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드디어 단테로부터 독립한 네로, 데빌 메이 크라이 5
소싯적 스타일리쉬 액션의 대명사 ‘데빌 메이 크라이’가 아주 오랜만에 한바탕 악마 사냥에 나선다. 신세대 주인공을 내세운 4편을 마지막으로 시리즈 명맥이 끊긴 지도 어언 10년, 이번에는 그간 작중 마지막 시간대로 알려졌던 2편조차 뛰어넘어 청년 네로와 급 삭아버린 단테의 새로운 모험담을 다룬다고. 최근 ‘몬스터 헌터: 월드’, ‘바이오하자드 RE:2’ 등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캡콤이기에 ‘데빌 메이 크라이’의 부활도 믿어봄직하다.
먼저 실토하자면 기자는 ‘데빌 메이 크라이 4’를 하는 내내 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세대 주인공이라면서 외형은 단테를 빼다 박아서 개성이 부족하고, 성격면에서도 흔한 소년만화 주인공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 보였다. 2001년 첫 등장한 단테는 요즘 기준으로도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정작 그보다 7년이나 후발주자인 네로는 상큼하기는커녕 진부한 반항끼, 진부한 사랑, 진부한 출생의 비밀로 가득하다니. 오히려 그를 다독이는 삼촌 단테의 위상만 높여주고 말았다.
그렇기에 ‘데빌 메이 크라이’가 조용히 간판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네로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시리즈가 4편씩 나오며 단테의 이미지는 모조리 소모해버렸는데, 새롭게 투입한 네로가 견인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그대로 고꾸라진 셈이다. 그걸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닌자 시어리에게 ‘DmC: 데빌 메이 크라이’라는 일종의 리부트를 의뢰하기도 했지만, 워낙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바람에 게임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기존 팬덤을 납득시키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러한 사정으로 기자는 지난 E3 2018에서 네로를 주인공으로 한 ‘데빌 메이 크라이 5’가 공개될 당시, 너무나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미 한번 시리즈를 자빠트린 네로가 두 번은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거기다 짧게 친 머리가 묘하게 ‘DmC’ 속 단테를 닮아서 찝찝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여러 잡념을 품은 체 금번 도쿄게임쇼 2018에서 드디어 ‘데빌 메이 크라이 5’를 직접 시연하며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연 분량은 총 30분 정도로 익숙해지면 15분 내외로 클리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네로를 조종하여 악마가 침공한 도시를 전력 돌파하여 최종적으로 골리앗이란 이름의 거대한 악마를 처치하면 종료. 이번 작의 네로는 전작에서 보여준 악마의 힘이 깃든 팔 데빌 브링거가 아닌 기계 의수 데빌 브레이커를 사용한 독특한 액션을 펼치는데, 여기에 검과 총이 곁들여져 ‘데빌 메이 크라이’ 특유의 스타일리쉬 액션이 펼쳐진다.
기본적으로 검과 총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적들을 띄우고 박살내는 콤보는 여전히 상쾌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라면 결국 단테보다 나을 게 없을 텐데, 새로이 장착한 이 의수가 아주 제대로 된 물건이다. 데빌 브레이커는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여 저마다 특색 있는 효과를 내며 전투 중에 계속해서 파손되고 또 갈아 끼는 소모품으로 취급된다. 덕분에 딱히 조작계가 복잡해지지 않으면서도 여러 무기를 실시간으로 바꿔가며 사용하는 재미를 준다.
이번 시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데빌 브레이커는 커다란 전기 장타로 상대를 지져버리는 오버츄어, 충격파로 적을 멀찍이 날려버리는 거베라, 유도 기능까지 달린 로켓 펀치에다 스케이드 보드처럼 타고 날아다닐 수 있는 펀치 라인까지 3종. 본편에서는 추가로 더욱 많은 데빌 브레이커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목표물에 와이어를 발사해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히는 스내치처럼 전투의 속도감을 유지시켜줄 여러 장치 또한 충실히 마련되어 있다.
전작의 겉멋만 잔뜩 든 데빌 브링거와 달리 데빌 브레이커는 ‘데빌 메이 크라이’ 전투 시스템에 실질적인 발전을 도모했을 뿐 아니라, 드디어 네로만의 시그니처 무장이 탄생했다는 점에서도 기념비적이다. 제 핏줄을 찾아가듯 재킷을 파란색으로 바꿔 입은 데다 데빌 브레이커를 장착함으로써 드디어 단테의 아류가 아닌 네로라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성격면에서는 되려 젊은 시절 단테에 가까워지긴 했으나 이건 긍정적인 변화에 가깝다.
물론 이번 작에도 단테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나오기 때문에 다시금 페이크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으나, 시연대로만 게임이 완성된다면 ‘데빌 메이 크라이 5’의 재미는 물론 네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전성기 단테와 버질이 절반씩 겹쳐 보이는 네로는 멋있고, 데빌 브레이커를 활용한 액션은 끝내주며, 전투 도중에 신나게 흘러 넘치는 보컬송은 그야말로 미쳤다. 근 10년만에 정말 제대로 된 ‘데빌 메이 크라이’가 부활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