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추억에만 기대지 않은 진화, 마비노기 모바일
마비노기 모바일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세로와 가로 화면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는 마비노기 모바일이 가진 큰 파트들을 각각 다르게 플레이할 수 있게 했다. 아무래도 대화나 1대1 전투 등 하나의 상대만을 살펴보고 상호작용해야 할 때에는 세로 모드가 매우 유효했고, 반면 다른 부분에서는 보통의 RPG처럼 가로 화면이 효과적이었다. 이처럼 게임은 단순히 전투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콘텐츠를 모두 안배하고 있었다.
'마비노기 모바일' 플레이 동영상
그래픽은 기본적으로 카툰풍이었지만 이전의 마비노기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발전한 모습이었다. 각진 폴리곤이 그대로 드러나는 구시대적인 3D 그래픽이 아니라 마치 선 없이 색으로만 그린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타입이었으며 채도의 대비가 높아 마치 동화 삽화 같은 느낌도 준다. 색채는 알퐁스 무하의 색 느낌도 주었으며 이전과 비슷한 풍을 추구하면서도 퀄리티를 일신한 그래픽은 매우 큰 장점이었다.
게임의 기본 틀은 기존의 마비노기와 유사하다. 시연 버전에서는 티르 코네일의 NPC들을 만나 대화하고, 양털을 깎아 옷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과 곰, 늑대와의 전투가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 게임을 켠 유저들을 반겨주는 건 로나였다. 로나와 대화를 하고 나면 티르 코네일의 촌장 던컨을 만나게 되는데 던컨은 원작과 성별이 바뀌어 할머니로 등장한다. 이 변화는 제작진에 따르면 마비노기의 상징적인 BGM 이라 할 수 있는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 곡의 제목에서 착안해 던컨을 온화한 할머니 캐릭터로 변화하고자 했고, 실제로 마치 오랜만에 찾아온 손주를 반겨주는 할머니의 느낌도 들어 매우 좋았다.
던컨과 인사를 하고 나면 옷가게의 말콤에게 가서 대화를 하게 된다. 말콤은 양털을 깎아 옷을 만들자며 데미안에게 보내고, 데미안에게 도구를 받아 양털을 직접 깎아 수집한다. 양털을 모두 수집하면 늑대 무리가 양 목장을 습격하는데 이때 전투를 처음 플레이하게 된다. 늑대를 물리치고 양털을 말콤에게 가져가면 말콤은 다시 라사에게 보내고, 마법학교의 라사는 옷 제작을 돕는 대신 티르 코네일 평원에 곰이 나타났다고 하니 이를 수색해달라고 한다. 평원에 가면 곰이 등장, 보스전을 치루게 되고, 곰을 잡고 라사에게서 옷감을 받아 말콤에게 주면 옷이 완성 된다. 완성된 옷을 입고 던컨에게 가면 던컨은 작별 인사를 하며 나중에 다시 만나자는 말과 함께 시연이 종료된다.
전투의 경우 전작의 가드와 카운터 등이 보이기는 하지만 마비노기 초창기의 가드-스매시-카운터의 상성 관계를 명확하게 띄고 있지는 않으며, 실시간 공방으로 기술을 쓰며 대처하는 것은 원작의 구조와 같았다. 세로 모드에서도 한손으로 조작할 수 있을만한 것이었는데 애초에 섬세한 무빙보다는 기술을 상황에 맞추어 사용하는게 더 중요했으므로 그런 것으로 여겨진다. 다대다 전투에서는 트랙패드 방식으로 이동하고, 포인트 앤 클릭으로 타겟을 정해 타겟팅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었다. 전반적으로 모바일의 조작 환경에 맞게 적절히 단순화한 느낌이었다.
생산 부분 또한 전투처럼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되, 그때 그때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포인트 앤 클릭에 따라 간단하게 타겟을 바꾸어 채취하거나 생산의 다음 작업으로 찾아가는 등의 편의성 조작이 돋보였다. 게임의 아이템이나 스탯, 스킬 시스템 등은 아직 자세히 살펴보기는 어려워서 RPG로서의 시스템이 얼마나 구축되어 있는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었다.
일신된 그래픽과 좀 더 오밀조밀한 디자인으로 변화한 티르 코네일과 각 지역은 아름다운 편이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올드 유저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특유의 느낌을 잘 살린 그래픽과 캐릭터 디자인으로 신규 유저들에게도 상당한 호기심을 유발할 것으로 보였다. 특히 시연이 종료될 때는 마비노기 특유의 감성인 모닥불을 피워놓고 연주를 하며 수다를 떠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연된 넥슨의 게임들 중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개발이 진척되어 있던 게임으로서, 과거 마비노기의 팬층이 어떤 감성과 느낌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해 왔는지 잘 파악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이 드는, 올드 팬으로서 기분이 좋은 시연이었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