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의 잔영, 키워드는 포립·성장·대중화
이 : 기본 룰은 예전과 같으며, 방향성도 그렇다. 차이점이 있다면 성장 시스템의 추가로 인해 체력과 HP 같은 개념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 프리미어 테스트 시 서브 미션에 골드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의견이 있었다. 개선 의향이 있는가?
이 : 그 의견에 공감하여 서브 미션 난이도는 많이 낮출 예정이며, 초반부 허들도 낮출 것이다.
● 넥스트플로어는 공동 개발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퍼블리싱을 진행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렇게 했는지?
김 : 퍼블리싱 계약 체결 당시 이미 개발이 거의 완성된 상태라 당시는 공동 개발이란 이름을 붙이기가 애매했으나, 이후 추가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셔서 공동 개발이라는 넥스트플로어의 지향점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김 : 포립 시절은 창세기전이란 IP의 힘을 필요로 했으나, 지금은 포립 자체를 아끼고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보다 대중적인 게임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맥스 시절부터 유지되고 있는 공식 카페에도 애정을 가진 분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계시고, 테스트 기간 중 리텐션 수치도 나쁘지 않다.
●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는 HP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변화를 준 이유는?
이 : 성장을 했을 때 그에 대한 대가가 필요했고, 주사위를 마냥 늘릴 수는 없었기에 유저들에게 친숙한 HP와 공격력 등을 생각하게 됐다. 다만, 4인 난투에서는 이에 따른 영향보다 아이템 카드와 어빌리티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며, HP와 공격력의 중요성은 다른 모드에서 부각될 것이다.
김 : 2004년도에 서비스 종료가 된 게임을 다시 만드는 것이라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세기전과 포립이 가진 장점이 있는 만큼 이를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포립의 세계관은 시나리오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며, 창세기전 세계관을 정리해서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콘텐츠를 공식 카페에 올려 놓을 계획이다. 프리미어 테스트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이 있는데, 창세기전이나 포립 원작과 관계 있는 캐릭터를 획득하면 보상과 더불어 오리지널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는 인연 콘텐츠를 도서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원작에서는 랜덤 요소가 강했지만, 지금은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많이 갈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에 대한 대책은?
이 : 원작 주사위의 잔영도 살라딘과 솔저가 붙으면 도저히 솔저가 이길 수 없는 구조였다. 주사위가 많으면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갭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장 시스템을 넣었다. 또 4인 난투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플레이어를 매칭 하게 될 것이다.
● 카카오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 이 게임이 보다 대중적이 되길 바랐다. 캐릭터를 귀엽게 만든 이유도 그래서이고. 친선전의 경우 카카오 친구라면 누구나 부를 수 있으며, 길드 시스템 역시 카카오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김 : 귀엽다기보다는 캐주얼 한 그래픽이란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
● 성과는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나?
김 : 수치를 직접하기는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개발사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만든 만큼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즐겨주셨으면 한다.
● 캐주얼 화 된 캐릭터 및 그래픽 퀄리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 : 원작의 경우 창세기전 3와 창세기전 3 파트 2의 도트 캐릭터를 사용하다 보니 어느 작품에 나왔는가에 따라 크기와 비율이 다르기도 했고, 정식 버전에 추가될 서풍의 광시곡이나 템페스트 캐릭터 외에도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될 예정이어서 어느 정도 통일된 스타일이 필요했다. 퀄리티는 2014년 3월 개발 시작 당시만 해도 한 화면에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다 보니 하나 하나를 하이 퀄리티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의 스마트폰 스펙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으니,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각 캐릭터의 퀄리티를 점진적으로 높여가고 싶다. 여담이지만 현재 의상샵에서 색 바리에이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시리즈에서 의미 있었던 캐릭터는 기본 버전 외에 어나더 스킨 버전이나 추가적인 코스튬 디자인을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이 :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가챠에서 획득 가능하고, 시나리오에서도 획득해 강화시킬 수 있다. 각 모드 별로 얻을 수 있는 세계지기가 정해져 있는데, 투기장에서는 루시안, 4인 난투에서는 아나이스 등을 얻을 수 있고, 캐릭터 조각을 획득해 교환하는 방식이다. 가챠 확률은 최대한 좋게… 3%까지 생각하고 있어서 원하는 캐릭터를 얻는 것이 힘들지는 않겠지만, 대신 성장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게 만들 것이다.
● 과금 모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이 : 기본적으로 캐릭터 판매, 시나리오 재화 판매, 인게임 재화 판매가 들어가 있고, 그 외 다른 모바일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수용했다. 또 지금의 코스튬은 강화를 통해 조건을 만족시키면 획득할 수 있으나, 어나더 스킨 등은 유료 재화가 필요할 것이다.
