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일단 액션은 합격점, ‘원피스 월드 시커’ 체험기
‘GTA’, ‘어쌔신 크리드’, 그리고 최근에는 ‘스파이더맨’까지. 생동감 넘치는 심리스 필드를 무대로 자유롭게 스토리와 콘텐츠를 즐기는 오픈월드 게임은 오늘날 뭇 게이머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거대한 세계와 수많은 콘텐츠가 문제없이 맞물리고, 높은 자유도가 되려 독이 되지 않으려면 그만큼 세밀한 검수와 투자가 전제되어야 하는 난해한 장르이기도 하다.
그런데 ‘판도라의 탑’, ‘원피스 기간트 배틀’ 시리즈로 개발력을 인정받은 간바리온이 이러한 오픈월드 게임 개발에 과감히 도전했다. 그것도 공전의 히트를 친 오다 에이치로作 소년 만화 ‘원피스’ 20주년을 기념하는 상당한 규모의 대작이다. 과연 간바리온이 만들고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가 유통하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원피스 월드 시커’는 어떤 모습일지, 국제게임쇼 TGS 2018을 기하여 약 15분 가량 직접 체험해보았다.
이야기는 이렇다. 밀집모자 해적단은 이름 그대로 섬 중앙에 거대한 형무소가 마련된 감옥섬(Jail Island)를 털다가 일이 틀어져 한동안 그대로 눌러앉게 된다. 특히 초과학력으로 무장한 형무소장 아이작(Isaac)과 접전에서 패퇴한 루피를 반해군파를 이끄는 소녀 잔느가 치료해주는데, 이를 계기로 그녀를 도와 섬을 해방하는 것이 ‘원피스 월드 시커’의 주된 내용이다.
아쉽게도 이번에 플레이할 수 있었던 빌드는 섬 변두리의 어느 언덕 중턱에서 꼭대기까지 이동하는 짧은 구간뿐이었다. 주어진 퀘스트 내용도 꼭대기로 향하라(Head for the peak)라는 단순한 것. 가는 길에는 총과 방패로 무장한 두어 종의 해군 병사 여럿과 파시피스타 한 대가 있었고, 정상에 오르면 아카이누 보스전 이후 사보가 깜짝 등장하며 체험이 종료된다.
일단 오픈월드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심리스 필드 탐험이 봉쇄된 시점에서 이 게임을 제대로 평하기는 어렵다. 분량이 적은 탓도 있지만 하필 손에 잡힐 것도 별로 없는 장소라 영상에서처럼 자유자재로 고무고무 로켓을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 ‘스파이더맨’이 전봇대 타듯 나무와 나무 사이라도 날아다니려 했지만 기대보다 로켓을 쏠 수 있는 지점이 매우 적었다.
덕분에 뛰어서 넘어갈 수 없는 지형은 모조리 삥 돌아가야 하는 등 이동의 자유가 상당히 제약되는 느낌이었다. 어떤 절벽은 저 앞에 필드가 펼쳐져 있음에도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뛰어내릴 수 없었는데, 데모라 공간을 제한한 것이라 믿고 싶다. 다리를 프로펠러처럼 휘둘러 저공 비행하는 고무고무 UFO도 구현은 되어있었지만 마찬가지로 장소가 좋지 못했다.
일종의 잠입 액션처럼 적에게 다가가서 테이크다운을 걸 수 있으나 이 역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딱히 적의 인식 범위나 경계 상태가 표시되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기본적인 앉기(or 숨기) 버튼이 없다. AI가 너무 멍청해서 그냥 뒤로 다가가도 모르긴 한데 여러모로 어설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차라리 100% 경파한 정면 승부 게임을 만들던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루피가 펼치는 액션이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평타를 때릴 때 자연스레 섞여 나오는 여러 고무고무 공격은 부드러운 모션과 호쾌한 타격감을 보여주고, 특수 기술인 ‘레드 호크’와 ‘이글 스톰’ 또한 박력 넘치는 연출로 그 위력을 실감케 한다. 조금 무리수가 아닌가 싶지만 원거리 공격도 탑재되어 있고 십자키 하단을 통해 위력/기동성 모드를 교체하며 싸울 수 있는 등 지원하는 액션의 가짓수도 풍부한 편이다.
L1 + R1 혹은 + R2로 발동하는 견문색 패기(Observation Haki)도 재미있는 요소다. 견문색 패기는 두 종류가 있는데 집중(Focus)은 오픈월드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시이고, 자각(Perception)은 순간적으로 주위 시간이 느려 지는 불릿타임이다. 보스전에서 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막거나 피할 경우에도 아주 잠시 자각의 견문색 패기가 발동하여 곧장 반격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상술했듯 이러한 공격을 받아줄 적의 상태가 영 부실한 편이다. AI도 멍청하고 모션도 어정쩡한데 데모라 그런지 나오는 수도 너무 적다. 액션의 합이 맞지 않는다고 할까? 아카이누와 보스전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그 역시 두세가지 종류의 패턴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래도 이 부분은 정식 발매 전까지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 위안이다.
간바리온은 얼마 전, 완성도 재고를 이유로 ‘원피스 월드 시커’ 발매 시기를 2019년으로 연기한 바 있다. 실제로 기자가 살펴본 게임의 면면은 ‘갓 오브 워’, ‘마블스 스파이더맨’과 같이 근래 호평을 받은 대작과 견주기에 적잖이 모자라고 투박했다. 하지만 조금 눈높이를 낮추고 본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오픈월드 게임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준비는 되어있기도 하다.
일견 흥미로운 배경설정과 심리스 필드를 갖췄고, 거길 오갈 수단도 그럭저럭 마련되어 있으며 가장 중요한 루피의 고무고무 액션도 썩 재미있으니 말이다. 그야 ‘어쌔신 크리드’ 등과 비교하며 조목조목 따지면 지적할 거리가 쏟아지겠지만, 어쨌든 이건 ‘원피스’에 기반한 캐릭터 게임이며 그 나름의 참신함과 재미로 승부하면 된다. 물론 ‘원피스’의 대단한 팬이 아니라면 최종 평가가 나오기 전에 섣불리 구매하는 것은 추천하지 못하겠다. 일단 발매 연기로 인해 완성까지 시일이 꽤 남은만큼 더 나은 게임이 되길 기다려보자.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