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명가가 만든 두뇌 싸움 대전, 캡슐몬 파이트
올엠 김영국 이사
이에 올엠을 방문, ‘루니아 전기’ 시리즈와 ‘크리티카’ 개발을 지휘했고 ‘캡슐몬 파이트’의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김영국 이사를 만나 ‘캡슐몬 파이트’ 는 어떤 게임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올엠의 오랜만의 신작이다. 이 게임을 만들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듯 하다.
게임은 재미와 사업 양면에서 성공해야 하는데, 전작들인 ‘루니아 전기’ 나 ‘크리티카’ 만들면서는 오히려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나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그보다는 항상 좋은 게임, 재미있는 게임, 원하는 게임을 만들려고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되려 개발과 생활의 밸런스도 깨지고, 개발력 자체에도 지장을 줬다. 너무 거기에 몰두하기도 했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만들다보니 그런 면도 있었다.
지금도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렇다고 사업적인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서 다 포기하고 쉬운 길로 갈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서는 '이미 가지고 있는 ‘루니아 전기’ 같은 IP 활용해서 모바일 버전으로 자동 사냥 들어간 흔한 게임 만들면 쉽게 벌 수 있는데 왜 이런 길을 택했냐', 하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게임은 그게 아니니까. 아무래도 우리 전작들을 보면 개발팀이 자동 사냥을 안좋아할 것 같은 사람들 아닌가(웃음).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되, 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느껴질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 올엠하면 액션으로 모두가 아는 회사다. 그 액션을 이 턴제 대전 장르에 녹이기 쉽지 않았을 것 같 같은데.
기존의 자동 사냥 게임 같은 것은 코어 구조를 빨리 간단히 만들고 콘텐츠 개발에 집중한다. 하지만 우리는 코어 게임 메카닉에 많이 집중했다. 이 게임 역시 플레이어 자신이 어떤 것이 최선일지 전략적인 고민을 하며 플레이하는 게임인데, 결국 토대가 되는 코어 메카닉이 재미있어야 한다.
스피드감, 타격감, 플레이어가 한 행동에 따른 시각적 보상 같은 것에 이미 팀원들이 잘 맞춰져 있었다. 통달했다고 할까. 기본적으로 플레이어가 자기 행동에 따라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막 팀원들끼리 이펙트 하나를 두고도 아 이건 좀 오버 아니야? 하는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웃음).
● 그동안 PVE 콘텐츠에 주력한 액션 게임을 만들었는데, 모바일 실시간 대전 게임을 만들게 된 이유는?
PVP 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콘텐츠의 생산이라는게 소모성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 PVE 게임과는 다른 형태의 개발을 해보고 싶었다.
기존에도 여러 PVP 게임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게다가 그런 부분에 공감대가 있는, 또 액션에 자신이 있는 팀이 게임을 만들다보니 시도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유저로서 PVP를 마주할 때와 개발자로서 PVP에 접근할 때의 자세가 너무나 다르더라.
플레이어들은 정말로 PVP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기존의 RPG 게이머들과는 다르다. 무작정 자신이 강해져서 랭킹에 올라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싸우면서 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기를 원한다. 초반에는 여러 게임들의 PVP 를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오히려 또 너무 PVP에만 집중해서 올엠 특유의 RPG 감성 등이 없어서 적응에 애먹는 사람들도 있더라. 그래서 지금은 그 막바지 조율 중에 있다. PVP를 만드는 것과 PVE 를 만드는 것은 정말 다르구나 하고 매일 깨닫는다.
● 그렇다면 장르로 턴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실시간을 선택했을 경우에, 결국은 '클래시 로얄' 아류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때문에 이런 구조에서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시장의 게임들을 살펴보는데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 턴제 핵심의 체스 같은 느낌의 전략 게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수를 내고, 상대의 수를 미리 읽어서 전략으로 대처하는 그런 게임이 모바일 시장에 부족하다고 봤다. 그래서 우리가 그런 게임을 만든다면 좋은 빈틈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바일 RTS 처럼 만들면 글로벌 시장에서 매칭하고 서비스 하는데 네트워크 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턴제라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기기도 하고.
● 자기 빌드를 짜서 대결하는 게임에서는 특색있는 테마도 무척 중요하다. 캡슐몬의 테마는?
