게임은 정말이지 악랄하다고 볼 수 있는데.
퍼즐 기반이면서 그 논리가 합당하다는 느낌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령 논리가 있다고는 해도 스치듯이 지나가기 일쑤고
이벤트 순서를 제대로 안 맞추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 그림 판당고에서도 그런 점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다.
고전 어드벤쳐 작품이니 만큼 합리적인 퍼즐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참고로 패드를 사용하면 편하긴 한데, 상호 작용 위치가 미묘한 부분이 있어서
마우스도 함께 사용하는 게(!) 편하다.
* 사실상 공략 없이는 깨기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다.
설령 구석구석 뒤지고 싹싹 긁어서 진행을 해도 마땅한 성취감이랄 게 없다.
그게 바로 고전 어드벤쳐의 문제점이다. 액션이면 고생한 만큼 클리어 했을 때의
쾌감이 크고 유저 스스로가 성장하는 맛이 있지만, 고전적 퍼즐은 일회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 초반은 그럭저럭 해나간다 쳐도 맵이 넓어지는 루바카바부터는 막막함이 크다.
다양한 곳에 오브젝트가 있는데 상호 작용에 순서가 있는지라, 최종 목표는 알겠는데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게임에 익숙해지면 일단 이거저거 다 건드려 보고 아이템도 여기저기 문지르며
어찌어찌 진행을 하겠지만 머리로는 내가 뭐하는 건지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을 종종 직면하게 될 것이다.
* 고전 어드벤쳐라는 점만 감안한다면 게임은 굉장히 흥미롭다.
사후 세계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으며 이야기 전개, 캐릭터 디자인, 음악 등이 뛰어나다.
* 클리어 특전으로 나오는 콘티만 봐도 게임에 들어간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상 플레이가 덤으로 들어간 픽사 애니, 디즈니 애니라고 봐도 된다.
약간 성인풍의.
* 애니메이션 한 편 보는 기분으로 하면 썩 괜찮은 감상이 될 것이다.
* 어드벤쳐 장르의 최근 흐름은 최대한 플레이를 배제하는 것에 있다.
골치 아픈 퍼즐은 줄이고 인물과 이야기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이걸 게임으로 봐야 하는가 하는 시각도 있다.
한꺼풀 벗겨 놓고 보면 중간 중간 미니 게임이 들어간 폴리곤 드라마 정도의 느낌이니까.
* 그도 그럴 것이 고전적 어드벤쳐 게임은 중간에 명맥이 끊겼고,
그로 인해 이렇다 할 유산을 별로 물려 받지 못 했기 때문이다.
플레이 감각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더디게 발전한 탓이 크다.
* 이러나 저러나 그림 판당고는 한 번쯤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고전 어드벤쳐 장르의 최후의 불꽃으로 명과 암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주인공 매니는 그동안의 모험을, 삶을 여행에 비유했다.
그림 판당고의 사후 세계는 염세적이고 느와르적이지만 이런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름의 울림을 줬다.
어떤 것을 겪을지 모르는 삶이라면 두렵겠지만, 어떤 것을 겪을지 모르는 여행이라면 흥분 되고 즐거울 것이다.
삶을 여행이라 생각한다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인생게임중 하나. 고전 어드벤처 게임의 재미는 저런 맛이 있었죠. 여기서 이걸 해볼까? 아니네 이번엔 이걸 해볼까? 헐 이렇게 되네 같은.. 그런 면에선 요즘의 어드벤처 게임은 워킹데드 때문인지 그저 보는듯한 면이 강해져서 좀 아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