● 원작에서는 특정 맵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했는데, 이번 프리미어 테스트에서는 어땠는가?
이 : 친선전의 경우 다양한 맵을 플레이 할 수 있지만, 4인 난투나 팀승부는 정해진 맵에서만 플레이 하게 된다.
김 : 덧붙여 친선전은 프리미어 테스트 마지막 날 한시적으로 오픈 된 모드라, 유의미한 수치라고 보기 어렵다.
● 지금까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보드 게임이 많이 나왔지만 장수 게임은 저연령층과 여성층을 겨냥한 게임들 뿐이다. 어떤 전략을 세웠나?
이 :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캐릭터 디자인을 친숙하게 바꾸었고, 게임 룰 또한 생소할 수 있어서 성장 시스템은 다른 게임들처럼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나 자신이 포립 팬이기도 한데, 당시 여성 유저분들의 비율이 높았기에 향후 포립을 연상시키는 시스템을 추가해 나갈 것이다.
김 : 원작의 팬이 존재하는 게임이기에 1차적으로는 그분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며, 대중화를 위해 캐주얼화 및 카카오 플랫폼을 선택했다. 원작을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 포립이나 창세기전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이 플레이 해주시면 좋겠다.
● 프리미어 테스트 시 받은 피드백 중 가장 큰 불만은?
이 : 아이템 카드가 랜덤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컸다. 성장 시스템의 도입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날 랜덤 아이템 전을 플레이 하면서 즐거워하시는 것을 보고 랜덤 아이템 전을 특정 시기에 즐길 수 있도록 결정했다. 주사위가 빨리 굴러가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는데, 모바일 게임의 특성 상 원작처럼 진행하면 템포가 너무 늘어져 희생이 불가피했다.
이 : 포립 캐릭터는 대부분 등장하겠지만 그 때의 비주얼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대한 원작 느낌을 주는 것이 목표이지만 기존 원화는 사용하기 어렵다.
● 원작은 내부 커뮤니티가 활발했던 게임인데, 주사위의 잔영에서는 어떻게 이를 살릴 것인가?
이 : 역시 커뮤니티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채팅 시스템은 물론 친구와의 음성 채팅도 지원한다. 그리고 포립에서 볼 수 있던 방 안에서의 대화 같은 시스템도 추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원작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의를 거쳐 콜라보레이션 할 가능성은?
이 : 일단 시프트업과는 친하다(웃음). 넥스트플로어 내부 IP는 허락만 해주신다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 기존 작가분들과는 지금도 가끔 만남을 갖고 있는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 4인 난투와 팀승부에서는 날개나 여신의 신발 같은 특정 아이템 카드가 유리하지만 이에 대한 카운터를 마련해 두었고, 원작에서는 특정 맵에 특화된 아이템 카드가 매우 중요하게 쓰였으나, 지금은 용자의 무덤, 투기장 등 각 모드마다 유용한 카드가 따로 있으니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 향후 포립이라는 플랫폼이나 브랜드를 재구축할 계획이 있는가?
김 : 지금으로서는 언제쯤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런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고, 포립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 추가를 시작으로 장기적으로는 포립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부활시키고 싶다. 포립 서비스를 최초에 기획했던 분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데, 본인이 소프트맥스에 재직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시절이 포립을 개발할 때였다고 말할 정도이다. 사명인 스튜디오포립은 그런 시절을 다시 오게 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 출시 전후로 이스포츠나 대회 방식의 이벤트를 열 계획이 있나?
김 : 이 부분은 개발사에서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프리미어 테스트 기간에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방송을 보면서, 주사위의 잔영이 가진 의외성 때문에 게임 룰만 이해하고 있으면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 원작 팬들은 오프라인 보드 게임까지 만들어 즐기시더라. 우선은 예전 친구들과 토너먼트를 즐기고 싶다.
● 끝으로 한 말씀 부탁 드린다.
이 : 기본적으로 나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 개발자들은 보통 자신이 만든 게임을 잘 하지 않지만, 거의 4년 동안 개발했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플레이 하고 있다. 주사위의 잔영을 좋아하는 분들이 그렇게 오랜 기간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
김 : 오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다 머릿속을 스친 키워드가 ‘시간’이었는데, 오랜 시간 묻혀 있다가 나온 게임이기도 하고, 다시 만드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예기치 못한 외부 상황 때문에 오랜 시간을 허송세월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 단계까지 오게 되어 감회가 새로우며,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분들이 앞으로도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