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이모탈, 가장 ‘디아’스러운 모바일 RPG를 추구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가 돌아왔다. 비록 모두가 기대하던 모습과 방식은 아니긴 하지만. 2016년 즈음 ‘디아블로’ 25주년이 싱겁게 끝나버린 후 이미 해탈의 경지에 이른 팬덤일진데, 금번 ‘디아블로 이모탈’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고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직전까지 열광의 도가니였던 블리즈컨 2018 개막식은 이 작품의 발표와 함께 빠르게 냉각되었고, 만 하루가 지난 현재까지 커뮤니티는 들끓고 유튜브 역시 부정적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경이다.
팬덤의 주된 불만은 수개월 전부터 기대감을 고조시킨 결과가 ‘디아블로 3’ 기반 모바일 게임이냐는 것, 다름아닌 원작의 ‘짝퉁’ 논란까지 있었던 중국 넷이즈가 개발에 깊이 관여한 점, 정작 본진인 PC나 콘솔로는 추가 발표가 일절 없었던 것 등이다. 물론 이와 반대로 2편과 3편 사이에 스토리 공백이 메워지고 언제 어디서나 고품질 액션 RPG를 즐길 수 있게 되어 반갑다는 목소리도 상당한 편. 특히 실제 게임 플레이를 본 후 마음이 풀어졌다는 이들이 적잖다.
그간 개발 기간은 오래 걸려도 팬덤이 원하는 바를 속속들이 만족시켜 ‘장인’이라 불리워온 블리자드가 어째서 이런 역풍을 예상치 못했을까? 과연 금번 ‘디아블로 이모탈’ 발표에는 어떠한 안배가 있었는지 앨런 애드햄 총괄 프로듀서와 와이엇 청 수석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 ‘블리자드 이모탈’을 만드는데 있어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관계는 어떠한가
: 양사의 협력 체계는 10년 가까이 이어져왔다. 블리자드와 넷이즈가 긴밀히 협력하여 동서양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가장 ‘디아블로’스러운 모바일 RPG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넷이즈 협력 없이 블리자드 단독으로 모바일 게임을 만들 순 없었나
: 실제로 지난 몇 년간 블리자드 개발자들도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는 경향이 많아졌다. ‘디아블로 이모탈’처럼 외부 협력을 통해 개발하는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단독 개발하는 모바일 게임도 있다. 현재 블리자드에선 역사상 가장 많은 프로젝트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 이미 ‘디아블로’에서 영감을 얻은 모바일 RPG가 여럿 있는데, 진출이 늦은 것 아닌가
: 액션 RPG는 거의 30년 가까이 이어진 장르다. 몬스터를 처치하고 아이템을 얻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어떠한 트렌드가 아닌 꾸준히 이어져온 메커니즘인 셈이다. 모바일 기기가 꾸준히 발전한 덕분에 이제는 PC 플레이 경험에 준하는 액션 RPG를 선보일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
● 한편으로 ‘디아블로’가 어째서 모바일로 진출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 모바일 기기의 뛰어난 접근성을 통해 더 많은 플레이어에게 ‘디아블로’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의 경우 보다 젊은 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 아침에 보니 누군가 컨벤션 센터 앞에서 ‘디아블로 이모탈’ 취소 시위를 하더라
: 정말이지 열정적인 ‘디아블로’ 팬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도 게임에 애정과 관심이 있기에 나오는 것 아니겠나? 내가 어제부터 살펴보니 처음에는 회의적이던 이들도 직접 시연해보면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많았다. 블리자드는 이제껏 다양한 플랫폼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으며 ‘디아블로 이모탈’도 그 중 하나로 봐주면 좋겠다. ‘디아블로’ 관련 팀은 이외에도 여럿 있고 이게 유일한 신작인 것도 아니니까.
● 완성도를 떠나서 여타 모바일 RPG와 비교해 특징이랄 것이 없는 모습이다
: 이번에 시연한 데모는 아직 개발 중인 버전이라 개선의 여지가 많다. 가령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아주 중요한 기능인 인벤토리도 막혀 있는 상태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완성도를 높여가겠다.