처음에는 포켓몬 감성의 테마를 역시 고려했었다. 대중적이기도 하고 PVP 에도 어울리는 테마이니까. 하지만 우리 게임이 체스의 구조를 기본으로, 메인이 되는 왕이 있고 주변에 기물을 배치하듯이, 소환사와 그 소환사를 두른 소환수들의 대결로 좋은 매칭이 되는 테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소환사와 소환수의 구조를 갖되, 그 구조 하에서 우리만의 특징을 가지고 만들자고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소환사를 중심으로 다수의 소환수를 부리는 그런 모습이 그려졌다. 나중에는 이 소환수들을 데리고 여러가지 확장을 할 수 도 있다는 생각도 했고. 물론 우리가 동양 문화권인 만큼 글로벌 런칭 시에는 세계 각국의 감성에 모두 대응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히려 동양 감성의 IP 로서 서양인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테마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했다.
● 그렇다면 각 플레이어가 자기 전략을 살리는 빌드, 덱 같은 요소는 어떻게 짜여져 있는가?
처음에는 본격적인 전략 게임을 만들고자 했었다. 상성에 기반한 구조를 준비했었는데, 그 구조를 바꾸었다. 슬링 액션으로 게임이 이루어지다 보니 전선 형성을 전제로 하는 기존의 전략 게임 방식의 밸런스는 잘 맞지 않더라.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격투 게임식 밸런스에 가까운 것 같다.
이를 테면 격투 게임에서는 각 캐릭터가 어떤 공격이 강하고 그게 맞는 대처법을 고민하듯이, 캡슐몬에서는 각 소환사에 최적화된, 강한 이점을 가지는 소환수 조합이 있고 그래서 먼저 소환사를 보고 과연 상대가 어떤 소환수를 사용해서 어떤 조합을 준비했는가를 추측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합마다 그 조합과 빌드의 핵심이 되는 키 몬스터들이 있고, 그 빌드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그 키 몬스터를 공략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키 몬스터를 집중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바둑의 느낌, 격투 게임의 느낌, 또 퍼즐의 감각도 가지고 있다. 사실 슬링샷을 활용한 게임이 분명 있었고 그 게임의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슬링샷이라는 매커니즘이 같을 뿐, 게임의 장르와 지향과 근간을 이루는 베이스 조차도 모두 다르다. 때문에 겉으로 보여지는 조작체계 하나만으로 게임을 판가름 하기 보다는 게임의 실제 플레이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좋겠다. FPS 를 모두 같은 게임, 아류로 폄하하지는 않지 않나(웃음).
● 랭크나 매치메이킹 등 PVP 에서의 공정한 경쟁 유도도 중요한데.
지금은 기본적인 게임 구조를 만들어놓은 상태고, 매치메이킹도 매 패치마다 최적의 매칭을 찾기 위해 수정을 해보고 있다. 현재는 얼리억세스가 유저 표본이 많지 않아서 근시일 내에 정답을 얻을 수는 없는 문제인 것 같다.
랭크전 등은 당연히 들어가게 될 시스템이지만, 게임의 기본 구조부터 다듬고, 완성하고자 한다. 게임 개발이 그렇듯 언제나 예상치 못한 부분이 생겨서. 길드 같은 커뮤니티 요소. 리플레이 같은 것도 준비하고 있다.
● 앞으로의 콘텐츠 추가, 게임 확장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현재 개발팀에서는 두가지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클래시 로얄의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하스스톤처럼 스토리가 들어가 있는 고유의 확장팩을 병행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다. 저희 나름의 스토리라인도 구축을 해놓았고, 공을 들인 부분이기도 해서 이걸 우리가 최대한 잘 활용해보자는 의견이 많이 있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몬스터, 소환수의 경우 오픈 스펙으로는 마흔 다섯종이 마련되어 있다. 이후에는 소환사 2명이 더 준비되고 있고, 몬스터도 10종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스킬도 4~5개가 준비되었다.
PVE 게임과 PVP 게임은 콘텐츠의 소비 구조나 속도가 완전히 다르다. 그 콘텐츠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비유하자면 PVE 콘텐츠는 할부로 고생해서 만드는 느낌이고 PVP 는 일시불로 고생해서 만든다고 할까(웃음). PVP 는 콘텐츠를 내는 시점에서 밸런스나 개성 같은 문제가 모두 맞춰져 있는 완벽한 상태로 내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부분을 준비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좀 더 오랜 시간을 들여 잘 준비해야 한다.
올엠 김영국 이사
● 마지막으로 게이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의 게임을 만들면서, 부끄럽지 않은 게임을 만들려고 애썼다. 단순히 트렌드에 얹혀간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글로벌하게,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말이다. 지금 내부적으로는 충분히 자신이 있는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전세계의 플레이어들이 모두 플레이하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얻었으면 좋겠다.
캐주얼 게임은 저변이 넓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게이머들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게임이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개발팀 내에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게임 중에서 굉장히 잘 나온, 좋은 게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겉 모양이 아니라 직접 플레이해 본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게임이고 싶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