● 넷이즈는 과거 ‘디아블로’ 아류작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데, 혹시 알고 있나
: ‘디아블로 이모탈’은 그러한 아류작과 무관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다. UI는 어디서 본 듯하겠지만 그건 중국뿐 아니라 한국이나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규격이다.
● 그렇다면 ‘디아블로 이모탈’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개발했는지
: 게임 디자인에 있어 ‘1/3 법칙’이란 것이 있다. 1/3은 기존 팬덤에게 친숙한 요소를 그대로 가져오고, 1/3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고도화하고, 1/3은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으로 채워 넣는다는 것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이러한 1/3 법칙을 통해 ‘디아블로 3’를 모바일로 옮겨온 작품이다.
● BM(수익화 구조)는 어떻게 가져갈 계획이며 출시 일정은 언제쯤일지
: 수익화 구조는 여기서 밝히기 어렵지만 블리자드 게임다운 완성도와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출시 일정 또한 내부에서 만족할만한 지점에 이를 때까지는 미정이다.
● 만약 ‘디아블로 이모탈’이 내부에서 만족할만한 지점에 이르지 못하면 취소될 수도 있나
: 사실 블리자드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외부에 알려지지조차 못한 체 취소되곤 한다. 하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은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이루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확신하므로 취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약속한다.
● 시연 분량은 15분 정도 플레이가 가능했는데, 전체 분량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 이걸 정확한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버전에서는 칸두라스 남쪽 끝자락부터 세계석이 폭발한 툰드라 지역까지 성역 대부분을 탐험할 수 있을 것이다.
● ‘디아블로’하면 파밍이 핵심인데 해당 시스템을 보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 주된 게임 플레이는 우선 메인 퀘스트가 여러 지역에 걸쳐 있고, 곳곳마다 서브 퀘스트가 이야기의 살을 붙이게 된다. 파밍 시스템은 그걸 받쳐주는 형태가 될 것이다.
● 2편과 3편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이야기라면, 블리자드가 인정하는 정사라는 건가
: 당연히 정사로 봐주길 바란다. ‘디아블로 2: 파괴의 군주’부터 ‘디아블로 3’까지 20년 가까운 공백이 있는데,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디아블로 이모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만약 ‘디아블로’ 시리즈 가운데 2편을 가장 좋아한다면 시퀄로, 3편을 가장 좋아한다면 프리퀄로 즐기면 된다.
● '디아블로 3' 주역들 가운데 유일하게 부두술사가 제외됐는데
: 나 스스로 부두술사를 디자인한 터라 애착이 강하긴 하지만 일단 현재 6인 체제가 ‘디아블로 이모탈’에 최적이라 판단했다.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할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
● 2편과 3편 사이 이야기라면 3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게 설정 오류 아닌가
: ‘디아블로 이모탈’은 2편과 3편 사이의 이야기지만 새로운 게임이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스토리 측면에서 프리퀄이란 것이지 직업이나 시스템까지 크게 구애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모바일 RPG는 거진 오토 플레이가 들어가는데 이번 시연에서는 찾아볼 수 없더라
: 아직까지 자동 사냥을 지원할 계획은 없다. 먼저 직업과 장비, 퀘스트 등을 완벽히 완성한 다름에 오토 플레이와 같은 기능이 필요한지 차근히 판단하고자 한다.
● 넷이즈와 공동 개발이다보니 배급의 주체가 어느 회사가 될지도 궁금하다
: 중국에서만 넷이즈가 배급하고 이외에 모든 지역은 블리자드가 배급한다. 따라서 향후 한국에 경우도 블리자드 코리아가 서비스하게 될 것이다.
● 끝으로 모바일 게임의 고질병인 ‘페이 투 윈’에 대한 블리자드의 자세가 알고 싶다
: 그에 대해서라면 그간 블리자드가 서비스해온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같은 F2P 게임을 통해 우리의 자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